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콜 어빈(Cole Irvin), 두산 베어스
1994년 1월 31일생(만 30세)
선발투수, 좌투좌타, 193㎝ 102㎏
2024시즌(MLB) 볼티모어 오리올스+미네소타 트윈스 29경기(16선발) 6승 6패 111이닝 78K 29BB ERA 5.11
계약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2024시즌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부문은 잔혹했다.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대체 선수들은 기대에 못 미쳤다. 반전을 노리는 두산은 12월도 되기 전 발 빠르게 새로운 투수를 영입했다. 빅리그 통산 28승에 593이닝을 소화한 좌완 콜 어빈이 그 주인공이다.
배경
어빈은 2012년 29라운드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지명됐으나 입단을 포기하고 오리건 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 첫 시즌인 2013년 116이닝 12승 3패 평균자책점 2.48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고, 같은 해 미국 대학 야구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다. 토미 존 수술로 인해 구속 저하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구속 회복과 함께 2016시즌 105이닝을 소화하며 5라운드 지명으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한다.
입단 직후 2017시즌에는 싱글A와 더블A를 통틀어 9승 9패 평균자책점 3.39 151.1이닝을 기록하며 곧바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이후 2018시즌 트리플A에서 풀타임 선발로 161.1이닝을 소화하며 14승 4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인터내셔널 리그 올해의 투수상, 미드시즌-포스트시즌 올스타, 평균자책점 1위를 모두 석권했고 2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트리플A를 초토화한 어빈은 다음 해인 2019년 빅리그에 입성했다. 필리스에선 인상적인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2021시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자신의 빅리그 입지를 다졌다. 오클랜드의 1선발로 자리 잡은 어빈은 두 시즌 간 62경기 359.1이닝 19승 28패 평균자책점 4.10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비록 피안타가 매우 많고(2021시즌 195개로 AL 1위) 승리보다 패가 더 많지만, 약팀인 오클랜드의 사정과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볼 수 있다.
풀타임 선발로서 가치를 보여준 어빈은 2023시즌을 앞두고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트레이드됐다.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지만, 첫 3경기에서 12.2이닝 15실점을 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빈의 볼 배합에는 결정구라고 불릴 만한 공이 없었고 이 때문에 선발 등판 시 같은 타자와의 첫 번째 승부 이후부터 평균자책점, 피안타율, 피OPS가 모두 상승했다. 그래도 이닝 소화능력은 여전했기에 롱릴리프와 대체 선발을 오가며 2시즌 동안 184.2이닝을 소화했다.
< 통산 빅리그 주요 성적 >
이후 미네소타 트윈스를 거쳐 2025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계약하며 KBO 무대에 입성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어빈은 빅리그 평균 이상의 제구를 바탕으로 한 시즌 180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완성형에 가까운 선발투수다. 투구 레퍼토리 역시 다양한데, 평균 구속 149km/h인 포심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던지고 커브,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등 4개의 변화구와 싱커까지 6개의 공을 던질 수 있다.
< 어빈의 2024시즌 구종별 구속 분포 >
어빈은 다양한 구속 차이와 궤적 차이를 가진 변화구로 타자들이 포심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고자 했다. 일례로 커브의 경우 2021시즌에는 3%만 던지다 2022시즌 21%까지 늘렸는데, 선수 본인은 “포심과의 속도 차가 큰 커브(평균 구속 124.4km/h로 포심과 25km/h 정도 차이)를 늘리니, 타자가 포심에 대응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라고 언급했다. 바로 위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 각 변화구가 다양한 구속을 가지며 넓게 분포한다.
< 2024시즌 좌, 우타자 상대별 스탯 비교 >
좌, 우타자 상대 성적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투수가 같은 손 타자와의 승부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어빈의 우타 상대 성적은 좌타 상대 성적보다 눈에 띄게 좋지 않았다. 피안타율과 피OPS가 높고, 강한 타구도 많이 허용했다. 팬그래프에서 Hard%로 표현되는 강한 타구의 비율이 좌타 대비 우타일 때 많이 높다. 반면 약한 타구로 표현되는 Soft%는 우타 상대로 9.5%에 불과하다.
< 2024시즌 우타 상대 구종 구사 >
강한 타구를 많이 허용한 우타 상대로 어빈은 모든 구종을 골고루 활용했다. 가장 많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은 주로 높은 코스로 구사했다. 그다음으로 많이 던진 커브는 포심과 정반대로 낮은 코스로 구사했다. 우타 상대로는 높낮이 차이를 활용해 상대한 것이다. 여기에 우타 기준 멀어지는 싱커와 체인지업을 바깥쪽으로 투구하며 다양성을 더했다.
< 2024시즌 좌타 상대 구종 구사 >
우타 상대로 다양한 공을 여러 코스로 던졌다면 좌타 상대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투구했다. 가장 많이 던진 싱커는 주로 몸쪽 깊게 투구했다. 또한 우타 상대 때와는 다르게 좌타 상대로는 커브를 바깥쪽으로 많이 던졌다. 좌타엔 좌우 코스 차이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커브의 경우 MLB 투수 평균보다 6.1인치 더 많이 측면으로 꺾인다. 좌타 입장에선 크게 멀어지는 변화구가 들어오기 때문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커브의 헛스윙률은 19.3%로 9% 비율로 던진 커터(21.1%)에 이어 가장 높았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낮은 K/9이다. 빅리그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2023시즌 트리플A에서 49.1이닝을 던지며 5.47의 K/9을 기록했다. 최근 KBO에서 성공해 현재 MLB에 안착한 투수들의 경우 KBO 리그에서의 K/9이 9~10 정도였기 때문이다(에릭 페디-2023시즌 10.43, 크리스 플렉센-2020시즌 10.18, 메릴 켈리-2018시즌 9.15).
전망
빅리그에서 보여준 약점에도 불구하고 어빈은 역대급 외국인 선수다. 단순히 한 시즌 풀타임이 아닌 4시즌 간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며 빅리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를 활용할 수 있으며,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야 어빈의 공이 느리지만 KBO 리그에서 150km/h를 던지는 좌완은 손에 꼽는다. 그렇기에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발휘하면 압도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빅리그 1선발로 활약한 선수가 KBO 리그는 어떻게 공략할까. 두산 팬들은 얼른 새로운 1선발이 잠실에 등판하는 모습을 기다린다.
참조 = KBO, 스탯티즈, Baseball America, MLB.com, camdenchat.com, Fangraphs,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문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지영, 당주원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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