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리즈는 70만원, KBO 경기는 1만 5천원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한국에서 진행한 MLB 개막전인 서울시리즈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연전으로 이뤄진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티켓값은 최소 12만원부터 최대 70만원으로 책정됐다. 필자는 정규 시즌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한국 야구팬들이 얼마나 반응할지 관심이 갔다.

오픈 당시만 해도 두 팀의 2연전은 당연하듯 매진됐고 국내 팀과 스페셜 매치 4경기도 국내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 야구팬이 높은 가격에도 이렇게까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했다. 야구팬의 지불용의가 생각보다 높고 이는 구단 차원에서 KBO 경기 평균 객단가를 더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시장 소비자들이 얼마까지 기꺼이 지불할 것인지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 숨은 정보를 찾는다면 구단과 리그가 최대 이익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 논리를 통해 지불 용의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해 보는 건 어떨까? 해답은 티켓 중고 거래 서비스이다.

 

암표에 관한 논의

과거부터 한국에서는 중고 티켓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쉽지 않았다. 2023년 유명 중고 거래 플랫폼인 솔드아웃은 암표 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티켓 카테고리를 만들어 티켓 재판매 중개인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발로 50일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이는 한국에서의 중고 티켓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현재 티켓베이나 KBO 공식 티켓 재판매 앱 KBO Resale 등이 있지만 플레이오프 경기를 제외하면 활발히 이용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고 판매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다. KREAM의 리셀 신발이나 아이돌 인기 포토카드 거래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반면 ‘매크로’로 산 티켓을 재판매하는 데 거부감이 있다는 점은 알 수 있다. 판매 대상인 티켓이 매크로를 이용한 것인지 여부를 플랫폼 자체 검열 과정을 거쳐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기사)

많은 주최사에서 암표 거래 금지를 강조하다 보니 모든 암표를 위법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아니다. 경범죄 처벌법 암표 매매 조항은 ‘현장에서’ 판매하는 암표만을 처벌할 수 있을 뿐 최근 추세인 온라인 거래 방지에 대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한편 매크로 티켓 암표 판매는 공연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암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스포츠, 공연문화 산업 종사자들은 암표 행위를 강력히 막고자 한다. 하지만 ‘아옮(아이디 옮기기)’ 등 방법으로 더 발각되기 어려운 암시장이 형성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뿐이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자기가 구매한 권리를 재판매하는 자유를 제한할 이유도 없다. 실제로 암표 근절을 위한 개정법이 2021년 통과되기도 했는데, 그 당시에도 암표 매매를 근절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실효성을 의심한 사람도 있었다.

 

재판매 시장은 암표 시장과 다르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모든 재판매 티켓을 암표로 인식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재판매 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팬들이 이용하다 보면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티켓 중고 거래 서비스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형성되거나 허위 티켓이 거래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켓 재판매 시장은 암표 시장과 다르다. 공식적으로 재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면 가격대가 오히려 안정된다. 암표 시장과는 달리 재판매 시장은 티켓 소지자가 제시해 놓은 가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소비자의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를 넘는 티켓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티켓 소지자는 팔릴 때까지 가격을 재조정한다.

< Ticketmaster에서 재판매하고자 하는 티켓 섹션은 455달러에서 1,431달러 사이에 등록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

이처럼 중고 거래 시스템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미국 티켓 판매 회사인 Ticketmaster가 좋은 사례다. 티켓을 재판매할 때, 플랫폼은 수요를 분석한 데이터로 구매자에게 적정 가격수준을 제시해 준다. 자연스레 시스템이 제시하는 가격으로 유도되는 효과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좌석별로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지불용의를 간접적으로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데이터가 쌓여갈수록 구단은 같은 테이블석이라도 요일, 상대 팀, 경기의 중요도 등 다양한 가격대로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수요가 적은 경기는 낮은 가격으로, 수요가 높은 경기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게 된다. 이에 소비자들은 더 싼 가격으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경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는 같은 외야석이라도 좌익수와 우익수 선수의 인기 차이에 따라 가격대가 달리 형성되기도 한다.

 

미국의 티켓 재판매 시스템

중고 거래 대상은 주로 시즌권 소지자가 산 티켓, 혹은 사용할 수 없게 된 일반티켓이다. Ticketmaster의 티켓은 경우에 따라 환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판매만이 비용을 회복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판매자가 왜 중고 티켓을 파는지 이해해야 한다. 개인 사정으로 못 가게 되었을 때, 팀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 다른 자리로 바꾸고자 할 때 등이 있다. 시즌권 판매가 활발한 미국은 시즌권 좌석을 팔기도 하며, 가고 싶은 경기지만 수요가 많아 중고가가 치솟은 경우에도 차익을 위해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으로 중고 티켓은 공급된다.

미국에서 티켓 재판매 플랫폼은 다양하다. 일반 티켓(primary ticket)을 팔면서 함께 재판매 서비스도 제공하는 Ticketmaster가 대표적이며, 중고 티켓 플랫폼으로는 Stubhub, Seatgeek, Vivid Seats 등이 있다.

Ticketmaster에서는 사진과 같이 파란색의 일반 티켓과 붉은색의 중고 티켓이 공존할 때가 있다. 사진 속 리스트를 보면 Sec 220의 10번째 줄은 일반티켓(standard ticket), 같은 Sec의 5번째 줄은 중고 티켓(verified resale ticket)인데 가격이 같다. 더 좋은 자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제창에 넘어가면 중고 티켓에 수수료(service fee)가 붙어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허위 티켓의 재판매를 막는 등 중고 티켓 관리에 들어가는 노력에 대한 대가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플랫폼마다 성격도 다르다. 가령 Ticketmaster는 공신력이 비교적 높다 보니 수수료 비율이 높고, 반면에 Tickpick은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최종 결제 가격을 보면 큰 차이는 없음에도 가끔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때도 있기에 소비자는 플랫폼을 취사선택하여 티켓을 구매하게 된다. 미국에서 플랫폼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설문조사(중복 선택 가능) 결과 Ticketmaster 60%, Stubhub 31%, Eventbright 30% 등 이후에도 24%, 21%가 뒤를 잇는다. 이처럼 미국 티켓 소비자는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암표에 대한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다. 대표적으로 중고 거래로 인해 높아진 객단가가 스포츠 산업, 대중 문화예술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건전한 성장은 모든 국민이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함께 야구장에서 즐기는 것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구단의 수익 극대화로 구단의 재정 건전화, 선수 연봉 상승, 최종적으로 리그 수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도 또 하나의 성장이다.

우리나라 야구팬들은 중고 티켓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중고 티켓은 희소할수록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일반 티켓이 매진이 아니라면 수수료(service fee)까지 지불하며 중고 티켓을 살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혹은 매진까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티켓이 팔려야 좋은 자리를 중고로 사고자 할 것이다.

평균 구장 팬 동원율(평균 관중 수/홈구장 좌석 수)을 계산한 결과 KBO리그 기준 수치가 높은 편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는 50%를 약간 상회한다. 반면 MLB 30팀 중 17위의 평균 관중 수를 가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팬 동원율만 해도 약 73%다. KBO리그 구단들이 이에 대해 필요성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중고 티켓 거래가 팬에게 여러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

한편 재판매 시장은 티켓 가격뿐만 아니라 시즌권 판매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구단은 기본적으로 일반 티켓보다 싼 평균 단가로 시즌권을 판매한다. 시즌권 구매자는 중고 가격이 높아지면 재판매해서 이득을 볼 수 있다. 중고 가격이 낮아져도 일반 가격보다는 싸게 야구를 즐길 수 있으니 여전히 이득이다. 재판매 시장 덕에 시즌권 구매 유인이 늘어나는 셈이다.

더 많은 시즌권 판매로 이어지니 구단에 다양한 수익원과 높은 고정 수익을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 올해 한화는 류현진의 복귀로 시즌권 판매가 급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중단됐던 시즌권 판매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한화, 나아가 KBO리그 시즌권 판매에 매우 큰 잠재 가치가 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티켓 중고 거래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팬은 물론 구단, 야구계 전체에 이득이다. KBO차원에서 KBO Resale 앱의 사용도 잠잠해진 만큼 티켓 중고 거래 플랫폼의 새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인터파크티켓이나 티켓링크 같은 일반 티켓 판매처에서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티켓 관리에서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 시행하는 것이 자신의 정보를 재입력하지 않아도 되기에 재판매하는 데 편하다. 티켓 중고 거래에 익숙해지고 보편화가 되는 시점에는 자연스레 많은 개발자가 해당 사업에 참여하여 시장이 커지길 기대할 수 있다.

 

참고 = 경범죄 처벌법, Ticketmaster, KBO

야구공작소 유승우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금강, 민경훈,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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