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해준 >
애런 윌커슨(Aaron Daniel Wilkerson), 롯데 자이언츠
1989년 5월 24일생 (만 34세)
선발투수, 우투우타, 188cm 104kg
계약 총액 3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한화 약 4억 5,000만원)
‘털보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롯데 자이언츠의 동행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지난해 ERA(2.31)와 FIP(3.96)간 큰 격차를 보이며 불안감을 남긴 스트레일리는 올 시즌 팀이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16경기 ERA 4.37 sWAR 0.67), 롯데는 고심 끝에 교체를 택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는 전임자의 웨이버 공시와 동시에 발표됐다. 주인공은 바로 스트레일리보다 1살 어린 34살의 우완 투수, 애런 윌커슨이었다.
배경
<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NPB 통산 기록 >
미드웨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컴벌랜드 대학교에 입학한 윌커슨은 대학 시절 팀의 에이스였다. 2010년 투수로 14연승을 기록했는데, 이 중 11경기가 완투승이었으며 ERA도 2.13으로 훌륭했다. 2011년에도 환상적인 투구는 계속되었다. 54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고, 12승 0패 ERA 1.49의 성적을 올리며 대학리그를 압도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팔꿈치 인대가 손상된 채로 경기를 뛰고 있었음이 밝혀진 것. 그는 결국 어린 나이에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된다. 직후 윌커슨은 2년간 야구계를 떠나 냉동식품 회사에서 일했다. 공백기 후, 그가 다시 야구를 시작한 건 프로가 아닌 독립 리그였다. 야구를 꽤 오래 쉬었지만, 기본적인 실력이 있었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75.2이닝 ERA 2.74). 당시 독립 리그에서 스카우트를 진행 중이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관심을 보였고, 그는 2014년 보스턴 산하 하위 싱글A팀에 합류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보스턴 시절 윌커슨은 마이너리그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2016년 더블A에서 피안타율이 0.175에 불과할 정도로 타자들을 압도했고 트리플A에서도 2점대의 ERA를 기록했다. 같은 해 밀워키로 트레이드된 후 약간 주춤했지만(ERA 6.42, FIP 3.87), 이듬해인 2017년 더블 A에서 ERA 3.16, 2018년 트리플A에서 ERA 2.49를 기록하는 등 다시금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의 좋은 퍼포먼스에 비해 빅리그에서는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평균 구속이 90마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포심은 빅리그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결국 빅리그 3년간 35.1이닝 ERA 6.88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윌커슨의 다음 선택은 아시아였다. 한신 타이거스에서 2년간 뛰며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애매한 성적과 팀 사정이 겹치며 연장 계약에는 실패한다. 그리고 올 시즌 잠깐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어 가다 올여름 롯데와 계약을 맺으며 KBO에 입성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 2023시즌 트리플A 구종 구사율 >
윌커슨은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까지 총 4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며 커브와 체인지업은 가끔 던진다.
포심은 평균 구속이 89.6마일(143km), 최고 92마일(148km)로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이었다. 제구도 좋지 못했다. 2016년 ‘SOX PROSPECTS’에서 작성된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포심의 세밀한 제구가 부족하며 존에 넣기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빅리그에서 윌커슨이 존안에 던진 포심은 대부분 한가운데의 공이었고, 한가운데 몰린 느린 포심은 타자들에게 난타당했다(피장타율 0.747).
다만 포심 패스트볼이 한국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포심 구속은 타 외국인 투수에 비해서도 아쉽다. 하지만 평균회전수가 2350 RPM으로 빅리그 무대에서도 중상위권(상위 30%)이었고, 평균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도 22.1%로 괜찮았다. 심지어 올해 마이너리그 마지막 등판 당시 포심의 Whiff%는 39%에 이르렀다. 그리고 사직구장이 담장을 뒤로 밀며 투수 친화 구장이 된 만큼 피홈런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최근의 세컨드 피치는 슬라이더였다. 프로 초기에는 3가지 변화구 중 가장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평을 받은 슬라이더지만 지금은 아니다. 84마일(134.4km)에 그쳤던 최고 구속을 88마일(140.8km)까지 올렸으며, 마이너리그 마지막 등판의 평균 구속도 85.1마일(136.2km)을 기록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슬라이더의 대부분을 존 바깥보다는 안에 던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슬라이더는 올해 Hard Hit%가 20%에 불과할 정도로 강한 타구를 잘 억제했다.
체인지업과 커브는 슬라이더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 체인지업은 유망주 때부터 무브먼트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올 시즌에도 15.9%의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커브 또한 마찬가지다. 20%의 Whiff%를 기록하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잘 만들어 내지 못했다.
볼넷 관리 능력은 안정적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BB/9이 2.5에 불과하며 트리플 A로 범위를 좁혀보아도 2.6으로 준수하다. 당장 이번 시즌에도 47이닝을 던지며 14개의 볼넷만을 내줬다.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볼넷을 주느니 8,000m 홈런이 낫다”고 밝혔듯, 공격적인 승부를 즐긴다.
< MLB 통산 좌/우 스플릿 >
다만 체인지업과 커브구사에 아쉬움이 따르며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은 분명한 약점이다. 실제로 윌커슨의 스플릿 성적을 보면 좌타자에게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가장 큰 차이가 났던 부분은 탈삼진 및 볼넷. 우타자에게는 수준급의 삼진/볼넷 비율을 보여주었지만, 좌타자에게는 크게 고전했다.
전임자인 스트레일리가 한국 무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좌타자를 잡아낼 수 있는 좋은 체인지업을 던졌기 때문이다. 윌커슨 또한 좌타자를 상대할 방안을 빠르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전망
롯데의 윌커슨 영입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트리플A 통산 K/9이 9.5에 이르며 올해도 9이닝당 1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냈다. 훌륭한 탈삼진 능력을 갖췄고 볼넷 관리 능력도 우수하다. 피홈런과 관련된 우려가 존재하지만, 롯데의 홈은 올해 홈런이 실종된 사직구장이다.
관건은 롯데의 외야진이 뜬공 투수인 윌커슨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지다. 현재 롯데의 외야진은 스탯티즈 수비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에서 10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전 외야수인 김민석, 윤동희, 황성빈 모두 수비가 아쉬운 선수인 만큼 이 부분은 충분한 불안 요소이다. 더군다나 올해 사직구장은 홈런은 별로 나오지 않았지만, 2루타와 3루타는 타 구장보다 많이 나온 만큼 윌커슨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롯데 외야 수비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국 무대 적응은 순조로우리라 생각된다. 당장 올해 7월까지 트리플A에서 뛰며 몸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또한 일본 리그 통산 FIP 3.26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점은 더욱 기대를 키운다.
올해 롯데 자이언츠는 시즌 전부터 공격적인 영입을 감행하며 가을야구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투자에 힘입어 시즌 초에는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페이스가 떨어졌지만, 아직 팀의 순위는 5위, 가을야구에 나갈 수 있는 위치다. 과연 윌커슨은 성민규 단장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롯데를 6년 만의 가을야구로 이끌 수 있을까?
참고 =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Savant, STATIZ, SOXPROSPECTS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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