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kt wiz – 다사다난

2016 시즌 성적: 10위(53승 89패 2무)

 

[야구공작소 양정웅] 1군 진입 첫 해 선수 영입의 목표가 ‘팀의 구색 갖추기’였다면 2015년 겨울의 목표는 ‘팀의 중심을 잡아 줄 선수 찾기’였다. 내부 FA 김상현을 눌러앉히고 외부에서는 베테랑 유한준과 이진영을 영입했다. 아쉬움을 느끼게 했던 투수진도 지난 시즌과는 달리 외국인 선수 4명 중 3명을 투수로 선택하며 보강에 성공했다.

좋았던 팀 분위기를 망친 것은 야구 외적인 사건들이었다. 2015년 정규시즌이 끝난 직후 장성우의 사생활 문제가 알려졌다. 여기에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2016시즌 시작 직전에는 오정복의 음주운전, 그리고 시즌 중반에는 김상현의 음란행위까지 드러났다. 신생팀이 버텨내기에는 여간 버겁지 않았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kt는 전력과 팀 이미지 모두 실추되고 말았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4월 한 달 동안은 5할 승률에 -1을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타선에서는 영입 듀오 유한준과 이진영이 각각 4홈런씩을 때려내며 분전했고 구원진에서도 장시환(16.1이닝 평균자책점 1.65)과 고영표(17.2이닝 평균자책점 3.57)가 활약하면서 ‘쉽게 지지 않는 팀’의 면모를 보였다.

첫 한 달은 승승장구했지만 사실 kt는 시한폭탄을 몸에 두르고 마라톤을 하는 상황이었다. 개막전 선발 야수 9명의 평균연령은 신생팀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33.4세로 시즌이 갈수록 체력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었다. 또한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투수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었다. 전자의 문제는 유한준과 이진영의 부상으로 나타났고 후자의 문제는 구원진의 혹사로 이어져 결국 시즌 중반 이후 치고 나갈 원동력을 잃게 만들었다.

여름 들어 부진하던 마리몬과 피노를 내보내고 라이언 피어밴드와 조시 로위를 영입했고, 유망주 주권을 꾸준히 기용하면서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대형을 제외한 타선이 차갑게 식어버리면서(8월 경기당 득점 3.96 / 리그 10위) 투타 불균형에 눈물 흘려야만 했다. 7월 이후 한번도 월간 승률 4할 이상을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원진의 혹사는 여전했고(8월 이후 구원이닝 201이닝(최다 3위) / 경기당 구원투수 평균 3.96명) 이는 결국 조범현 감독에 대한 팬들의 비판 여론을 부채질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kt의 2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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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언 피어밴드(왼쪽)의 영입은 말라가던 kt의 투수진에게는 단비와 같았다.(사진=kt wiz 제공)

2년 연속 최하위에도 희망적인 요소는 지난 몇 년간 모아온 유망주들이 알을 깰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 에이스 주권과 이영민 타격상 출신으로 먼 길을 돌아온 전민수가 투타에서 자기 자리를 확실하게 잡았다. 투수 쪽에서는 이창재, 고영표가 높은 탈삼진율을 바탕으로 구원진에서 제 몫을 해주었고 야수 쪽에서는 두산에서 이적한 유민상이 방망이로, U-23 야구 월드컵 대표로 선발된 심우준이 수비와 주루에서 기존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해 주었다.

 

중요한 순간 – 구단 수뇌부 교체

최근 프로야구의 흐름은 프런트가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팀을 관리하면서 팀 운용의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팀이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라 할 수 있다. 이 두 팀은 창단할 때부터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프런트를 구성했고, 특히 수뇌부를 자주 교체하지 않으면서 경영의 지속성을 꾀했다.

그런 의미에서 kt wiz는 현대 야구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2013년 창단 이후 kt의 구단 사장과 단장은 각각 두 번씩 교체됐다. 짧은 기간 구단의 수뇌부가 자주 바뀌는 것은 구단의 플랜이 자주 바뀌는 것과 같은 말이다. 게다가 kt는 모기업이 임기제 회장제를 채택하고 있다. 자연히 회장이 바뀌면 이전의 인사(人事)는 부정되고, 연속성은 사라지는 것이다. 시즌 종료 후 문제가 되었던 조범현 전 감독의 재계약 포기도 결국은 이러한 인사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FA 영입, 선수 사생활 문제보다 구단 수뇌부의 인사 문제가 중요한 것은 구단 수뇌부는 구단의 백년대계를 정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키울 수도 있고 사올 수도 있지만 구단의 올바른 장기 계획은 억만금을 줘도 그 근본이 잘못되면 세울 수 없는 것이다.

 

알을 깬 선수 –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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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한 주권은 올시즌 kt의 실질적 에이스였다.(사진=kt wiz 제공)

1995년생 투수들 중 가장 많은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는 kt의 류희운이다(3억 2천만원). 가장 먼저 1군에 데뷔한 선수는 두산의 함덕주(‘13년 7월 7일), 통산 이닝이 가장 많은 선수는 롯데의 박세웅이다(2시즌 253이닝). 그렇다면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이 가장 높은 선수는? 바로 kt의 주권이다(2시즌 2.29).

주권은 올해 kt의 실질적 에이스였다. 롯데로 떠난 박세웅의 공백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팀 내 이닝 2위(134이닝, 토종 1위), 탈삼진 1위(92개), 평균자책점 2위(5.10, 60이닝 이상). 타 팀 1~2선발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유망주와 외국인선수 가릴 것 없이 부진했던 kt wiz 팀 사정을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없는 존재가 바로 주권이었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체력관리 역시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9월 들어 5이닝을 못 채우고 강판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시즌 후반에 더욱 힘을 발휘했다. 타순이 한두 바퀴 돌고 난 뒤 4~6회의 부진(피안타율 .332 / OPS .895)이나 주자 있는 상황에서의 집중타(피안타율 .348 / OPS .946) 와 같은 부분을 보완한다면 몇 년 내로 kt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실망스러운 선수 – 장성우 & 김상현

SNS를 통해 폭로된 장성우의 사생활 문제는 여러 외부적 문제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팀 공격력에도 현저한 영향을 미쳤다. 장성우가 안방을 차지한 2015년 kt의 포수 포지션의 OPS는 .716(리그 5위)이었다. 장성우가 징계와 부상으로 한 경기도 나오지 못한 올 시즌에는 그 수치가 .598(리그 8위)로 추락했다. 2016년은 장성우에 대한 회의와 함께 장성우를 제외한 kt 포수들의 공격력에 대한 회의를 동시에 느끼게 한 시즌이었다.

장성우와 같은 이유에서 김상현도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유한준과 이진영의 영입으로 공격에서 어느 정도 부담을 덜었지만 개막전부터 끝내기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이후 공격에서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기록은 타율 .225, 11홈런 32타점, OPS .689. 차마 중심타자의 성적이라 보기 민망한 수치였다. 그리고 그는 민망한 성적(成績)과 더불어 민망한 성적(性的) 스캔들에 휘말리며 조용히 팀을 떠났다.

 

MVP – 박경수

kt3 박경수는 2루수, 중심타자, 주장으로서의 역할 모두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사진=kt wiz 제공)

조범현 전 감독은 박경수를 FA로 영입하면서 “홈런 20개 정도를 쳐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홈런 17개를 친 박경수에 대한 평가 치고는 후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은 홈런 20개 ‘정도’가 아닌 20개 ‘이상’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되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맡은 주장직, 그리고 타 팀의 집중 견제와 시즌 막판 부상에도 불구하고 박경수는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데뷔 첫 규정타석 3할을 기록했고 80타점을 넘긴 것도 처음이었다. wRC+도 135로 명실공히 리그 2루수 중 가장 방망이 좋은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LG 시절부터 인정받은 수비 실력도 여전했다.

장타를 늘리면서도 선구안은 유지한, 그러면서 수비도 좋고 리더십까지 겸비한 ‘혜자 중의 혜자’ 박경수는 FA 성공 신화의 한 장을 쓰고 있다.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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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감독은 취임사에서 ‘3성’을 강조했다.(사진=kt wiz 제공)

올 시즌 kt는 실패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사건 · 사고, 팀 내 갈등, 주축선수들의 부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즌이 끝나고 단장과 감독이 모두 교체되었다. 팀 내에서는 올 시즌을 ‘실패한 시즌’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주권, 배우열, 유민상, 전민수 등 새 얼굴의 등장이 그나마 얻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새로 부임한 김진욱 감독은 취임사에서 인성, 근성, 육성의 이른바 ‘3성’을 kt가 가져야 할 색깔로 규정했다. 이 셋은 역설적이게도 올해 kt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들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두산 시절 ‘3성’의 색을 진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kt는 지난 2년간의 아픔을 교훈 삼아 더욱 색깔 있는 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꼴찌의 반란, kt는 프로 팀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컬러풀한 스토리를 그려낼 수 있을까.

 

기록 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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