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5시즌 리뷰] 두산 베어스 – 지난(至難)한 한 해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홍기민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61승 77패 6무 (최종 9위)

 

읍참마속(泣斬馬謖)

2024시즌 두산 베어스는 제자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정규시즌 승률은 2023년과 같았고, 가을 야구 역시 짧았다. 특히 KBO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5위에게 무득점 업셋을 당하며 굴욕을 면치 못했다.

2025시즌 전 외부 FA 영입은 없었다. 내부 FA였던 허경민, 김강률은 이적을 택했고 베테랑 김재호는 은퇴를 선언했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트레이드로 정절원과 전민재를 보내고 김민석과 추재현, 최우인을 영입했다. 부족한 외야 타격 생산력을 보강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젊은 야수들이 내부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내길 기대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를 전면 교체했다. 무엇보다도 외인 투수 도합 13승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그쳤던 부진을 바로잡아야 했다. 그 해답으로 콜 어빈과 잭 로그를 선택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통산 593이닝 28승을 기록한 어빈의 영입 소식은 달라질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2025시즌 첫 시리즈부터 SSG 랜더스에 스윕을 허용했다. 불길한 먹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개막 후 5월까지 월간 승률 5할 미만을 기록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6월 1일 약 3년 만에 고척에서 루징 시리즈를 기록했고 다음 날 이승엽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이후 두산은 6월 3일부터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이어갔다. 조 감독 대행은 부임 이후 베테랑도 가차 없이 2군행을 통보하며 침체한 분위기 쇄신을 도모했다.

선수들이 이에 응답하듯 7월 승률 0.556(10승 2무 8패)을 기록하며 반등의 발판을 만들었다. 8월엔 시즌 최다 연승인 7연승도 기록했다. 이때 3위부터 9위까지 승차가 5.5게임 차에 불과했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5월 초 9위를 기록한 이후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3년 만에 다시 9위를 기록했다. 두산이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였다.

 

또다시 무너진 선발 투수진

올해 두산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성적만 받쳐준다면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시즌 15승을 기록한 다승왕 곽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곽빈은 개막 전 내복사근 부분 손상 진단을 받으며 6월에서야 시즌 첫 등판을 개시했다. 콜 어빈, 잭 로그, 최원준, 최승용, 김유성 5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압도적인 피칭을 기대했던 콜 어빈과 잭 로그 원투펀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BB 1.62를 기록하며 1선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구(死球) 18개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등판마다 제구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 7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단 1경기였다. 빅리그 출신 에이스에게 기대한 성적은 아니었다.

sWAR 5.27을 기록한 잭 로그는 팀에 유일한 선발 10승을 챙기며 선발진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잭 로그 역시 사구(死球) 17개로 2위였다. 그리고 80구가 넘는 시점부터 구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잭 로그도 투수진 전체의 짐을 덜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즌 전 곽빈이라는 토종 에이스에 외국인 원투펀치를 더한 선발진은 분명 상위권을 노릴만한 구성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즌 시작부터 악재가 겹쳤고 끝내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결국 2025시즌 두산 선발진은 2022년(38승) 이후 또다시 선발승 40승을 넘기지 못하며 아쉬운 결말을 맞이했다.

< 2025시즌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 주요 스탯 >

 

붕괴한 불펜진, 분전한 두 투수

과부하 탓일까. 팀의 방파제였던 2024시즌 불펜진은 이듬해 무너지고 말았다. 블론 세이브와 홀드를 합쳐 34개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리드 수성률은 74.2%로 리그 9위를 그쳤다.

퀵후크, 멀티이닝 등 불펜 운용에 대한 비판 속에서 이승엽 감독은 3년 차에 다름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작년과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었다. 물론 개막 직전 홍건희의 팔꿈치 내측인대 부상 최지강의 복귀 지연, 이병헌의 장염 말소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4월 9일 한화전부터 4월 12일 LG전까지 기록한 김호준의 4연투엔 잡음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프런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4월 17일 고효준을 육성 선수 신분으로 품었다. 좌완 뎁스 강화와 다소 젊은 불펜진의 구심점을 도모한 선택이었다. 주로 좌타자 상대로 등판하며 9홀드, 3블론세이브를 남겼다. 1983년생 투수에게 이보다 더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었다.

물론 수확도 있었다. 박신지는 54경기 60이닝을 책임지며 ERA 2.85를 기록했다. 진짜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하며 수정한 투구폼이 빛을 발한 한 해였다. 그 선택의 결과로 6월 24일 1,139일 만에 승리라는 결실도 맺을 수 있었다.

박치국은 팀 내 최다인 73경기에 등판해 62.1이닝을 책임졌다. K/9 8.23 BB/9 3.03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오랜 부상과 정체를 지나 다시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여준 한 해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필승조가 흔들리며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 시즌 핵심이었던 이병헌과 최지강, 거기에 김택연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구원 투수 WAR 리그 8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 2025시즌 두산 베어스 구원투수 주요 스탯 >

 

2년 차 징크스?

2025시즌 김택연은 64경기에 등판해 24세이브를 기록하며 ERA 3.53, FIP 3.71, 피OPS 0.596을 기록했다. 블론 세이브는 리그 최다인 9개를 기록하며 72.7%의 수성률을 기록했다.

문제가 주무기 패스트볼이었을까? 수치상 그렇지 않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작년보다 오히려 1.2km/h 상승한 150.5km/h를 기록했다. 부진했던 5월에도 148~151km/h는 꾸준히 유지했다. 패스트볼 피안타율도 0.174로 작년 대비 낮아졌다. 그럼에도 지난해에 비해 4개 더 많은 6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흔들렸던 원인은 밸런스였다. 그는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 확실히 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며 솔직히 밝혔다. 또 순간 쫓기듯 던진 경기들이 있었다며 성찰했다. 그래도 내년에는 무너졌다가 회복하는 구간을 더 짧게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바라봤다. 무너짐을 겪어도 더 빨리 돌아오는 법을 배운 투수는 결국 한 단계 더 성장한다. 올해는 비교적 아쉬웠지만 김택연의 3년 차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지독한 2번 타순의 부진

지난 시즌 내내 두산은 2번 타순 부진에 대해 비판 받아왔다. 작전용 타자를 배치하며 ‘강한 2번 타자’ 전략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2024시즌 2번 타자 희생 번트 시도는 리그 1위에 달했다. 이에 이승엽 전 감독은 2025시즌 개막 때부터 김재환을 2번 타순에 배치했다. 하지만 15경기 동안 2할의 타율, OPS 0.570에 그치며 2번 타자 숙제 해결은 올해도 요원해 보였다.

< 2025시즌 KBO리그 2번 타순 OPS 순위 >

2025시즌 두산의 2번 타순 OPS는 작년에 이어 리그 최하위였다. 2번 타순에 가장 많이 기용된 타자는 케이브(155타석), 오명진(108타석), 이유찬(92타석) 순이였다. 팀의 주 전력인 외인 타자 케이브가 2번 타석에서 OPS 0.678을 기록하는 것에 그쳤다.

6월 6일 김동준이 2번 타자로 출장해 커리어 첫 홈런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6월에만 반짝였을 뿐 자리를 꿰차진 못했다(최종 성적 타율 0.237 OPS 0.616). 올해 두산 2번 타순에 25타석 이상 기용된 타자는 9명. 올해도 2번 타순에 기용할 타자를 찾지 못했다.

 

희망을 보여준 내야 영건들

2025시즌 전 두산 내야에는 세대교체라는 과제가 놓여 있었다. 허경민과 김재호가 각각 이적과 은퇴로 팀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승엽 전 감독은 무한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채 시즌을 시작했다. 그 속에서 오명진, 안재석, 박준순은 타격에서 내년을 기약할 만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명진은 시범경기 타격 1위(27타수 11안타, 0.407)에 오르며 주전 2루수로 낙점받았다. 그러나 막상 개막 후에는 부진했다. 첫 3경기 동안 11타수 무안타 6삼진으로 1루도 밟지 못했다. 시즌 14번째 타석 만에 시즌 첫 번째 안타이자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그 후 잠시 2군에 다녀오며 혈이 뚫렸을까. 4월 27일 롯데 송재영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다. 후반기에 체력 문제로 주춤했지만, 젊은 군필 내야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였다.

안재석은 군 복무 기간 15kg을 증량해 팀에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왜 자신이 드래프트 1차 지명자인지 증명했다. 8월 15일 광복절, 730일 만의 선발 출장 경기에서 KIA 김건국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다. 호쾌한 전역 신고였다. 13일 뒤 삼성을 상대로 또다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팀 내 존재감을 나타냈다. 

비록 35경기 출장에 불과했지만, 두산 팬들이 안재석을 왜 기다려왔는지 증명한 1달 반이었다. KT 위즈 안현민에 이어 군복무 벌크업 신드롬을 일으켰다. 장타율은 0.541로 데뷔 후 처음으로 0.500을 넘겼다. 팀 내 야수 시즌 6위의 WAR 수치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결과였다.

신인 박준순은 2009년 2차 1라운드 7순위 허경민 이후 16년 만에 1라운드에서 지명된 내야수다. 과거 1차 지명까지 포함하면 2021년 1차 지명 안재석 이후 5년 만이었다. 고교 통산 73경기 0.425/0.525 /0.588 OPS 1.113. 기대감을 갖기 충분했다.

시즌 초반 1·2군을 오가며 프로 적응기를 거쳤고 주 포지션인 2루와 3루에서 팀을 도왔다. 최종 성적 OPS 0.686 wRC+ 82.2를 기록했다. BB/K 0.18로 다소 높은 볼넷 대비 삼진과 아쉬운 수비(실책 24개)를 개선한다면, 내년엔 그라운드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 2025시즌 오명진, 박준순, 안재석 타격 성적 >

 

다시 한번 허슬두를 외치며

두산은 올해 14년 만에 시즌 도중 감독과 이별했다. 이후 조성환 감독대행도 대격변을 일으키진 못했다. 10월 20일 두산은 김원형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는 두산과 2019년부터 2년간 1군 투수코치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2022시즌 SSG 랜더스 감독으로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뤄낸 경험도 있다.

신임 감독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야수진은 2025시즌 실책 2위 팀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특히 내야진은 실책 89개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다. 타격에서는 양의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sWAR 6.79를 기록하며 타격왕을 차지했지만 시즌 내내 그를 받쳐주는 타자는 없었다. 케이브와 결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두산은 보다 임팩트 있는 새로운 외인 타자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붕괴된 투수진을 되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외인 투수진 구성도 해가 지나기 전에 마쳤다. 우선 잭 로그와 2026시즌에도 함께 한다. 또 2020시즌 활약한 크리스 플렉센이 다시 베어스 유니폼을 입는다. 마지막으로 타무라 이치로를 아시아 쿼터제로 영입하며 필승조로 점찍었다. 여기에 곽빈을 필두로 한 국내 선발진의 약진도 이뤄야 한다. 불펜에서는 부진했던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을 다시 살려야 한다.

두산은 FA 시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구단 역사 최다 홈런을 기록한 김재환과 베테랑 불펜 투수 홍건희는 떠나보냈지만 외부 FA에서 박찬호를 영입하며 내야의 중심을 먼저 세웠다. 조수행, 최원준, 이영하를 잇달아 붙잡으며 팀 내 뼈대를 지켜냈다. 내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망의 연속이었던 최근 시즌들. 위기일 때마다 구단은 허슬두 정신을 외치며 반등을 다짐했다. 그러나 베어스 팬들은 결과 없는 외침이 반복되는 풍경에 지쳐있다. 2026시즌, 곰 군단은 무뎌진 발톱을 다시 세워야 한다.

 

참고 = STATIZ, KBO

야구공작소 김용환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지영,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홍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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