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은혜 >
크리스 페덱(Chris Paddack)
1996년 1월 8일
우투우타 / 196cm 98kg
2026 시즌
MLB 마이애미 말린스/신시내티 레즈/텍사스 레인저 14경기(9선발) 0승 7패 57이닝 K/9 6.32 BB/9 3.00 ERA 6.79
계약 총액 47만 3,333달러
삼성 라이온즈는 LG 트윈스에 승률 0.002 차로 앞서며 전반기를 1위로 마무리했다. 전반기 팀 OPS 0.778(리그 2위), 팀 ERA 4.11(리그 2위)을 기록하며 투타 양면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올렸다.
시즌 초반의 악재를 잘 극복했다.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맷 매닝은 개막도 전에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 역시 굴곡근 부상으로 합류가 늦어졌다. 원투펀치의 이탈은 분명한 변수였다. 하지만 공백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양창섭과 장찬희가 토종 선발진의 부족한 부분을 메웠고,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잭 오러클린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선발진에 힘을 보탰다.
좋은 흐름 속에 삼성 프런트도 후반기 승부수를 던졌다. 오러클린과의 동행을 이어가는 대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 올해까지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크리스 페덱과 총액 47만 3333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배경
페덱은 2015년 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마이애미 말린스의 8라운드(전체 236번) 지명받으며 프로에 입성했다. 원래 텍사스 A&M 진학이 예정됐지만 마이애미는 4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안기며 그를 붙잡았다. 프로 입단 후에도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다. 2015년 루키리그에서 11경기 ERA 2.18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싱글A 그린즈버러에서 더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28.1이닝 동안 4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2개만 내줬다. 피홈런 역시 2개에 불과했다.
가능성을 알아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곧바로 영입에 나섰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던 마이애미는 불펜 보강이 필요했고, 샌디에이고는 당시 ERA 0.31을 기록 중이던 마무리 투수 페르난도 로드니를 내주는 대가로 페덱을 받아왔다. 아직 빅리그 무대를 밟지 않은 유망주였지만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첫 번째 위기는 빠르게 찾아왔다. 페덱은 샌디에이고 이적 후 3경기 만에 팔꿈치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8월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2016시즌 잔여 경기와 2017시즌 전체를 뛰지 못했다. 건강에도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평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유망주 순위에서 2017년 팀 내 15위, 2019년에는 6위(전체 66위)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 이상의 체인지업과 패스트볼의 조합, 그리고 깔끔한 제구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복귀 후 반등은 강렬했다. 2018년 하이 싱글A와 더블A에서 90이닝을 던지며 ERA 2.10, 120탈삼진, 8볼넷을 기록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샌디에이고는 시즌 후 그를 40인 로스터에 포함했다. 페덱도 2019년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개막 로테이션 진입에 성공했다. 빅리그 데뷔 시즌도 인상적이었다. 2019년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 7패 ERA 3.33을 기록했고, 140.2이닝 동안 153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는 ‘페덱 어택’이라는 별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화려했던 출발과 달리 이후 커리어는 순탄하지 않았다. 2020년에는 59이닝 동안 14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ERA 4.73에 그쳤고, 2022년 미네소타 트윈스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2023년 말 복귀에는 성공했지만, 2024년에도 팔뚝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최근 흐름도 불안했다. 2025년 158이닝을 던지며 시즌을 완주했지만 ERA 5.35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6년에는 마이애미,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까지 여러 팀을 거쳤지만 어디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때 빅리그 선발진의 미래로 기대받았지만, 반복된 부상과 기복이 그의 커리어를 흔들었다. 결국 페덱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렸고, 후반기 우승 경쟁을 준비하던 삼성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게 됐다.
스카우팅 리포트
< 2026년 구종 프로필 >
‘…Lake Elsinore 시절 타자를 요리하는 모습으로 ‘The Executione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위력적인 포심 패스트볼은 보통 91~94마일에서 형성됐고, 최고 97마일까지 나왔다. 스트라이크존 네 구석을 자유롭게 공략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제구력도 갖췄으며, 여기에 마이너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82~84마일 체인지업을 던졌다…”
– 2019년 크리스 페덱 베이스볼 아메리카 스카우팅 리포트
유망주 시절부터 페덱의 강점은 분명했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조합, 그리고 두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었다. 데뷔 당시에는 포심, 체인지업과 커브만을 구사했지만 지금은 여기에 커터, 스위퍼, 싱커까지 던진다. 현재는 보다 다양한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핵심은 여전히 포심과 체인지업이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두 구종의 합산 구사율이 70%에 이르고, 우타자를 상대로도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포심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데뷔 당시 플러스 구종으로 평가받았던 포심은 이제 빅리그 기준에서 확실한 강점이라고 보기 어렵다.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수직 무브먼트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구속이 발목을 잡는다. 2019년만 해도 페덱의 포심(93.9마일)은 빅리그 우완 평균과 비슷한 구속을 보였다. 올해 포심 평균 구속은 92.9마일(약 149.5km/h)로 빅리그 평균(95.2마일)에 비하면 떨어진다. 포심 Whiff%도 16.4%에 그쳤다. 포심을 300구 이상 던진 투수 160명 중 123위였다.
체인지업도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했다. 다만 구종 자체가 크게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2019년과 비교해 구속이나 수직 무브먼트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tuff+는 2019년 110에서 올해 87까지 떨어졌다. 포심과의 구속 차이가 1마일가량 줄어들었고 리그 전체의 타격 환경이 변한 영향이 컸을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페덱의 체인지업이 완전히 망가졌다기보다는 빅리그 기준에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구종이 됐다고 보는 편이 가깝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 지점에 기대를 걸 수 있다. 구속과 무브먼트가 크게 퇴보하지 않은 가운데 제구력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부진 속에서도 페덱의 포심 Location+는 115, 체인지업 Location+는 118로 모두 리그 평균 이상이었다. 빅리그에서는 공 자체의 위력이 부족했지만 KBO리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구종의 완성도가 아쉽다는 점이다. 커터는 평균 86.4마일( 약 139km/h)로 빠른 편은 아니고 무브먼트도 평범하다.
커브는 움직임 자체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 높은 팔 각도에서 나오기 때문에 수직 무브먼트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괜찮다. 하지만 구속이 문제였다. 평균 76.9마일(약 123.7km/h)로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확실히 느렸다. 이 때문에 Stuff+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스위퍼도 마찬가지다. 수평 무브먼트가 충분하지 않고, 평균 구속도 79.3마일(약 127km/h)에 그쳤다. 느린 구속과 부족한 움직임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표본은 많지 않지만 우타자를 상대로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 중 체인지업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은 브레이킹 볼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빅리그에서 페덱이 고전한 이유는 명확하다. 한때 주무기였던 포심과 체인지업 조합이 시간이 지나며 평범해졌고 이를 보완할 확실한 제3구종을 찾지 못했다. 구속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고 브레이킹 볼이 타자를 확실히 제압하는 유형도 아니다. 장점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빅리그에서 살아남기에는 무기가 부족했다.
전망
한때 빅리그에서 높은 기대를 받았던 페덱이지만, 현재의 모습은 당시와 다르다. 포심의 구속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고 체인지업을 제외한 다른 변화구가 뚜렷한 강점으로 평가받는 것도 아니다. 분명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한 요소는 있다. 다만 곧바로 리그를 압도할 투수라고 단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다.
브레이킹 볼을 교정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은 페덱을 즉시전력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후반기 우승 경쟁을 위해 영입한 선수인 만큼 적응기를 길게 가져가기보다는 빠르게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KBO리그의 난이도는 이전보다 쉽지 않은 상황. 한국에 오기 직전까지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던 콜 어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떠났고 꾸준히 빅리그 마운드에 올랐던 빈스 벨라스케스 역시 실망스러운 성적과 함께 재계약에 실패했다. 페덱 또한 같은 길을 걸을지, 아니면 삼성의 부름에 화답하며 리그 우승을 만들어낼지 지켜보는 것도 후반기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참조 =Baseball Savant, Fangraphs, Baseball America, MLB, Baseball Reference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정승환, 박인이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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