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4시즌 리뷰] 롯데 자이언츠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민승원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4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66승 74패 4무 (최종 7위)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의 합류로 큰 기대 속에 출발했던 이번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FA 안치홍을 한화에 내줬지만, 김민성과 최항을 영입하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찰리 반즈-애런 윌커슨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외국인 원투펀치와 재계약했고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어찌 됐든 전임자 니코 구드럼보단 나을 터였다.

김민석과 윤동희가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코어 유망주 나승엽이 상무에서 돌아왔다. 2023시즌 막판 개최된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박세웅과 나균안, 그리고 대체 선수로 발탁된 윤동희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군 문제를 해결했다.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산산조각 났다. ‘봄데’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시즌 초부터 투타 양면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고꾸라졌다. 4월까지 30경기에서 8승 1무 21패. 본격적인 순위 경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승패마진 -13을 안고 출발했다. 6월과 7월 6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치고 올라가 봤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롯데는 윗공기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3월 23일 시즌 첫 경기에서 패배해 기록한 공동 6위가 올해 롯데의 최고 순위였다.

< 24시즌 롯데 자이언츠 월간 최고 순위 >

 

단단히 꼬인 출발

롯데의 시즌 초 부진은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각종 악재가 겹쳤다. 내야엔 한동희, 외야엔 김민석이, 지난해 후반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며 이번 시즌 5선발 자리를 맡아 뒀던 심재민까지 부상으로 이탈했다. 마찬가지 2023시즌 안정적으로 선발진에 안착했던 나균안은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그렇게 김태형 호는 본격적인 출항을 하기도 전부터 삐그덕거렸다.

시즌에 들어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악재가 터졌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히 뒷문을 지켰던 셋업맨 구승민이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개막 후 4월까지 9경기에 등판해 5.1이닝 13실점, 평균자책점이 21.94에 달했다. 롯데의 3, 4월 21번의 패배 중 12번이 3점 차 이내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구승민의 부진이 더욱 뼈아팠다.

 

이어진 불펜 불안

초반 구승민 부진의 스노우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필승조들의 체력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 구승민이 부진한 사이 불펜을 지탱하던 최준용과 전미르는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노장’ 김상수가 팀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74경기)와 이닝(73.2이닝),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연투(23회)와 멀티 이닝(25회)을 소화하며 버텼지만, 그 여파로 후반기 눈에 띄게 힘이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반기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던 마무리 김원중까지 흔들렸다. 7월 8경기에서만 4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는 당시 5위였던 두산과 무려 8게임 차까지 멀어지며 사실상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이 꺾였다. 이번 시즌 롯데 불펜은 블론세이브 1위(27개), 역전패 1위(39패), 구원 평균자책점 9위(5.26)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팬들의 위안이 되어 주었던 야수들

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하던 와중에도 팬들의 마음을 위로해 줬던 건 젊은 야수들의 성장과 효자 용병 레이예스의 신기록 도전이었다.

이른바 ‘윤고나황’으로 지칭되는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이 타선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윤동희와 고승민이 나란히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냈다. 나승엽은 특유의 눈야구로 4할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했고, 주루에 눈을 뜬 황성빈은 롯데에서 2010시즌 김주찬 이후 14년 만에 50도루 고지를 밟았다.

개막 직후 트레이드로 합류한 손호영 역시 가공할 만한 공격력을 뽐냈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으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팀 내 가장 많은 18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박정태가 가진 팀 최다 연속 안타 기록(31경기) 경신에 도전하기도 했다.

< 24시즌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 타격 성적 >

레이예스는 시즌 내내 월간 타율이 한 번도 3할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꾸준한 타격감을 뽐냈다. 10월 1일 NC를 상대로 한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선 202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리그 안타왕 타이틀과 동시에 외야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쥔 레이예스는 2008년 카림 가르시아(타점왕, 외야수 골든글러브) 이후 16년 만에 롯데에서 탄생한 외인 타자 타이틀 홀더이자, 황금장갑을 낀 외국인 타자가 됐다.

 

올해도 해결 못 한 숙제 – 믿을 수 없는 수비

수비에서의 숙제는 이번 시즌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수비 WAA(Wins Above Average) -3.34로 리그 최하위였던 롯데는 이번 시즌 -3.59로 다시 한번 최하위를 기록했다. 

< 23, 24시즌 롯데 자이언츠 수비 WAA, 내야 실책 개수 >

특히 내야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지난해 내야 실책 71개로 리그 4위를 기록했던 롯데는 올해 83개로 리그 9위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주전 유격수 박승욱은 23개의 실책으로 리그 공동 2위에 올랐다. 같은 개수의 실책을 기록한 박찬호(1,120.1이닝), 박성한(1,115이닝)에 비해 300이닝 가까이 적은 833이닝을 소화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높은 수치였다.

박승욱만이 아니었다. 손호영과 고승민이 각각 13실책, 나승엽 11실책을 추가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했다. 올해 47.3%의 땅볼 비율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땅볼을 유도했던 롯데 투수진에게 내야수들은 전혀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스토브리그 – 내부 단속과 약점 보완

롯데는 시즌 종료 후 스토브리그에서 외부 FA를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내부 FA 잔류에 집중했고 트레이드로 적재적소에 뎁스를 확충했다.

먼저 FA를 신청한 구승민과 김원중을 눌러 앉혔다. 올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롯데 불펜에선 대체 불가 자원이다. 이어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과 투수 최우인을 두산에 내주고 내야수 전민재와 투수 정철원을 받아오는 3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레이예스-윤동희-황성빈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외야에서 기회가 줄어든 외야수 둘을 내주고 가장 약점이었던 유격수와 불펜 전력을 보강했다.

리그에 완벽히 적응한 레이예스, 3시즌 동안 꾸준히 리그 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반즈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마찬가지 올해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많은 나이와 피치클락 적응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던 윌커슨 대신 마이너리그 선발 등판 경험이 많은 28세 좌완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 24시즌 정보근, 손성빈 타격 성적 >

하지만 여전히 가려운 곳은 남아있다. 롯데가 가장 바라는 건 역시 고액 FA 유강남과 노진혁의 부활이다. 이번 시즌 부상 이탈 전 유강남의 성적도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손성빈과 정보근 만으로 시즌을 치르는 건 역시 무리였다. 팀 포수 타율 0.193으로 리그 포수진 중 유일하게 1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은 손호영의 부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노진혁이 좋을 때의 모습만 찾는다면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가오는 시즌부터 정식 시행되는 피치클락에 대한 적응도 관건이다. 올해 롯데의 피치클락 위반은 810회로 가장 많았다. 위반 횟수가 가장 적었던 KT(379회)와는 2배 이상 차이 났다.

< 24시즌 롯데 좌완 투수 구원 등판 시 성적 >

왼손 불펜 고민도 해결해야 한다. 롯데가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왼손 투수 임준섭과 진해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임준섭은 방출됐고 진해수 역시 다음 시즌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정현수와 홍민기, 송재영 등 젊은 좌투 자원들의 스텝업이 절실하다.

 

우승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2017시즌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한 이후 올해까지 7-10-7-8-8-7-7로 새로운 비밀번호를 써 내려가며 한 번도 가을 향기를 맡지 못하고 있는 롯데. ‘내년엔 다르다’고 하기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드라마틱한 전력 보강은 없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롯데는 이번 비시즌 이른바 ‘성담장’이라고 불리던 외야 보조 펜스를 철거한다. 2022시즌 6m까지 높아졌던 담장이 4.8m로 낮아짐에 따라 올해 장타력에서 가능성을 드러낸 젊은 자원들의 홈런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올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 중 홈 승률이 5할이 넘는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아무리 밖에서 얻어맞고 와도 사직구장에서만큼은 팬들의 체면을 세워줬다. 김태형 감독 부임 2년 차를 맞는 롯데는 또다시 많은 기대 속에 다음 시즌을 출발한다. 우승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지난 2017년 그토록 뜨거웠던 사직의 가을을 다시 한번 재현해 주길.

 

참고 = STATIZ, KBO

야구공작소 김유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민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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