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혁은 장종훈과 김태균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변우혁, 한화 이글스
내야수, 우투우타, 185cm, 90kg, 2000년 3월 18일생
현도중 – 북일고
[야구공작소 차승윤] 역대 이글스의 4번타자로는 KBO리그 역사에 남을 프랜차이즈 스타가 있었다.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1986년 입단한 장종훈이 이승엽의 데뷔 이전까지 KBO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그가 데뷔 16년 차가 되며 노쇠화가 다가오던 2001년에 한화는 찰나의 공백기도 없이 천안북일고 출신 신인왕 김태균을 손에 넣은 바 있다. 그리고 2018년, 김태균이 데뷔 18년차가 된 이번 시즌에 한화의 1차 지명 선택은 천안북일고의 거포 변우혁이었다.
배경
전형적인 고교 야구 슬러거인 변우혁은 2학년 때부터 북일고 4번 타자 자리를 차지하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0.400의 타율에 0.615의 장타율을 기록한 그의 파워 툴은 아마추어 홈런 더비 대회인 2017 월드 파워 쇼 케이스에 참가하면서 한 번 더 주목받았다. 국제 대회 본선에서 홈런 13개로 1등을, 결승에서 1개 차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특유의 파워를 과시했다.
차기 1차 지명 후보 0순위로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한화는 1차 지명 부활 이후 충청 팜에서 이렇다 할 대어를 건지지 못했다. 그나마 존재감을 보였던 류희운과 주권은 신생 구단 KT 위즈가 선점했고, 황영국은 팔꿈치 수술로 존재감을 잃었다. 김병헌과 성시헌은 대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쉬웠다. 그런 상황에 최소한 파워 툴에서만큼은 전국구 재능을 선보인 변우혁의 등장이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3학년 성적은 2학년의 기대치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즌 초 부진을 겪으며 타율이 0.315까지 떨어지는 등 기복을 겪었다. 물론 장타율과 출루율은 유지하면서 OPS는 여전히 1.0 이상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작년에 비하면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변우혁의 1차 지명은 큰 이변 없이 확정되었다. 팀 동료 최재익-최재성 형제와 고승민 등 팜 내 주요 선수들이 대부분 전학생이었던 탓에 한화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변우혁은 한화의 차세대 4번 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스카우팅 리포트
185cm/90kg의 단단한 체격을 지닌 변우혁은 전형적인 거포 유형의 코너 내야수다. 지난 해 월드 파워 쇼케이스 준우승을 이룬 파워 툴은 올 시즌에도 홈런 4개로 증명했다. 어린이날 청주고 전에서 보여준 연타석 홈런에서 알 수 있듯 탈고교급 파워 툴을 지녔다. 장타만 따지면 1년 먼저 프로에 데뷔한 경남고 한동희(현 롯데 자이언츠)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다. 한 스카우트는 20/80 스케일에 70점까지 줄 수 있다며 그의 파워 툴을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타격의 완성도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2학년 때 높은 타율만 보면 컨택과 파워 툴을 두루 갖춘 듯 보이지만 올 시즌에는 속구 타이밍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이며 고전했다. 원래 스스로 롤 모델로 밝힌 고교 선배 김태균처럼 레그 킥을 거의 생략한 채 타격했는데, 속구 타이밍에 대한 고민으로 시즌 도중 레그킥을 시도한 이력도 있다. 장타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타격폼이 앞쪽으로 다소 쏠렸다는 평가도 있다.
화려한 파워툴에 대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3년 전 지명된 북일고 선배 경희대 김주현(현 경찰청)보다 타격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시 김주현 역시 하드웨어나 포지션에 비해 실제 프로 무대에서 통한다고 보기 힘든 아쉬운 장타력의 소유자였다. 파워툴이 뛰어난 변우혁이라도 김주현 수준의 타격폼조차 정립하지 못한다면 1군 적응을 장담하기 어렵다.
수비 역시 1군에서 3루수로 뛰기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빠른 타구를 잡는 등 핫코너로서 포구 능력은 확인되었지만 수비 범위나 송구 능력은 부족하다. 특히 송구는 아직 속도나 정확성 모두 아직 1군 주전 송광민, 퓨쳐스 주전 김태연에게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아마야구 3루수가 그랬던 것처럼 변우혁 역시 프로에서 1루수 혹은 코너 외야수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전망
한화 구단은 지명과 함께 그가 김태균의 고교 시절 이상이며, 공격보다 수비가 뛰어나다고 찬사를 보내 완성형 타자임을 어필했지만 변우혁은 어디까지나 원석에 가깝다. 실제 플레이 스타일도 롤 모델 김태균보다는 이성열의 이전 모습과 가까워 보인다. 운동신경보다는 압도적인 파워툴을 바탕으로 삼진을 세금으로 내던 이성열의 두산 시절 모습이 현실적인 변우혁의 기대치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하면 변우혁이 높은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이성열이 잠실에서 20홈런을 쳤듯이 변우혁의 파워 툴 역시 기회만 준다면 충분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진을 감수하고 꾸준한 타석을 받는다면 충분히 팀 내 중심 유망주에 어울리는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2017년부터 이성열을 각성시킨 노하우를 20살의 변우혁한테도 접목시킬 수 있다면 더 높은 곳도 바라볼 수 있다. 지난해 데뷔 첫 3할을 기록하면서 컨택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킨 이성열처럼 변우혁의 타격 역시 생각보다 더 빠르게 완성될 수도 있다.
어린 거포 자원이 많지 않다는 점은 변우혁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1군 중심 타자들 대부분이 30대 중후반이며, 강경학 하주석 등의 20대 타자들은 20홈런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 모두 지난 수년간 부상이 늘고 슬럼프를 겪으면서 대체까지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다. 물론 김태연, 김인환, 김주현 등 코너 내야 자원들이 퓨쳐스 리그에 있지만 아직 차세대 중심 타자를 담보하기엔 부족하다. 변우혁의 성장 여부에 따라서는 손쉽게 2,3년 차에 1군 중심 타선에 합류할 수도 있다. 그의 성장 여부와 별개로 한화가 적시에 좋은 1차 지명을 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다만 1년 차 변우혁을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용덕 감독의 특성상 1군에서 통할 수비를 갖춰야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퓨쳐스 리그에서 연일 홈런포를 터뜨렸음에도 뒤늦게 콜업된 김인환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군다나 김태균, 이성열, 송광민, 백창수, 김태연, 김인환 등 1루-지명 자원들이 대거 기용되는 상황에서 변우혁이 3루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019시즌 내 콜업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질 것이다.
17년 전 홈런왕 장종훈은 혜성같이 등장한 후배에게 한 타석 한 타석 밀리면서 팀의 간판 자리를 내줘야 했다. 반강압적 은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신성(新星) 김태균이 있었기에 21세기 한화는 4번 타자 자리를 걱정하지 않았다. 과연 변우혁은 김태균의 왕관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기록 출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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