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칼리지 월드 시리즈 결승전 진출팀 테네시와 텍사스 A&M의 유니폼 및 우승 트로피. 출처 = NCAA Baseball >
매년 6월 칼리지 월드 시리즈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다. 미국 대학야구 NCAA의 최상위 단계인 D1의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다. 300개가 넘는 D1 학교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단 8팀만이 미국 대학야구의 성지 오마하에 올 수 있는 권리를 누린다. 필자는 2024년 칼리지 월드 시리즈의 우승팀을 결정하는 결승전 2차전을 직관하러 6월 23일 오마하를 방문했다. 이번 편에서는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어떻게 직접 경험할 수 있는지와 현장 분위기를 이야기할 것이다.
사는 것부터 쉽지 않았던 표
먼저 필자가 거주하는 세인트루이스에서 오마하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봤다. 차로 이동해 오마하에서 하루 자고 돌아오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편도 700km에 달하는 거리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숙박 가격이 너무 비쌌다. 칼리지 월드 시리즈 일정은 일찌감치 발표됐기에 날짜에 맞춰서 숙소를 찾아봤지만,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장소는 없었다. 1편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기간에 오마하에서 약 7만 개의 객실이 판매된다. 엄청난 수요 속에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했다.
운이 좋게 세인트루이스에서 당일치기로 비행기로 오가면서 볼 수 있는 일정이 있었다. 6월 23일 일요일 1시, 칼리지 월드 시리즈 결승전 2차전이었다. 심지어 어느 한 팀의 우승이 결정될 수 있는 경기이기에 취소 걱정이 없었다. 필자에겐 더없이 최고의 선택지였다. 심지어 출발 4달 전에 항공편을 알아봤기에 오마하에서 하루 자는 것보다 왕복표 가격이 더 저렴했다.
< 세인트루이스에서 오마하를 오간 항공편 표 >
다음 단계인 경기표를 구하는 건 큰 걱정이 되진 않았다. 일차적으로 판매처로부터 직접 구매하지 못하더라도, 미국에는 2차 판매 시장이 상당히 활성화됐기에 거기서 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구할 수 있다면 비용을 덜 지불하고 표를 살 수 있겠지만 말이다.
6월 14일부터 열린 칼리지 월드 시리즈 표 판매는 4월 23일 미국의 티켓 거래 사이트인 티켓마스터를 통해 시작됐다. 2023년 한국시리즈 1차전 예매에 성공했던 필자는 티켓 예매에는 제법 자신 있었지만 보란 듯이 직접 구매하는 데 실패했다. 4월 23일이면 어떤 8팀이 칼리지 월드 시리즈에 초청받는지도 결정 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8강과 4강전과 달리 결승전은 단숨에 매진됐다. 그리고 필자가 사고 싶었던 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으로 2차 판매 사이트에 등록되기 시작했다.
결국 2차 판매자들이 가격을 낮춰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매일 티켓마스터를 들여보면서 오늘은 싼 표가 올라왔나 보는 걸 반복하기를 한 달째인 5월 27일, 드디어 내야 자리를 수수료와 혹시 모를 우천 취소 보험 포함 $100 안으로 살 수 있었다. 물론 이 역시도 원 가격의 두 배 이상이지만, 이 정도는 지불할 뜻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테네시와 텍사스 A&M의 결승행이 확정된 직후 필자가 구매한 블록의 표는 수수료 제외하고 기본 푯값이 $200 이상에 달하기 시작했다.
< 칼리지 월드 시리즈 결승전 2차전 표. 종이표는 기념품으로 별도로 팔고, 모바일로만 입장이 가능하다. >
(나만의) The Road to Omaha
다음 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왔더니 필자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세인트루이스에도 있었다. 오마하로 가는 아침 비행기엔 테네시를 상징하는 주황색과 텍사스 A&M을 상징하는 버건디 옷이 가끔 보였다. 필자는 이번 시즌 테네시를 응원했기에 주황색에 가까운 옷을 입고 오마하로 향했다.
< 세인트루이스에서 오마하로 향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편 대기 줄. 테네시의 주황색과 텍사스 A&M의 버건디가 가끔 보인다. >
오마하 공항에서 경기가 열리는 찰스 슈와브 필드 오마하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구장 주변을 돌아봤다. 각종 굿즈를 파는 매대와 체험행사, 그리고 사전 음악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테일게이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테일게이팅이란 팬들이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주변 주차장 등에 삼삼오오 모여서 어울려 즐기는 것을 말한다. 구장 정문에 설치된 “The Road to Omaha” 동상 앞에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이뤘다.
전국을 망라하며 성장하는 미국 대학야구의 인기
2024 칼리지 월드 시리즈는 나날이 성장하는 미국 대학야구의 열기를 증명했다. 역대 최다 평균 관중인 24,788명을 기록하며 기존 기록 24,559명(2023)을 경신했다. 결승전 2차전도 30도의 기온 때문에 앉아서 야구 보기엔 쉽지 않은 날씨였지만, 찰스 슈와브 필드 오마하에는 25,987명이 들어왔다.
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두 팀, 테네시와 텍사스 A&M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실제 현장에 있으니 왜 미국 대학야구의 인기가 계속 늘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정적인 메이저리그의 응원 문화와 달리 미국 대학야구는 KBO리그처럼 치어리딩팀이 있는 것은 아녔지만, 각 학교만의 고유한 응원과 구호가 있었고 선수 개개인을 위한 응원도 있었다. 프로야구와 비교해 아직은 덜 다듬어졌지만 빠른 구속과 호쾌한 타구, 어린 선수들의 호기로운 모습은 관객들을 구장으로 끌어들일 매력이 충분했다.
< 25,987명 중 한 명. 30도의 기온과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야구보기에 정말 어려운 날씨다. >
필자 옆엔 시애틀에 사는 어린 헨리가 있었다. 결승전을 직접 보고 싶어서 가족과 함께 오마하를 찾은 헨리는 대학야구의 공격적인 야구를 메이저리그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팀과 약팀이 매년 바뀌는 점도 대학야구의 매력이라면서 올해는 압도적으로 강한 전력을 선보인 테네시를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 시애틀에서 칼리지 월드 시리즈 결승전을 보기 위해 가족과 함께 온 헨리. >
경기는 1회 초 텍사스 A&M의 2학년 외야수 제이스 라비올렛의 홈런으로 포문을 열었다. 내내 끌려가던 테네시가 7회 3학년 외야수 딜런 드라일링(2라운드 전체 65번 텍사스 레인저스)의 2점 홈런으로 역전하고 8회 4학년 포수 칼 스타크(Cal Stark)의 2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으면서 4:1로 승리,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전포를 때려낸 딜런 드라일링은 칼리지 월드 시리즈 MVP에 올랐다.
경기가 끝난 후 세인트루이스로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2시간 정도 남은 필자는 미국 대학야구의 현재에 이어 과거를 둘러보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택시를 불러 지금은 흔적만 남은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참고 = Creighton University, CWS Omaha, Sports Illustrated, NCAA Baseball, Wikipedia, WOWT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훈희, 민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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