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5시즌 리뷰] SSG 랜더스 – 신구 조화로 ‘리모델링’에 박차를 가하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수연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75승 65패 4무 (최종 3위)

 

시즌 전 예상

< 2024시즌 KT 위즈와 타이브레이크 경기에서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8회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난 이후 김광현의 모습 >

많은 이들이 랜더스의 2025시즌을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팀의 핵심 전력인 최정, 김광현, 한유섬 등이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장이었기 때문이다. 30대 후반에 들어선 최정에게 아직도 의존하는 타선은 ‘홈런 군단’의 위용을 잃은 지 오래였다. (2024시즌 홈런 10개 팀 중 4위, 장타율 10개 팀 중 6위) 센터 라인 최지훈, 박성한, 이지영은 빈약한 선수층 속에서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외국인 선발 투수과 필승 계투진에만 의존하는 투수진은 더더욱 위태로웠다. 거기에 팀의 좌완 선발 오원석의 트레이드는 불펜 투수를 선발 투수와 바꿨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러 가지 열악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는 SSG가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리라 예상했다. 내부 전력팀도 2025시즌의 순위를 7~8위로 예상했다.

 

부상 악령을 딛고 3위의 대반전을 만들어내다

< 2025시즌 3위 확정 순간 >

시즌 초 랜더스에는 악재가 연이었다. 팀의 간판타자 최정과 시즌을 앞두고 새로 영입한 미치 화이트가 모두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한 것. 5월 말에는 문승원마저 같은 이유로 이탈하며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시즌 초반부터 타선의 부진으로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투수들이 지치는 여름이 되면 하위권에 쳐질 듯했다.

그러나 대반전이 일어났다. 그동안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하던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며 팀을 견인했다. 특히 조형우와 박시후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조형우는 1군에서 오랫동안 두각을 드러내지 않다가 주전 포수 이지영의 부상으로 기회를 얻었다. 뛰어난 타격 성적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wRC+ 61.5) 강한 어깨를 이용한 도루 저지 능력을 보여주며 올스타전 출전에도 성공했다.

‘꼴찌 지명의 기적’을 써 내려간 박시후의 활약은 투수진에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작년 말부터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주목받기 시작한 박시후는 5월 2일 LG와의 경기 2.1이닝 무실점의 활약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에도 롱릴리프, 추격조, 대체 선발 등 보직을 가리지 않고 팀의 유일한 좌완 불펜으로서 ‘마당쇠’와 같은 활약을 이어 나갔다.

< 9/16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백투백투백투백 홈런을 합작한 4인방. 왼쪽부터 기예르모 에레디아, 최정, 류효승, 한유섬 >

부진을 이어가던 타선도 약속의 계절, 가을이 가까워지자 살아났다. 특히 전반기 내내 부상에 시달리던 에레디아, 최정의 타격감이 살아났다. 특히 9월 16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나온 백투백투백투백 홈런은 ‘홈런 군단’의 위용을 뽐내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에레디아-최정-한유섬-류효승 순)

< 후반기 최정, 에레디아 성적 >

 

무기력하게 퇴장한 가을야구

2년 만에 다시 맞이한 준플레이오프. 결과는 2년 전과 비슷했다. 와일드카드에서 NC 다이노스를 꺾고 올라온 삼성 라이온즈에 1승 3패로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 플레이오프 4차전 8회초 무사 3루에서 삼진을 당하고 돌아가는 에레디아 >

원인은 너무나 명확했다. 시리즈 팀 타율 0.173, OPS 0.530에 그친 무기력한 타선 때문이었다. 4차전 동점 상황에 무사 3루라는 기회를 맞이하고도 득점하지 못해 패배했던 장면은 올해 랜더스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났던 순간이었다.

시즌 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주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도 결정적이었다. 1선발 앤더슨은 건광 관리 실패로 1차전을 거른 채 3차전에서 부진한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화이트는 1차전 선발 투수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최악의 투구 내용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에레디아는 시리즈 내내 부진하고 4차전 결정적인 찬스마저 살리지 못하며 시리즈 패배에 한몫했다.

 

유망주의 대거 등장, ‘젊은 SSG’를 만들다

올 한 해 SSG는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린 젊은 유망주들이 팀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 일명 ‘02즈’ 라 불리는 2002년생 4인방의 모습. 왼쪽부터 김건우, 조병현, 고명준, 조형우 >

‘02즈’라 불리는 2002년생 선수들이(조병현, 고명준, 조형우, 김건우) 그 핵심이다. 조병현은 작년의 인상적인 활약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최고의 마무리에 등극했다. 고명준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며 주전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했다.

올 한 해 롱릴리프, 대체 선발로 주로 나선 김건우는 김광현을 이을 차기 좌완 선발로서의 기대를 품게 했다. 시즌 후반 2군에서의 투구폼 조정 이후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2경기 2승, 10.1이닝 2자책)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경기 개시 후 연속 탈삼진 신기록(6타자 연속 삼진)을 세우며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 10월 1일 한화와의 홈 최종전에서 이율예가 끝내기 홈런을 치는 순간의 모습. 2025시즌 KBO 모든 경기를 통틀어서 승리 확률을 가장 많이 뒤바꾼 순간이자, 정규 시 1등과 2등의 순위를 확정 짓는 드라마틱한 순간이었다. >

그 외에도 많은 유망주가 줄줄이 등장했다. 불펜 마당쇠 박시후, 28살의 늦은 나이에 유틸리티 내야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안상현, 2군에서 ‘갑툭튀’하며 돌직구로 타자들을 상대한 전영준, 시즌 막판 콜업되어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선보인 류효승, 극적인 끝내기로 KBO를 들썩이게 한 이율예가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통곡의 벽, ‘민노이조’ 필승 계투진과 최고의 불펜 운용을 보여준 경헌호 투수 코치

올 한 해 1등 공신은 단연 김민-노경은-이로운과 조병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이었다. 이들의 활약으로 SSG 불펜은 구원 WAR 1위,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이로운-노경은, 조병현은 각각 30홀드, 30세이브를 기록하며 KBO 최초 한 팀 동반 30세이브-30홀드-30홀드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 KBO 최초 한 팀 동반 30세이브-30홀드-30홀드를 달성한 3인방. 왼쪽부터  조병현, 노경은, 이로운 >

전반기 말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김민은 후반기에 평균자책점 1.37의 인상적인 활약을 보였다. 리그 3위(규정이닝 30% 이상 투수 중)의 땅볼 비율로 KT 시절의 절륜한 땅볼 유도 능력을 유지했다. 거기에 뛰어난 탈삼진 능력(k/9 9.19)도보여주며 김재현 단장이 좌완 선발을 내주며 데려온 이유를 증명했다.

노경은은 42살의 나이에 또다시 홀드왕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입단 이후 매년 8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내구력을 증명했다.

이로운은 올해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구 문제를 해결하고 (BB/9 2024시즌 6.91, 올해 3.04) 김광현으로부터 전수받은 슬라이더를 성공적으로 장착했다. 기존의 주무기 체인지업 못지않은 구종 가치를 기록하며 (100구당 구종 가치 체인지업 0.6, 슬라이더 0.4) 새로운 결정구로 자리 잡았다. 기존의 결정구와 반대 방향으로 휘는 구종을 추가해서 훨씬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성장했다.

조병현은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ERA, WHIP는 모든 마무리 투수 중 1위이며, WAR는 모든 구원 투수 중 1위였다. 위에서 찍어 누르는 듯한 폼에서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조합으로 수많은 타자를 압도했다.

한편, 이들의 활약 뒤에는 경헌호 투수 코치의 신들린 듯한 불펜 운용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빈약한 선발진과 타선으로 불펜에 과부하가 걸렸다. (불펜 이닝 2위) 그러나 경헌호 코치가 필승조 투수들의 연투를 최소화하여(3연투 7위) 시즌 막판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강력한 외국인 원투 펀치, 앤더슨-화이트

< 올 한 해 SSG의 1-2선발을 맡은 드류 앤더슨(왼쪽), 미치 화이트(오른쪽) >

선발진은 ‘외국인 원투펀치의 하드캐리’로 요약할 수 있다. 이들은 한화 이글스의 폰세-와이스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 2025시즌 앤더슨, 화이트 기록 >

팀의 1선발 드류 앤더슨은 지난해 보여준 탈삼진 머신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 나갔다. 저조한 득점 지원 속 12승에 그쳤으나 ERA 3위, 탈삼진 2위, K/9 12.84(리그 1위)를 기록하며 1선발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미치 화이트는 시즌 초반 부상 공백이 있었으나 2점대 평균자책점과 뛰어난 탈삼진 능력(k/9 9.2)을 보이며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였다.

 

극심한 타격 부진, 논란의 중심에 휩싸인 타격 코치

올 한 해 SSG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타격 WAR 9위, OPS 8위, wRC+ 9위의 팀 성적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5위에 그친 홈런 순위였다. 타자 친화적인 문학 구장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중심 타자들의 활약 또한 기대 이하였다. 올해로 만 38세에 접어든 최정은 시즌 내내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며 규정 타석을 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컨택 능력도 저하된 모습을 보이며 2019시즌 이후 가장 낮은 wRC+(126.5)를 기록했다. 다른 선수였다면 준수한 성적이지만, 최정이라는 이름값과 4년 110억이라는 계약 규모를 감안하면 분명 아쉬운 성적이었다.

< 9월 20일 두산전을 앞두고 실시된 수비 훈련 도중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덕아웃에 들어가는 최정 >

전년도 타격왕 에레디아의 활약은 더더욱 아쉬웠다. 부상 복귀한 후반기에는 맹타를 휘두르며 이름값을 증명했지만 (타율 0.391), 표피 낭종으로 인한 6주 간의 공백, 아내의 출산으로 인한 출국 등의 이유로 100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 강병식 타격 코치가 지도하는 모습 >

이러한 상황에서 강병식 타격 코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부임한 이후 SSG 타자들의 홈런 수가 급감하며 작은 홈구장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즌 내내 이어진 타자들의 집단 부진에도 보직 이동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모습에 팀 내부 인사 정책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었다.

 

왕조의 부활을 위한 과제

올 한 해 수많은 선수의 발굴과 성장이 일어났다. 많은 기회를 받고, 가을 야구라는 큰 무대까지 경험해 본 만큼 내년에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

< 2025시즌이 끝난 후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는 이숭용 감독 >

그러나 아직 보완할 점은 많다. 하향세의 김광현, 문승원을 대체할 젊은 선발투수를 발굴해야 한다. (김광현: ERA 5.00, 문승원: 5.13) 이를 위해 기존의 5선발을 두고 경쟁하던 투수들과, 불펜 투수 중 일부에서 옥석을 가려내 풀 시즌 소화 가능한 선발 투수를 생산해야 한다. 아시아 쿼터를 불펜으로 활용해서라도 젊은 국내 선발투수들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거포 타자를 발굴해야 한다. 타자 친화 구장인 문학구장을 쓰고도 홈런 5위, 장타율 7위에 그친 것은 분명한 문제 유망주 육성 실패의 결과다. 최정과 함께 팀의 장타를 책임질 수 있는 빅뱃을 키워야 한다.

이번 겨울 FA에서 논란을 감수하고 김재환을 영입한 이유는 단순히 전력 강화가 아니다. 보고 배우는 데에서부터 유망주의 성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류효승, 고명준, 그리고 상무에서 곧 제대하는 전의산이 최정과 김재환 같은 타자들을 롤모델로 삼으며 분발해야 한다.

흔히 성적과 육성을 모두 챙기는 리모델링, 리툴링이 성적을 포기하고 육성에 집중하는 리빌딩보다 더 까다롭다고 한다. SSG는 젊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 이숭용 감독의 뚝심 있고 과감한 기용, 활기찬 팀 분위기에 힘입어 성공적인 리모델링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피를 앞세워 왕조의 부활을 꿈꾸는 SSG의 행보. 내년에도 기대해 보도록 하자.

 

참조 = 스탯티즈, KBO

야구공작소 조승택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원정현,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수연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