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경령)
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96승 66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92승 70패)
[야구공작소 최윤식] 2016년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시카고 컵스. 그들의 다음 목표는 홈 리글리 필드에서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컵스는 순조로운 오프시즌을 보냈다. 우승의 주역들을 몇 떠나 보낸 대신 존 제이, 우에하라 고지, 브랫 앤더슨, 브라이언 듀엔싱을 FA로 영입해 전력 누수를 막았다. 채프먼이 양키스로 떠나며 가장 큰 공석이 된 마무리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캔자스시티와의 1대 1 트레이드로 호르헤 솔레어를 보내고 웨이드 데이비스를 영입했다. 전체적인 로스터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시즌 전 많은 전문가들은 컵스의 순조로운 지구 1위를 예측했다. 특히 ESPN은 35명의 전문가 모두가 컵스의 중부 지구 1위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막상 시즌을 시작해보니 컵스는 지난해의 컵스가 아니었다. 탄탄했던 선발 마운드는 지난 두 시즌 동안의 피로 누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리에타(전반기 8승 7패 ERA 4.35)와 레스터가(전반기 5승 6패 ERA 4.25) 흔들렸고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헨드릭스는 6월 초 손목 부상을 당해 7월 말에야 돌아왔다. 39살의 래키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반기 리그 최다 피홈런을 내주며 무너졌다. ‘건강’이 중요했던 앤더슨은 6경기만에 허리 염좌 부상을 당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타선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한 컵스는(타율 .239 리그 14위, OPS .744 리그 10위) 지구 1위를 밀워키에게 내주며 세인트루이스와 공동 2위인 43승 45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전반기가 끝나고 컵스는 전력 강화에 나섰다. 선발 마운드의 보강을 절실하게 느낀 컵스는 트레이드 시장에서 호세 퀸타나를 영입하며 후반기 반격에 나섰다. 컵스 유니폼을 입기 전 부진했던 퀸타나는 이적 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고 아리에타와 부상에서 복귀한 헨드릭스도 선전했다. 후반기 컵스 선발이 메이저리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다음으로 낮은 ERA 3.36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다.
후반기 컵스는 타선도 함께 살아났다. 전반기 내셔널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았던 팀타율은 급상승해 후반기 두 번째로 높았다(0.239 → 0.273). 후반기 0.811을 기록한 팀OPS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같은 후반기 NL 1위였다. 컵스는 후반기에만 팀홈런 106개를 터뜨리며 애리조나(후반기 107개)에 이은 NL 최다홈런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타의 부활로 후반기 49승 25패를 기록한 컵스는 결국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밀어내고 포스트시즌 직행에 성공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를 만나 5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한 컵스는 리그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LA 다저스에 1승 4패로 좌절하며 2년 연속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2년 연속 지구 우승과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한 컵스가 더 이상 약팀이 아닌 강팀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최고의 선수- 웨이드 데이비스, 크리스 브라이언트
웨이드 데이비스: 59경기 4승 2패 32세이브(1블론) ERA 2.30 bWAR 1.9 fWAR 1.1
팔꿈치 건강에 의문부호가 있던 웨이드 데이비스를 호르헤 솔레어 한 명만으로 데리고 온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데이비스는 컵스의 전반기 부진으로 많은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했음에도 차곡차곡 세이브를 쌓아 8월 30일 피츠버그전에서는 27연속 세이브에 성공했다. 이는 2005~2006년 라이언 뎀스터가 기록한 26연속 세이브 기록을 깨고 컵스 역사상 최다 연속 세이브 기록이 됐다. 계속 세이브 경기를 이어가며 9월 20일까지 32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한 데이비스는 팀 내 최초 ‘노블론 클로저’가 되는가 싶더니 9월 24일 밀워키전에서의 블론 세이브로 대기록은 중단됐다.
데이비스에게 이번 시즌은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한 해였다. 개인 통산 첫 30세이브를 만들어냈고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4시즌 이후 가장 많은 9이닝당 삼진(K/9)을 기록했다(2014시즌 13.63개, 2017시즌 12.12개). 비록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데이비스는 현재 FA 시장에서 1년 전과 전혀 다른 인기를 얻고 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0.295/0.409/0.537 29홈런 73타점 95볼넷 128삼진 bWAR 6.1 fWAR 6.7
지난해 리그 MVP를 수상한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홈런과 타점의 하락세에도 출루 면에서 데뷔 이래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데뷔 첫해 0.39였던 삼진당 볼넷 비율(BB/K)은 0.74까지 늘었고 개인 첫 4할 이상 출루에도 성공했다. 홈런과 타점이 줄었다고 생산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브라이언트의 올 시즌 wRC+는 저스틴 터너와 호세 라미레즈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3위였다(2017시즌 146, 2016시즌 148).
‘WAR 머신’답게 2015년 데뷔 이후 그가 쌓아 올린 fWAR은 21.5에 달한다(2017시즌 6.7). 같은 기간 NL에서 그보다 많은 WAR을 쌓은 선수는 없다. 올 시즌 브라이언트는 29홈런으로 데뷔 첫 세 시즌 모두 2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는데 이는 컵스 역대 최초의 기록이다. 첫 세 시즌 총 94개의 홈런은 컵스의 레전드 어니 뱅크스(65홈런)를 제친 팀내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가장 발전한 선수- 윌슨 콘트레라스
0.276/0.356/0.499 21홈런 74타점 43볼넷 98삼진 bwar 3.9 fWAR 3.2
데이빗 로스의 은퇴와 미겔 몬테로의 방출로 홀로 남은 콘트레라스는 올 시즌 빅 리그 2년만에 풀타임 주전 포수가 됐다. 결과적으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성장한 모습이다. 타격에서는 fWAR 3.2, wRC+ 121로 350타석 이상 소화한 포수 가운데 모두 5위에 올랐다. DRS 역시 7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전체 5위의 성적을 냈다. 후반기 햄스트링 부상 이전까지는 전반기보다 좋은 타격(10홈런 29타점 OPS 1.080)으로 팀 타선의 반등을 이끌기도 했다. 타순 상으로는 4번타자 자리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해(13홈런 39타점 0.307/0.404/0.608) 이대로라면 내년 컵스는 2번부터 브라이언트-리조-콘트레라스-슈와버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만들 수 있다.
실망스러웠던 선수- 카일 슈와버, 제이슨 헤이워드
카일 슈와버: 0.211/0.315/0.467 30홈런 59타점 59볼넷 150삼진 bWAR 0.0 fWAR 1.5
덱스터 파울러의 이적으로 매든 감독은 출루율이 좋으면서도 홈런을 칠 수 있는 신개념 1번 타자를 고안해 냈다. 여기에 가장 적격인 선수는 슈와버였다. 그러나 슈와버는 올 시즌 1번 타순에서 37경기 0.190/0.312/0.381 7홈런 18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자기 자리가 아닌 타순에서 슈와버는 트리플A를 오가며 전반기 타율 0.178로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나마 후반기 1번 타자 자리에서 탈피해 17홈런 30타점 0.253/0.335/0.559으로 살아난 것이 위안거리다. 슈와버에게 제일 잘 맞는 타순은 5번이었다(11홈런 18타점 0.273/0.368/0.667).
제이슨 헤이워드: 0.256/0.326/0.389 11홈런 59타점 41볼넷 67삼진 bWAR 2.3 fWAR 0.9
헤이워드는 지난 시즌의 부진을 씻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하는 열의까지 보였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작년보다 미세하게 나아진 타격지표에도(wRC+71→88, ISO 0.094→.0143, wOBA 0.282→0.311) 두 번의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하며 별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 이후 헤이워드에게는 옵트아웃 기회가 생기지만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팬들은 그의 부활에 한번 더 희망을 걸어야 한다.
마무리
팀을 떠나는 존 제이를 제외하면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주축 타선의 변경은 크지 않다. 문제는 투수진의 재편성. 올 시즌을 끝으로 아리에타와 래키가 팀을 떠나면서 컵스는 투수진의 재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컵스는 가장 먼저 콜로라도의 타일러 챗우드와 3년 38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챗우드는 이번 시즌 8승 15패 평균자책점 4.69로 부진했지만 쿠어스 필드 밖에서 준수했던 성적이 영입의 발판이 됐다(홈 3승 8패 ERA 6.01 / 원정 5승 7패 ERA 3.49). 최근 토미존 수술을 받은 드류 스마일리와의 2년 100만 달러 계약은 내년보다 2019시즌을 대비한 계약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불펜진도 보강에 나섰다. 컵스는 어깨 부상 이후 LA 다저스에서 올 시즌 반등에 성공한 브랜든 모로우와 2년 2100만 달러 계약을 맺어 웨이드 데이비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다. 이후에도 컵스는 허리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셋업맨급 이상의 불펜 투수를 1명 더 영입할 예정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던 2016년만큼 화려한 1년은 아니었다. 하지만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달성하고 3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으며 강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젊은 선수들이 계속 가을야구 경험치를 쌓고 있는 컵스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무서운 팀’이 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타이틀 방어에는 실패했지만 괜찮다. 이제 컵스는 언제든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강팀이 됐기 때문이다.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 M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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