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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스카우팅 리포트에 등장하는 ‘20-80 스케일’의 의미는?

By 임선규
2016년 9월 5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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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에서 기사 보기]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평가하는 스카우팅 리포트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20-80 스케일’이라는 낯선 용어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이 용어는 선수가 가진 능력을 20과 80 사이의 숫자로 점수화 시킨 결과물을 뜻한다. 그런데, 이 짧은 설명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50, 60, 70 과 같은 숫자는 정확히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0과 100사이라는 친숙한 범위를 두고 20과 80사이라는 범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80 스케일의 근거

스카우팅 리포트가 0-100 스케일이 아닌 20-80 스케일을 활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근거는 야구가 아닌 통계학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실력을 기준으로 선수들의 등급을 분류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자. 일단은 선수들을 실력대로 줄 세운 다음, 각 등급별로 비슷한 수의 선수들을 소속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1등부터 10등까지가 A급, 11등부터 20등까지는 B급, 21등부터 30등까지는 C급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1등과 10등의 수준 차에 비하면 51등과 60등의 수준에는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의 내신 경쟁을 떠올려보자. 1등이냐 10등이냐의 차이는 막대하지만, 50등이냐 60등이냐의 차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한 오류를 해결해줄 열쇠는 바로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정규분포에 있다. 정규분포를 따르는 표본들은 그 중간값을 중심으로 몰리고, 따라서 실력에 따라 줄 세운 선수들 또한 대부분이 중간값 근처에 밀집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선수들을 평가할 때도 50점을 중간값으로 잡고 표준편차를 이용해 선수들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평균적인 선수에 비해 압도적인 능력을 보이는 특급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다.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다음의 정규분포 곡선을 살펴보자.

 

2080table

 

이 정규분포 곡선에서, 전체 자료의 68%는 평균(μ)을 기준으로 표준편차(σ)만큼을 더하고 뺀 영역에 포함되어 있다(μ+σ, μ-σ). 여기에서 양쪽으로 표준편차만큼 한 칸씩을 더 넓히면 전체 자료의 95%가 포함되며(μ+2σ, μ-2σ), 이를 세 칸까지 넓힐 경우 99.7%라는 대부분의 표본을 포괄하게 된다(μ+3σ, μ-3σ). 즉, 표준편차와 정규분포에 의거해서 선수들의 등급을 나누기 위해서는 6단계의 등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 0점과 100점 사이를 16.7점 단위로 6등급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20점과 80점 사이를 10점 단위로 나누는 편이 보는 이에게 훨씬 높은 가독성을 제공할 수 있다.

 

세부 항목에서의 20-80 스케일

 

그렇다면 20부터 80까지의 수치가 지닌 각각의 의미는 무엇일까? 20-80 스케일의 평가는 항목별로 5점, 혹은 10점의 간격을 두고 이루어진다. 먼저 최고점인 80점의 경우, 그 시대를 대표할만한 탁월함을 일컫는다. 예컨대 160km/h를 예사로 기록하는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의 패스트볼, 빌리 해밀턴(신시네티 레즈)의 폭발적인 주루 능력,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의 수비력,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 말린스)의 파워와 같은 것들이 80점의 대상이 된다. 70점의 경우에는 다른 말로 “플러스-플러스 등급”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호세 바티스타(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파워, 저스틴 벌랜더(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패스트볼이나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의 체인지업처럼 최고에 버금가는 수준의 능력들이 여기에 속한다.

60점은 “플러스 등급”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입지를 다진 A급 선수들의 주된 무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브랜던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수비, 마이크 리크(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컨트롤, 데뷔 시즌 류현진(LA다저스)의 체인지업 등이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플러스 등급”의 구질로 평가 받았다. 55점의 경우에는 다른 말로 “평균 이상(above-average)”이라고도 불리는 등급이다. 이 정도의 툴을 한두 가지 이상 지니고 있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기에 크게 모자람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대표적인 “평균 이상”의 툴로는 덱스터 파울러(시카고 컵스)의 컨택트 능력, 소니 그레이(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패스트볼 등을 꼽아볼 수 있다.

50점은 “평균” 수준의 항목이다. 제이슨 하멜(시카고 컵스)의 패스트볼, 닐 워커(뉴욕 메츠)의 파워,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러츠)의 주루 등이 이에 해당된다. 45점은 “평균 이하(below-average)”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브렛 앤더슨(LA 다저스)의 패스트볼, 닉 카스테야노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수비 등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부족한 능력치를 지칭한다. 남은 40점 이하의 항목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가진 약점 혹은 메이저리그보다는 마이너리그에 가까운 수준의 툴을 가리킨다. 다니엘 머피(워싱턴 내셔널스)의 수비가 40점, 엘비스 앤드러스(텍사스 레인저스)의 파워가 30점, RA 디키(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패스트볼이 20점으로 평가 받았다. 국내에 잠시 들어왔다가 퇴출되었던 전 LG 트윈스 선수 스캇 코프랜드의 패스트볼이 스카우팅 리포트 상에서 35~40점 정도로 평가 받았다.

 

종합적 평가에서의 20-80 스케일

20-80 스케일은 선수의 종합적인 능력을 나타내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된다. 각 선수에게 점수를 매겨 ‘이 선수가 어느 정도 수준의 선수임’을 숫자를 통해 직관적으로 제시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가장 공신력 있는 선수 평가 사이트인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16년판 자체 간행물에서 각 점수의 의미를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75-80 : 프랜차이즈 스타. 1선발 투수. / 클레이튼 커쇼, 버스터 포지, 마이크 트라웃

65-70 : 항구적인 올스타. 2선발 투수. / 제이슨 헤이워드, 애드리언 곤잘레스, 존 레스터

60 : 때때로 선정되는 올스타. 2~3선발 투수. 최고의 마무리 투수 / 조던 짐머맨, 아담 존스, 웨이드 데이비스

55 : 상위권 팀의 주전 선수. 3~4선발 투수. 우수한 마무리 투수 / 지오 곤잘레스, 토드 프레이저, 크레익 킴브렐

50 : 평균적인 주전 선수. 4선발. 최상급 셋업맨 / 마이크 리크, 루카스 두다, 코지 우에하라

45 : 하위권팀 주전 선수 혹은 플래툰 요원. 5선발 투수. 승리조 불펜 / 루이스 발부에나, 루크 호체바

40 : 벤치의 선수들. 스윙맨. 좌타자 스페셜리스트 / 파울로 올랜도, 마이크 던

위의 정리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그 기준은 일반적인 팬들의 인식에 비해 상당히 박한 편이다. 예컨대, 75점 이상의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커쇼와 트라웃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이거나 포지처럼 본인의 포지션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선수여야 한다. 65점 이상을 받기 위해서도 FA 시장을 뒤흔들었던 제이슨 헤이워드나 존 레스터 정도의 활약이 필요하다. 7년간 1400억을 수령하는 추신수의 전성기 시즌이 스카우팅 보고서 상에서 60점 정도로 평가 받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불펜 투수의 경우에는‘선발투수로 활약하기에 무리가 있어 불펜으로 내려온 투수’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평가가 한층 더 박하다. 2014, 2015시즌을 통틀어 0점대의 평균자책점과 12개를 넘어가는 9이닝당 탈삼진을 기록했던 최고의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조차 20-80 스케일에서는 60점짜리 선수에 머무르고 있다.

 

20-80 스케일의 활용법

이처럼 20-80 스케일은 통계학의 힘을 빌어 선수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안된 지표이다. 마치 게임처럼 나열된 숫자를 통해서 선수의 능력치를 짐작하고, 더 나아가 다른 선수와 효과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셈이니, 팬들에게도 보다 흥미롭게 메이저리그를 감상하게 해주는 좋은 기폭제가 될 것이다. 마침 이를 활용해볼 수 있는 적당한 사례가 있어 소개해볼까 한다.

9월에 접어들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확장 로스터를 활용하고 있다. 최대 40인까지 늘어난 로스터의 빈자리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들이 앞다투어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이렇게 이번 확장 로스터를 통해 첫선을 보이는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는 단연 요안 몬카다(보스턴 레드삭스)일 것이다. 해서, 이 자리를 빌려 이번 시즌 중반 발표된 몬카다의 미래에 대한 스카우팅 등급을 잠시 소개해보려 한다.

# 요안 몬카다(95년생) 컨택트: 60 | 파워: 55 | 주루: 65 | 어깨: 60 | 수비: 50 | 총합: 65

몬카다는 탁월한 주루 능력에 플러스 급의 컨택트 능력과 어깨를 자랑하는 선수로 자라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거기에 평균을 상회하는 파워와 평범한 수준의 수비가 더해질 것이다. 이러한 툴들을 갖춘 몬카다의 미래 가치는 65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앞서의 분류표에 의하면 올스타에 단골로 출전하는 리그 대표급 선수들이 속해 있는 등급이다. MVP를 수상하기도 했던 전성기 시절 지미 롤린스(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연상된다.

우리는 이렇게 20-80 스케일의 스카우팅 등급을 통해 몬카다가 어떤 구체적인 강점과 약점을 지닌 선수인지를, 또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인지를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경기에서 활약하는 영상도,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기록도 얼마 존재하지 않는 유망주급의 선수들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어 이러한 점수의 존재는 상당한 보탬이 된다. 20-80 스케일이라는 또 하나의 수치와 함께 더 즐겁게 메이저리그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록 출처 : 베이스볼 아메리카, 팬그래프, mlb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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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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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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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야구공작소 윤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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