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여, 너무 쫄지는 말아라. 야구의 신이 너의 죄를 사하여 줄지니.
< 야구공작소 = 일러스트 김수연 >
3볼 2스트라이크. 투수와 타자 모두 물러설 곳 없는 승부의 순간이다. 이 긴장되는 상황에서 과연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반반 같지만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실은 조금 다르다.
사실 이 결정적인 순간에 진짜 유리한 쪽은 타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타자들이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는 한다. 지금부터 볼카운트에 따른 스윙 가치를 통해 왜 풀카운트가 타자에게 유리한 기회인지, 그리고 이 기회를 완벽하게 잡기 위해 타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투수의 한계와 ‘3-2 카운트’에서 타자의 대응

< 카운트별 투구 히트맵 >
우선 투수들의 제구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3-0 카운트를 살펴보자. 투수들이 어떻게든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공을 던지려 애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타자들이 이 카운트에서 배트를 낼 확률이 단 13%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둘째, 볼넷을 내주는 것(wOBA 0.691)이 타자에게 인플레이 타구를 허용하는 것(0.507)보다 더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를 던져야만 하는 상황에서조차 투수들이 존 안에 공을 집어넣을 확률은 3분의 2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투수들의 제구력은 불안정하다.

< 카운트에 따른 타자들의 타석 접근법 >
문제는 타자의 대응이다. 투수들의 이러한 제구력 한계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은 특정 상황에서 전략적 오류를 범한다. 타자들이 실제 타석에서 볼카운트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위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2 카운트에서의 타석 접근법을 보면 다른 2스트라이크 상황인 0-2, 1-2, 2-2 카운트의 선들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존 안쪽 공에는 90% 이상 스윙하고 존 밖으로 3~4인치 빠지는 볼에도 50% 이상 배트가 나간다.
타자들은 3볼이라는 유리한 조건보다 2스트라이크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불리한 카운트들과 같이 루킹 삼진을 피하기 위해 과하게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3-2 카운트의 올바른 접근

< 타석 접근법에 따른 득점 가치 >
위 도표는 타자가 처한 실제 볼카운트(Y축)에 다른 특정 카운트의 스윙 어프로치(X축)를 대입했을 때 변화하는 득점 가치(Run Value)를 보여준다. 표의 아래쪽 줄인 3-2 카운트를 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3-2 상황에서 타자가 3-1 카운트의 어프로치를 취할 경우, 0.7의 추가 득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0.7이라는 득점 가치 상승은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 것일까? 3-2와 3-1 카운트에서 기대 득점 가치를 해부해 보자.
일반적인 wOBA는 매 시즌 리그 환경에 따라 가중치가 조금씩 변한다. 각 2021~2025년의 카운트별 가치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각 타석의 결과에 따라 가중치를 고정하여 wOBA를 구해보았다.
– 0.7 : 볼넷 + 몸에 맞는 공
– 0.9 : 1루타 + 실책으로 인한 출루
– 1.25 : 2루타
– 1.6 : 3루타
– 2.0 : 홈런
2021~2025년 기준 리그 평균 wOBA는 0.322다. 먼저 3-2 카운트에서 타석 결과의 확률과 가중치를 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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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 타구 (39.6%): 0.392 w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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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32.2%): 0.700 w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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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28.2%): 0.000 wOBA
종합해 보면 3-2 카운트의 기대 wOBA는 0.381이 되며, 이를 득점 가치로 환산하면 평균 대비 +0.05점이 된다. 타자가 얻어낼 수 있는 득점 기댓값과 wOBA가 리그 평균을 상회하므로 명백히 타자가 유리한 상황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3-1 카운트의 가치를 구하려면 3-1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나 헛스윙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3-2 카운트로 전이된다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 즉, 앞서 구한 3-2 카운트의 가치(0.381 wOBA)를 공식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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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 타구 (22.0%): 0.421 w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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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27.9%): 0.700 wO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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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카운트 진입 (50.1%): 0.381 wOBA
이를 계산하면 3-1 카운트의 기대 가치는 0.479 wOBA(+0.13점)로 상승한다.
3-1 카운트의 기대 가치(+0.13점)는 3-2 풀카운트(+0.05점)보다 유의미하게 높다. 데이터에서 말하는 3-1 카운트의 접근법이란 존 안쪽(Heart) 공에는 80% 이상 적극적으로 스윙하되, 보더라인(Shadow 존) 공에는 스윙률을 30~40%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신중한 타격을 의미한다. 이 어프로치를 3-2 풀카운트 상황에 그대로 대입하여 실행할 때 앞서 표에서 제시한 0.7점의 추가 득점 가치가 비로소 창출된다.
투구 위치 변수와 면책권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발생한다. 3-1 카운트의 기대 wOBA는 0.479인데 막상 타자가 타격을 시도해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었을 때의 결과(0.421)는 이를 밑돌기 때문이다. 타자가 스윙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인 인플레이 타구조차 카운트 자체의 평균적인 기대치보다 낮은 것이다. 여기에 스윙이 실패해 헛스윙이나 파울이 되었을 때(0.381)까지 고려해 보면, 3-1 카운트에서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면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인다.
3-1 카운트에서의 스윙 자체가 불합리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구 위치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스트라이크 존의 구별 >

< 3-1 카운트에서의 득점 가치 >
3-1 카운트에서 한가운데(Heart) 공을 지켜보는 것은 100구당 8점의 손실(-8 runs)을 낳고, 존을 벗어나는(Chase/Waste) 공을 골라내는 것은 20점(+20 runs)의 이득을 안겨준다.
가장 흥미로운 곳은 Heart와 Shadow 존이 만나는 경계선이다. 이 경계선에서는 타자가 배트를 내든 안 내든 약 7~8점의 마이너스가 발생한다. 타자가 선택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투수가 그만큼 공략하기 어려운 곳으로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기존 분석은 3-1 카운트에서 스윙할 시 무조건 마이너스의 결과값을 얻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투수가 완벽한 위치에 공을 던졌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타자의 판단에 대한 가치는 0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제구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타자에게 뒤집어씌우지 말고 중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보더라인 근처로 절묘하게 제구된 공에 대해서는 타자의 기댓값을 0으로 설정하여 통계적 면책권을 부여해야 마땅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3-2 카운트 역시 3-1 카운트처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쉐도우 존의 공은 타자의 스윙 여부와 상관없이 투수의 우위로 인해 손실이 확정된 구역이다. 어차피 제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3-2 카운트에서도 루킹 삼진의 위험을 감수하고 배트를 아끼는 것이 통계적으로 이득이다. 즉, 3-1 카운트와 같이 쉐도우 존의 공은 철저히 버린 채 한가운데(Heart)로 들어오는 확실한 스트라이크만 노리는 신중한 접근법이 풀카운트에서도 더 우월한 선택이 된다.
면책권을 바탕으로 한 신중한 타석 접근
요약하자면 투수들의 제구력 한계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은 풀카운트의 유리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불리한 카운트처럼 접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타자들은 풀카운트에서 삼진을 피하기 위한 접근법을 버리고 볼넷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3-1 카운트의 접근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버릴 건 버리고 확실한 공에만 휘두르는 신중한 접근법 말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0.2초 안에 볼을 골라내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타자 개인의 타격 성향이나 경기 상황, 점수 차에 따른 심리적 압박 등 현장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가리키는 지향점은 명확하다. 삼진의 위험을 면책권에 맡겨둔 채 3-1 카운트처럼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0.7점의 득점 가치를 추가로 창출할 수 있다. 결국 3-2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의 위기가 아니라, 여전히 타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3볼의 기회다.
참고 = Tangotiger, Baseball Savant, Fangraphs
야구공작소 채하린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정세윤, 전언수
일러스트: 야구공작소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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