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성윤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4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74승 68패 2무 (최종 4위)
제자리
이승엽 감독 체제 1년 차인 2023시즌은 성공과 실패가 공존했다. 전력 보강은 양의지뿐이었지만 9위 팀을 5위로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반면 선수 기용과 투수 교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절치부심하며 빠르게 2024시즌을 준비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김기연을 영입하며 양의지의 백업 포수를 보강했다. 뒤이어 양석환에게 4+2년 78억 원의 계약을 안겨주며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2023시즌 선발진에서 안정감을 보여준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의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헨리 라모스를 영입하며 외국인 선수 계약도 완료했다. 마지막으로 홍건희와 2+2년 최대 24억 5천만 원에 계약하며 시즌 준비를 마쳤다. 스토브리그에서 외국인 투수, 내부 FA를 모두 잔류시키며 큰 전력 유출 없이 무난하게 2024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최종 성적은 작년과 똑같이 74승 2무 68패, 4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업셋을 당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5년 와일드카드 시리즈 도입 후 처음으로 4위 팀이 5위 팀에게 시리즈를 내줬다. 정규 시즌 KT에 12승 4패로 강한 우세를 보였지만,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는 한 점도 내지 못했기에 더욱 쓰라렸다.
지난 시즌과 승률과 시즌 결과까지 똑같았지만, 올해는 유달리 후폭풍이 거셌다. 두산이 보여줬던 몇 가지 전략은 팀이 각종 인터넷 밈(Meme)이 되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
아쉬웠던 전략도 있었지만, 일부 전략은 팀의 상황 때문에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2024시즌 두산 베어스가 보여줬던 전략들의 아쉬웠던 점을 알아보고, 그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도록 하자.
아쉬웠던 점 : 2번 타순
현대 야구는 1번 타순에 출루 능력이 높은 타자, 2번 타순에 득점 생산력이 높은 타자를 전진 배치한다. 이는 ‘강한 2번 타자’ 전략이라고도 불린다. 출루 능력이 우수한 타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강타자가 득점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고안됐다.
올해 두산의 타순은 현대 야구의 타순 구성보다는 다소 동떨어졌다. 아래 표에서 2024시즌 두산의 2번 타순의 OPS는 리그 최하위임을 볼 수 있다. 2번 타순에 가장 많이 기용된 타자는 허경민(349타석)이었다. 그 뒤를 이어 이유찬(69타석), 정수빈(46타석) 순이다.
< 2024시즌 KBO리그 2번 타순 OPS 순위 >
두산은 2024시즌 작전 위주의 야구를 구사했다. 예시로 팀 도루 1위(184개), 2번 타순에서의 희생 번트 횟수(12회)가 있다. 이승엽 감독은 인터뷰에서 2번 타순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김재호를 2번에 넣은 것은 작전을 잘하고 스스로 플레이하는 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김재호가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선취점이 중요하니까 선취점에 집중하겠다.(링크)”
즉, 2번 타순은 공격보다는 작전을 중심으로 활용하는 타순임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포스트시즌을 염두에 둔 인터뷰고, 2번 타순에 강승호, 헨리 라모스, 제러드 영 등 장타 위주의 타자들을 투입한 전적도 있다. 하지만 세 선수의 타석을 합쳐도 100타석이 채 되지 않는다.
시즌이 끝난 후 허경민은 KT로 이적했다. 이제 새로운 2번 타자를 찾아야 한다. 기존의 작전 야구를 위해 이유찬과 같이 발 빠른 타자를 기용할지, 현대 야구의 흐름을 따라 강승호처럼 장타력이 있는 타자가 투입될지는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오해 : 불펜 투수 기용
2024시즌 두산의 불펜 투수 운용은 투수 + 주방 특선 요리를 가리키는 일식 용어를 합친 신조어로 많이 불렸다. 일각에서는 과도하게 이닝을 쪼개면서 불펜 투수들의 등판 횟수가 많아져 이들의 피로도를 누적시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는 팀의 승리를 위해 택한 전략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두산의 선발 투수들은 곽빈을 제외하면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이닝 소화가 어려웠다.
< 2024시즌 두산 베어스 선발 투수 지표, 괄호 안은 2024시즌 순위 >
알칸타라는 부상 전까지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부상 복귀 후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7월에 팀을 떠났다. 등판할 때마다 준수한 피칭을 보여줬던 브랜든은 6월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복귀하지 못했다.
알칸타라의 빈자리를 채운 조던 발라조빅은 빠른 포심 패스트볼 구속을 바탕으로 높은 탈삼진 능력을 갖췄다. 그러나 불펜 투수였던 이력과 좋지 않은 제구력으로 인해 이닝 소화력이 낮다는 단점도 있었다. 브랜든의 대체 선수로 영입된 시라카와 케이쇼는 잠실의 많은 관중으로 인한 부담 탓에 만족스러운 성적은 보여주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꿈치 부상으로 9월 초에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 선발진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해준 김동주와 최승용은 부진과 부상으로 제대로 된 활약을 해주지 못했다. 최원준도 지난 시즌의 부진이 올 시즌에도 이어지며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2024시즌 두산에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곽빈, 최원준 단 2명이었다(곽빈 167.2이닝, 최원준 110이닝).
선발진이 소화하지 못한 이닝은 불펜 투수들의 몫이었다.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었겠지만 도리어 잘 버텨주고 기대 이상의 활약까지 선보였다. 불펜까지 버텨주지 못했다면 두산의 성적표는 4위는 고사하고 더 낮은 순위를 받을 수 있었다.
< 2024시즌 두산 베어스 불펜 투수 지표, 괄호 안은 2024시즌 순위 >
불펜 투수들은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77경기로 구원 등판 1위인 이병헌과 65경기에 등판한 홍건희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이영하·최지강·김강률·박치국이 50경기 이상 등판했다. 등판 횟수는 많았지만, 이들의 이닝은 잘 관리됐다. 구원 등판으로 7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필승조 투수들을 높은 점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등판시켰기 때문에 기용 방식에서 의문을 품는 팬들도 있었다. 토미 존 수술 이력이 있는 이병헌, 고교 때부터 투구 수가 많았던 김택연과 같이 관리가 필요한 투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024시즌 두산의 불펜 야구는 성공했다. 4위를 기록하는 데 있어 불펜이 크게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선발 투수진이 안정화된다면 불펜의 부담은 줄어들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대체자 찾기
두산은 2군 시설을 KBO 모든 팀 중 가장 빠르게 도입했다.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김재호, 양의지 등 많은 선수가 기량을 쌓아 올리면서 팀의 핵심이 됐다. 이제는 이들이 나이가 들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대체자 선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김재호의 은퇴와 허경민의 이적으로 현재 3유간은 무주공산이 됐다. 차기 시즌에는 이유찬과 박준영 등 기존 백업선수들을 비롯해 여동건 등 젊은 선수들의 경쟁이 전망된다.
양의지도 포수 소화 이닝이 줄어들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김기연과 대부분 마스크를 나눠 썼다. 김기연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포수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외야는 제이크 케이브와 정수빈, 조수행이 있다. 조수행은 2024시즌 60도루를 기록하며 도루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타격 생산력에 있어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부족한 외야수 뎁스를 보강하기 위해 시즌 후 롯데와의 트레이드로 정철원과 전민재를 보내고 추재현, 김민석, 최우인을 영입했다. 앞으로 영입된 선수들과 김대한, 김인태 등 기존 선수들의 경쟁 구도가 열렸음을 볼 수 있다.
2025, 계속 달릴 수 있을까?
시즌 시작 전 두산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오재원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그의 수면제 대리 처방에 두산 선수 8명이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리 처방에 연루된 선수들은 1군에서 백업 임무를 수행하며 1군과 퓨처스리그를 오가는 준주전급 선수들이었다.
이 사건은 팀 전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연루된 8명의 선수는 5월 이후 KBO 리그 경기는 물론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출장하지 못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야수였으며, 이는 팀의 야수 운용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다가오는 2025시즌에는 지난 시즌 출장하지 못한 백업 선수들이 돌아온다. 현재의 타선 전력에 백업 선수들의 가세가 있다면 유지가 가능하다.
외국인 선수의 재구성도 끝났다. 콜 어빈, 잭 로그를 영입하며 투수 구성을 마쳤다. 두산은 로그와의 계약 이전에 토마스 해치를 영입했었다. 하지만 메디컬 테스트 결과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발견했고, 함께 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며 로그를 영입했다. 타자는 케이브를 영입하며 외국인 선수 계약을 마쳤다.
혹사 논란에 휩싸인 김택연은 시즌 후 진행된 메디컬 테스트 결과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제 프로 2년 차가 된 김택연은 올겨울 좌타자를 상대할 체인지업을 연마할 계획을 세웠다. 잠재력이 높은 만큼 차후 선발 투수 전환의 가능성도 있다.
험난한 시즌이었다. 그렇지만 4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이승엽 감독 체제 2년 차는 막을 내렸다. 다가오는 2025시즌은 이승엽 감독의 3년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김재호·허경민·김강률 등 두산을 떠난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김택연·최준호·최승용 등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아직은 달릴 힘이 충분하다. 지난 2시즌 간의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유종의 미를 장식할 수 있을까?
참고 = 스탯티즈
야구공작소 김승곤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지영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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