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키 베츠 팔로우 스루가 특별한 이유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재헌 >

2023시즌 MLB도 어느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각 팀 순위표가 결정되어 가는 와중에 과연 ‘누가’ MVP를 수상할지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아메리칸리그(AL) MVP 수상자는 이미 확실하다. 비록 시즌을 완주하지는 못했으나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오타니 쇼헤이다. 반면 내셔널리그(NL)의 경우 비교적 더 치열하다. 그중 40-60을 달성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커리어 최다 홈런과 fWAR (fangraphs WAR) 1위를 기록 중인 무키 베츠도 만만치 않다. 이미 2018시즌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MVP를 수상했던 그가 다시 한번 수상을 노리고 있다.

데뷔 이후 베츠의 뛰어난 활약에는 여러 요소가 있었다. 비록 작은 키지만 타고난 운동능력과 배움에 대한 끝없는 탐구가 그를 엘리트급 선수로 만들어 줬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다른 요소들을 차치하고 그의 독특한 팔로우 스루에 조금 더 집중해 보고자 한다.

 

오른손을 돌리지 않는 베츠

베츠가 스윙하는 모습을 보고 위화감이 든 적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위화감의 정체는 전혀 돌리지 않는 오른손에 있었을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타자들은 배트와 공이 임팩트가 되고 난 후 자연스럽게 오른손(우타자 기준), 즉 탑 핸드(Top Hand)를 자신의 등 뒤로 휘감는다.

하지만 베츠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작이다. 현재 MVP 경쟁 중인 아쿠냐와 비교했을 때 직관적으로 비교된다. 아쿠냐의 오른 손바닥이 땅을 바라본다면 베츠의 오른 손바닥은 하늘을 바라보다 지면과 수직을 이룬다.

< 베츠 팔로우 스루 >

< 아쿠냐 팔로우 스루 >

사실 손목을 돌리지 않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타격 전문가들은 타자들이 공을 임팩트하는 순간에 손목을 돌리지 않게끔 지도해 왔다. (링크) 아쿠냐 또한 임팩트 순간에 손목을 쓰는 게 아닌 임팩트가 다 이루어진 이후에 손목을 돌리는 것에 가깝다.

다만 베츠의 경우 임팩트가 이루어진 다음 팔로우 스루까지도 계속해서 손목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평소 연습에서도 이와 같은 동작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MLB Network 분석가로 활동 중인 마크 데로사도 베츠의 탑 핸드 움직임에 대해 주목한 바 있다. (링크1) (링크2)

< 베츠 드릴 및 연습 스윙 >

< 베츠 프리 배팅 >

그렇다면 대체 어떤 이점이 있길래 베츠는 끝까지 손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걸까? 앞서 언급한 데로사의 경우 배트 면이 존 안에 최대한 긴 시간 머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배트와 공이 컨택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 실제로 베츠는 홈런 개수를 늘린 것과 별개로 여전히 높은 컨택%을 기록 중이다.

< 무키 베츠 커리어 통산 홈런 개수와 컨택% / 2023년 9월 23일 기준 >

 

테드 윌리엄스와 AXE 배트

베츠의 이런 노력이 근거 있는 행위임을 뒷받침해 주는 인물이 있다. MLB 마지막 4할 타자이자 ‘타격의 과학’ 저자이기도 한 테드 윌리엄스다. 그는 뛰어난 선수였을 뿐 아니라 자신만의 확고한 타격 이론을 가진 걸로도 유명하다.

윌리엄스는 자신의 저서 ‘타격의 과학’에서 잘못된 손목 사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타자가 스윙하는 동작이 마치 도끼질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공을 때릴 때 강한 임팩트는 손목을 돌리거나 손목으로 휘두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목을 단단히 편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치 도끼로 나무를 찍을 때처럼 말이다. 힘은 항상 손목을 돌리기 전에 나온다.”

타격의 과학 131p

윌리엄스의 이같은 이론을 증명해 주는 배트 회사도 존재한다. 현재 수많은 메이저리거가 애용하고 있는 ‘AXE’ 사의 배트다. 그리고 이 회사와 1호 계약을 맺은 프로 선수가 베츠다. (링크) 이후 수많은 선수 AXE 배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올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하성도 이 배트를 사용해 한때 화제가 됐었다. 팀 동료 넬슨 크루즈의 방망이를 빌려 맹타를 휘둘렀고 마음에 든 이유에 대해 “손목을 덜 쓰게 되는 거 같다”고 밝혔다. (링크)                   

< AXE 배트와 일반 배트 차이 / 노브가 도끼와 비슷한 모습 >

AXE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회사 배트는 마치 도끼와 비슷한 노브 형태를 띠고 있다. 배트 홍보 문구에도 윌리엄스의 주장을 인용했다. (링크) 배트 성능에 관한 연구 역시 진행했는데 편안한 그립감 및 배트 스피드 향상, 그리고 손목 부상 예방까지 다양한 장점을 가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링크)

 

나는 아직 배고프다”

베츠라고 처음부터 이러한 팔로우 스루를 가져갔던 것은 아니다. 보스턴 시절 모습을 보면 여느 타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동작이다. 하지만 특정 시점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팔로우 스루 동작을 만들어 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 보스턴 시절 베츠 팔로우 스루 >

이는 베츠가 최고의 선수임에도 끊임없이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됐다. 얼마 전 theScore 소속 트레비스 소칙이 쓴 기사에서 그가 얼마나 최고가 되는 것에 진심인지 잘 나타난다. (링크)

베츠는 지난 몇 년 동안의 성적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해당 시즌들에 대해 “쓰레기”라고 평가했다. 또한 “나는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 나는 부족했다”고 말했다. 비록 MVP 시즌만큼은 아니지만 3, 4년간 꾸준히 정상급 외야수였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대답이었다.

< 베츠가 쓰레기라고 표현한 시즌별 성적 >

2023시즌을 앞두고 베츠는 드라이브라인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베츠는 배트 스피드를 올리는 훈련에 집중했다. 기존에 쓰던 것보다 더 무거운 배트 혹은 가벼운 배트를 번갈아 사용하는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식단과 운동 루틴을 변경하며 더 많은 힘을 키우는 데도 성공했다. 덕분에 베츠의 스윙 스피드는 전년 대비 1mph 빨라졌고 타구 스피드 역시 2mph 이상 빨라졌다.

베츠에게 독특한 팔로우 스루와 AXE 배트 선택 등은 수많은 변화 가운데 단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그는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어쩌면 올 시즌이 끝나고 난 뒤에도 또다시 부족한 무언가를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MVP라는 결과와 상관없이 베츠가 걸어온 과정은 이미 그 무엇보다 가치 있어 보인다.

 

참고 = mlb.com, nw news network, World History Encyclopedia, @sweetspothitting, @abruiz8811

야구공작소 정세윤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재헌

에디터 = 야구공작소 양재석, 민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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