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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야구 성지, 오마하 방문기] 3- 미국이 60년 역사적 장소를 보존하는 방법

By 이금강
2024년 9월 1일 4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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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 전경. 저 멀리 보이는 좌측 노란 파울폴대가 이 구장의 크기를 기억하는 수단으로 남아있다. >

[미국 대학야구 성지, 오마하 방문기] 3- 미국이 60년 역사적 장소를 보존하는 방법

필자는 6월 23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를 찾았다. 미국 대학야구 NCAA의 최고 단계인 D1의 한 시즌을 갈무리하는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앞 두 편(1편)(2편)에서 왜 대학야구의 마지막이 오마하에서 열리는지 알아봤다. 미국 대학야구의 뜨거운 열기도 소개했다. 이번 편에서는 미국 스포츠계가 과거의 유산을 기리는 방법을 알아볼 것이다.

 

오마하에 대학야구를 가져온 로젠블래트

미국 대학야구의 꽃, 칼리지 월드 시리즈는 1947년부터 시작한 이래 올해로 77년째를 맞이했다. 첫 세 번의 대회를 치른 후 1950년부터는 모든 대회가 오마하에서 열렸다. 오마하는 역내 유력 인사 중 하나였던 조니 로젠블래트(Johnny Rosenblatt)를 중심으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해 지역에 활기를 주입하고자 했다. 그의 눈에는 이제 막 태동한 대학야구가 눈에 들어왔다.

< 조니 로젠블래트. 출처 = Douglas County Historical Society >

오마하 시민구장은 1948년 그의 주도 아래 개장했다. 1964년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Johnny Rosenblatt Stadium)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은 칼리지 월드 시리즈뿐만이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산하 구단이었던 오마하 카디널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산하 구단인 오마하 스톰 체이서스의 전신인 오마하 로열스. 그리고 LA 다저스의 산하 구단 오마하 다저스도 홈으로 사용했다.

 

61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찰스 슈와브 필드 오마하(Charles Schwab Field Omaha)가 개장하면서 기능을 멈춘 2010년까지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에선 총 61번 칼리지 월드 시리즈가 열렸다. 좌측 102미터, 좌중 114미터, 중앙 124미터, 우중 114미터, 우측 102미터 크기와 최대 24,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구장은 매년 6월마다 명승부를 만들어냈지만, 세월을 부정할 순 없었다.

< 2006년 칼리지 월드 시리즈 당시 찍힌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 출처 = Wikipedia >

오마하 시민들 역시 새로운 구장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학야구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오마하에 거주한 택시 기사 비로이터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 역시 오마하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선 새로운 구장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1990년 처음으로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경험한 비로이터는 자신의 고향인 오마하에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마하에는 최상위 단계의 프로구단이 하나도 없다. 그런 오마하에 전국 각지에서 대학야구를 보러 온 사람들이 몰린다. 2주는 짧은 시간이지만 모두의 관심을 모으기에는 충분하다. 주차장에서 테일게이팅을 하며 친해지는 모습도 돋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이 추억이 깊은 곳이지만, 점점 낡고 허름해졌던 시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버지와 함께, 친구와 함께 야구를 즐기던 장소지만, 관람의 질 측면에서 한계가 찾아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붕이 있지만 비를 제대로 막지 못했고, 화장실이나 구장 구석 어디선가는 지린내가 가시질 않았다.

< 오마하에서 택시를 타서 만난 에릭 비로이터. 1990년 오마하로 돌아온 후 칼리지 월드 시리즈는 그에게 인생이었다. > 

 

다시 태어난 오래된 구장

찰스 슈와브 필드 오마하에 칼리지 월드 시리즈 개최 역할을 넘겨준 후,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2010년 문을 닫은 후 2년 후인 2012년 구장을 허무는 작업이 시작됐다. 구장의 넓은 부지는 구장 옆에 있는 헨리 두들리 동물원이 흡수해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3년 6월, 오마하는 새로운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의 개장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무슨 일일까?

오마하는 지난 60년간의 역사가 남아있는 공간을 완전히 없애지 않고 일부를 놀이터 형식으로 보존했다. 야구장 모양이지만 크기에서 한참 작은 공간에 네 개의 베이스와 파울선, 객석, 덕아웃, 그리고 마운드를 설치해 이곳이 한때 미국 대학야구의 성지였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기존 구장에 설치된 좌우 파울폴대는 주차장을 건설할 때도 치우지 않았다. 홈에서 저 멀리 보이는 두 개의 노란 기둥은 이 장소가 얼마나 큰 야구장이었는지를 증명하는 마지막 증거다. 24,000개의 객석이 있던 구장엔 이제 약 100개의 객석밖에 남아있진 않지만, 오마하는 누구에게나 “이곳은 야구장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추억의 장소를 만들었다.

 

잠실과 사직의 운명은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필자 머릿속엔 동대문야구장이 떠올랐다. 동대문야구장은 대한민국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였다.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과 비슷한 규모의 구장이었지만 특정 정치인의 의지 속에 역사를 보존할 방법을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하고 완전히 철거되어 버렸다. 일제강점기부터 우리나라 야구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이젠 DDP란 건물 아래에 깔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남아있는 조명탑은 축구장의 그것이다. 야구와 관련해선 동대문운동장 기념관에 야구장의 일부가 보관된 것이 전부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야구장 신축과 리모델링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구와 광주 구장은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도 새로운 구장이 지어지면 리모델링 형태를 거쳐 아마추어 용도로 전환될 예정이다.

서울의 상황은 다르다. 현행 계획에 따르면 잠실에는 현 구장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기존 구장을 대신하는 돔구장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1982년 프로야구가 태동했을 때부터 사용된 한국 야구의 역사가 동대문야구장처럼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직구장 역시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기존 구장을 헐고 그 자리에 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잠실구장 자리에 어떤 새로운 구장이 들어설지, 그리고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홈구장이 없는 동안 어디서 임시로 경기할지 계획은 상세하게 발표됐다. 그러나 유관기관 어디도, 서울시, KBO,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그 어디도 잠실구장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동대문야구장처럼 기념관을 짓고 거기에 의자 몇 개와 사진 몇 장으로 역사를 기념하는 데 그칠지 걱정이 된다.

< 조니 로젠블래트 구장에서 소프트볼을 던지며 노는 어른과 아이들. 출처 = WOWT >

무조건 새롭고 현대적인 시설만 랜드마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역사를 소중히 간직해 오래된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장소 또한 랜드마크다.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가치 있는 교훈을 준다.

 

참고 = Creighton University, CWS Omaha, Sports Illustrated, NCAA Baseball, Wikipedia, WOWT, 문화체육관광부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훈희, 민경훈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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