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예상 성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83승 79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78승 83패)
[야구공작소 이희원] 2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긴 암흑기를 끝내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가을 야구에 진출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만약 올해까지 4년 연속 진출했다면 구단 역사상 최초 기록이었지만 올해는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 역대 피츠버그 구단 연속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기록
1970~1972, NLCS / 월드시리즈 우승(V4) / NLCS
1990~1992, 3년 연속 NLCS 진출
2013~2015, NLDS / NLWC / NLWC
올해 피츠버그 부진의 원인은 2015년과 2016년의 투타 지표를 비교해 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팀 타격 주요 기록이다.
타격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기록에서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홈런이 적지만 상대적으로 타율이 높고 도루가 많은 전형적인 쌕쌕이 팀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투수 주요 기록에서는 올 시즌 부진의 이유가 여과 없이 나타난다.
타자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치고 달린 반면 투수들의 기록은 2015년에 비해 크게 나빠졌다. 팀 평균자책점이 1점 가량 높아졌다. 탈삼진은 줄었고, 사사구는 늘었다. 특히 지난해 리그에서 가장 훌륭하게 홈런을 억제했던 피츠버그의 마운드는 9이닝당 약 0.5개의 홈런을 더 허용하며 평범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선발진의 붕괴가 치명적이었다. 2015년 해적단 선발투수들은 967.1이닝동안 무려 67승을 합작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일곱 번째로 많은 이닝을 끌어준 팀이자 세 번째로 많은 승수를 기록한 팀이었다. 선발투수 합산 WAR 역시 16.9로 전체 6위에 해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 피츠버그 선발진은 865.2이닝동안 50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지난해와 정반대로 이닝은 뒤에서 세 번째였고, WAR은 뒤에서 7위였다.
불펜도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 2015년 불펜진의 WAR은 4.7(MLB 전체 7위, NL 2위)로 무척 높았지만 2016년에는 1.2(MLB 전체 25위, NL 11위)로 반의 반 토막이 나버리고 만다. 지난해와 불펜진 구성에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앞에서 무너지는 선발을 감당하며 점차 부하가 가중된 탓이었다. FA를 반 년 앞두고 시즌 중 워싱턴으로 트레이드된 마무리 마크 멜란슨의 자리를 셋업맨 토니 왓슨으로 커버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2015 시즌 후 무슨 일이… (2015 → 2016 기록 비교)
게릿 콜
208이닝 19승 8패 2.60 -> 116이닝 7승 10패 3.88 (부상으로 시즌 조기 마감)
프란시스코 리리아노
186.2이닝 12승 7패 3.38 -> 113.2이닝 6승 11패 5.46 (시즌 중 토론토로 트레이드)
A. J. 버넷
164이닝 9승 7패3.18 -> 2015 시즌 후 은퇴
제프 로크
168.1이닝 8승 11패 4.49 -> 127.1이닝 9승 8패 5.44
마크 멜란슨
3승 2패 51세이브(2 블론) 2.23 -> 1승 1패 30세이브(3 블론) 1.51 (시즌 중 워싱턴으로 트레이드)
토니 왓슨
4승 1패 41홀드(2블론) 1.91 -> 2승 5패 15세이브 23홀드(5블론) 3.06 (멜란슨 이적 이후 마무리)
MVP : 스탈링 마르테
올 시즌 해적선의 MVP를 골라내는 일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과 흡사했다. 이 선수가 사막 속 오아시스만큼 반짝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파이어리츠의 전반적인 로스터가 척박한 탓이었다. 올 시즌 마르테의 WAR은 4.0으로 분명 준수했지만,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 그레고리 폴랑코와 게릿 콜의 2.5였을 정도로 피츠버그에는 ‘준수한’ 활약을 펼친 선수조차 드물었다.
마르테 개인에게는 타율/출루율/장타율을 일컫는 슬래시 라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비율 스탯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시즌이었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팀을 리드했고, 투수까지 포함한 WAR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 데뷔 5년 만에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을 수 있었다.
물론 마르테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등과 발목의 소소한 부상들로 인해 최근 4년간 가장 적은 타석(529타석)만을 소화한 탓에 누적 기록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7년을 건강하게 맞이해 올해 주춤했던 장타를 다시 가동한다면 충분히 리그 MVP급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아쉽게 팀 MVP 후보에 도달했던 선수들도 있었다. 2015시즌 종료 후 열린 피츠버그 팬 페스트에서 “이제 풀 시즌의 느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던 그레고리 폴랑코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전반기 동안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후반기 기록이 아쉬웠다. 후반기 부진이 무릎과 어깨 부상 때문임을 감안한다면 부상을 씻고 돌아오는 내년에는 다시 중심타선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폴랑코가 부진했던 후반기의 중심타선은 두 번째 주인공KING KANG이 확실하게 메꿨다. 지난해 막바지에 끔찍한 부상을 당해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시즌 대부분을 4번과 5번 타순에서 출전하며 팀에 부족한 장타력을 책임졌다. 올 시즌 기록한 ISO(순수장타율) 0.258은 단 한 번이라도 타석에 들어선 모든 피츠버그 타자들 중 가장 높은 값이었다.
이외에도 후반기 대단한 활약을 보인 유틸리티 플레이어 션 로드리게스, 양키스와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발 투수 이반 노바, 예상보다 일찍 메이저리그로 콜업되어100이닝 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제임슨 타이욘 등은 해적선이 완전히 난파되지 않도록 한 버팀목이었다.
LVP: 앤드류 매커친
2016 시즌 피츠버그 팬들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지난해 사이 좋게 5점대 fWAR 로(5.4 / 5.8) 전력의 기둥이 되었던 프랜차이즈 투타 에이스 게릿 콜과 앤드류 매커친의 동반 부진이었다. 특히 해적단의 심장과도 같은 매커친의 갑작스러운 추락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 앤드류 매커친 성적 변화
2011 ~ 2015
5년 연속 올스타 선정, MVP 1회, 골드 글러브 1회, 4년 연속 실버 슬러거 수상
0.302 / 0.396 / 0.509, 25홈런 – 20도루, 90타점 – 94득점
2016
0.256 / 0.336 / 0.430, 24홈런 – 6도루, 79타점 – 81득점
공을 잘 골라낼 줄 아는 선구안과 크지 않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력으로 대표되었던 매커친이었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이전보다 존 바깥의 공에 더 자주 손을 댔고, 컨택 성공률은 나빠졌다. O-swing%(존 바깥 공에 배트를 휘두른 비율)는 2010~2015년 자신의 평균보다 약 2.5%P 증가한 반면 O-contact%(o-swing시 컨택 성공률)는 약 1.7%P 하락했다. 좋지 못한 코스의 공에 자꾸 손이 나가다 보니 볼넷은 줄고, 삼진은 늘고, 타구의 질까지 나빠지며 전반적으로 나빠진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와르르 무너져버린 맥선장
BB%: 10.2%(커리어 최저)
K%: 21.2%(커리어 첫 20% 돌파)
Soft%(약하게 컨택된 타구의 비율): 19.7%(커리어 최고)
Hard%(강하게 컨택된 타구의 비율): 35.8%(최근 5년 중 최저)
내야 뜬공 타구%: 12.6%(커리어 최고)
지난 10일, FOX 스포츠의 켄 로젠탈이 올 여름 피츠버그 구단이 워싱턴과 매커친의 트레이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밝혔다. 파이어리츠가 무척이나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구단임에는 틀림없지만 매커친이 팀, 그리고 팬들에게 가지는 상징성은 금액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매커친의 트레이드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팀이 그의 부진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겼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그의 반등을 바라는 팬들의 간절함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투수진에서는 에이스 게릿 콜을 비롯해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와 제프 로크까지 1-2-3 선발의 동반 부진이 뼈아팠다. 특히 지난해 19승 8패, 2.6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콜은 잔뜩 높아진 기대감만큼이나 커져 버린 실망감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어깨, 팔꿈치 등의 잦은 부상이 큰 원인이었다. 그 외에 탬파베이로부터 4백만 달러를 주고 데려온 1루수 존 제이소, 견실함이 떨어진 유격수 조디 머서 등도 아쉬움을 남겼다.
The Moment : 어린이 해적선 승선식
피츠버그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이 고무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외부로부터의 대형 선수 수혈 없이 이를 이뤄냈다는 점이었다. 화려한 선수들을 데려오고 그 대가로 팜의 유망주들을 유출하는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시즌 전 피츠버그의 유망주 팜은 리그 최상위권은 아니어도 비교적 준수한 편이었다. MLB닷컴에서 2015 시즌 종료 후 발표한 유망주 랭킹 100에는 전체 7위인 제임슨 타이욘을 비롯해 피츠버그 선수가 4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지만 작년 더블A에서 152.2이닝 11승 5패 2.48의 좋은 성적을 거둔 우완 투수 채드 쿨(2015 피츠버그 유망주 투수 랭킹 6위) 등이 2016년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부상과 부진으로 많은 선수들이 빠져 나간 선발진은 팀에게는 악재였지만 이들에게는 호재였다. 선발진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다소 이른 6월부터 투수 유망주들이 콜업되기 시작했고, 7월 초에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루수 유망주 랭킹 1위인 조쉬 벨이 25인 로스터에 등록되었다.
어린이들의 해적단 승선식 (*한국 시각)
6월 6일: 스티븐 브럴트(24) 콜업. 33.1이닝
6월 8일: 제임슨 타이욘(24) 콜업. 104이닝
6월 26일: 채드 쿨(24) 콜업. 70.2이닝
7월 7일: 타일러 글래스노(23) 콜업. 23.1이닝
7월 9일: 조쉬 벨(24) 콜업. 152타석
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글래스노, 타이욘 그리고 조쉬 벨이 빅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피츠버그의 2016년은 내년, 그리고 그 이후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내년에는 MLB닷컴 기준 전체 외야수 유망주 중 2위에 랭크 되어있는 오스틴 메도우를 비롯, 유격수 케빈 뉴먼, 포수 엘리아스 디아즈 등의 어린이 해적단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마무리
투타의 기둥이었던 두 에이스가 나란히 부진했고,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온전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과 9~10월을 제외한 나머지 월간 승률은 모두 5할을 넘겼다. 특히 전반기 0.517의 승률로 선전하며 시즌 중후반까지 와일드카드에 대한 꿈을 이어 나간 피츠버그였다.
2017 시즌을 앞둔 피츠버그의 전력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FA자격을 갖고 있는 선발 투수 이반 노바, 유틸리티 플레이어 션 로드리게스 정도이다. 반면 상승 요인은 많다. 이미 바닥을 찍은 에이스, 부상에서 회복을 앞두고 있는 주전 선수들, 한국에서의 장타력을 완벽히 회복한 강정호, ‘큰 물’의 맛을 본 유망주들까지. 지구 내에 컵스라는 막강한 팀이 버티고 있지만 ‘가을 좀비’ 카디널스의 전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점도 피츠버그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2017 시즌, 해적선이 다시 닻을 올린다.
기록 출처: 팬그래프, 베이스볼 레퍼런스, MLB.com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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