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사회적역할⑦ 세이부 라이온즈의 환경을 위한 사회공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

이전 시리즈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공헌활동을 비교해 봤다. 두 나라는 사회공헌활동에 있어 프로야구팀에 대한 의존도, 세컨드 커리어, 그리고 사회공헌활동의 분야와 범위에서 뚜렷한 차이가 보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이하 세이부)의 사례를 통해 환경 분야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알아본다.

세이부는 구단의 사회공헌활동 프로젝트를 L-FRIENDS로 명명했다. L은 LIONS의 L로 지역 사회, 팬, 선수, 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모두가 함께 미소 가득한 미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야구 진흥,’ ‘어린이 지원’, ‘지역 활성화’, ‘환경 지원’의 네 가지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세이부 사회공헌활동 L-FRIENDS 로고 및 전용 유니폼 >

 

팬들의 가정에서 만든 재생에너지로 구단을 응원

‘환경 지원’ 분야에서 세이부는 팀 주도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일단 구단 모기업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팀도 이산화탄소 감축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홈구장에 친환경 요소를 담아 정비했다. 우선 2020시즌부터 베루나 돔의 필드 조명과 공간 조명을 LED로 교체, 기존 HID 램프 대비 소비전력 및 CO₂ 배출량을 약 60% 줄였다. 또한 베루나 돔과 신인 숙소에서 사용되는 가스도 친환경 에너지인 카본 오프셋(Carbon offset)1 LP가스로 바꿨다.

구단은 더 나아가 2024년부터 ‘재생에너지 기업 응원 플랜’을 도입했다. 일본에는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력에 전력회사가 일정 가격으로 일정 기간 매입할 것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고정가격 매입제도(Fit)가 있다. 세이부는 이 제도를 활용해 팬과 구단을 잇는 활동을 전개했다.

단독주택이 많은 일본에서는 지붕에 태양광 발전을 위한 ‘솔라 패널’이 설치된 가정들이 적지 않다. 세이부는 이러한 일본의 여건과 신제도를 적절히 결합했다. 세이부 팬의 가정집에서 만들고 남은 재생 에너지를 전력 회사를 통해 구장에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선물하면 그 답례로 구단에서 세이부 선수들이 사용하던 연습구 등을 보내준다. 친환경에너지와 연습 후 폐기되는 공을 의미 있게 사용한 것이다. 구단은 팬들을 통해 얻은 재생에너지로 베루나 돔에서 개최하는 프로야구 공식 경기와 콘서트, 이벤트 등의 조명과 연출에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0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이부의 홈구장 베루나 돔 >

 

구장 쓰레기 분리배출, 리사이클을 통해 팬 대상 환경 활동 인식 확대

야구장 쓰레기 문제는 일본도 피해 갈 수 없다. 세이부도 구단 차원에서 야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베루나 돔 20개 구역에 깨끗한 종이, 오염된 종이, 플라스틱, 페트병, 식품 리사이클, 일회용 젓가락, 종이컵, 제트 풍선 등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 폐기물의 경우 바이오가스(메탄 발효 처리)로 전환하여 전기로 재활용했다. 식음매장과 신인선수 숙소에서 사용한 폐식용유로부터 바이오디젤 연료를 정제했다. 철도 등 교통 운송업을 영위하고 있는 세이부는 이 연료를 도쿄도와 사이타마현을 오가는 일부 버스에서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구장 내 음식료품 판매장과 굿즈 매장에서 바이오매스 소재의 배합률이 25% 이상의 쇼핑백 등 친환경 비닐봉지로 바꿨다. 판매점들은 음료의 플라스틱 뚜껑의 제공 수를 줄였고 플라스틱 빨대의 제공을 중단한 뒤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

베루나 돔이 위치한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시의 자연환경을 위한 활동도 지역 친화적이다. 자선 경매와 팬 기부를 통해 도코로자와시 녹색 기금에 기부하고 지역 자연 수필그림 콘테스트에 특별상을 마련해 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야구를 통해 지역 환경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중에서도 팬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경정화 활동을 이벤트화한 종이컵 회수 강화 캠페인이 눈에 띈다. 세이부는 2020년부터 환경정화 활동의 일환으로 ‘Lions GREEN UP! DAY’를 개최해 왔다. 이는 6월부터 9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이벤트로, 이벤트 참여 시 실시간 종이컵 회수율과 회수 실적에 따라 경기 티켓 쿠폰을 얻을 수 있다. 

장내에 설치된 20개의 종이컵 회수 전용 박스에 녹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종이컵 분리수거를 독려하면서 그 수량을 집계해 중계한다. 회수 실적에 따라 배포되는 티켓 쿠폰의 수가 정해진다. 회수율이 90%가 되면 총 500장의 티켓이 무료로 배포된다. 2022년에는 회수율이 30%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70%로 인상되었고 2024년은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구장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이 화장지로 리사이클 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임을 인식시켜 준다. 또한 단순히 팬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동기와 혜택을 주고 구장 이벤트로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 종이컵 회수율 속보 >

세이부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팬들과 지역 사회를 연결하고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Lions GREEN UP! DAY’와 같은 캠페인은 팬들이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작은 행동 하나가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야구팬들은 야구가 좋아서 프로야구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환경 활동에 관심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팬들이 환경 활동에 관심을 가질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참여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활동이 다른 나라와 스포츠팀들에도 귀감이 되어 앞으로도 더 많은 팀이 이와 같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참고 = 세이부 라이온즈, 도쿄 전력, ESG 경제, 착한 자본의 탄생(김경식 저), Gratton, Chris; Preuss, Holger (2008). ISO26000(국제표준화기구 사회적책임 표준), etc.

야구공작소 천태인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강상민,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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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본 오프셋(Carbon offsets) :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피할 수 없는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함. 예를 들어, 탄소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나무를 심는 활동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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