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즌 성적: 정규시즌 1위(93승 50패 1무), 한국시리즈 우승
10월 29일 NC와의 KS 2차전, 잠실에 들어서는 두산 선수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야구공작소 김지현] “시종일관 2016년을 압도한 두산 베어스, 이제 그 이름에 왕조를 허락합니다.” 정우영 캐스터의 우승콜과 함께 2016 한국시리즈도 막을 내렸다. 시즌 전 미디어데이 때 올해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태형 감독은 “작년 우승팀의 목표가 우승 말고 또 무엇이 있겠냐.”며 우승이란 목표를 당당히 밝혔고, 끝내 그 약속을 지켰다.
두산의 2016 시즌은 그야말로 판타스틱4가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선발진이 70번의 선발승을 합작하면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의 세 부문을 모두 싹쓸이했다. 다른 팀이라면 1선발도 가능할 4명의 투수들이 큰 부상 없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면서 상대 타자들을 숨막히게 했다.
타자들도 힘을 냈다. 한국시리즈에서 거의 고정된 타순을 유지했던 리드오프 박건우-오재원과 클린업트리오 민병헌-김재환-에반스, 하위타선을 지켰던 오재일-양의지-허경민-김재호까지. 아홉 명의 타자 중 3할타자만 무려 7명으로, 상대 투수는 쉬어 갈 곳이 없었다. 두산 타선의 평균 타율은 0.298, 홈런은 183개로 모두 리그 1위였다. 시즌 856타점을 합작하면서 작년 넥센이 세운 단일 시즌 팀 최다 타점(855타점)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두산의 마지막 정규시즌 우승은 1995년으로, 늘 가을 반등만을 노린 탓에 ‘미라클 두산’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역대 단일 최다승인 93승으로 정규 시즌을 마쳤고 한국시리즈에서도 4연승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곰들에게 ‘미라클’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실력’으로 얻은 우승이었다.
좋았던 선수 : 김재환 – 박건우 – 오재일
홈런타자 김재환의 아름다운 스윙 (사진 제공 :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4번타자로 ‘김재환’을 내세웠고, 한 시즌 내내 묵묵히 믿어줬다. 그리고 김재환은 37홈런, 타율 0.325, OPS 1.035으로 잠실 홈런 타자의 역사를 새로 썼다. 늘 한 방이 있는 선수로 여겨졌지만 수비가 부족하다는 평과 함께 김현수에 가려져 지난해까지는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김재환은 김태형 감독의 믿음에 완전히 부응했고, 김현수의 빈자리는 채워지다 못해 넘쳤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여러 차례 호수비까지 펼치며 수비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줬다.
박건우는 타율 0.335, OPS 0.940, 20홈런과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며 지난해 성적이 거품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김재환과 박건우 모두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웠지만 외야 골든글러브를 두고 경쟁할 만큼 짜릿한 성적을 보여줬다.
박건우와 김재환이 혜성처럼 등장해 외야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 주었다면 내야에서는 오재일이 빛났다. 0.316의 타율과 1.003의 OPS, 2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거포 타선의 한 축을 차지했다. 여기에 에반스, 양의지까지 20홈런을 넘기면서 두산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는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홈런 타자를 다섯 명이나 배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 KBO리그에서 단 4번밖에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MVP : 외국인 선수
올해 두산의 외국인 선수들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강력한 MVP후보인 니퍼트는 22승을 기록하며 종전 리오스가 가지고 있던 단일시즌 외인 최다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20승을 기록한 날의 인터뷰에서 니퍼트는 눈물을 보이며 두산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두산의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는 두산 팬들에게 올해도 역시 은혜로운 ‘니느님’이었다.
보우덴 역시 놀라운 구위를 자랑하며 3.80의 평균자책점과 1.18의 WHIP로 18승을 챙겼다. 탈삼진은 160개로 총 탈삼진과 9이닝당 탈삼진에서 모두 리그 1위에 올랐다.(K/9 8.0) 특유의 배짱과 실력이 어우러진 결과 6월 30일에는 NC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에반스는 0.308의 타율에 24홈런을 때려내며 메말랐던 두산 외인 타자 농사에 한 줄기 희망이 되었다. 시즌 초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때문인지 1할대 타율로 부진했지만 퓨처스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돌아온 후에는 보란 듯이 홈런을 쳐내며 강타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에반스의 wRC+는 150.6로 외국인 타자들 중 테임즈에 이은 2위이다.
2015년 두산은 외국인 선수들의 도움을 거의 얻지 못해 정규 시즌 3위에 머물렀지만(WAR합계 1.03), 2016년 탄탄한 외국인 선수 세 명을 등에 업은 두산(WAR합계 14.31)은 완벽한 1등을 이뤄냈다.
두산 외국인 선수의 2015-2016 성적 비교
아쉬웠던 선수 : 정수빈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는 정수빈, 마음은 이미 훈련소로 떠난 것 같다(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데뷔 이래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매 시즌 주전 자리를 확고히 지킨 정수빈에게 2016년은 최악의 해였다. 김현수가 빠진 외야에는 김재환-박건우-민병헌이 들어섰다. 제 아무리 수비를 잘한다고 해도 이들 중 한 명을 빼고 타격이 전혀 안 되는 정수빈을 넣기는 어려웠다. 대주자로도 정수빈 대신 빠른 발을 가진 류지혁이나 조수행이 주로 기용되었고 외야 대타 자원으로는 강력한 한방을 가진 국해성이 있었다. 하루 아침에 한국시리즈 MVP에서 백업의 백업이 되어버린 정수빈은 타율 0.242, WAR 0.05를 기록하며 규정 타석도 채우지 못한 채 아쉬운 시즌을 마무리했다.
LVP : 불펜진
안정적인 선발진에 비해 불펜이 약하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마무리 이현승은 초반에는 세이브 행진을 이어갔으나 6월 11일 롯데전에서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9월 7일까지 세 달 동안 무려 7번의 블론세이브로 급격히 흔들렸다. 특히 8월 23일 LG전에서의 블론세이브는 두산의 화요일 20연승 신기록을 저지하고 말았다. 연이은 부진과 함께 이현승의 평균자책점은 4.84까지 고공 상승했다.
홀드 1위를 달리던 ‘믿을맨’ 정재훈은 8월 3일 LG전에서 타구에 맞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졌다. 진야곱은 불법 스포츠 베팅을 한 것이 밝혀졌고, 구단에서는 이를 알면서도 계속 기용한 것이 드러나 팀 전체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대한 홍상삼과 이용찬의 때맞춘 복귀 덕분에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이들마저 없었다면 정규시즌 우승도 쉽지 않을 뻔했다.
Key Point! MVP 포수 양의지의 시대
한국시리즈 MVP 확정 후 확실히 기쁜 표정의 양의지(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한 선수를 고르자면 단연 양의지일 것이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과 주루까지 모든 면에서 펄펄 날아다니며 골든글러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우승을 확정 지었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2회초 스튜어트를 상대로 선제 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분위기를 이끌었고, 한국시리즈 동안 16타수 7안타 4타점으로 포수로서는 역대 두번째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NC 타자들이 한국시리즈 내내 단 2타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양의지가 홀로 만들어 낸 4타점은 굉장한 것이었다.
정규 시즌에서도 양의지는 빛났다. 0.319의 타율과 0.569의 장타율, 22개의 홈런으로 공격형 포수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고, 3년 연속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타석당 홈런은 늘리면서(3.9% -> 5.6%) 볼넷/삼진 비율마저 0.61에서 1.37으로 2배 이상 좋아진 것은 놀라운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와 포수 리드에서도 인정받았다. 두산 왕조의 시작과 함께 공격형 포수를 넘어선 ‘감독형 포수’ 양의지의 시대가 그 막을 열었다.
왕조의 조건
내년에도 두산 왕조를 이어나가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두 외국인 투수 니퍼트, 보우덴과의 재계약이다. 좋은 성적은 기본이고 올 시즌 각종 구설수에 휘말렸던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성실함까지 갖추었다. 정규 시즌에서 두산이 거둔 93승 중 40승이 니퍼트와 보우덴의 손에서 나온 만큼 이 두 명은 두산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다음 과제는 내부 FA 단속이다. 올 시즌 두산에서는 김재호, 이원석, 이현승이 FA를 신청했고, 그 중 핵심은 김재호다. 김재호는 주장으로서 2년 연속 본인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경신했다. 0.310의 타율은 유격수 중 가장 높은 것이었고 1000이닝 넘게 수비하는 동안 단 10개의 실책만을 기록해 유격수 전체에서 수비율 1위(0.984)에 올랐다. 대체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산으로서는 꼭 필요한 선수다.
이현승과 이원석은 김재호에 비하면 필수불가결한 선수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현승은 후반기 들어 부쩍 부진했고 3루에는 허경민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렇지만 이현승은 고참으로서 불펜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이고 이원석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그 나름의 가치가 있는 선수다. 무리해 잡을 필요는 없지만 잡을 수 있다면 팀에는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다.
지금까지 KBO리그에는 크게 4개의 왕조가 있었다. 80~90년대의 해태,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의 현대, 2000년대 후반의 SK, 2010년대 초반의 삼성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3번 이상 우승했다.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은 ‘왕조’로 인정받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2번은 해냈다. 2017년 두산은 왕조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
기록 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 야구공작소 2016 KBO리그 시즌 리뷰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더 좋은 컨텐츠로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재밌네요!!
크 ~ 2번 해냈는데 3번이라고 못할쏘냐
크….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