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위즈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오루(Odrisamer Despaigne Orue)

선발투수, 우투우타, 183cm, 89kg, 1987년 4월 4일생

[야구공작소 순재준] 창단 6년 차를 맞이한 KT는 마법과도 같은 2019 시즌을 보냈다. 가을 야구 티켓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6위는 창단 이래 가장 높은 순위였고, 시즌 막판까지 5위 경쟁을 벌이며 모처럼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처럼 KT가 마법 같은 2019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쿠에바스(13승) – 알칸타라(11승) 외국인 투수 듀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20시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KT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쿠에바스와 함께 선발진을 이끌었던 알칸타라를 교체하기로 한 것이다. 알칸타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기복이 크고 전반기와 비교해 후반기 들어 이닝 소화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점이 교체를 결심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KT는 알칸타라를 대신해 메이저리그에서 300이닝 이상을 던진 쿠바 출신의 우완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Odrisamer Despaigne Orue)를 총액 9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45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에 영입하며 팀의 1선발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데스파이네의 커리아 통산 성적 / 출처 : Baseball-Reference

배경

1987년생인 데스파이네는 2005년 쿠바 내셔널 리그에서 하바나를 연고로 하는 인더스트레일즈에 입단하며 투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데뷔 이후 데스파이네는 2008년까지 불펜 투수로 등판했지만,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데스파이네는 쿠바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총 8시즌 동안 201경기 58승 42패 ERA 3.73 WHIP 1.40을 기록하며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

쿠바 리그에서만 줄곧 뛰어왔던 데스파이네는 2013시즌 쿠바 WBC 대표팀에 승선한다. 그리고 이 WBC 예선을 위한 2013 World Port Tournament에 참가하기 위해 유럽에 가게 되는데, 이 기간에 쿠바를 탈출하여 스페인으로 망명한다. 이후 2013-2014 시즌엔 멕시코 윈터리그에 참가하여 아길라스 데 멕시칼리 소속으로 경기를 뛴다. 그리고 2014년 2월, 데스파이네는 쿠바에서 함께 망명했던 알레드미스 디아즈와 함께 스페인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이 쇼케이스 이전부터 데스파이네를 보기 위해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스페인으로 넘어오기도 할 정도로 이목을 끌었다.

데스파이네 영입전에서 승리한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2014년 파드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데스파이네는 2014년 더블A에서 2경기, 트리플A에서 5경기를 모두 선발로 등판한다. 이 7경기 동안 데스파이네는 사사구도 적지 않고 실점도 많았지만 9이닝당 10개가 넘는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선보이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파드리스는 마이너에서 7경기만 뛴 데스파이네를 바로 메이저리그로 콜업한다.

데스파이네는 6월 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그리고 7월 20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선 7 2/3이닝 노히트를 기록하며 데뷔 첫 해부터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2014년에 16경기를 모두 선발 등판한 데스파이네는 4승 7패 ERA 3.36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빅리그 데뷔 첫해를 마무리한다.

이듬해인 2015년에도 데스파이네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메이저리그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2014시즌 0.232에 머물렀던 피안타율이 0.281까지 폭등하는 등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데스파이네는 빅리그의 벽을 실감했다.

결국 샌디에이고는 볼티모어의 마이너리그 투수 진 코스메를 받고 데스파이네를 트레이드한다. 이 트레이드 이후 데스파이네는 16년부터 볼티모어, 마이애미, 에인절스, 신시네티, 시카고 화이트 삭스까지 총 5개 팀을 전전하게 된다. 샌디에이고 시절 이후로는 메이저리그에 콜업 되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단 3경기만 메이저리그에서 등판했을 뿐, 대부분을 트리플A에 머물러 있었다.

20대 중반이 넘어서야 쿠바에서 탈출해 빅리그에 데뷔했던 유망주 투수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며 여러 팀을 전전하게 되었다. 지난해 두산에 입단한 호세 페르난데스는 리그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쥐며 KBO리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2013년 쿠바 대표팀에서 페르난데스와 함께 뛰었던 데스파이네도 KT와 계약하며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데스파이네는 인상적인 투구폼을 지녔다. 와인드업 자세에서 상당히 높은 왼발 리프팅과 더불어 몸을 안쪽으로 회전시키는 깊은 트위스트 딜리버리는 미국의 전설적인 투수 돈트렐 윌리스를 연상시킨다. 여담으로. 데스파이네의 상징인 삐딱하게 쓴 널찍한 챙의 모자와 스리쿼터에 가까운 팔각도, 그리고 183cm, 89kg의 신체조건에서는 NC에서 활약하는 원종현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데스파이네의 제구력은 그다지 섬세한 편은 아니다. 패스트볼의 제구도 뛰어나지는 않지만, 오프스피드 계열 변화구의 커맨드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마이너 통산 BB/9이 3.16, 메이저 통산 BB/9이 3.22로 두 리그에서 큰 편차를 보이지 않으며, 존 안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수준의 제구력은 보유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KBO 리그에서도 많은 사사구를 허용하며 자멸할 정도의 투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데스파이네의 포심 평균 구속은 148km/h, 불펜으로 뛰었을 때는 평균 150km/h까지 구사하며 상당히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이다. 이 외에도 포심과 비슷한 구속의 싱커와 평균 141km/h의 커터까지 다양한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데스파이네의 커리어 통산 패스트볼 구사율을 비교하면 싱커-패스트볼-커터 순으로 사용한다. 싱커와 커터를 주 무기로 사용하면서 땅볼 유도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메이저 통산 GB/FB: 1.50). 다만 메이저 풀타임을 뛰었던 2014~2015시즌과 최근을 비교하면 싱커의 구사율이 상당히 낮아지고 포심의 비율이 높아지며 땅볼 유도 비율이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데스파이네의 연도별 구종 구사율 / 출처 : Brooks Baseball

데스파이네의 연도별 구종 구사율을 보면 다양한 패스트볼 외에도 커브, 그리고 좌타자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8시즌 이후에는 슬라이더까지 장착하며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보였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커브의 구속을 조절하여 평균 126km/h와 111km/h가 나오는 두 종류의 커브를 구사한다는 것. 그리고 데스파이네만의 독특한 그립으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평균 구속(126km/h)이 커브와 똑같을 정도로 패스트볼과 큰 구속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팬그래프 필진 제프 설리반에 따르면, 2014년 데스파이네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는 16마일(26km)로 리그에서 가장 큰 구속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체인지업은 자신만의 그립을 잡고 던지기로 유명했던 마이크 무시나의 체인지업과 가장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도 데스파이네의 투구 영상을 참고하면 슬로우 커브를 던질 때에는 쓰리쿼터에 가까운 높은 팔각도로, 일반 커브를 던질 때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팔각도를 구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커브뿐만 아니라 패스트볼을 구사할 때도 가끔 팔각도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데스파이네의 2014~2015년 구종별 피안타율 / 출처 : Brooks Baseball

하지만 이렇게 팔 각도가 달라지는 투구 습관이 노출되었는지 이듬해인 2015년 데스파이네의 커브 구종가치는 곤두박질쳤고(커브: 0.5 → -8.2 /슬로우 커브: 0.9 → -4.9), 체인지업 또한 커브와 같은 길(체인지업: 0.9 → -7.3)을 걷게 된다. 이처럼 다른 팔각도로 던진 슬로우 커브가 공략당하기 시작하자 2015년 이후엔 사실상 슬로우 커브를 봉인했다.


전망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게 되었을 때, 가장 큰 관건은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2013년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이후 2018년의 오른 팔뚝 부상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전부인 데스파이네는 내구성 면에서는 합격이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데스파이네의 피칭 스타일이다. KT의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는 다른 구장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규모가 작기에 홈런의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커터와 싱커를 구사하는 데스파이네는 KT의 홈구장에 최적화된 투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박경수–심우준–황재균으로 굳혀진 KT의 내야진이 데스파이네의 땅볼을 어느 정도 처리해 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다만 지난해에 데스파이네가 싱커의 구사 비율을 눈에 띄게 줄인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싱커 비율을 줄이면서 땅볼 유도 비율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 같은 피칭스타일의 변화가 일시적일지는 시즌이 시작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데스파이네의 메이저 통산 상황별 성적 / 출처 : Fangraphs

데스파이네는 메이저 커리어 내내 주자가 없을 때보다 주자가 나갔을 때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와인드업 투구폼을 주자가 나갔을 때 사용할 수 없어 나타난 구위 하락의 문제로 보인다. 다만 커리어 내내 사용했던 투구폼을 한순간에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세트 포지션에서 데스파이네의 구위가 KBO리그의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가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KT는 10승을 거둔 알칸타라를 포기하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인 데스파이네를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과연 데스파이네가 팀의 기대에 힘입어 KT의 창단 첫 가을 야구 진출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기록 출처: FanGraphs, Brooks Baseball, MiLB.com, Baseball America, Baseball Cube. Baseballsavant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청아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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