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65승 4무 75패 (최종 8위)
시즌 전 예상
2024 시즌 V12를 달성한 KIA 타이거즈는 ‘리핏’을 정조준했다. 필승조 장현식이 FA로 이적했지만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전력 유출을 최소화했다.
또한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와 메이저리그 88홈런 출신 패트릭 위즈덤을 영입하며 재계약에 성공한 제임스 네일과 함께 외국인 선수 3명을 알차게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리그 MVP 김도영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타선과 부상자가 발생했음에도 버텨준 젊은 투수진, 두터워진 백업 야수진, 작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이의리의 복귀 가능성 등을 이유로 KIA는 2025 시즌 전 모든 전문가로부터 절대 1강 후보로 뽑혔다.
하지만 KIA는 ‘리핏’에 실패하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게 되었다.

< 해태 – KIA 우승 후 순위 추락 역사 >
이번에도 우승 후 몰락이라는 징크스를 피하지 못했다. 벌써 5번째다. 심지어 이번 시즌은 8위로 마감하며 1996년 OB 베어스 이후 29년 만에 우승 팀이 다음 해 8위로 마감했다. 역대 2번째 치욕스러운 기록이다. 2025 시즌까지 디펜딩 챔피언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사례는 총 7회 있었다. 이 중에서 4회를 해태 – KIA가 기록하게 되었다.
부상 악령
KIA는 올 시즌 역시 줄부상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이창진의 햄스트링 부상부터 시즌 후 윤도현의 대퇴근 부상까지 수많은 선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2023시즌부터 3시즌째 이어지는 단체 부상 병동이다. 아래 명단은 주요 부상 이력만 기재했을 뿐 작은 부상도 많았다.

< 2025시즌 KIA 주요 부상자 명단 >
그중에서 팀 타선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김도영의 햄스트링 3회 부상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2025 시즌 30경기 출장에 그쳤고, sWAR은 지난 시즌 8.59에서 1.33으로 크게 감소했다.
김도영이 빠진 자리에 변우혁을 세웠지만 홈런 없이 OPS 0.543, WRC+ 45.8의 형편없는 공격 생산성을 보여줬다. 팀 공격력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1루수였던 외국인 타자 위즈덤의 포지션을 3루수로 변경했다.
89년생 듀오 나성범과 김선빈도 종아리 부상으로 80여 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 자리에 김석환, 박민, 김규성이 들어갔지만, 이들의 합산 WAR은 0.37로 2명의 공백을 충분히 채우지 못했다. 주전들의 부상이 길어지며 풀타임 경험이 부족했던 백업 선수들은 무더운 여름이 오면서 체력적인 한계가 발생했고 이는 퍼포먼스 저하로 이어졌다.

< 2025 시즌 KIA 개막전 라인업, 출처: 티빙 >
결국 2025 시즌 개막전 라인업이 정상 가동된 공격 이닝은 전체 144경기 중 3.1이닝 (3/22 개막전 2.1이닝 + 4/25 LG전 1이닝)에 불과했다.
물론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많은 경기 이탈했음에도 2025 시즌 팀 OPS는 리그 4위, WRC+는 스탯티즈 기준 리그 3위로 팀 공격 생산성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팀 경기당 득점은 2024 시즌 5.96점 (리그 1위)에서 4.64점 (리그 6위)로 크게 감소했다. 클러치 부문에서 아쉬움이 드러났다.

< 2024 & 2025 시즌 KIA팀 타선과 주요 타자 WPA(승리 확률 기여도) 변화 >
2024 시즌 팀 타선의 WPA는 20.69로 1위를 기록했다. 5.74를 기록한 김도영과 최형우(4.01)를 비롯하여 주요 타자들이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사 능력을 보여줬다. 이는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이 많았던 원동력이었다.
반대로 2025 시즌 팀 타선의 WPA는 – 0.30을 기록하며 전체 7위로 떨어졌다. 원인은 2가지가 있었다. 주원인은 김도영, 나성범, 김선빈이 부상으로 출장 수가 줄어들며 WPA가 2배 이상 줄어들었다. 게다가 외국인 타자 위즈덤은 찬스 상황마다 침묵하며 클러치 상황에서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득점권에서 점수를 많이 뽑지 못했고, 이는 많은 패배와 직결됐다.
마운드에서는 곽도규가 토미 존 수술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지난 시즌 좌타자 피안타율 0.182, 피OPS 0.538을 기록하며 좌승사자의 역할을 했던 곽도규의 이탈은 팀에게 큰 손실이었다. 최지민, 이준영, 김대유 등 나머지 왼손 불펜이 그의 공백을 최소화하지 못하면서 더욱더 그리워졌다.
외국인 투수 올러는 6월 25일 투구 이후 약 40일간 팔꿈치 염증 부상으로 빠졌다. 처음엔 가벼운 부상으로 빠른 복귀가 예상됐지만 회복 속도가 늦어 복귀 일자가 미뤄졌다. 올러는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던 시기에 사라졌다. 그 자리에 김건국이 4차례 대체 선발로 들어갔지만, 그의 공백을 여전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황동하는 5월 초 교통사고로 긴 기간 재활을 거쳐 시즌 막판에 복귀했었다. 선발진에 공백이 생겼을 땐 대체 선발로, 불펜이 불안할 때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의 부상은 불운했다. 사실상 천재지변과 다를 바가 없었다. 쓰임새가 굉장히 넓었던 황동하의 이탈은 큰 손실이었다.
수비 불안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수비의 불안감을 노출했다. 2024 시즌 팀 실책 146개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시즌은 123개 실책으로 2년 연속 수비 최다 실책 1위를 달성했다.

< 2025 시즌 KIA 외야 수비 기록 >
가장 크게 드러났던 약점은 외야 수비였다. 수비 범위가 매우 좁고 실책도 많아 이로 인한 실점을 가장 많이 허용했다. 투수들은 공이 뜨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외야 라인업(이우성 – 최원준 – 나성범)은 수비보다 타격에 치중돼 있었다. 이들에게 뛰어난 수비를 기대할 순 없었다.
하지만 최원준과 이우성의 부진, 나성범의 부상 등으로 인해 공격에서 엄청난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쉬운 수비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 중반부터 김호령이 중견수로 고정되면서 센터라인의 안정은 찾았지만, 코너 외야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외야 지표를 기록했다.
후반기 최하위
시즌 초반 주전들의 연이은 부상이라는 악재가 발생했지만, 백업 선수들을 중심으로 분전한 KIA는 전반기를 4위로 마감했다. 기존의 부상자가 복귀해 완전체가 되면 후반기에 상위권을 위협할 수 있는 팀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후반기 시작부터 사라졌다.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한 KIA는 2번째 경기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7월 22일 KIA는 LG에 4 : 1로 뒤진 8회말 공격에서 6득점 빅이닝을 기록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9회초, 박해민의 극적인 동점 쓰리런 포함 5점을 내주며 9 : 7 충격적인 재역전패를 당했다.

< 7월 22일 LG vs KIA, LG 박해민 9회초 동점 쓰리런 장면, 출처: 티빙 >
이 경기를 시작으로 KIA는 그 주에 열렸던 6경기(2위 LG와 3위 롯데)에서 전패를 기록했다. 주전들이 복귀하며 상위권 도약을 노렸지만, 당시 1~3위였던 한화(전반기 마지막 3연전), LG, 롯데에 모두 스윕패를 당하며 KIA는 7월 6승 1무 12패를 기록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위에서 6위까지 추락했다.
결국 부풀어 올랐던 기대와 달리 KIA는 후반기 20승 1무 35패 승률 0.364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뒷문 불안이었다.

< 정해영 2025 시즌 기간별 성적 >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7~8월에만 네 차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더 안 좋았던 것은 팀이 상승세를 타려고 하는 순간마다 블론 세이브가 나왔다. 좋은 분위기로 상위권 진출을 노리던 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레이드 이적생 조상우는 72경기 등판해 60이닝 6승 6패 1세이브 28홀드 ERA 3.90, WHIP 1.52를 기록하였다. 커리어 한 시즌 최다 출장이었지만 경기당 평균 1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1이닝을 완전하게 책임져야 하는 필승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 조상우 시즌 별 헛스윙률 >
가장 큰 변화는 헛스윙률의 변화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2019년 29.3%의 헛스윙률을 기록한 후 이듬해부터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는 올 시즌까지 그 흐름이 유지됐다. 전성기 대비 가라앉은 스터프는 타자를 압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암울한 결과 속 한 줄기 희망의 빛 – 함평 타이거즈
2025시즌 8위를 기록했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1군 자원들의 부상에 따른 이탈을 대체한 2군 자원, 이른바 함평 타이거즈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 오선우, 김호령, 성영탁 2025 시즌 성적 >
오선우는 2군 여포라는 꼬리표를 떼며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김호령은 타격이 약하고 수비가 좋은 중견수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올 시즌 타격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특히 2루타를 26개 때려내며 갭 파워가 있는 타자임을 증명했다.
2년 차 성영탁은 타이거즈 신인 데뷔전 이후 연속 이닝 무실점(17.1이닝) 신기록을 세웠다. 패전조로 시작했지만 꾸준하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필승조까지 올라갔고 시즌 종료 후 국가대표 무대까지 올랐다.
이들을 중심으로 KIA는 6월 1달간 15승 7패 1무 승률 0.682로 전체 1위를 기록하였다. 7월 5일에는 리그 2위까지 상승했다. 이 모습은 두터워진 KIA의 뎁스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위의 3명 외에도 박민, 고종욱, 김석환, 김규성 등 적재적소에 쏠쏠한 활약을 선보인 선수들이 더 있었다. 이들의 활약은 부상으로 침울했던 팀을 구했다. 비록 끝까지 지속되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희망을 안겨준 것만으로 박수 받을만한 자격이 있었다.
상수보다 변수로 가득한 2026 시즌
통합 우승 후 최악의 1년을 경험한 KIA는 2026 시즌 물음표로 가득하다. 상수보다 변수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선, 주전 공백 3자리를 채워야 한다. 팀 규정 타석을 채운 야수 4명 중 sWAR 1, 2위를 달성한 최형우(4.37)와 박찬호(4.56)가 FA로 이적했다. 3위였던 위즈덤(3.49)은 보류 명단에서 제외됐다. 총 야수 sWAR 12.42가 빠졌다. 기존 야수들과 새로운 외국인 타자인 해럴드 카스트로가 사라진 sWAR 12.42를 채워야 한다.
두 번째로 부상자 최소화다. KIA는 내년에도 ‘다치지만 않으면’이라는 전제와 싸워야 한다.
특히 김도영의 부상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건강한 김도영은 리그를 지배한 타자임을 2024시즌에 이미 증명했다. 여기에 나성범과 김선빈의 부상 관리도 중요하다. 최형우가 빠지며 헐거워진 팀 타선에 김도영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나성범과 김선빈도 최대한 빠지지 않고 우산 효과 역할을 해야 한다.
세 번째로 안정적인 국내 선발진 구축이다. 국내 선발 자원은 여러 명이 있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카드는 없다. 윤영철은 토미 존 수술로 내년 시즌까지 볼 수 없고 추후 입대 예정이다. 이의리는 수술 이후 복귀했지만 부진했다. 김도현은 후반기 부진과 시즌 막판 팔꿈치 피로 골절이 겹치며 내년 시즌 풀타임 소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양현종은 올 시즌 유일하게 부상 없이 30경기 153이닝을 소화했지만 ERA 5.06으로 세월 앞에 장사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9월 이후 신인 김태형이 선발 마운드에 등장해 새로운 5선발 후보로 떠올랐지만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자원이다.
국내 선발 후보들은 많지만, 이 중에서 상수라 할 수 있는 자원은 현시점에 없다.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원투펀치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를 받쳐주기 위해선 양현종의 부활과 젊은 선발진들의 약진이 필요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변수와 맞서 싸워야 하는 KIA의 내년 시즌 전망은 밝지 않다. 많은 변수를 한 번에 상수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내부 FA 양현종과 이준영을 단속하는데 성공했지만 특히 최형우를 놓치면서 팬들의 민심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부상을 최소화하고 다크호스로 올라갈 여지를 보여줘야 팬들의 들끓는 민심을 잠재울 수 있다.
우승 이후 깊은 몰락이라는 사이클을 반복한 KIA가 2026 시즌 몰락의 터널에서 빠르게 탈출할지, 더 깊은 몰락의 터널로 빠지게 될지 주목된다.
참조 = KBO, STATIZ, TVING
야구공작소 강형주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조광은,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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