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의 빈자리는 채워져도, 오타니의 빈자리는 채울 수 없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은빈 >

2023년 스토브리그, 두 번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에인절스의 상징이었던 오타니 쇼헤이가 다저스와 7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계약을 맺었고, 같은 시기 샌디에이고의 심장이었던 후안 소토가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당대 MLB를 지배하는 가장 파괴적인 두 타자가 동시에 유니폼을 갈아입은 것이다.

이적 직전인 2023시즌, 두 선수가 그라운드 위에 남긴 성적표를 비교해 봤다. 28세의 전성기에 접어든 오타니는 44홈런, OPS 1.066, 그리고 wRC+ 180이라는 압도적인 생산력을 뽐냈다. 하지만 소토의 지표 역시 만만치 않았다. 불과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wRC+ 154, WAR 6.2를 기록하며 묵직한 존재감을 보였다. 타구의 질을 보여주는 Hard Hit%에서는 55.3%로 오타니(54.2%)를 근소하게 앞서기도 했다.

오타니가 한 수 위였을 뿐, 두 선수 모두 타 팀 팬들마저 인정하는 MLB 최정상급 슈퍼스타임은 분명하다.

< 2023 시즌 오타니와 소토의 성적 비교 >

 

티켓 파워의 척도, 원정 관중

그렇다면 두 선수의 이적이 만들어낸 관중석의 후폭풍, 즉 티켓 파워 역시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격차만큼이나 뚜렷했을까?

일반적으로 구단의 기초적인 팬덤 규모를 가늠할 때는 홈 관중 지표가 우선시된다. 그러나 특정 슈퍼스타가 지닌 파급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타 종목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MLS 리오넬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입단 이후 메시의 원정경기 입장권 가격이 급등했다. NBA의 르브론 제임스 역시 마찬가지다. 원정 경기를 치르는 날이면, 평소 농구에 관심이 없던 해당 지역 대중들조차 슈퍼스타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이처럼 티켓 파워를 지닌 슈퍼스타의 존재는 소속 팀의 홈 팬덤을 넘어 타 지역의 수요까지 이끌어낸다.

본 칼럼에서는 오타니와 소토의 이적에 따라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분석하고, 두 선수의 관중 동원력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추세 흐름 분석 : 이중차분법(DiD)

단순히 이적 전후의 원정 관중 점유율 차이만을 비교하게 되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 리그 전체 흥행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 또한 구단별로 원래 지니고 있던 관중 동원력을 반영하지 못한다.

아래 그래프는 지난 11년간(2015~2025) MLB 양대 리그의 지구별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 추이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교란 요인이 나타난다. 첫째,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구간에서 전 구단의 관중 점유율이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V자 굴곡을 보인다. 모든 팀이 동일한 시대적 파도를 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다저스(오른쪽 위 초록색)처럼 늘 최상단을 맴도는 팀과 그 아래 위치한 팀들 사이의 변치 않는 간격은 체급 차이를 의미한다.

따라서 시대적 파도와 구단별 체급 차이라는 교란 요인을 최대한 통제하고, 두 선수의 이동이 만들어낸 충격량을 보다 객관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이중차분법(DiD, Difference-in-Differences) 모델을 적용했다.

< 2015~2025시즌 팀별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 >

이중차분법이란 과거부터 비슷한 궤적을 그리던 두 그룹 중, 한 그룹에만 특정 이벤트(Treatment)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량의 차이를 분석하는 통계적 방법론이다.

NL West 그래프를 예로 들어보자. 2023년까지 다저스를 포함한 지구 내 5개 팀은 대체로 유사한 관중 증감 트렌드를 보이며 평행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2024년 오타니 영입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했고, 다저스의 점유율만 다른 팀들의 흐름과 다르게 치솟았다.

이처럼 다른 외부 조건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정 선수의 이동을 기점으로 평행하던 추세선이 엇갈릴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변화량을 선수가 시장에 미친 인과적인 효과로 조심스럽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데뷔 첫해, 관중석은 움직이지 않았다 – 2018

앞서 언급했듯, DiD에서는 비교하려는 두 그룹이 사전에 비슷한 궤적을 그려왔다는 평행 추세 가정이 성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관중 점유율 추세가 비슷한 시애틀과 텍사스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 2015~2025시즌 에인절스 및 대조군(시애틀, 텍사스)의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 추이 >

2018년은 오타니가 MLB에 데뷔한 첫해다. 에인절의 빨간색 선은 시애틀, 텍사스의 궤적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상승 폭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이는 데뷔 첫해의 오타니가 MLB 야구팬들의 호기심을 끄는 매력적인 루키였을 수는 있으나, 당장 타 구단 팬들의 발걸음까지 원정 구장으로 대거 이끌어낼 만큼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발휘한 단계는 아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 P-value 0.936

 

팀의 성적을 압도한 시한부 흥행 – 2023

2023시즌, 에인절스는 AL 서부 지구 4위에 머물며 실패한 시즌을 보냈음에도 관중석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통상적으로 가을 야구 진출이 멀어지면 해당 팀의 관중 동원력은 자연스럽게 하락 곡선을 그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2023년의 에인절스는 이러한 일반적인 흐름과는 다른 궤적을 그렸다. 7월까지는 선두에 4.5게임 차로 따라붙으며 3위를 기록했지만, 8월부터는 하락세를 타며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팀의 추락에도 불구하고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은 지구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오타니가 부상으로 빠진 9월부터는 점유율도 떨어졌다.

< 2023시즌 에인절스 지구 순위 및 1위와의 격차 >

이러한 현상은 오타니가 팀을 떠난 이듬해인 2024년의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더욱 뚜렷하게 대비된다. 우측 그래프를 살펴보면, 2024년에도 에인절스는 전년도와 비슷한 지구 하위권 성적을 기록했지만, 7월과 8월의 점유율은 지구 내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비슷한 팀 성적에도 2023년 여름에만 관중이 몰린 배경에는 FA를 앞둔 오타니의 시한부 희소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에인절스 팬들의 발걸음을 재촉시켰을 것이다.

< 2023~2024시즌 AL 서부 지구 5개 팀의 월별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 추이 >

실제로 에인절스 구단주, 아르테 모레노조차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하며, 팬들은 그를 보고 싶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팀 성적보다 ‘지금 아니면 보기 힘든 유니콘의 희소성(Deadline Tactic)’이 팬들의 지갑을 연 주요 동력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Cialdini, 1993).

한편 2023년 9월의 관중 급락(0.503)은 단순한 성적 부진 탓으로만 보기 어렵다. 주축 선수 6명을 웨이버 공시한 구단의 ‘시즌 포기’ 선언이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반면 이러한 악재가 없었던 2024년 9월의 지표는 사뭇 다르다. 1위와의 승차(19.9경기)는 전년도(15.9경기)보다 더 벌어졌지만, 관중 점유율은 오히려 59.6%로 더 높게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팀 성적이 더 나빴던 2024년보다 2023년 9월의 관중 이탈이 훨씬 심했던 셈이다. 이는 그해 여름의 폭발적인 흥행이 팀 전력이 아닌 오타니라는 ‘시한부 카드’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 2015~2025시즌 에인절스의 9월 평균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 및 1위와의 격차>

 

유니콘이 떠난 자리, 관중석은 무너져 내렸다 – 2024

2023년 9월의 점유율 하락은 앞으로 다가올 추락에 대한 경고였다. 2024년 오타니의 완전한 이탈은 예고된 수준을 아득히 초월했다. AL 서부 지구 원정 관중 상위권을 다투던 에인절스의 지표는 최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DiD 분석 결과 역시 오타니의 이탈이 관중 점유율 하락에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음을 보충해 주고 있다.

※ P-value 0.003

< 2015~2025 시즌 에인절스 및 대조군(시애틀, 텍사스)의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 추이 >

 

메시, 르브론, 그리고 오타니

서론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2023시즌 종료 후 양키스는 소토를, 다저스는 오타니를 영입했다. 두 슈퍼스타의 이동에 따라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에서 흥미로운 양상이 보였다.

2024년 오타니를 영입한 다저스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8.3%p 상승했고, 소토를 영입한 양키스는 2.2%p 상승했다. 이 두 팀의 상승 곡선은 그들이 과거부터 유지해 오던 평소의 원정 구장 관중 동원 추세와 달랐을까?

오타니의 경우, 다저스와 추세가 비슷한 애리조나를 대조군으로 삼았다. 소토는 양키스와 추세가 비슷한 클리블랜드를 대조군으로 삼았다. 양키스는 소토 영입 전후로 기존의 추세선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이탈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다저스의 2024년은 애리조나와 함께 그리던 궤적을 이탈했다. 즉 평소와는 다른 관중 증가 추세였다.

※ P-value 0.018

라인업에 오타니의 이름이 추가되자, 타 구장 관중 수에는 변화가 있었다. 만약 오타니가 메시와 르브론 같은 사례라면 타 지역 관중들은 시간과 돈을 들여 다저 스타디움에 가는 이유가 오타니 때문인 셈이다.

‘우리 팀 선수라서’ 애착을 갖는 홈 팬들의 감정이 아니라, ‘그 선수가 아니면 굳이 이 경기를 볼 이유가 없는’ 타 지역 관중의 소비 심리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 소토와 오타니 이적 전후 원정 구장 관중 점유율 추이 비교 >

 

1년 만의 회복, 제자리로 돌아온 궤적

홈구장 관중 점유율에 대한 분석 결과, 오타니의 이탈과 영입으로 인한 에인절스와 다저스의 홈 관중 수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소토(샌디에이고와 양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즉 전반적인 홈구장 관중 추세는 슈퍼스타의 이동과 무관하게 기존의 흐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원정 구장 관중은 달랐다. 단 한 명의 이름이 라인업에서 지워지자 에인절스의 원정 관중 점유율이 11%p나 하락했다. 거대한 스포츠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잃은 구단이 마주한 것은 단순한 전력 누수가 아니라 흥행 동력의 뼈아픈 타격이었다.

시장의 변화는 시계추와 같다. 거세게 흔들리더라도 결국은 원래의 자리, 즉 평균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2024년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남긴 거대한 공백으로 인해 한동안 시계추가 궤도를 완전히 이탈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듬해인 2025년, 곤두박질쳤던 에인절스의 원정 구장 점유율은 다시 반등하며 같은 서부 지구(AL West) 타 팀들의 장기적인 흐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에인절스의 시계추가 마침내 본래 지니고 있던 평균 궤도로 무사히 회귀한 것이다.

즉 2024년의 아찔한 급락은 오타니라는 전례 없는 변수가 시계추를 한쪽 극단으로 강하게 밀어내며 발생한 일시적인 파동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짧고 강렬한 이탈은 오타니 혼자 팀 흥행을 얼마나 지탱했는지 보여준다. 2024년의 낙폭은 그의 이름값이 남긴 가장 정교한 영수증인 셈이다.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Cialdini, R. B. (1993).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New York.

야구공작소 박태신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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