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야구 성지, 오마하 방문기] 1 – The Road to Omaha

< 존 라이바(1957-), 더 로드 투 오마하, 1999. 구리, 오마하. 출처 = Creighton University >

모든 아마추어 야구엔 추억과 꿈이 깃든 장소가 있다. 한국 아마추어 야구엔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대문야구장이, 일본 고교야구엔 오사카의 고시엔이 있다. 그럼, 야구의 본고장 미국엔 어디가 그런 역할을 할까? 야구가 시작된 곳이라는 쿠퍼스타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가 열리는 윌리엄스포트? 아니면 미국 야구협회(USA Baseball)의 본진이 있는 노스 캐롤라이나주의 캐리?

물론 이 세 장소도 의미 있는 곳이지만 미국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는 아무래도 최고의 대학야구 경기가 펼쳐지는 오마하(Omaha)다. 땅이 넓고 팀도 많은 나라인 만큼 미국 아마추어 야구엔 전국대회란 개념이 희소한 편이다. 그러나 오마하에서 열리는 칼리지 월드시리즈는 특별하다. NCCA의 최상위 단계인 D1에서 300개 넘는 팀 중 엄선된 8팀만 참가한다. 자타공인 미국 내 최고의 아마추어 전국 대회다.

< 2024년 칼리지 월드 시리즈 참가팀과 오마하와의 거리 > 

 

왜 오마하인가?

1947년 최초의 칼리지 월드 시리즈는 미시간주 칼라마주에서 열렸지만, 대회는 1950년부터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2024년까지 74년 동안 칼리지 월드 시리즈의 개최지는 바뀌지 않고 오마하에서 열렸다. 즉, 미국 아마추어 야구에서 오마하란 말이 곧 정상으로 가는 길이란 뜻이다. 마치 일본 고교생이 고시엔에서 한 경기라도 뛰는 것에 목숨을 거는 것처럼 미국에서 아마추어 야구를 한 모든 선수는 오마하에서 경기하는 것이 꿈이다. 오마하에서 탈락한 팀 선수가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흙을 모아가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오마하는 2022년 기준 인구가 약 48만 명이 사는 중소 규모의 도시에 불과하다. 물론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고향이자 사는 곳으로 알려졌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도 그렇게 눈에 띄는 도시가 아니다. 다만 미국 지도를 펼쳤을 때 오마하는 정말 한 가운데 위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오마하에 칼리지 월드 시리즈가 열리게 된 배경에는 야구에 열정적인 한 사람이 있었다. 오마하 정계에서 활약하면서 1954년부터 1961년까지 오마하 시장도 역임한 오마하 토박이 조니 로젠블래트(Johnny Rosenblatt)는 야구 선수이자 광팬이었다. 그는 뜻이 맞는 기업인들을 모아 오마하에 마이너리그 구단을 유치하기로 결의해 1948년 오마하 시민구장(Omaha Munincipal Stadium)을 건설했다. 다행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응답했고, 산하 구단 오마하 카디널스가 1949년부터 오마하 시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로젠블래트의 야망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오와 대학에서 야구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그는 이제 막 출항한 NCAA의 칼리지 월드 시리즈에 주목했다. 당시 기준 최신식 구장에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유치하기 위해 NCAA와 협상을 진행했고, 결국 1950년부터 칼리지 월드 시리즈 개최권을 확보한다. 로젠블래트는 지역 청년에게 영감을 심어주기 위해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축제를 위한 조직이 세워지다

칼리지 월드 시리즈가 오마하에 활기를 불러왔지만, 경제적 이익으로는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1950년부터 1962년까지 흑자를 기록한 칼리지 월드 시리즈는 단 두 번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마하는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1967년 지역 기업가인 존 디싱 시니어(John Diesing Sr.)를 중심으로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전담하는 비영리 조직인 CWS Omaha를 설립해 대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존 디싱 시니어가 30년 이상 조직을 이끌고 은퇴한 후 CWS Omaha는 그의 아들인 존 디싱 주니어(John Diesing Jr.)가 이어서 이끌고 있다.

<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舊 오마하 시민구장)에서 사진 찍은 존 디싱 부자. 출처 = CWS of Omaha >

칼리지 월드 시리즈가 오마하와 인근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은 상당하다.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약 8,830만 달러(한화 약 1,236억 원)의 경제적 영향력을 가져왔다. 2023년에는 경제적 영향력이 약 1억 1,500만 달러(한화 약 1,610억 원)로 확장됐다. 대회 기간 2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되고 7만 실 이상에 손님이 들어서며, 300만 달러(한화 약 42억 원) 상당의 지방세가 걷힌다.

이제는 미국 내 다른 어떤 도시도 오마하로부터 감히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가져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일단 NCAA와 오마하와의 칼리지 월드 시리즈 개최 계약은 2035년까지로 돼 있지만,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다른 도시에서 칼리지 월드 시리즈가 열리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오마하 역시 앞으로도 개최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1년부터 신구장을 사용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통은 새로운 구장에서 이어진다

1964년 오마하는 오마하 시민구장의 이름을 칼리지 월드 시리즈를 오마하로 가져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로젠블래트를 기리기 위해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으로 바꿨다.

그러나 역사적인 구장도 세월을 겪으면서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다. 오마하에선 오랜 성지를 리모델링 하자는 의견과 새로운 구장을 도심에 짓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최종적으로 신구장 측의 손이 올라갔다. 그렇게 오마하는 약 1억 2,800만 달러(한화 약 1,792억 원)를 투입해 기본 24,000명, 최대 확장 후 3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구장을 2009년부터 공항과 가까운 도심에 건설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TD 애머리트레이드 파크 오마하, 현재는 찰스 슈와브 필드 오마하(Charles Schwab Field Omaha)로 불리는 이 구장은 조니 로젠블래트 스타디움의 뒤를 이었으며, 미국 대학야구의 온전한 성지로 자라났다. 

< 찰스 슈와브 필드 오마하에 설치된 전광판 뒷면. 큰 글자로 칼리지 월드 시리즈의 홈이라고 표시됐다 >

[미국 대학야구 성지, 오마하 방문기] 2- 2024 칼리지 월드 시리즈 결승전 2차전 직관기

 

참고 = Creighton University, CWS Omaha, Sports Illustrated, NCAA Baseball, Wikipedia, WOWT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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