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비 지표로 들여다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외야

슈퍼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케빈 필라(사진=Steve Russell Twitter)

 

[야구공작소 이해인]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최악의 외야 수비를 선보인 구단은 어디였을까? 처참한 수비력으로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뒤처진 필라델피아 필리스, 모든 부문에 걸쳐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이 그 용의자로 떠오를 것이다. 오승환이 활약할 당시 빈번한 수비 실수로 국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후보다.

실제로 토론토 외야진은 올 시즌 처참한 수비를 선보였다. 이들은 UZR(Ultimate Zone Rating)에서 28위, DRS(Defensive Runs Saved)에서는 29위를 각각 차지하며 세이버메트릭스의 양대 수비 지표 모두에서 리그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UZR과 DRS는 세이버메트릭스에 익숙하지 못한 다수의 팬들에게는 쉽게 와 닿지 않는 지표들이다. 복잡하고 장황한 설명 없이는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제대로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보다 직관적으로 수비의 수준을 나타내주는 신식 지표들을 활용해 토론토의 외야 수비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근래의 메이저리그는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팬들이 훨씬 직관적으로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팬들은 비거리, 타구 속도, 발사각, 투구 회전수 등의 실측 자료들을 실시간으로 접하며 타구의 질, 투구의 움직임 같은 경기의 여러 요소를 수치로 가늠할 있게 됐다. 외야 수비에 관해서도 스탯캐스트를 활용하는 새로운 지표들이 여럿 등장했다.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포구 확률, OAA, 그리고 방향별 OAA다.

 

포구 확률

포구 확률은 외야수들이 특정한 조건의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할 확률을 일컫는 개념이다. 포구 확률의 구체적인 수치는 크게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외야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충분했느냐는 점이 고려된다. 이때, 스탯캐스트는 타격이 이뤄진 시점이 아니라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시점을 측정 기준으로 삼는다. 두 번째는 외야수가 택한 경로가 낙구 지점까지의 최단 거리와 얼마냐 근접했느냐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외야수가 타구를 쫓아야 했던 방향 역시 고려 사항에 포함된다. 외야수의 정면이나 옆쪽으로 향한 타구보다는 뒤쪽으로 날아간 타구가 훨씬 포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탯캐스트의 계산에 따르면, 외야수들은 자신의 뒤쪽으로 향하는 타구를 쫓아갈 때 나머지 타구에 비해 초당 1피트(30.48cm)만큼 손해를 본다. 여기에 근래에는 펜스라는 요소를 계산 과정에 반영하기도 한다.

 

OAA, 방향별 OAA

이 포구 확률을 활용하는 새로운 수비 지표가 바로 OAA(Outs Above Average)다. 예를 들어 어떤 타구의 포구 확률이 90%라고 가정해보자. OAA는 이 타구를 잡아낸 외야수에게 아웃카운트의 10%에 해당하는 수치인 0.1을 부여한다. 반대로 이를 놓칠 경우에는 0.9개의 아웃카운트를 차감해버린다. 쉬운 타구를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구 확률이 10%인 어려운 타구의 경우에는 잡아냈을 때 OAA가 0.9만큼 증가하고, 놓친다 하더라도 0.1밖에 수치가 차감되지 않는다.

‘베이스볼 서번트’에서는 OAA와 함께 ‘포구 난이도별 포구 성공률’도 제공하고 있다. 타구의 포구 난이도를 5단계(1성~5성)으로 나눠 외야수의 수비 성공률이 각각의 난이도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제시해주는 자료다. 팬들은 이를 통해 선수의 수비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의 OAA가 높다면 그것이 어려운 타구를 많이 잡아내서인지, 혹은 기본적인 타구를 실수 없이 잡아냈기 때문인지를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구 확률에 따른 난이도 분류*
1성: 91~95%
2성: 76~90%
3성: 51~75%
4성: 26~50%
5성: 0~25%

* 1성이 가장 쉬운 난이도이며 5성이 가장 어려운 난이도이다.

 

방향별 OAA(Directional OAA)는 이들 중 가장 근래에 등장한 개념이다. 360도를 6등분해 타구의 방향을 6가지로 나누고, 이렇게 나눈 각 방향에 대해 OAA를 구한 결과물이다. 예컨대 홈 플레이트 방향을 뜻하는 ‘In’ 방향의 OAA 계산은 외야수가 전진해서 잡아야 하는 정면 60도 방면의 타구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그림1. 방향별 OAA

 

물론 포구 확률과 OAA가 외야 수비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외야 수비에는 단순 포구 외에도 땅볼 타구의 처리나 펜스 플레이, 송구 능력 같은 다양한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구는 외야 수비의 기본이고 OAA는 여기에 대해 직관적이면서도 신뢰할 만한 수치를 제공해준다. 이제 이 지표들을 활용해 토론토의 이번 시즌 수비를 되돌아볼 차례다.

 

우려의 출발점, 케빈 필라

2015시즌 초반부터 토론토의 붙박이 중견수로 활약해온 케빈 필라는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정평이 난 선수다. 2015시즌부터 2017시즌까지는 아메리칸리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성기를 맞이해야 했을 지난 2년 사이에 필라의 OAA 수치와 평균 스프린트 스피드*는 반대로 예사롭지 않은 하락세를 보였다.

* 스프린트 스피드: 선수의 전력 질주 상황을 1초 구간으로 나눴을 때 그중 가장 빠른 구간의 속력을 의미한다. 필라의 2015시즌 평균 스프린트 스피드는 28.6ft/s였다(중견수 60명 중 26위).

 

표1. 필라의 수비 지표(OAA가 제공된 2016시즌부터)

 

필라는 타구 판단이 좋은 편이 아님에도 운동 능력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유형의 수비수다. 때문에 이전부터 첫 발을 잘못 뗐다가 한 발 늦게 제대로 쫓아가는 장면을 심심찮게 연출하고는 했다. 최상급 수비수들이 대부분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는 3성짜리 타구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원인 역시 타구 판단이었다. 리그 OAA 10위를 기록했던 2016시즌에도 필라의 3성 타구 수비 성공률은 79.3%에 불과했다(OAA 상위 20명 중 19위).

문제는 수비 성공의 원동력이던 운동 능력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표1에서 볼 수 있듯 필라의 주력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5시즌과 2018시즌을 비교하면 평균 스프린트 스피드에서만 0.8ft/s의 유의미한 낙폭이 발생했을 정도다. 이 때문인지, 높은 수준의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고난이도 타구 수비에서 필라는 최근 2년 동안 이전만 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표2. 필라의 고난이도 타구 수비 성공률

 

필라가 특히 약점을 보이는 타구는 자신의 뒤쪽을 향해 날아가는 타구다. 이는 중견수로서 상당히 치명적인 단점이다. 외야수의 앞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는 포구에 실패하더라도 단타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뒤를 향하는 타구들은 수비에 실패할 경우 대부분이 장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펜스가 가장 깊숙한 외야 중앙 지역을 수비하는 중견수에게는 실로 심각한 결점이다.

그림2. 필라의 방향별 OAA(왼쪽부터 각각 2016시즌, 2017시즌, 2018시즌)

 

깊은 타구와 그리척 그리고 필라

반대로 자신의 뒤쪽으로 향하는 타구에 대해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 선수도 있다. 2018시즌 해당 방향으로 +5만큼의 OAA를, 전체 타구에 대해서는 +6의 OAA를 기록한 토론토의 우익수 랜달 그리척이 그 주인공이다.

그림3. 그리척의 2018시즌 방향별 OAA

 

그리척은 올 시즌 주로 우익수로 출전해 수준급의 수비를 선보였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이던 지난 2016시즌에는 중견수 자리에서 한 시즌을 치르면서 합격점을 받은 이력이 있다. 올 시즌에는 필라보다 빠른 28.3ft/s의 스프린트 스피드를 기록하며 빼어난 주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리척의 활약은 토론토 지역 언론들이 주장하는 필라와의 작별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본래 수비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온 필라이지만, 근래 들어서는 수비 지표마저도 여느 평범한 중견수들과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내려앉고 말았다. 타석에서의 기여 역시 장타력을 갖춘 그리척에게 미치지 못한다. 조만간 토론토 외야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문제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토론토 외야에는 문제아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올 시즌 팀의 주전 좌익수로 떠오른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다. 에르난데스는 팀 내 평균 스프린트 스피드 2위(28.6ft/s)의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보유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결점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만 26세라는 나이 역시 유망주 치고는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그의 수비력에는 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 특히 올 시즌의 기용 방식에서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림4.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방향별 OAA

 

위의 방향별 OAA는 올 시즌 에르난데스가 자신의 좌측으로 향하는 타구에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에르난데스는 필라와 그리척의 존재로 인해 시즌의 대부분을 좌익수로 출전했다. 좌익수의 수비 범위는 파울 라인과 만나는 우측 전방 지역이 가장 좁게, 반대로 좌측 후방이 가장 넓게 형성된다. 이는 에르난데스가 적성과는 정반대의 포지션에서 수비에 나서고 있었음을 뜻한다.

에르난데스가 강세를 보인 방향도 있었다. 우측과 전방으로 날아오는 타구에 대해서 에르난데스는 준수한 수비를 선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에르난데스가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비 위치는 우익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에르난데스가 이번 시즌 우익수로 출전했던 경우는 그리척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가 전부였다.

우익수로 출전했을 때의 수비 위치도 그리 적절하지 못했다. 수비 위치를 중견수와 인접한 지점으로 잡아준 탓에 에르난데스와 파울 라인 사이의 거리가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에르난데스가 약점을 지닌 좌측 방면으로의 수비 구역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에르난데스는 과거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중견수로 381경기에, 우익수로 223경기에 출전했다. 같은 기간 좌익수로 출전한 경기는 단 9경기에 불과했다. 좌익수 출전이 그에게는 여러모로 맞지 않는 옷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토론토는 에르난데스의 적정 수비 포지션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케빈 필라 딜레마

필라의 입지가 갈수록 불안해지고 있다. 캐나다의 스포츠 매체 ‘스포츠넷’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토론토의 수뇌부는 지난 2017시즌에도 이미 필라의 트레이드를 시도했던 적이 있다. 지역 언론들은 토론토가 올겨울 필라를 논텐더*로 떠나보낼 가능성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올 시즌 토론토에서는 필라가 뚜렷한 부상에 시달리지 않을 때조차 그리척이 중견수로 대신 출장하는 ‘이상 징후’가 종종 관찰됐다. 그럼에도 토론토는 올겨울 일단 필라와 동행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 논텐더: 연봉 조정 기간의 선수를 연봉 협상 없이 떠나보내는 결정을 뜻한다.

하지만 필라가 수비에서 노출하고 있는 하락세를 감안하면 이 선택은 아쉬운 결정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단 그리척은 지금의 필라 못지않게 중견수 자리를 소화해줄 수 있는 선수다. 게다가 필라의 잔류는 그리척이 우익수로 출전하는 라인업을 강제한다. 이는 에르난데스가 다시금 좌익수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필라는 최근까지 2.0 안팎의 시즌 WAR을 기록한 가치 있는 선수다. 그러나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로 붐비는 외야진을 정리하고 외야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은 리빌딩 중인 토론토가 언젠가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그 선두 주자 격인 필라를 정리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해결을 다음으로 미뤘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과연 토론토는 외야 문제에 대해 언제, 어떤 해답을 내놓게 될까.

 

기록 출처: Baseball Savant,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의재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2 Comments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