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가윤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3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68승 76패 0무(최종 7위)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하리라. 야구공작소 19시즌 롯데 자이언츠 리뷰 제목이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올해, 이보다 더 롯데의 한 시즌을 잘 설명하는 문장은 없다.
출발은 좋았다. 시즌 초반 나균안의 눈부신 호투와 전학생 노진혁의 활약 덕에 롯데는 개막 첫 달을 1위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 부진이 계속되는 사이 순위는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시즌을 7위로 마감하며 6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중 서튼 감독은 자진 사임을 표했고 4년간 팀을 이끌던 성민규 단장 또한 시즌 후 경질 통보를 받았다. 감독과 단장이 모두 물러났던 4년 전처럼 롯데는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우선 감독은 두산 베어스에서 ‘우승 청부사’로 불렸던 김태형 전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다. 단장으로는 오랜 시간 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혁 전 롯데 자이언츠 운영팀장이다.
다시 원점이다. 올 한 해 롯데는 무엇이 좋았고, 또 무엇이 문제였을까?
약점 보강에 성공한 스토브리그
23시즌을 앞둔 롯데의 아킬레스건은 분명했다. 포수, 유격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의 빈약함. 세 포지션은 모두 뛰어난 수비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공격력이 약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22시즌 롯데의 유격수, 포수 공격력은 리그에서 압도적인 최하위였다.
< 22시즌 유격수, 포수 wRC+ 순위 >
내부 자원이 마땅치 않았기에 자연스레 시선은 외부로 향했다. 22시즌 후 FA 시장에는 해당 포지션의 인재들이 준비돼 있었다. 롯데는 유격수 노진혁, 포수 유강남과 계약하며 안치홍 이후 3년 만에 외부 FA를 영입했다. 또한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FA 한현희와 김상수, 윤명준, 신정락 등 타 팀에서 방출된 베테랑을 데려오며 투수진 뎁스도 보강했다.
개막을 맞이한 롯데는 시즌 준비가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했다. 4월 30일 키움에 5:3 승리를 기록한 롯데는 리그 단독 1위에 올랐다. 롯데가 20경기 이상 치르고 단독 1위였던 것은 2012년 7월 7일이 마지막이었다.
믿었던 코어 유망주의 부진과 외국인 선수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팀 타율에 비해 훨씬 높던 득점권 타율이 평균으로 회귀했고 부상 선수들도 속출했다. 전반기 종료 시점 롯데는 5위까지 떨어졌다. 후반기에도 추락은 계속됐으며 결국 반등 없이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어떤 점이 롯데를 또다시 야구 없는 가을로 만들었을까?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2시즌 100개 이상 타구를 기록한 타자 중 타구 속도 1위는 고승민, 3위는 한동희였다. 타구 속도 외에 실제 성적도 훌륭했기에 23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두 선수였다. 그러나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고승민, 한동희 22~23시즌 성적 변화 >
외야에서 1루로 포지션을 옮긴 고승민은 지난해와 달리 무색무취의 선수가 됐다. 타구 스피드는 여전히 리그 평균을 훌쩍 상회했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니었다. 장점이던 장타가 사라졌으며 1루 수비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한동희는 더 큰 실망을 안겨줬다. 한동희는 데뷔 초부터 많은 기회를 받았고 2020년부터 당당히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3년 동안 매년 타격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이제는 계산이 서는 선수였다. 하지만 23시즌은 3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최저 OPS(0.583)를 기록하며 커리어 로우 시즌이 됐다. 상수로 예상한 둘의 부진은 팀에게 치명적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미미했다. 스트레일리, 반즈, 렉스로 시작했으나 마지막까지 남은 선수는 반즈뿐이었다. 렉스는 전반기 내내 무릎 부상으로 신음하다 방출됐고 대체 영입된 구드럼은 기대 이하였다. KBO 4년 차 시즌을 맞은 스트레일리는 이전에 비해 떨어진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고 롯데와 이별했다. 윌커슨은 1선발의 위용을 뽐냈지만, 너무 늦게 도착했다.
아쉬운 수비
선수 개인을 넘어 팀 전반적으로는 수비, 그중에서도 특히 외야 수비가 아쉬웠다. 사직 구장이 커지면서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홈런이 나오기 어려운 구장이 됐다. 그와 동시에 넓어진 외야로 인해 외야 수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광활해진 외야를 롯데 수비진이 감당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23시즌 스탯티즈 기준 외야 수비 WAA(Wins Above Average)는 -4.5로 리그 꼴찌였다. 9위 삼성 라이온즈가 -1.9였으니 압도적인 차이다.
< 지난 6년간 롯데 FIP 순위와 ERA 순위 >
마지막 가을야구였던 17시즌을 끝으로 롯데는 매년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에 비해 높은 ERA를 기록했다. 물론 FIP와 ERA의 차이를 수비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투수들이 유독 강한 타구를 허용했거나 단지 불운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리그 최악의 수비 지표와 반복되는 FIP, ERA 격차는 롯데가 다음 시즌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불협화음
따지고 보면 그라운드 안에서는 어느 팀이나 약점은 있다. 하지만 어쩌면 롯데의 ‘진짜’ 문제는 그라운드 밖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지난 몇 년간 반복된 팀 내 구성원 사이 불협화음이다.
< 성민규 전 단장 >
성민규 전 단장은 2019년 부임 이후 프런트, 현장 할 것 없이 대대적인 인선에 들어갔다. 변화가 너무 급격했던 것일까? 새로운 얼굴들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데 실패했다. 성민규 단장 본인부터 그랬다. 허문회와 서튼 모두 성민규 단장이 모셔온 감독이다. 그러나 성민규 단장은 허문회 감독 시절에는 허문회 감독과, 서튼 감독 시절에는 서튼 감독과 불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허문회 감독과의 불화는 당시 이석환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기까지 했다.
코치진 간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22시즌까지만 해도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코치진을 보유한 팀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 코치진과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23시즌을 앞두고 롯데 1군 내 외국인 코치는 ‘0’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잡도리를 했음에도 시즌 도중 배영수 1군 투수코치가 항명했다는 소문과 함께 퓨처스 총괄 코치로 자리를 옮기는 일이 발생했다.
팬들에게 알려진 내용이 이 정도니 아마 내부적으로는 더욱 심각했을지도 모른다. 롯데는 상대 팀과의 싸움에 집중해도 부족한 마당에 또 다른 싸움을 같은 진영에서 해왔던 것이다.
올해의 수확
부정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민석, 윤동희와 같은 원석을 발굴해 냈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을 보낸 김민석은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며 팀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했다. 구단 역사 최초로 고졸 신인 100안타도 달성했다. 시즌 후반 들어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긴 했으나 1년 차임을 감안하면 매우 훌륭했다.
윤동희는 상무 야구단 탈락이 전화위복이 됐다. 4월 말 콜업 이후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강한 어깨와 뛰어난 컨택을 바탕으로 아시안 게임 대표까지 선발되며 금메달 획득에도 큰 공을 세웠다. 원래도 좋은 툴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았으나 완성도 역시 높은 선수임을 보여줬다.
< 김민석, 윤동희 23시즌 성적 >
둘만큼 주목받진 않았으나 묵묵히 팀을 받쳐준 이들도 있다. 투수 쪽에서는 최고참 김상수가 66경기나 등판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필승조 최준용, 구승민, 김원중이 지쳤을 때, 혹은 한 박자 빠른 선발투수 교체가 이루어졌을 때, 언제나 선택은 김상수였다.
야수 쪽에서는 박승욱과 정보근이 있다. 박승욱은 2루, 3루, 유격을 가리지 않고 출장하며 유틸리티 내야 롤을 소화했다. 타격에서도 wRC+ 101.9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 몇 년간 롯데는 주전과 백업의 간극이 큰 편이었다. 올해는 박승욱이 그 틈을 메꿔준 덕에 주전 선수들이 적절히 휴식을 취하며 유연하게 라인업을 꾸릴 수 있었다.
수비에 비해 늘 공격이 아쉽다는 평가였던 정보근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유강남이 부상으로 빠진 8월부터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해 약 한 달 동안 신들린 타격을 보여줬다. 물론 적은 샘플이었던 만큼 내년도 올해와 같을 확률은 높지 않다. 하지만 백업 포수 경쟁이 한층 더 재밌어진 것은 분명하다.
< 박승욱, 정보근 23시즌 성적 >
내일에 대한 희망
24시즌을 챙겨볼 동기도 충분하다. 새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현재 10개 구단 감독 중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감독이다. 감독이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다음 시즌을 설레며 기다리기 충분한 인물이다. 군 제대 후 합류한 손성빈, 나승엽, 그리고 상무에서 복무 중인 한태양, 추재현, 조세진 등 미래가 주목되는 자원들도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다.
< 김태형 감독 >
국내 선발진 또한 연장계약을 맺은 박세웅과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특례를 받은 나균안 덕에 안정적이다. 재계약을 마친 윌커슨, 그리고 윌커슨과 짝을 이룰 외국인 투수가 평균 이상의 투구를 보여준다면 선발진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수준이다.
롯데는 21세기 들어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진출이 없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1992년으로 30년이 넘었다. 1994년 우승이 끝이던 ‘동지’ LG는 23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롯데 곁을 떠났다. 언젠가 롯데 팬들에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믿을 수밖에 없다. 늘 그랬듯 또 한 번 속아보자.
참고 = STATIZ, 롯데 자이언츠
야구공작소 정세윤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최가윤
에디터 = 야구공작소 이재성,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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