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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버메트릭스

좋은 공을 기다리다, 좋은 공을 놓치다

By 전희범
2026년 11월 1일 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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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홍기민 >

 

선택에는 포기하는 가치가 따른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가치, 기회비용이다. 초구를 지켜보는 선택에도 이런 비용이 따른다. 볼을 골라 유리한 카운트를 얻을 수 있지만, 타석에서 가장 치기 좋은 공을 그대로 보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기다렸다는 이유만으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그런데 야구를 보는 팬들은 결과로 판단하기 쉽다. 초구에 방망이를 냈다가 범타로 물러나면 “초구부터 왜 쳐”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기다리면 핀잔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가운데 들어온 공을 그냥 보내면 이번에는 “저걸 왜 안 쳐”라는 말이 따라온다.

물론 범타가 됐다고 모두 성급한 스윙은 아니다. 제대로 노려 친 공도 야수 정면으로 갈 수 있다. 반대로 지켜본 초구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더라도 타자가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었다면 기다릴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초구 공략을 평가하려면 결과와 함께, 그 공을 치는 편이 기다리는 것보다 나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같은 공을 두고 쳤을 때와 지켜봤을 때 기대값을 비교하면 방망이를 낼 만한 기준을 찾을 수 있다. 테드 윌리엄스는 첫 번째 타격 원칙으로 ‘Get a good ball to hit’, 칠 만한 좋은 공을 골라 치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좋은 공은 단지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온 공이 아니라 자신이 강하게 받아칠 수 있는 공이었다. 그렇다면 초구에서는 어떤 공까지를 좋은 공으로 봐야 하고, 그 기준은 타자마다 얼마나 다를까.

결론부터 말하면 초구 공격의 가치는 컨택 능력보다 맞혔을 때 무엇을 만들어내느냐에서 더 크게 갈렸다.

 

스윙의 효과를 따지기 전에

초구에 스윙한 결과와 지켜본 결과를 단순히 비교해서는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렵다. 타자는 아무 공에나 방망이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윙한 초구는 스트라이크존 중앙에, 지켜본 초구는 존 가장자리와 바깥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 스윙한 결과가 더 좋더라도 그것이 스윙 덕분인지 애초에 치기 좋은 공을 상대했기 때문인지는 따로 살펴봐야 한다.

 

< 선택 편향: 스윙한 초구와 지켜본 초구는 다른 위치에 있다 >

 

초구 스윙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비교하려면 다른 조건을 가능한 한 같게 놓고 봐야 한다. 그래서 공 위치와 구종, 구종 대비 구속, 투타 좌우 조합, 시즌, 아웃카운트와 주자 상황을 함께 고려했다. 대상은 2017~2025년 MLB 정규시즌 초구 약 148만 개다. 조건이 같은 공끼리 묶어 쳤을 때와 지켜봤을 때 기대 득점가치(Run Value)를 각각 추정했다. 득점가치는 Statcast가 투구별 기대 득점 변화량을 타자 입장에서 나타낸 값으로, 클수록 타자에게 유리하다.

초구에서 타자가 따질 것은 복잡하지 않다. 이 공을 쳤을 때 기대값이 한 번 더 지켜봤을 때 기대값보다 큰가만 보면 된다. 공을 지켜보면 볼을 얻을 수도 있지만 스트라이크를 내줄 수도 있다. 그래서 스트라이크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공일수록 기다릴 이유는 작아진다. 반대로 스윙 기대값이 더 크다면 초구부터 방망이를 내는 편이 합리적이다. 두 기대값이 같아지는 지점이 초구 공략에서 손익분기점이다.

이런 접근이 처음은 아니다. Baseball Prospectus에서 활동하는 로버트 오어는 2023년 SEAGER라는 지표를 내놓았다. 스윙 기대값이 테이크보다 큰 공을 ‘칠 만한 공’으로 보고 타자가 그 공을 얼마나 잘 고르는지 재는 지표다. 다만 ‘칠 만한 공’을 가르는 기준은 모든 타자에게 같았다. 오어는 이 기준을 타자마다 다른 강점에 맞추는 일을 다음 과제로 남겼다.

 

컨택률이 높아도 달라지지 않는 것

초구를 어디까지 공략할지 정할 때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기준은 컨택률이다. 컨택률이 높은 타자는 헛스윙할 가능성이 낮다. 그렇다면 초구부터 존을 더 넓게 설정해도 되지 않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타자를 사전 컨택률에 따라 다섯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투구 위치와 구종, 타구 질 등 다른 조건을 통제한 뒤 그룹마다 스윙 손익분기점을 비교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스윙이 기다리는 것보다 이득인 영역을 공략 범위라고 하면, 컨택률 하위 20%와 상위 20% 타자는 공략 범위가 거의 겹쳤다. 컨택률이 높다는 이유로 새로 공략할 만해지는 공은 비교 가능한 초구 가운데 2% 안팎에 불과했다. 컨택률에 따라 스윙 가치가 달라지는 정도도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 컨택 Q1과 Q5의 모델 권장 선택 비교 >

 

손익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았다

모든 초구에서 스윙이 유리한지 테이크가 유리한지가 분명했던 것은 아니다. 지켜봤을 때 Called Strike가 될 가능성을 공 위치와 구종 등으로 추정해 봤다. 패스트볼이라면 이 가능성이 약 60~85%인 공에서는 치든 보내든 기대값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 공들은 주로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걸친 섀도 존(Shadow Zone) 부근에 분포했다. 이 구간에서는 스윙과 테이크 중 어느 선택이 더 유리한지 데이터로 가려내기 어려웠다. 이런 공을 공략해 범타로 물러났다고 해서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볼 수 없다. 지켜보다 Called Strike 판정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다.

 

차이는 맞힌 다음에 갈렸다

컨택률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초구 스윙에서 득실이 갈리는 것은 ‘얼마나 자주 맞히느냐’가 아니라 ‘맞혔을 때 얼마나 좋은 타구를 만드느냐’일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타구 속도와 발사각으로 산출한 xwOBAcon을 기준으로 타자를 나눴다. 그리고 가만히 두면 스트라이크가 될 가능성이 90% 이상인 초구, 즉 ‘스트라이크가 유력한 초구’만 따로 살펴봤다. 대부분 존 안쪽에 들어온 공이라 기다려 봐야 얻을 것이 적은 공이다. 그렇다면 이런 초구를 공략했을 때 타구 질이 좋은 타자일수록 더 큰 이득을 얻을까.

이런 초구에 스윙했을 때 얻는 기대 이득은 타구 질 하위 20% 타자가 100구당 약 3.1점, 상위 20% 타자가 6.8점이었다. 약 2.2배 차이다. 100구당 3.1점은 이런 초구 100개에 모두 스윙했을 때, 모두 지켜봤을 때보다 평균 3.1점을 더 얻는다는 뜻이다. 타구 질이 높을수록 스윙으로 얻는 기대 이득도 일관되게 커졌다. 반면 컨택률로 나누면 하위 20%와 상위 20% 그룹은 기대 이득이 각각 4.9점과 5.0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구종을 나눠 봐도, 이 공을 가르는 기준을 85%나 95%로 바꿔도, 타구 질 지표를 Hard-hit%로 바꿔도 같았다. 시즌별로 나눠 봐도 마찬가지였다. 타구 질에 따른 차이는 2017~2025년 9시즌 가운데 8시즌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예외는 60경기 단축시즌이던 2020년뿐이었다. 컨택률에 따른 차이는 어느 시즌에서도 유의하지 않았다.

 

< 좋은 초구(안 쳤을 때 스트라이크일 확률 >= 90%)를 쳤을 때의 이득 >

 

컨택률에 따른 차이는 왜 크지 않았을까. 존 안 초구에서 컨택률 상위 그룹은 헛스윙 확률이 하위 그룹 절반 수준이었고, 공을 인플레이로 연결하는 비율도 높았다. 그러나 인플레이 타구 하나당 평균 득점가치는 두 그룹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상위 그룹이 조금 낮았다. 타구를 더 많이 만들었지만, 타구 하나하나에서는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

반면 타구 질 상·하위 그룹은 헛스윙 확률과 인플레이 타구 비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차이는 타구가 만들어낸 득점가치에서 나타났다. 인플레이 타구 하나당 평균 득점가치는 타구 질 상위 그룹이 하위 그룹보다 4배 넘게 높았다.

타구 질이 좋은 타자가 더 가치 있는 타구를 만든다는 것 자체는 당연해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더 자주 맞히는 컨택률 상위 그룹에는 이런 이득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스윙하면 절반 이상은 헛스윙이나 파울로 끝나고 그 비용은 타구 질과 관계없이 같다. 그래서 스윙 전체로 보면 이득 차이는 약 2.2배로 줄어든다. 초구 공격의 가치는 얼마나 자주 맞히느냐보다, 맞혔을 때 무엇을 만들어내느냐에서 갈렸다.

스트라이크가 유력한 초구에서 얻는 기대 이득은 타구 질이 높은 타자일수록 컸다. 그렇다면 이들은 실제로 그런 공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을까. 2025년 스즈키 세이야와 코리 시거는 사전 타구 질(xwOBAcon 0.44)이 같고 컨택률도 각각 0.78과 0.77로 비슷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가 유력한 초구에 대한 접근은 크게 달랐다.

 

< 2025년 스즈키 세이야와 코리 시거의 타구 질, 컨택률 및 초구 스윙 성향 >

 

시거는 스트라이크가 유력한 초구 가운데 76%에 스윙한 반면, 스즈키는 25%에 그쳤다. 시거는 스카우트들이 말하는 ‘선택적 공격성(selective aggression)’을 대표하는 타자다. 앞서 소개한 지표 SEAGER도 시거 이름에서 따왔다.

두 타자가 다르게 고른 만큼 기회비용도 달라진다. 타구 질 상위 타자는 이런 초구에 스윙할 때마다 평균 0.07점을 더 얻는다. 스즈키가 그냥 보낸 193개는 약 13점, 시거가 보낸 37개는 약 2.5점어치 기회비용이다.

물론 13점을 실제로 잃은 점수로 볼 수는 없다. 지켜본 공 중에는 노리던 구종이 아니었던 공도 있었을 것이다. 스즈키는 타구 질 상위 20%에 드는 타자다. 이는 그가 못 친다는 뜻이 아니라, 좋은 타자도 초구 하나를 고를 때 기대가치를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결론

다시 테드 윌리엄스가 말한 원칙으로 돌아가 보자. 초구에서 스윙이 유리한 범위는 타자 유형에 따라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타자마다 히팅존은 다르지만, 그룹 평균으로 보면 컨택률이 높아도 공략 범위가 뚜렷하게 넓어지지는 않았다. 존 경계에 걸친 보더라인 투구에서는 스윙과 테이크 사이에 기대값 차이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

차이는 스트라이크가 유력한 초구를 공략했을 때 얻는 기대 이득에서 나타났다. 타구 질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보다 약 2.2배 높은 기대 이득을 얻었다. 그만큼 스트라이크가 유력한 초구를 지켜보는 기회비용도 컸다. 한 시즌에 타자 한 명이 받는 스트라이크가 유력한 초구는 약 200개다. 이 공에 모두 스윙한다고 가정하면, 타구 질 상위 20%와 하위 20% 그룹은 기대 이득에서 시즌 약 7점 차이가 난다.

현재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는 맷 데이비슨은 2017년 화이트삭스 시절, 자기 타격 접근법을 설명하며 “치기 좋은 공 하나에 좋은 스윙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초구에서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방망이를 내느냐가 아니라 어떤 공에 스윙하느냐다. 초구를 지켜봤다는 이유만으로 신중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없고, 범타로 물러났다고 해서 성급한 스윙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좋은 공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 공이 왔을 때 치기 위해서다. 그 기회가 초구에 찾아왔다면, 더 기다리는 선택에도 대가가 따른다.

 

참조 = baseballsavant.mlb.com, Baseball Prospectus · Robert Orr, “Quantifying the Corey Seager Approach”, Baseball Prospectus, 2023.11.8 · SABR Biography Project, “Ted Williams” · MLB.com Glossary, “Catcher Framing”

야구공작소 전희범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박두산,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홍기민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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