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5시즌 리뷰] 롯데 자이언츠 – 신은 날개를 주지만 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박경진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66승 72패 6무 (최종 7위)

 

2025년 롯데 자이언츠는 한 편의 소설과 같았다. 사실 어떠한 소설도 올해 롯데 자이언츠만큼 반전을 주지 못했다. 희망으로 시작한 소설은 한순간의 반전과 함께 비극으로 끝이 났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 보았다.

 

프롤로그 – 믿음

2025년 롯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FA를 신청한 김원중과 구승민을 각각 4년 54억, 2+2년 21억에 눌러 앉혔다. 외국인 선수 찰리 반즈와 빅터 레이예스는 지난 시즌의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재계약했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터커 데이비슨을 영입했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번에 지명된 김민석을 포함해 3명의 선수를 내주고 2022년 신인왕 정철원과 유격수 자원 전민재를 데려왔다. 기회를 주기 힘들었던 외야수들을 트레이드하고 약점이었던 불펜과 유격수를 보강한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2024년 ‘윤고나황’이라 불리는 유망주들의 성장세를 확인했고 이 희망은 2025년 시범경기까지 이어졌다. 나승엽은 장타력을 늘리는 선택을 했고, 스프링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투수 쪽에서는 김진욱과 박진이 선발 후보로 떠올랐다. 김진욱은 2024년 볼넷 비율을 줄이면서 선발 로테이션 안착에 성공했다. 박진은 시즌 후반 선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여기에 나균안까지 합류하며 토종 선발 투수들의 경쟁이 뜨거웠다.

김태형 감독은 아마 믿었을 것이다. 윤고나황 모두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김진욱, 박진, 나균안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희망을 보여줄 거라고.

<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전민재, 정철원 >

 

1부 – 신의 한 수

누군가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하고 누군가는 별다를 것 없었던 비시즌에 기대를 내려놓은 채 시즌이 시작됐다. 개막 2연전을 스윕 당하고 10위까지 떨어지는 등 출발은 불안했다.

그런 롯데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시즌 전 트레이드로 영입한 정철원과 전민재다. 신인왕 수상 이후 부진했던 정철원과 프로 6년 차임에도 뚜렷한 툴을 보여주지 못한 전민재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정철원은 구승민의 부진, 최준용의 부상으로 구멍 난 롯데의 필승조 자리를 채워줬다. 전민재는 4월까지 4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다. 이 둘은 4월까지 각각 홀드 1위, 타율 1위를 기록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선발진에서는 박세웅과 나균안 그리고 데이비슨이 맹활약을 이어갔다. 박세웅은 4월 5경기 등판해 전승을 기록했다. 나균안과 데이비슨 역시 매 경기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비록 기대주였던 김진욱이 4경기에서 11.2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로테이션에 큰 문제는 없었다.

< 4월 30일까지 롯데 주요 타자들의 타격 성적 >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타선이었다. 개막 후 4월까지 4명의 타자가 3할을 넘기고 3명의 타자가 OPS 0.9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레이예스의 타격감은 여전히 뜨거웠다. 나승엽은 한 달간 5개의 홈런을 치는 등 시즌 전 기대치를 충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몸값 대비 아쉬운 활약이라는 평가를 받던 유강남까지도 맹타를 휘둘렀다. 그렇게 롯데 타선은 팀 타율 1위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타선으로 발돋움했다.

4월 29일, 전민재가 사구를 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 4월 29일, 머리에 사구를 맞은 전민재 >

 

2부 – 신의 시험대에 오르다

4월까지 순항하던 롯데는 위기를 맞이했다. 주전 유격수 전민재가 사구에 맞아 안구 전방 내출혈로 이탈한 것이다. 여기에 반즈, 김진욱이 부진했고, 타선에서도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부상 선수가 생길 때 채워줄 뎁스가 중요하다고 한다. 롯데의 5월은 이를 증명했다.

김진욱의 공백은 2022년 롯데 1차 지명 이민석이 채웠다. 기복은 있으나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희망을 던졌다. 첫 경기였던 5월 5일 SSG와의 경기에서 5이닝 6실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6경기 중 5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불펜에서는 최준용이 돌아왔다. 그것도 더 강력한 모습으로 말이다. 지난 시즌 평균 144.8km/h의 포심을 던졌던 최준용은 복귀전에서 평균 151.3km/h를 기록했다. 6월까지 20경기 9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건강하게 복귀했다.

전민재가 빠진 자리는 2004년생 2년 차 신인 이호준이 채웠다. 좋은 수비는 물론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보여주며 공백을 완벽히 메꿨다. 황성빈이 5월 초 골절상을 당했을 때는 장두성이 나타나 6월까지 3할의 타율과 9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즈의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들어온 새 외국인 투수는 좌완 파이어볼러 알렉 감보아였다. 데뷔전인 5월 27일 경기에서는 4.2이닝 4실점에 주자가 나가면 흔들리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6월 한 달간 5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고 월간 MVP까지 수상하며 첫 경기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처럼 롯데는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휘청거릴 만한 상황들이 많았음에도 매번 새로운 얼굴들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김태형호는 그렇게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 데뷔 8년 차, 희망을 본 윤성빈 >

 

3부 – 신의 선물

시험대를 잘 통과한 덕분일까? 시련의 5월을 버텨내자 6월부터는 김태형호에 선물이 내렸다.

첫 번째 선물은 윤성빈이다. 5월 선발 등판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불펜으로 전향해 매 경기 150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지며 왜 그가 계약금 4억 5천만 원의 주인공인지를 증명했다.

두 번째 선물은 좌완 홍민기다. 선발과 불펜의 구멍이 생기면서 기회를 받은 홍민기는 최고 156km/h의 패스트볼과 위력적인 슬라이더로 보직을 가리지 않고 활약했다.

세 번째 선물은 한태양이다. 상무 제대 후 첫 시즌 고승민의 부상, 손호영의 부진 등으로 기회가 왔고, 6월부터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선물 같은 세 젊은 선수에 힘입어 롯데는 7월까지 3위, 그리고 4위와 5경기 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팬은 롯데의 가을야구가 확정적이라고 생각했고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90%가 넘는 예측 결과도 있었다.

롯데는 여기서 욕심을 부렸다. 이닝 소화에 단점이 있는 데이비슨을 교체한 것이다. 비록 10승을 기록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대체 외국인 선수는 빈스 벨라스케즈.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144경기나 등판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신은 롯데에 네 번째 선물을 허락하진 않았다.

< 2025시즌 큰 전환점이 된 외국인 선수 교체 >

 

4부 – 신이 그들을 버렸나

8월 6일, 데이비슨이 떠났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10승을 기록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교체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히도 이날 이후 롯데의 운명이 바뀌었다. 롯데는 8월 7일 패배를 시작으로 8월 23일까지 총 14경기를 치르며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잘 버티고 있었던 팀은 어느 순간 가을야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추락했다.

마치 신의 장난 같았다. 타자들은 단체로 부진했고 육성선수 출신 신인 박찬형만이 고군분투했다. 팀 타율 1위였던 롯데는 8월 한 달간 0.232의 타율을 기록했다. 투수진의 경우 선발은 선발대로 무너졌고, 불펜도 리드를 내주기 일쑤였다.

대체 외국인 선수 벨라스케즈는 충격적이었다. 첫 경기인 8월 13일 한화전 3이닝 5실점을 시작으로 총 11경기에서 8.2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모든 책임이 그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부진이 롯데의 추락으로 이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3위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던 롯데는 계속해서, 끝없이, 끊임없이 추락했고, 5위도 아니고 6위도 아닌 7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만약 야구의 신이 있다면 그들을 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신이 롯데를 버린 걸까?

< 김태형호 2년 차, 변화는 없었다. >

 

엔딩 – 그들이 신을 버렸다

신은 롯데의 가을야구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줬다. 트레이드는 대성공을 거뒀고, 부상에도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채웠으며 아픈 손가락이었던 윤성빈을 포함한 젊은 투수들이 기적처럼 성장했다. 그러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온 것에 눈이 멀어 롯데는 잊고 있었던 것이 너무나 많았다.

첫째, 장타력이 부족한 타선. 소위 말하는 바빕신(BABIP의 운이 따르는 것을 비유하는 것)은 7월까지 롯데를 도왔다. 7월까지 팀 타율 1위가 그 증거다. 하지만 팀 타율 1위에도 불구하고 순장타율, 순출루율은 7~8위권에 머물렀다. 외야에는 장타가 없는 컨택형의 발 빠른 야수들을 기용했고, 공을 오래 보는 것보다 공격적인 타자들을 선호했다. 그렇게 장타와 출루를 포기하고 바빕신에 의지해 타율로 승부한 롯데는 바빕신이 사라지자 그대로 무너졌다.

둘째, 해 줘야 할 선수들의 부진. 박세웅은 5월 초까지 다승 1위를 달리는 등 활약했으나 이후 극도로 부진했다. 전준우, 윤동희는 좋은 타격 성적에도 부상으로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베테랑 불펜 구승민과 김상수는 1군에 얼굴을 보이는 날이 적었으며 기대주인 김진욱은 올 시즌 최악의 투수로 전락했다. 그리고 윤고나황 중 윤동희를 제외한 세 명이 시즌 전 믿음에 보답해 주지 못했다.

셋째, 김태형 감독의 근시안적인 판단. 젊은 선수들의 성장 기회보다 당장의 성적을 우선시했고, 불펜 투수들의 막무가내식 운영을 추구했으며, 작전이라는 핑계로 팀의 소중한 득점 기회들을 날렸다.

불펜 투수들은 시즌 내내 점수 차와 관계없이 등판했다. 2연투는 기본에 3연투도 잦았다. 이제 풀타임 첫해인 정현수와 부상에서 돌아온 최준용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즌 후반 롯데 불펜에 쌓인 피로는 부진한 기록으로 드러났다.

시즌 후반 그는 더욱 조급했다. 단 1점을 위해 번트로 짜내는 야구를 했지만, 아웃카운트만 소비했을 뿐이었다. 선발은 빠르게 내려가고 불펜은 길게 가다가 리드를 내주는 것이 일상이었다.

물론 야구에서 감독이 시즌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김태형의 운영이 시즌을 망쳤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팀이 가진 전력 수준으로 회귀해 추락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속도로, 이렇게 쉬지 않고 추락할 정도는 아니었다.

충격적인 12연패에도 여전히 5위였다. 이후 계속 무너졌지만, 9월 초까지도 롯데는 5위였다. 하지만 9월 롯데는 12연패의 8월(0.304)보다 더 충격적인 한 달을 보냈다(0.235). 엄청난 연패의 충격은 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신은 롯데에 가을야구의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들은 준비하지 못했고 신은 그런 자들에게 가을야구 티켓을 끝내 뺏고야 말았다.

그러니 롯데는 더욱 준비해야 한다. 2025시즌에도 희망은 있었다. 이민석, 홍민기, 윤성빈 등 가능성 있는 투수들을 발견했다. 나승엽, 고승민은 아직 잠재력을 터트리기에 충분한 나이며 상무에서 맹활약한 한동희가 돌아온다. 이호준, 한태양, 박찬형 등 지난 시즌 뚜렷한 성장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다.

신은 준비된 자들을 돕는다. 이 글에서 신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절대적 신의 존재(神), 선수에 대한 믿음(信), 롯데 오너 일가의 성(辛), 그리고 프로 스포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 팬들의 믿음(信)이다. 이제 그 믿음을 더 이상 저버리지 않고 희망을 결과로 만들어내는 2026년이 되기를 바란다.

 

참조 = KBO, STATIZ, 롯데 자이언츠, 조선일보

야구공작소 이재성 칼럼니스트

에디터= 야구공작소 오연우,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박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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