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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의 운명을 바꿔줄 짧은 팔 스윙

By 강형주
2026년 4월 29일 7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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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

곽빈은 2026 WBC 2경기에 등판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96.5마일(약 155.3km)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대표팀 및 아시아 투수 1위였다.

< 곽빈 TJStats 및 구종별 구속 vs 2023 WBC 일본 / 2026 WBC 도미니카공화국 >

TJStats 운영자 토마스 네스티코는 WBC 8강전에서 MLB 올스타급으로 구성된 도미니카공화국 타선을 상대로 투구한 곽빈에 대해 인상적인 평가를 남겼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97mph과 IVB 19인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곽빈의 구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WBC 대비 포심의 20-80 스케일은 63에서 76으로 발전했으며 체인지업은 70을 받았다. 곽빈의 포심은 최고로 인정받았고 완성도 있는 결정구 장착에도 성공한 것이다.

이런 성장을 위해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한 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투구폼의 변화다.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매년 성장하는 파이어볼러

곽빈 배명고등학교 시절 3년간 기록한 투구 이닝은 단 28.1이닝이었다. 적은 이닝에도 불구하고 고3 주말리그에서 최고 구속 153km/h을 던지는 엄청난 임팩트를 선보이며 2018시즌 두산 베어스의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했다.

< 곽빈 2018~2024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 PTS 기준1 >

프로 데뷔 첫 해 불펜 투수로 시작해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팔꿈치 통증으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3km/h에 머물렀다. 결국 그해 10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 2년 간의 재활을 거친 곽빈은 2021시즌부터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아 강속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 또한 많은 파이어볼러가 겪는 제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곽빈의 BB/9(9이닝당 볼넷 비율)은 규정 이닝을 채웠던 2022, 2024시즌 각각 리그 전체 4위와 1위를 기록할 만큼 좋지 못했다.

< 곽빈 2018-2024시즌 BB/9, P/IP >

 

투구폼의 변화

< 2024시즌 투구폼 >

2024시즌까지 곽빈의 투구폼은 오른팔 백스윙을 크게 가져갔다. 테이크백이 길다 보니 스트라이드가 낮은 상태로 투구했다. 투구 후 무게중심은 1루 쪽으로 쏠렸다. 곽빈은 이 투구폼에 대해 스스로 “불필요한 힘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곽빈은 2024시즌 종료 이후 투구폼의 변화를 줬다. 변화의 주된 목적은 투구폼을 간결하게 해 어깨와 팔꿈치에 부담을 주지 않고,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으면서 스트라이크 비율을 늘리기 위함이었다.

< 2025시즌 투구폼 >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오른팔 백스윙이다. 과거와 달리 팔스윙을 짧고 빠르게 수정해 회전의 범위를 크게 줄였다. 스트라이드도 전년 대비 높아져 본인의 신장 (187cm) 활용을 극대화한 투구 동작이 되었다. 왼발의 키킹 동작은 이전보다 간결해져 마치 리듬을 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투구 후 무게중심이 1루 쪽으로 쏠리는 현상도 줄어들었다. 테이크백을 간결하게 (뒤는 짧고 앞이 긴) 해 불필요한 힘을 덜 사용할 수 있는 효과를 얻었다.

 

짧은 팔 스윙 효과

짧은 팔 스윙은 공은 빠르지만 제구가 불안했던 많은 메이저리그 투수가 시도한 투구폼이다.

2024시즌 이후 은퇴를 선언한 조 켈리는 현역 시절 강속구를 던졌지만 제구가 불안했던 투수였다. 이에 2017시즌 팔 스윙을 짧게 수정했다. 조 켈리는 2023년 초 유튜브 ‘피칭 닌자’와의 인터뷰에서 투구폼 수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순히 메커니즘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아프지 않고 공을 빠르게 던지는 투수들의 투구폼을 스스로 분석한 결과 파워포지션(투수가 가장 강력한 힘을 내는 순간)을 자주 반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의 투구 영상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가장 빠른 공을 던졌을 때 파워포지션이 어딘지 확인했다. 그리고 뒷 마당에 네트를 설치해 공을 던지면서 팔 스윙을 짧게 하는 연습을 했다. 팔 스윙을 짧게 했더니 10번 중 9번꼴로 파워포지션에 내 팔이 위치할 수 있었다. 즉, 일관성을 얻을 수 있었다.”

< 조 켈리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투구폼. 출처 : Rob Friedman X >

한편 “파워포지션을 제대로 공략하면서 어깨가 훨씬 건강해졌다. 그 이후 볼보다 스트라이크를 더 많이 던져 제구력에도 도움이 됐다”고도 전했다.

조 켈리 인터뷰에서 핵심은 일관성이었다. 투구폼 변화 전에도 강속구를 던졌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조 켈리의 투구폼 변화는 강속구 투수가 겪는 현실적인 고뇌와 치열한 연구를 보여준다. 비록 현실에서는 제구와 내구성이 추구하는 이론만큼 완벽하게 따라와 주지 못했지만, 수정 후 102마일에 도달한 그의 구속은 다른 파이어볼러에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는 좋은 결과, 누구에게는 나쁜 결과로

조 켈리와의 인터뷰에서 짧은 팔 스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루카스 지올리토가 언급된다.

< 루카스 지올리토 투구폼 변화, 좌 = 2018시즌 / 우 = 2019시즌 >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더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했던 지올리토는 입단 당시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2018시즌엔 AL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ERA 최하위와 최다 볼넷(90개)를 기록했다. 지올리토는 자신의 기존 투구폼에 대해 “왼발이 지면에 닿았을 때 오른팔의 위치가 아래 있어 투구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지올리토는 일관된 투구 타이밍을 가져가기 위해 2019시즌을 앞두고 팔 스윙을 짧게 교정했다.

< 2018~2020시즌 루카스 지올리토 성적 >

지올리토는 “교정 결과 짧은 투구폼이 더 직관적이고 타이밍을 맞추기 쉽다”는 후기를 전했다. 실제 기록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ERA는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낮췄다. 탈삼진 비율은 2배 이상 올랐다. 제구도 개선(볼넷 비율 11.6% → 8.1%)되어 이후 4년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한편,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 로비 레이 투구폼 변화 2019시즌 vs 2020시즌 >

제구력이 좋지 못했던 로비 레이 역시 일관성을 가져가기 위해 2020시즌 짧은 팔 스윙을 시도했다. 던지는 팔이 허리에서 올라옴으로써 더 효율적이고 반복할 수 있는 동작을 만들고자 하였다.

< 로비 레이 2019-2021시즌 성적 >

그러나 변화한 투구폼에 적응하지 못했다. 후방 근육 사슬 우세형2에 속한 로비 레이는 오히려 투구폼을 바꾸고 투구 타이밍이 완전히 흐트러졌다. 그 결과 2020시즌 K%는 31.5%에서 27.1%로 줄어들고 볼넷 비율은 11.2%에서 17.9%로 늘어나며 부진한 시즌을 보내게 되었다.

< 로비 레이 투구폼 슬로우 모션. 좌 = 짧은 팔 스윙, 우 = 긴 팔 스윙 >

팔 스윙이 길었던 시절 로비 레이는 몸을 뒤로 기울이면서 투구 측 어깨(왼쪽 어깨)를 같은 엉덩이 방향으로 떨어뜨리는 자세를 취했다. 또한 긴 스윙의 반등을 이겨내기 위해 왼쪽 허벅지를 먼저 사용해 전진력을 얻으려 했다. 이는 본인이 추구하는 동작이었다.

그러나 투구폼 변화 후 뒷발이 지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로비 레비와 같은 유형은 투구폼의 동작이 길어 시간 압박에 시달린다. 이에 따라 신체 부위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여 마치 동작이 떨리는 듯한 (fluttery) 모습을 보이게 된다.

< 로비 레이 2021시즌 투구폼 >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원래 투구폼으로 돌아온 로비 레이는 2021시즌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AL 사이영상의 영광을 얻었다. 투수 개개인에게 맞는 투구폼이 있기 때문에 짧은 팔 스윙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투수에게는 좋은 결과로, 어떤 투수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순조로운 변화 과정

< 곽빈 2026시즌 시범경기 투구폼 >

곽빈은 어떨까? 로비 레이와는 다르게 와인드업 시 동작이 크지 않으며 몸을 뒤로 기울이지 않는다. 또한 던지는 오른쪽 어깨와 엉덩이 방향은 유기적으로 교차시켜 강한 회전력을 만든다. 뒷발이 지면에 머무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둘 모두 움직임의 중심이 상체에 있어 가동점이 높지만, 간결한 가동 범위와 짧은 팔 스윙으로 폼의 일관성을 유지한 것은 로비 레이와의 큰 차이점이다.

< 곽빈 2024~2026시즌 주요 지표 (~2026년 4월까지) >

곽빈이 선택한 짧은 팔 스윙 변화는 일단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처음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후 점차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삼진이 늘었다. 2026시즌의 경우 첫 2경기 선발에서 부진했지만 이후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글 작성일 기준 탈삼진은 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9이닝당 삼진은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마치며

투구폼에 변화를 준 곽빈은 자신을 한 층 더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과거에도 좋았던 공의 위력이 더 좋아진 것이다. WBC 무대를 통해 스터프는 MLB에서도 평균 이상이라는 사실도 스스로 입증했다. 지금의 구위를 유지한 채 마운드에서 자기 자신과 싸우는 버릇을 없앤다면 향후 국제 대회 1선발을 넘어 더 큰 무대까지 바라볼 수 있는 투수가 될 것이다.

곽빈의 변화된 투구폼은 2026시즌, 그리고 향후 곽빈의 운명을 어떤 식으로 좌우할지 지켜보도록 하자.

 

참조 = KBO, Baseball Savant, STATIZ, TJStats, MLB Network ‘Studio 42’, Youtube ‘Pitching Ninja’,MLB.COM, BASEBALLACTIONID, MBC Sports+, Sportsnet

야구공작소 강형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주아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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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시즌까지 방송 표출 구속은 PTS 기반으로 실제 구속보다 1~3km가량 차이가 발생했다. 2025시즌부터 중계방송 및 전광판에 표출되는 투구 구속을 트랙맨 기반으로 일원화했다.”
  2. 리듬 운동 기술 그룹에 속하며 척추기립근, 둔근(엉덩이), 햄스트링, 종아리 근육을 아우르는 핵심 근육 그룹을 말한다. 가동점이 높다. (힘을 전달하기 위해 관절이 움직이는 정점, High Mobile Point) 신체 비대칭이 심하고, 고관절과 어깨 사이에 연결성이 부족하며, 왼쪽을 먼저 사용하여 동작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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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야구공작소 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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