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한국 시간) LA 다저스의 이번 겨울 첫 번째 중요 선수 보강 소식이 전해졌다.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선발 투수 리치 힐과 재계약했다. 3년 4800만 달러 규모다. 힐의 계약은 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힐은 메이저리그에서 10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등, 어깨에 팔꿈치까지 갖은 부위에 부상을 당했다. 그 여파로 2010년부터 팔을 아래로 내려서 희귀한 ‘좌완 사이드암 구원 투수’로 뛰었다.
지난해 6월 워싱턴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방출된 힐은 독립리그에서 다시 팔을 올리며 선발 투수 복귀를 시도했다. 그곳에서 2경기에 선발로 나서 강한 인상을 남겼고, 등판을 지켜본 보스턴에 영입돼 9월 메이저리그에서 5차례 선발로 멋진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올해 오클랜드와 다저스에서 수차례 호투를 펼쳤다.
보스턴에서 보낸 시간을 포함, 지난 1년여 동안 힐이 남긴 발자취는 동전의 양면을 보는 듯하다. 등판했을 때 마운드에서 보인 존재감은 강렬했지만, 선수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면면도 적지 않았다.
많은 이가 힐의 내구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2년 동안 힐이 소화한 이닝은 올해 110⅓이닝을 포함, 겨우 139⅓이닝에 그쳤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는 이유로 올해 다저스에서 많은 등판을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내년 3월이면 힐은 만 37세가 된다. 37세면 야구 선수로서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셈이다. 이처럼 다양한 불안요소 때문에 힐은 FA 시장에서 ‘고위험 자원’으로 분류됐다.
그래서 다저스의 영입에 불만을 표하는 팬이 적지 않다. 다저스는 지난 3년간 2차례 메이저리그 연봉총액 1위를 차지한 부자 구단이다. 그렇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8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지역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10년, 2012년, 2014년 3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잘 나가는 라이벌을 보며 팬들은 ‘부자답게 비싸고 잘하는 선수를 사달라’고 성화를 냈다. 그렇지만 다저스는 지난겨울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단짝 잭 그레인키를 놓쳤다. 이런 상황에 ‘확실한 카드’가 아니라 위험 표시가 붙은 리치 힐 카드를 선택했으니 팬들이 불평한 것이다.
그렇지만 다저스가 힐을 영입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힐은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힐은 2년간 1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평균자책점 2.00으로 메이저리그 5위, 출루 허용률(WHIP)은 0.93으로 6위에 올랐다. 양쪽 다 작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탄 제이크 아리에타, 올해 수상자 맥스 슈어져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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