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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심판 타구맞음의 아이러니

By 오연우
2023년 8월 27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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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flickr.com >

지난 8월 26일 LG 대 NC의 경기에서 매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NC가 3:5로 뒤진 9회 말 2사 1루, NC 박건우가 평범한 2루 땅볼을 쳤고 2루수가 잡아 유격수에게 토스하며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이 순간 2루심 윤상원이 자신이 타구에 스쳤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리플레이를 봐도 겨우 알까 말까 한 정도였지만 어쨌든 맞은 건 맞은 것이었다. 그 결과 경기가 끝났어야 할 상황이 뒤에 설명할 규칙에 따라 2사 1, 2루로 바뀌었다. (기록은 안타)

그래도 이대로 경기가 끝났으면 사소한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타자 마틴의 적시타로 4:5에 2사 1, 3루가 됐고 그다음 타자인 권희동이 끝내기 홈런을 치면서 승패가 뒤바뀌고 말았다. NC는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없었고 LG는 이보다 더 황당할 수 없었다.

경기의 분기점은 윤상원 2루심이 타구에 스쳤음을 자백하면서 아웃이 안타가 된 시점이었다.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심판이 타구에 맞았을 때 타자에게 안타를 주는 규칙은 본래 수비 측을 위한 것인데 그 결과 수비 측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먼저 이 부분에 해당하는 규칙을 간단히 살펴보자.

 

심판이 타구에 맞은 경우

심판이 타구에 맞은 경우의 조치를 규정하는 규칙은 5.06(c)의 (6)이다. 원문은 아래와 같다. (①, ②라는 숫자는 편의를 위해 임의로 추가)

(6) ①내야수(투수 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 볼이 페어지역에서 주자 또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또는 ②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 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

만약 타구가 심판에게 맞았지만 ①, ②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경우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경기를 진행하면 된다.

 

아래는 26일 경기에서 2루심이 타구에 맞은 시점을 캡처한 것이다. 내야수보다 앞쪽에서 심판에 맞았으므로 ②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볼 데드 후 타자가 주자가 되었으며(단타 처리) 타자를 위해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주자(1루 주자)가 2루로 진루했다.

< 8월 26일 LG:NC 경기 중계화면 캡처 >

규칙을 자구(字句)대로 적용하면 이렇다. 그러나 규칙 자구를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이 규칙이 왜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수비 보호

야구 규칙에는 특정한 상황에서 공격/수비 측이 과도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는 규칙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필드플라이 규칙이다. 무사/1사의 1, 2루/만루에서 내야 뜬공이 나오면 타자를 왜 자동으로 아웃시킬까? 수비 측이 고의낙구 후 병살을 만들어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인필드플라이의 결과는 공격 측 아웃이지만 실은 공격 측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규칙이다. 수비 측에게 “1아웃은 보장해 줄 테니까 대신 이것만 받아 가라.”고 하는 것이다.

수비 측을 보호하기 위한 규칙도 있다. 타구가 담장에 낀 경우 볼 데드가 되고 모든 주자는 2 베이스의 안전 진루권을 얻는다. 왜? 담장에 낀 공을 빼는 사이에 공격 측이 한없이 진루해 버리면 수비 측이 너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 역시 결과는 공격 측 진루지만 수비 측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규칙이다. 비슷하게 주자가 있을 때 투구가 포수/심판의 마스크에 낀 경우에도 볼 데드가 되고 모든 주자는 한 베이스씩만 진루한다.

이제 심판이 공에 맞은 경우의 규칙을 다시 보자.

(6) ①내야수(투수 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 볼이 페어지역에서 주자 또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또는 ②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 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

(①, ②에 해당하지 않으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언제 조치를 취하고 언제 취하지 않는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본질은 간단하다. ①, ②는 내야수가 수비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즉 아직 수비할 기회를 지 못했는데 타구가 심판에게 맞아서 수비에 영향이 있었다면 그 경우에는 심판에 의한 수비 방해로 해석해 특수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수비할 기회가 있었던 이후에 심판에게 맞았다면 (기회가 있었음에도 못한 것이므로)별도 조치 없이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이 규칙의 존재 이유도 명확하다. 수비 측 보호를 위해서다. 수비 측이 수비할 기회를 기도 전에 타구가 심판에게 맞아 엉뚱한 곳으로 튀면 공격 측이 그사이에 너무 많은 진루를 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공격 측에 가장 최소한의 보상, 즉 [타자는 1 베이스, 루상의 주자는 타자에게 밀리는 주자만 진루]만을 주고 거기서 끝내도록 하는 것이다.

 

성문법의 아이러니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규칙의 취지는 수비 측 보호인데 26일 경기에서는 수비 측이 이 규칙 때문에 큰 손해를 입었다.

당시 타구는 2루심에게 거의 스쳤을 뿐이다.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고 수비에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 수비 측이 별도의 보호를 받아야  상황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2루심이 꼭 정직하게 자수해야만 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자수하지 않는 것이 규칙의 원래 취지에도 맞고 경기도 원만하게 마무리하는 길이 아니었을까?

정답은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그 나름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이 있다. 다만 필자는 자수한 쪽을 지지해 주고 싶다. 이런 아이러니는 우리가 ‘성문 야구규칙’을 채택한 대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문법의 장점은 판결을 판사 마음대로 결정해 버리는 일종의 ‘원님 재판’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판사가 누구든 어느 정도 판결의 일관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장점이다.

반면 법의 취지와는 영 다른 상황이 발생해도 반드시 성문법에 따르는 판결을 해야 하는 것은 단점이다. 이번 경우에도 성문 야구규칙이 없었다면 심판이 자의적으로 상황을 판단해서 심판에 의한 방해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경기를 진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성문 야구규칙을 따르는 이상 개별 규칙의 취지에 맞추기 위해 ‘융통성’을 발휘해 버리면 본질적으로 성문법을 제정한 취지에 어긋나 버릴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제언

심판 방해와 관련된 다른 상황으로 포수의 송구가 심판에 의해 방해받은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규칙이 조금 더 융통성 있다. 기본은 주자를 원래대로 되돌리되, 포수의 송구가 주자를 아웃시켰으면 방해가 없었던 것으로 하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자연히 심판이 타구에 맞은 경우에는 왜 이런 세칙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필자의 추측은 포수의 송구에서 성공 여부를 정의하는 경우보다 임의의 타구에서 ‘수비 성공’을 정의하는 것이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타자나 주자를 아웃시키면 ‘수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실제 경기 양상은 얼마든지 복잡해질 수 있다.

가령 무사 1, 3루에서 원래라면 3루 주자를 몰아잡고 1사 1, 2루를 만들 수도 있었을 타구인데, 심판에 맞는 바람에 3루주자 홈인을 허용하고 대신 1루 주자를 아웃시켰다면 수비 성공일까? 조건을 추가해 실점 없이 아웃을 시켜야 수비 성공이라고 하면, 무사 1, 3루에서 심판에 맞고 6-4-3 병살타가 되고 3루 주자가 득점한 경우는 수비 실패인 걸까? 이렇듯 상황을 일일이 나열해 ‘수비 성공’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의 제안은 타격방해의 경우를 참고하자는 것이다. 포수가 타자의 타격을 방해했을 때 기본적으로는 타자에게 1 베이스가 주어진다. 그러나 방해에도 불구하고 플레이가 계속되었을 때, 공격팀 감독은 플레이가 끝나고 나서 벌칙 1 베이스 대신 실제 일어난 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다. 규칙집에서는 아래와 같은 예시를 들고 있다.

< 공식야구규칙 5.05(b)(3) >

이를 심판의 타구 맞음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심판이 타구에 맞았을 때 볼 데드 시키는 대신 플레이를 계속하게 하고, 모든 플레이가 끝난 뒤 수비팀이 실제로 일어난 플레이와 수비보호규정(타자 안타) 중에 고르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LG는 26일과 같은 참사를 겪지 않아도 될 것이고 수비보호규정의 취지에도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의 주제와는 무관하나 ①, ②에 해당할 때 왜 타자에게 ‘안타’를 주는지 궁금할 수도 있다. 이는 타자가 뭔가 잘해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일종의 ‘기록 끼워맞추기’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규칙에서는 어쨌든 타자를 안전하게 1루로 보내고 싶다. 모든 출루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타자가 타구를 발생시켜 안전하게 1루에 도달한 경우에 갖다 붙이기 가장 좋은 근거는 안타다.

비슷한 예로 타구에 주자가 맞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주자가 아웃되고 타자는 ‘안타’로 1루에 출루한다. 역시 뭔가를 잘 쳐서 안타를 준 게 아니라 단순히 타자를 1루로 보내야겠는데 그 근거가 필요해 안타라고 이름 붙였을 뿐이다.

 

참고 = 공식야구규칙

야구공작소 오연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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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LG NC루심심판 방해야구 심판윤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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