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다이아몬드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

쿠바 야구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피델 카스트로가 집권하며 전면적으로 재편됐다. 쿠바 정부는 프로야구를 폐지하고 선수들을 국가가 직접 육성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그렇게 육성된 선수들은 쿠바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야구 월드컵 등 국제 대회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선수 망명이 본격화되며 전력 유출이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망명이 쿠바 야구 쇠퇴의 원인이라고 봤다. 국제 대회에서 예전 같은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망명이 쿠바 야구의 위기를 초래했을까? 위기였다면 쿠바 야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하려 했을까?

이번 글에서는 쿠바 야구가 선수 망명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카스트로, 변화를 주도하다.

오늘날 쿠바 야구 선수들은 국가 통제 아래 육성된다. 이러한 육성 체계는 피델 카스트로 영향이 컸다.

그는 1961년 프로야구를 폐지하고 아마추어 중심 체제로 전환했다. 또 INDER(국립 스포츠 연구소)을 설립해 국가가 엘리트 선수들을 직접 육성하고 선발하도록 했다.

국가는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하며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선수들은 해외 리그를 거치지 않고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덕분에 쿠바 야구는 세계적인 야구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쿠바 대표팀 >

 

지속되는 염증이 생기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쿠바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경제난은 쿠바 야구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가 지원은 줄어들고 시설은 낙후됐다. MLB보다 훨씬 적은 연봉에 국가가 무상으로 제공하던 보상까지 줄어들며 선수들은 쿠바에서 야구할 동기를 잃어갔다.

그 결과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해외로 망명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망명은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되며 오늘날 쿠바 야구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 시기별 쿠바 망명 선수 추이 >

 

변화의 시도와 한계

쿠바 야구도 망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 12월 MLB와 FCB(쿠바 야구 연맹)는 포스팅 시스템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선수들이 망명하지 않고도 미국 무대에 진출할 길을 연 조치였다.

하지만 이 협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 제재를 강화하면서 협약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선수들은 MLB 진출을 위해 다시 망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 시도는 중요한 변화를 보여줬다.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하던 쿠바 야구가 외부와 접점을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 2018년 MLB-FCB 협약 주요 내용(번역ver) >

 

일본으로 향하다

FCB는 미국 외에도 다양한 해외 진출 경로를 모색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멕시코와 도미니카 공화국 등 여러 국가로 진출했다. 특히 NPB(일본 프로야구)는 쿠바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선택지로 주목을 받았다.

NPB는 쿠바 연맹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선수들이 망명 없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구단은 계약금 일부를 연맹에 지급했고 FCB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망명은 위험이 큰 선택이었기 때문에 일본 진출은 안전한 대안이 됐다. 높은 연봉과 좋은 환경도 장점이었다.

대표적으로 라이델 마르티네스는 2024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4년 3,25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그는 MLB 구단의 더 높은 제안을 받았음에도 일본 잔류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망명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율리에스키 구리엘처럼 NPB 진출 후 망명을 택한 선수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쿠바 선수들의 NPB 진출은 망명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 FCB와 NPB에서 활약 중인 리반 모이넬로 >

 

재회와 대립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FCB는 2023년 WBC를 앞두고 미국에서 뛰는 쿠바 선수들도 국가대표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그중에는 과거 망명했던 선수들도 포함됐다.

2020 도쿄 올림픽 예선 탈락과 계속된 인재 유출로 커진 전력 공백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국 정부가 라이선스를 부여했고 쿠바 대표팀에는 일본과 멕시코 등 해외 리그 선수들과 MLB 선수들이 합류했다. 그 결과 쿠바는 2023년 WBC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 2023 WBC 해외파(미국) 선수 로스터(굵은 글씨 – 망명 선수) >

하지만 2026년 WBC를 앞두고 갈등이 생겼다. FCB가 2023년 WBC에서 어떤 기준으로 일부 쿠바 선수들을 선발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반발이 커졌다.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는 “모든 선수가 차별 없이 뛸 수 있을 때까지 다시는 쿠바 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고 밝히며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는 쿠바 야구와 망명 선수들 사이에서 대립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대회를 앞두고 FCB 관계자 등 8명이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캐나다와 푸에르토리코 등 강팀과 같은 조에 편성되고 로스터 갈등으로 전력까지 약화됐다. 이 때문인지 결국 쿠바는 WBC 역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마치며

과거 쿠바 야구는 폐쇄적인 시스템을 고수했다. 이 시스템 속에서 국가는 선수를 직접 육성하며 자생적으로 강팀을 구축했다.

하지만 망명이 계속되자 쿠바 야구도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NPB와 협력해 선수들에게 새로운 해외 진출 길을 열었다. WBC에서는 망명 선수들도 다시 재회할 수 있었다. 과거와 비교하면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여전히 일부 선수들은 쿠바를 떠나고 있다. 대표팀 선발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야구를 지배하던 과거와는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쿠바 야구를 쇠퇴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2023년 WBC처럼 변화에 따라 그들이 부활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쿠바 야구 미래는 그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달려있다.

 

참고 = APnews, SABR, MLB, Fangraphs, NBC miami, Ciber Cuba, Baseball Reference/Wikipedia – Cuba Defector, Fukuoka SoftBank Hawks, ESPN, Baseball Reference – WBC Cuba Roster(2023), Cubanet 

야구공작소 김상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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