<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지금까지의 시리즈에서는 국내 야구의 사회공헌활동 사례를 통해 그 특징과 보완점 등을 알아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공헌활동을 비교해 봤다. 두 나라의 야구계는 각각의 방식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그러나 이 두 나라의 사회공헌활동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특히 사회공헌활동에 있어 프로야구팀에 대한 의존도, 세컨드 커리어, 그리고 사회공헌활동의 분야와 범위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첫 번째, 프로야구팀에 의존 X… 누구나 사회공헌활동의 주체
< 일본 도쿄의 한 리틀야구단의 바자회 모습 >
일본의 사회공헌활동은 프로야구단 중심이 아니라 선수 개인, 지역 리틀야구단, 야구 아카데미, 쿠사야구(한국의 사회인야구에 해당)를 통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이 하는 경우 레벨도 다양하다. 프로 선수뿐만 아니라 고교야구 출신, 대학야구 출신, 독립야구 출신, 기업 야구팀 출신, 쿠사야구 출신 등 레벨에 상관없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한다. 또한 야구를 한 적이 없어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살려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지역 리틀 야구단에서 자주 행해지는 ‘스포츠 바자(한국의 바자회 또는 아나바다 운동에 해당)’다. 일본의 사회공헌활동은 UN이 제시한 17가지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인 SDGs(야구의 사회적역할① 참고)를 중심으로 실천되고 있다. SDGs는 빈곤, 환경, 인권, 경제, 인프라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스포츠 바자는 12번째 목표인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에 해당한다.
야구용품과 유니폼 등은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에게는 금방 작아지기 마련이다. 팀 내 바자회로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도구나 유니폼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 야구용품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모인 금액을 리틀야구단 운영비에 충당하기도 한다. 운영이 잘되고 있는 곳은 지역 실업구단, 프로팀 협조를 얻어 시합장에서 경기를 보러온 팬들을 대상으로도 바자회를 개최한다. 선수 애장품을 활용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자영업을 하는 경우 음식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는 환경정화 활동뿐만 아니라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자금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과도 연계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프로야구팀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이 주를 이룬다. 팀 차원에서 지역 사회와 협력해 다양한 봉사활동과 야구 클리닉을 진행하며,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각 팀은 지역 아동센터나 복지시설을 방문하여 물품을 기부하고 야구를 통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현실적으로 일시적인 참여와 불규칙성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변화와 발전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야구 사회공헌 활동은 대부분이 프로구단 연고지 기반이다. 비연고 지역은 수혜 대상이 되기 어렵다.
두 번째, 세컨드 커리어 및 듀얼 커리어 지원… 선수 복지 및 사회문제로서 인식 확대
세컨드 커리어와 듀얼 커리어라는 개념은 아직 한국에서는 널리 확산되지 않았다. 세컨드 커리어는 기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번 더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고, 듀얼 커리어는 주로 한 사람이 두 가지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인 국내 선수들은 은퇴 후 “그만두면 뭘 해 먹고 살까”라는 개인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대한체육회에서 선수경력개발과 진로 전환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수준과 범위는 제한적이다.
한국에서는 은퇴 선수들이 주로 아카데미 창업, 코치나 감독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 스포츠 해설가나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었다. 자금 여유가 있는 일부 선수들은 부동산 투자나 음식점 창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일본 선수들의 세컨드 커리어는 한국과 다르다. 일본은 운동부 출신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회적으로도 운동부 출신은 인내심이 강하고 팀워크,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인식된다. 일본 유명 대학 야구부의 경우 4년 동안 1군 시합에 단 한 번도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4학년 취업반에서는 대기업에 내정 받는 일이 흔하다.
한국보다 커리어와 대우가 좋지만,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본의 운동선수 커리어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에서는 90년대부터 운동선수, 운동부 출신의 세컨드 커리어가 사회 문제로 인식됐다. 한 연구(사사카와 스포츠재단, 올림피안 커리어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톱 레벨 선수들은 30살 전후로 은퇴를 결정했다(평균 은퇴 연령 29.9세)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풍부한 선수 풀을 부러워하지만, 이 또한 선수들의 은퇴 연령을 앞당기는 요인이다.
또한 일본의 스포츠 수준이 향상되고 프로 리그 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퇴 시기가 더 빨라졌다. 한국에서 부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인 실업 구단과 독립 구단도 과포화 상태다. 이로 인해 은퇴 후 일반적인 취업을 선택하기에는 연령이 높아지고, 연령에 맞는 스펙과 스킬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진로 재탐색 과정에서 고립되거나 최악의 경우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기도 한다.
따라서 세컨드 커리어는 ‘단순히 선수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인식되어 사회단체, 리그, 팀, 정부 차원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맥락에서 지원되고 있다. 혼슈 북부 지방의 독립 리그인 BC 리그는 많은 독립구단 소속의 선수들의 세컨드 또는 듀얼 커리어를 지원한다. 리그 소속 선수들은 NPB 도전을 목표로 입단하지만,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BC 리그에서 은퇴를 결심한다. 독립구단 선수로서 활동하면서 듀얼 또는 세컨드 커리어를 위해 리그 차원에서 지역의 파트너 기업을 모집하고 전용플랫폼을 통해 매칭한다.
< BC리그 전용 커리어 지원 사이트 >
한국에서는 독립구단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인식하는 단계에 그친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프로야구 선수의 세컨드 커리어에 대해 ‘일반인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취업이 힘든데 지원을 해주어야 하나’라며 눈앞에 있는 상황을 높고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야구의 발전, 사회의 발전의 측면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세 번째,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의 분야와 범위… 재산과 재능의 기부에서 벗어나
< 동일본대지진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인 오오츠치에서 어린이 전용 운동시설 개관 >
일본 프로야구계는 기부나 재능기부를 넘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야구가 지역 사회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회공헌이라는 표현보다는 지역공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특히 제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사회의 침체 기간에 프로야구는 사회 활성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이로 인해 프로야구팀들은 단순 승리 추구를 넘고자 한다.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사랑과 응원을 받는 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연고 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계층과 문제의식이 제기되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주로 재산과 재능의 기부에 집중된다. 최근에는 다회용기 사용 등 환경정화 활동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공헌활동의 주체는 주로 프로야구단에 집중된 게 현실이다. 대부분 구단 홍보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차별성과 지속성이 부족한 상황이며,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받는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지역 환경문제 개선, 주민의 심신 건강 문제 해결, 지역 국제화, 시민 의식 향상 등 다양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진과 화산이 잦은 특성상 재난 구호 활동이 특징적이다. 프로야구팀과 선수들은 자연재해 발생 시 적극적으로 구호 활동에 참여하고,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토호쿠 라쿠텐 이글스(이하 라쿠텐)가 대표적인 사례다. 라쿠텐은 ‘힘내자 동북’ 프로젝트를 통해 2011년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북 지방을 지원하고 있다. 선수단과 스폰서, 팬들과 함께 지진 발생 직후부터 피해 지역으로 물자를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을 지원한다. 라쿠텐은 이런 활동을 13년이 지난 현재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또한 ‘힘내자 동북 데이’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매장 이벤트와 특산품 판매를 통해 지역 경제와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의 일환인 동북 스마일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 이후 동북지역에서 발생한 신체활동 부족 및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쿠텐은 어린이 전용 운동 시설을 개발하고 기증하는 재단을 설립했다. 이 결과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후쿠시마 등 재해를 입은 지역에 총 6개의 어린이 전용 운동 시설이 설립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프로야구가 스포츠 경기의 성과를 넘어서, 지역사회와의 깊은 연결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프로야구를 통해 팬들에게 지역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생각했기 때문에 활동에 목적과 의미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차별화된 스토리와 지속성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야구계의 사회공헌활동의 특징을 비교했다. 두 나라는 각자의 문화와 구조에 맞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공헌활동의 주체의 범위와 분야에서는 차이가 두드러졌다. 한국의 문화와 구조상 실현이 어려운 내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으면 야구의 사회적 가치는 앞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 = 사사가와 스포츠재단, BC리그, 토호쿠 라쿠텐 이글스, 카사이 파이터즈, 착한 자본의 탄생(김경식 저), Gratton, Chris; Preuss, Holger (2008). ISO26000(국제표준화기구 사회적책임 표준), etc.
야구공작소 천태인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희원,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