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노승유 >
패트릭 위즈덤(Patrick Wisdom), KIA 타이거즈
1991년 8월 27일(만 33세)
내야수, 우투우타, 188cm, 99kg
2024시즌 시카고 컵스, 나랑헤로스 데 에르모시요(멕시코 태평양 리그)
계약 총액 10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 계약금 20만 달러)
지난 3년간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활약은 브렛 필-로저 버나디나–프레스턴 터커로 이어지는 효자 외국인 타자 계보에 이름을 올리기 충분했다. 통산 409경기 출장해 wRC+ 126.6, sWAR 11.76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으며 팀의 7년 만의 우승에도 크게 공헌했다. 성실함과 친화력 그리고 특유의 중독성 있는 응원가로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그러나 코너 외야수임을 고려하면 아쉬운 타격 생산력이었고 수비에서도 불안감을 자주 노출했다. 더불어 5~6월은 돼야 타격감이 정상 궤도에 오르고 기온의 영향도 많이 받았기에 KIA 타이거즈는 그와의 재계약을 주저했다. 결국 KIA의 선택은 결별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소크라테스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거포 유형의 1루수가 필요해 위즈덤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배경
위즈덤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라운드(전체 52번)로 지명됐다. 강한 어깨와 뛰어난 파워를 지닌 3루수라는 평가를 받았고 세인트루이스의 유망주 랭킹에서 20위 내에 들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로우 싱글A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위즈덤은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특유의 장타력을 뽐냈다. 그러나 더블A에서조차 타율은 0.250을 넘기지 못했고 매년 100개가 넘는 삼진을 당하며 성장통을 겪었다. 2017시즌을 앞두고 PCL(AAA)로 자리를 옮긴 위즈덤은 여전히 타율은 0.243로 저조했지만 31개 홈런을 터뜨리며 마이너리그 올스타로 선정됐다. 2018시즌에도 활약을 이어가 마이너 올스타로 선정됐고 빅리그 데뷔에도 성공했다.
2018시즌 종료 후 위즈덤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드류 로빈슨을 상대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텍사스는 은퇴를 선언한 아드리안 벨트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위즈덤을 영입했는데, 그만큼 위즈덤이 받는 기대는 상당했다. 2019시즌에도 위즈덤은 트리플 A에서 31개 홈런을 기록했으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에 밀려 메이저리그 출장은 9경기에 그쳤다.
이런 위즈덤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시카고 컵스였다. 2020년 8월 컵스와 자유 계약을 체결한 위즈덤은 2021시즌 28개의 홈런과 OPS 0.823, wRC+ 117을 기록하며 신인왕 투표 4위에 오르는 등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2022시즌 134경기 출장해 25홈런, 2023시즌에는 97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23홈런을 때려내며 컵스의 주축 타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더블A에서부터 컨택에 약점을 드러냈던 위즈덤이었기에 매 시즌 30%가 넘는 K%을 기록했다. 타율 역시 2할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쳐 생산력도 뛰어나지 않았다. 더불어 주 포지션인 3루에서의 수비력도 3시즌 연속 UZR 음수를 기록하는 등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2024시즌에는 허리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이에 컵스는 크리스토퍼 모렐과 이사크 파레데스를 주전 3루수로 기용했고 위즈덤은 1루와 외야를 오가는 백업으로 밀려났다. 시즌 최종 성적은 75경기에서 타율 0.171에 8홈런, OPS는 0.629에 그쳤다. 시즌 종료 후 위즈덤은 컵스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며 FA 신분이 되었고 멕시코 태평양 리그의 나랑헤로스 데 에르모시요에 합류했다. 이후 12월 26일 KIA와 계약을 체결하며 KBO 리그에 입성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위즈덤과 가장 비슷한 유형의 선수는 NC 다이노스의 맷 데이비슨이 주로 언급된다. 요약하자면 ‘삼진은 더 많이 당하는 대신 장타와 선구안은 조금 더 나은 데이비슨’이다. 실제로 위즈덤과 데이비슨은 1라운드 출신 거포 내야수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장단점도 비슷하다.
< 위즈덤과 데이비슨의 메이저리그 통산 스탯 비교 >
데이비슨과 마찬가지로 위즈덤도 압도적인 파워를 자랑한다. 위즈덤은 데뷔 전 나무 배트를 사용했을 때의 파워가 금속 배트를 사용한 대학 시절과 거의 유사한 수치를 기록해 주목받은 바 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3시즌 연속으로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시카고 컵스의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을 정도로 파워 하나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선수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0.250의 높은 순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타구 속도와 타구질에서 기인한다. 2023시즌 114.6마일(약 184km/h)의 타구를 날리는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이상의 타구 속도를 기록했고 하드힛 비율(49.4%)과 배럴 타구의 비율(15.8%)도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즉, 공을 배트에 맞히기만 하면 장타로 연결될 확률이 매우 높은 타자인 것이다. 데이비슨의 2024시즌을 생각했을 때 위즈덤 역시 KBO 투수들에게 부담스러운 상대가 될 것은 분명하다.
또한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10%대 BB%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9%로 선구안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Chase%은 26.9%인데 이는 리그 평균(28.5%)보다 낮은 수치로 메이저리그 레벨 투수들의 유인구도 잘 참아냈다. 배트 스피드도 평균 75.4마일로 메이저리그 상위 6% 수준이며 스트라이크 존 낮은 쪽에 구사되는 공을 장타로 만들어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 2021~2024시즌 위즈덤의 MLB 타구 분포도 >
위즈덤은 공을 당기고 띄워서 장타를 만들어내는 풀히터이기도 하다. 프로 데뷔 후 GB/FB가 1 이상이었던 적은 2013년 싱글 A, 2016년 루키리그에서 단 두 번뿐이며 그마저도 스몰 샘플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타구 발사각도가 21.5도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12.3도보다 10도 가까이 높다. 또한 통산 PULL%이 48.7%일 정도로 당겨 친 타구의 비율이 매우 높은데 위 사진에서도 당겨서 친 홈런의 비율도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PULL%이 40%대인 데이비슨이 KBO에서도 극단적인 풀히터였기에(PULL% 67.7%) 위즈덤 역시 데이비슨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뛰어난 파워와 나쁘지 않은 선구안을 가지고 있음에도 위즈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너무 많은 삼진이었다. 위즈덤의 메이저리그 통산 K%은 36.7%에 달하며 마이너리그에서도 26.7%를 기록했다. 역대 1,000타석 이상 나온 선수들 중 K% 10위에 올랐으며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와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위즈덤에 대한 코멘트에는 항상 삼진이 언급될 정도다.
< 위즈덤의 통산 스윙/컨택 관련 지표 >
원인은 컨택이다.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Whiff%(헛스윙%)은 36.2%로 메이저리그 평균(25.0%)보다 10% 이상이나 높다. 반대로 존 안 컨택%은 메이저리그 평균(82%)보다 약 10% 정도 낮다. 위즈덤은 신인 시절부터 변화구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실제로 2021시즌부터 매년 변화구 상대 K%과 Whiff%이 30%를 가볍게 넘겼다. 슬라이더, 커브 등 브레이킹볼 계열에 특히 약해 브레이킹볼 계열 변화구 상대 타율과 기대 타율은 줄곧 1할대에 머물렀다.
< 2024시즌 위즈덤의 구종별 결과 >
더불어 가장 구사율이 높은 포심 패스트볼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고 커터와 싱커 등 변형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도 점차 퇴보했다. 특히 몸쪽 하이 패스트볼에 상당한 약점을 노출해 해당 구역에서 높은 K%과 Whiff%을 기록했다. 이를 간파한 투수들은 위즈덤에게 집중적으로 패스트볼을 구사했고 위즈덤은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구안을 가졌음에도 빈약한 컨택 능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에 따라 통산 BB/K는 0.24, 마이너리그에서도 0.36에 그쳤고 자연스레 타격 생산성도 저조했다.
< 2024시즌 위즈덤의 구역별 K%, Whiff% >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비해 평균 구속이 느리고 변화구의 위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KBO 리그에서는 위즈덤의 컨택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위즈덤과 비슷하게 컨택에서 약점을 노출했던 데이비슨이 KBO 리그에서는 3할 타자가 됐던 전례도 있다.
수비에서 주 포지션은 3루수였다. 20-80 스케일에서 70점을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어깨의 보유자로 2013, 2014, 2018시즌에는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장 좋은 어깨를 가진 내야수로 선정됐다. 또한 입단 당시에는 ‘세인트루이스 최고의 수비 유망주’라는 평을 듣는 등 3루 수비에서 상당한 기대를 받았다. 다만 메이저리그에서는 3년 연속 UZR 음수를 기록하는 등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2024시즌에는 주전에서 밀려난 후 주로 1루와 코너 외야를 오가는 백업 요원이었고 가끔은 2루수로도 출장했다.
현재 KIA의 3루는 2024시즌 MVP인 김도영이 주전으로 단단히 버티고 있다. 반면 이우성, 서건창, 변우혁이 번갈아가며 맡은 1루수는 전체 WAR이 0.85로 리그 8위에 그쳤다. 이에 따라 KIA에서 위즈덤의 포지션은 1루수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시즌 중 김도영이 휴식을 취할 때는 위즈덤이 3루수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
KIA가 소크라테스 대신 위즈덤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거포 1루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주찬이 은퇴한 후로 KIA의 1루는 유민상, 황대인, 터커, 이우성 등이 거쳐갔지만 누구도 주전급의 활약상은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 주포인 최형우, 나성범의 나이가 3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기에 김도영의 부담을 덜어줄 거포형 타자가 절실히 필요했다.
위즈덤은 이러한 KIA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만한 커리어와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 비록 컨택에 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파워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검증된 선수다. 메이저리그 상위권에 속하는 배트 스피드와 타구질 그리고 나쁘지 않은 선구안도 갖추고 있다. 이 외에도 로베르트 클레멘테 상 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인성도 훌륭한 선수이기에 ABS와 KBO리그 적응 문제를 해결한다면 상당한 활약이 기대된다.
과거 KIA는 준수한 외국인 타자였던 필과 버나디나를 과감하게 교체했던 기억이 있다. 필을 대신한 버나디나는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등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버나디나를 대신한 해즐베이커는 부진 끝에 전반기를 넘기지 못하고 방출됐다. KIA의 선택을 받은 위즈덤은 버나디나와 해즐베이커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과연 위즈덤이 KIA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그의 2025시즌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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