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박기태] 7월 9일(현지 시각)을 기점으로 2017년 메이저리그의 절반이 지났다. 후반기는 10일 홈런 더비와 11일 올스타전을 마감한 뒤 2일의 휴식을 가진 뒤 시작된다. 전반기를 돌아보기 가장 적절한 이 때,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기억할만한 장면들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1. 불가사의한 홈런 쇼
2015년 후반기부터 타고투저 추세로 돌아선 메이저리그는 올해 그 정점에 도달했다. 경기당 득점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4.6점을 돌파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홈런 생산량이다. 이미 경기당 홈런 숫자는 지난해 1.16개로 메이저리그 역대 2위에 도달했다. 올해는 이를 뛰어넘은 1.26개의 경지에 달했다. 경기력 향상 약물(PED)이 판치던 2000년의 1.17개를 넘는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이다.
홈런 증가의 원인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대세를 이룬 것은 타자들이 홈런을 노리고 뜬공 생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최근에는 공인구에 어떤 변화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실밥이 전보다 덜 도톰하다’, ‘물집이 예전보다 더 많이 생긴다’는 현직 종사자들의 발언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공인구가 이전과 같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잠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능 있는 신인들이 대거 유입된 탓이라는 설명도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홈런 증가의 원인을 하나로 좁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관중들은 이런 복잡한 배경은 제쳐둔 채 역사적인 대포 쇼를 만끽하고 있다.
2. 휴스턴의 약진
2014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드> 잡지의 커버에는 ‘당신의 2017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라는 제목이 달렸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7년, 예언처럼 휴스턴은 메이저리그 최강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4년 전의 휴스턴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당시 휴스턴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극단적인 리빌딩에 돌입했다. 미래만을 볼 수 없었던 팬들은 105패를 당한 팀에게 TV 시청률 0%라는 굴욕을 안겼다. 그러나 프런트 오피스가 굳건하게 믿던 미래는 진정한 현실이 됐다.
휴스턴의 약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싹이 보이고 있었다. 호세 알투베, 조지 스프링어, 카를로스 코레아, 랜스 맥컬러스 등 젊고 미래가 창창한 핵심 선수들로 기틀을 다졌다. 올해 폭발한 가능성은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휴스턴은 60승 29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서부지구 2위 LA 에인절스와의 격차는 벌써 16.5경기까지 벌어졌다. 팀의 목표는 정규시즌이 아닌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는 것이다. 최근 부상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선발진을 다잡는 게 거의 유일한 과제지만, 부상자 명단에 있는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이 복귀한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슈퍼 루키, 아론 저지(사진=Wikimedia Commons CC BY 2.0)
3. 슈퍼 루키들의 등장
홈런 쇼의 영향인지, 투수 쪽에선 강렬한 빛을 발하는 신인은 보이지 않는다. 타자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양대 리그에 이미 걸출한 신인 두 명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LA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와 뉴욕 양키스의 아론 저지.
벨린저는 시즌 전, <베이스볼 아메리카>와 <MLB닷컴>등 유망주를 평가하는 현지 유수 매체들에 다저스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혔다. A급 선수와의 트레이드 논의에 매번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다저스는 완고하게 벨린저를 사수했다. 긴 인내는 달콤한 과실로 이어졌다. 주전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의 부상을 틈타 데뷔한 벨린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단기간(51경기) 통산 21홈런을 기록하는 등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저지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지만 27경기에서 타율 0.179를 기록하는 등 기대 이하의 모습만을 남겼다. 그러나 올해는 리그를 초토화시키며 전국구 스타가 됐다. 전설 조 디마지오의 양키스 신인 홈런 기록(29개)을 전반기에만 30개를 치며 경신했고, 이제는 MVP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한다면 2001년 스즈키 이치로 이후 16년만의 대사건이 된다. 저지는 10일 열린 홈런 더비에서도 비거리 514피트(156m)짜리 초대형 홈런을 날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한 전반기를 장식하기에 걸맞는 축포였다.
4. 샌프란시스코의 몰락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올해 목표를 리빌딩으로 잡았다. 전반기 38승 50패, 0.432의 승률에는 합당한 면죄부가 주어진다. 그런데 샌디에이고보다 더 낮은 승률을 기록하는 팀이 둘 있다. 2010년대를 지배한 강자,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그 어색한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자이언츠의 몰락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부진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정도로 망가질 거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주축 선수의 트레이드는 없었고, 오히려 구멍으로 여겨졌던 마무리 자리도 마크 멜란슨을 영입하며 보강에 성공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망가졌다.
원래 투수의 힘으로 이기는 팀이었지만 올해 타선은 리그 최악 수준의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투수 쪽은 선발 불펜 가릴 것 없이 난항 중이다.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는 부주의한 사고로 2달 가까이 팀을 이탈했다. 믿고 영입한 마무리 멜란슨은 부진한 성적에 겹쳐 팀내 불화를 일으킨 원인이라는 손가락질까지 받고있다.
아찔한 추락에 결국 프런트 오피스도 백기를 들었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매디슨 범가너, 버스터 포지, 브랜든 크로포드 등 핵심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을 판매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렇지만 내년 리빌딩을 하는 것은 아니며, 다시 경쟁에 참여할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계획이 순조롭게 이어지려면 내년도 함께할 선수들이 후반기 분위기를 살려놓는 게 중요하다.
5. 의문의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만년 라이벌’ 샌프란시스코가 부진한 틈을 타 LA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선두를 가져갔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6월 20일까지만 해도 서부지구 선두는 다크호스로 여겨지던 콜로라도 로키스의 차지였다. 예상 밖의 선전을 벌이는 팀은 한 곳 더 있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그 주인공.
콜로라도는 신인 위주로 구성된 선발진이 호투를 이어가며 깜짝 선두 레이스를 펼쳤다. 빠른 구속 위주의 투수들을 지명하고 육성한 구단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 6월 중순부터 이들이 부진하며 선두에서 내려왔지만, 시즌 전 5할 승률에 대한 기대감도 적었던 것을 생각하면 상쾌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지난해 부진으로 프런트 오피스 수장이 교체되는 등, 내홍을 겪었던 다이아몬드백스 역시 놀라운 반전을 일궈냈다. 데이브 스튜어트 단장이 해고됐지만, 그가 영입한 잭 그레인키는 에이스의 면모를 다시 되찾았다. 그레인키 밖에도 스튜어트가 영입한 잭 고들리, 로비 레이가 선발진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다. 이제 와서는 스튜어트가 해고를 억울해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두 팀 모두 과거 휴스턴이 단행한 극단적인 ‘탱킹’ 전략 없이도 반등을 일궈냈다는 것이 놀랍다. 한편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밀워키 브루어스도 리빌딩을 목표로했지만 지구 1위를 달성하고 있다. 세 팀의 지금 모습이 이어진다면,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는 더 이상 극단적 탱킹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디그롬만 남았다(사진=Wikimedia Commons CC BY 2.0)
6. 부상병동 메츠
시즌 전, <팬그래프>의 뉴욕 메츠 예상 성적은 87승 75패 지구 2위. 그러나 현실은 전반기 31승 39패 지구 4위. 엄청난 격차의 바탕에는 무수히 많은 부상자 공백이 있었다.
올해만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일수의 합이 740일에 달한다. 총합으로만 따지면 메이저리그 11위 밖에 되지 않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다. 맷 하비, 노아 신더가드, 스티븐 마츠, 세스 루고 등이 돌아가면서 이탈하며 ‘판타스틱 4’라 불리던 선발진은 제대로 구색을 맞춰보지도 못했다. 팀의 주포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44일을 이탈했다.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는 5월 중순에 3달 이상 결장이 확실시됐다.
재차 월드시리즈 도전을 노렸던 메츠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아직까지 트레이드 시장에서 판매자로 나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세스페데스를 잔류시키는 등 투자를 했던 마당에, 6개월만에 입장을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메츠의 부상 악몽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는 것. 얼마 전에는 기대를 모으던 젊은 피, 마이클 콘포토도 부상자 명단을 거쳐갔다. 성적보다는 팀의 체질 개선이 더 시급해 보인다.
7. 디펜딩 챔피언의 불안한 행보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출장한 에이스 존 레스터. 그러나 깔끔하게 마무리했어야 할 홈 경기는 1이닝도 마치지 못한 채 10점을 내준다는 최악의 악몽으로 끝났다. 단순히 레스터의 일시적인 부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반기 내내 이렇게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2016년 월드시리즈 챔피언 시카고 컵스의 문제다.
지난해 컵스 선발진은 평균자책점에서 2.96으로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평균자책점이 4.66까지 치솟았다. 30개 구단 중 가장 큰 폭으로 평균자책점이 나빠졌다. 시즌 초반 제이크 아리에타의 낮은 구속은 일시적인 체력 관리로 보였지만, 지금까지도 그대로 머물러 있다. 농담처럼 ‘팀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포수 데이빗 로스가 은퇴한 탓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타선의 힘도 예전같지 않다. 덱스터 파울러가 빠진 리드오프 자리를 거대한 덩치의 카일 슈워버에게 맡기는 실험을 해봤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던 벤 조브리스트는 드디어 노쇠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제이슨 헤이워드가 몸값을 못하는 건 이젠 상수에 가깝다.
이래저래 좋은 소식이 잘 보이지 않지만, 프런트 오피스의 인내심은 굳건하다. 장기적인 계획에 앞서 단기적인 무리수를 둘 생각은 없어 보인다. 결국은 ‘자체생산’ 선수로 난국을 타개하는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전년도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하는 참사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참사는 일어났다. 전반기 성적으로 컵스는 ‘역대 챔피언 중 최악의 하락을 경험한 팀’이 됐다.
명장에게도 힘든 한 해(사진=Wikimedia Commons CC BY-SA 2.0)
8. 쇼월터 한계에 부닥치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벅 쇼월터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볼티모어를 맡은 이후 쇼월터의 전술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것은 부족한 선발진을 메꾸는 투수 기용법이었다. 쇼월터는 지난해에도 롱릴리프의 적극적인 활용과 적절한 휴식 안배를 통해 에이스가 없는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절대적 존재감을 나타내던 마무리 잭 브리튼이 팔 부상으로 이탈한 뒤, 도미노처럼 불펜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선두였던 불펜 ERA는 8위까지 미끄러졌다. 6월에는 ERA 5.06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선발진의 난조는 더욱 심해져 아메리칸리그 최악의 ERA를 기록하고 있다.
타선이라도 힘이 되어준다면 모르겠지만, 주포 매니 마차도와 마크 트럼보의 부진이 메꿀 수 없는 구멍이 되고 있다. 그나마 마차도가 올스타 직전 1주일 동안 2홈런 0.355/0.375/0.613으로 살아날 기미를 보인 것이 다행. 브리튼도 마침내 복귀해, 그동안 마이칼 기븐스-브래드 브락에게 지워진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양키스가 부활한 동부지구에서 포스트시즌 경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와일드카드까지는 4경기 차이가 남아 있다.
9. 밀워키 신드롬
유행은 어느 한순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조용히 시작된다. 들불처럼 번지는 그 흐름을 깨달았을 땐 모두의 시선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게 된다. 컵스라는 골리앗에게 돌팔매질을 한 다윗, 리빌딩을 목표로 내건 밀워키의 반전도 그렇게 시작됐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풀어볼 수 있다.
5월 1일, 밀워키가 컵스와 동률을 기록하며 시즌 처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에 오르다. 다음날, 다시 1경기 차이로 2위로 내려앉다. 17일, 세인트루이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중부지구 단독 선두에 오르다. 25일, 컵스에게 반 경기 차로 다시 선두를 내주다. 27일, 2일만에 다시 선두를 탈환. 6월 5일, 경기 차는 0이지만 승률 1리 차이로 컵스에 역전을 당하다. 7일, 또다시 2일만에 선두를 탈환. 20일, 반 경기 차로 컵스에 다시 쫓기다. 7월 6일, 처음으로 4.5경기까지 차이를 벌리다. 전반기 마지막날인 7월 9일, 컵스가 대패하고 밀워키가 승리하며 5.5경기까지 차이가 벌어지다.
밀워키는 한달 넘게 선두를 유지하며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리빌딩 과정에서 거치는 중간 거점 정도로 생각했던 전력들이 예상 밖의 대활약을 이어갔다. 지미 넬슨의 잠재력이 만개했고 체이스 앤더슨은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트래비스 쇼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3루를 꿰찼다. 코리 크네이벌은 내셔널리그 특급 마무리가 됐다. 도밍고 산타나도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그리고 에릭 테임즈가 KBO리그를 바라보는 빅리그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컵스의 전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있고, 프런트는 외부 수혈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 역시 연이은 난항을 타개할 동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다. 올해 최고의 반전 드라마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10. 부진, 부활과 만개
이름값 높은 선수들의 명암이 갈린 전반기였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1, 2위는 릭 포셀로와 저스틴 벌랜더. 두 선수 모두 원인 모를 부진을 겪고 있다. 포셀로는 볼넷과 삼진 개수를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피안타와 피홈런이 크게 늘었다. 벌랜더는 데뷔 이래 최악의 제구난을 겪는 중. 지난해 끌어올린 구속은 되려 상승했지만 타자들이 공을 쉽게 공략하고 유인구에 속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 자니 쿠에토도 제구난, 늘어난 피홈런으로 크게 혼쭐나고 있다. FA를 앞둔 제이크 아리에타는 알 수 없는 구속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부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선수들도 많다. MVP급 활약을 펼치던 프레디 프리먼은 공을 맞아 손목이 부러졌고, 단골 MVP 후보 마이크 트라웃은 도루 시도 중 엄지 인대가 파열됐다. 매디슨 범가너는 휴일에 산악 바이크를 타다 갈비뼈와 어깨 부상을 당하는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반대로 부활의 나래를 펼친 이들도 있다. 피츠버그의 ‘해적선장’ 앤드류 매커친이 대표적이다. 매커친은 시즌 중 6번 타순으로 내려간 뒤 성적이 수직 상승하며 MVP급 활약을 다시 펼치고 있다. 워싱턴의 앤서니 렌던도 부상으로 부진했던 과거를 훌훌 털어버렸다. 렌던의 동료, 라이언 짐머맨의 부활은 더욱 극적이다. 0.700 아래까지 내려갔던 OPS가 0.969로 수직 상승했다. 타구 발사각을 높이며 부활한 짐머맨은 ‘뜬공 혁명’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양키스의 C.C. 사바시아는 커터 구사를 중심으로 오랜만에 괜찮은 성적을 냈다. 1년전 처참한 성적을 냈던 잭 그레인키는 슬라이더의 비중을 늘리며 에이스의 면모를 회복했다. 지난해 피츠버그로 이적한 이반 노바도 이적 후의 호성적이 우연이 아니라는 듯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2점대 ERA를 유지하며 슈퍼 에이스가 된 캔자스시티의 제이슨 바르가스. 시속 90마일이 되지 않는 빠른 공, 적은 삼진으로 ‘흑마구 피칭’의 기적을 연일 선보이고 있다.
한편 마침내 잠재력을 만개한 어린 선수들도 눈에 띈다. 마이애미의 마르셀 오주나는 팀의 주포로 한층 성장했고, 코리 디커슨은 콜로라도 시절 이상의 장타력을 과시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미네소타의 기대주 미겔 사노는 마침내 만점 파워를 경기 중에 선보이고 있다. ‘만년 기대주’ 오클랜드의 욘더 알론소와 토론토의 저스틴 스모크, 마이애미의 저스틴 보어는 파괴적인 성장을 하며 1루수 슬러거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늦깎이 만개, 신시내티의 잭 코자트는 내셔널리그 유격수 OPS 1위에 오르며 LA 다저스의 코리 시거를 제치고 올스타 유격수에 선정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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