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9시즌 리뷰] NL 서부 – 방심만 몇 년째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박주현)

팬그래프 시즌 예상 (승-패): 1위 다저스 (92-70) 2위 콜로라도 (79-83) 3위 샌디에이고 (78-84) 4위 애리조나 (77-85) 5위 샌프란시스코 (73-89)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종 순위(승-패): 1위 다저스 (106-56) 2위 애리조나 (85-77) 3위 샌프란시스코 (77-85) 4위 콜로라도 (71-91) 5위 샌디에이고 (70-92)

[야구공작소 김동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는 시즌 내내 한 팀의 독주였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선전은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하지만 나머지 네 팀도 손 놓고 있진 않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콜로라도 로키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빛내준 한 편의 드라마를 세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제각기 바빴던 오프시즌

오프시즌의 시작은 샌프란시스코가 먼저 끊었다. 다저스에서 단장이던 파르한 자이디를 구단 사장직으로 임명했다. 지난 수년간 브라이언 세이빈, 바비 에반스와 구단주들의 주도하에 이뤄진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컨텐딩으로 팀의 페이롤 유동성은 진작에 사라졌다. 주전 선수는 물론 마이너리그 팜의 뎁스 경쟁력도 매우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고비용 초고효율화’를 이끈 다저스의 프리드먼 군단 인사를 데려온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주 그룹에 최대한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약속도 얻어냈다는 것이다. 이전 수뇌부는 구단주들의 요구에 쉽게 휘말렸지만, 이제는 전반적인 리빌딩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듯 이번 오프시즌에 이뤄진 주요 계약은 데릭 홀랜드를 다시 한번 믿어본 것(1+1년 700만 달러 보장)과 부상으로 신음했던 드류 포머란츠에게 스플릿 계약을 준 것이 전부였다. 지난 3년간의 수많은 영입을 생각하면 색다른 행보다.

유서 깊은 라이벌인 샌프란시스코에게 팀의 중심 중 하나를 뺏긴 다저스지만 그리 큰 타격은 없었다. 퀄러파잉 오퍼를 받아들인 류현진과 다시 함께했고, 2년 연속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감독 데이브 로버츠에게 4년 연장 계약을 선사했다. 그리고 올해도 팀 뎁스와 유망주를 늘리면서 페이롤을 줄인다는 방침을 이어나갔다.

대표적인 예가 12월 21일 신시내티 레즈와 성사시킨 트레이드다. 이 트레이드를 통해 다저스는 계약이 1년 남은 시한부급 자원(야시엘 푸이그, 알렉스 우드, 맷 켐프)을 처리하며 연봉 총액을 줄였고 이도 모자라 상위권 유망주가 될 선수(지터 다운스, 조시아 그레이)도 데려왔다. 이와 더불어 2000년대 후반 팀의 중심이던 포수 러셀 마틴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최대한의 연봉 보조를 받으며 복귀시켰다. FA로 나간 야스마니 그란달의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꾸기 위한 선택이었다. 애리조나에서 FA로 풀린 A.J 폴락도 4년 5,500만 달러 계약으로 데려오면서 작년만큼 뎁스를 구성할 수 있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가장 충격적인 오프시즌을 보낸 건 애리조나였다. 이미 오프시즌 초기에 전면 리빌딩을 선언한 만큼 선수를 내보내거나 파는 것에 아쉬움을 두지 않았는데, 가장 큰 충격은 폴 골드슈미트의 트레이드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서비스타임이 여유롭게 남은 주전급 선수 두 명(루크 위버, 카슨 켈리)과 마이너리그 유망주 한 명(앤디 영)을 받았지만, 2011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최고의 선수를 보낸 팬들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하지만 SK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 하나인 메릴 켈리와 계약하고 FA로 풀릴 예정이었던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를 싼 가격에 연장 계약하는 등 내실도 충분히 다졌다. 그리고 이는 깜짝 선전의 기틀이 됐다.

샌디에이고는 조용히, 그리고 큰 히트를 쳤다. FA 최대어 중 하나였던 매니 마차도를 10년 3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으로 붙잡은 것이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시카고 컵스에서 풀린 대니얼 머피를 데려왔고, 무엇보다도 팀 내 최고의 선수인 놀란 아레나도에 8년 2억 6천만 달러의 연장계약을 안겨주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보여줬다. 사실상 1강 4약의 싸움이었지만 5팀 모두 자기 나름의 움직임을 보여준 오프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애리조나의 약진, 3~5월

예상대로 시즌 초반부터 다저스는 선두로 치고 나갔다. 코디 벨린저가 4할이 넘는 타율을 유지하며 선봉장에 섰고 작 피더슨, 맥스 먼시, 신인 알렉스 버두고가 지원 사격을 했다.

눈을 의심케 한 건 그다음 순위였다. 애리조나와 샌디에이고가 3-4월 동안 6할에 가까운 승률(17승 13패)로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었다. 특히 샌디에이고는 시즌 개막과 함께 올린 두 유망주인 크리스 패덕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매서운 활약을 보여주며 4월 중반까지는 다저스를 누르고 1위까지 올랐다. 애리조나 역시 에두아르도 에스코바, 시즌 전 FA 계약으로 데려온 크리스티안 워커, 애덤 존스가 골드슈미트와 폴락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꿔줬다. 오히려 2위권을 예상했던 콜로라도가 투타의 동반 침체로 인해 지구 최하위까지 내려앉았다.

5월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폭풍 질주와 함께 여전히 1위였지만 샌디에이고는 치고 올라온 콜로라도와 2위 다툼을 하게 됐다. 벨린저의 시즌 타율은 3할대로 떨어졌지만, 아레나도는 5월 한 달간 0.425의 타율과 9홈런 29타점을 기록하며 콜로라도의 상승에 앞장섰다. 트레버 스토리 역시 3할 타율과 6할 장타율을 뽐내며 26경기 30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콜로라도 팀 타격 성적 변화 (출처=Fangraphs)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5월까지 3할 승률로 바닥을 기었다. 승리 기여도로 따졌을 때 타격은 마이애미 말린스만을 밑에 두며 리그 14위까지 떨어졌다. 투수진은 더욱 심각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 다음으로 좋지 않았다. 토론토에서 케빈 필라를 영입하며 급한 불을 꺼보고자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반전, 6~7월

여전히 다저스는 누구도 노릴 수 없는 선두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6월은 샌디에이고를 제외하면 지구 자체가 전체적으로 약진하는 시기였다. 샌디에이고(12승 14패)를 제외한 4팀 모두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5월에 주춤했던 애리조나는 케텔 마르테가 대폭발하면서 팀도 선전하기 시작했다. 투수진 역시 잭 그레인키와 메릴 켈리가 호투했는데, 다만 5월 말에 루크 위버가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공백은 쉽게 메꿀 수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6월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타티스 주니어가 ‘이 주의 신인상’을 독차지하는 등 큰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잘하던 타티스 주니어 역시 6월 말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샌디에이고는 서서히 나락으로 빠져갔다.

7월 들어 순위 경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다저스는 여전히 6할 이상의 승률로 이 시기에 일찌감치 지구 선두를 확정 지었다. 6월부터 하락세가 보이던 샌디에이고는 8승 16패를 기록하며 지구 순위 경쟁에서 완전히 이탈했고, 6승 19패로 무너진 콜로라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리조나 또한 11승 12패에 그쳤다.

그런데, 그동안 바닥을 치던 샌프란시스코가 7월 승률 0.760으로 시즌 승률 5할을 넘기며 애리조나와 2위 경쟁을 시작했다. 타선에서는 오프시즌에 볼티모어에서 데려온 ‘야즈(Yaz, 칼 야스트렘스키)의 손자’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6월 중순에 샌디에이고에서 트레이드해온 알렉스 디커슨이 동반 폭발했다. 투수에서는 오랜만에 건강한 시즌을 보내는 매디슨 범가너가 중심을 잡았고, 한물갔다고 평가받던 제프 사마자가 4승을 거두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승리 기여도 기준으로 타자는 다저스에 이은 리그 4위, 투수는 리그 2위에 오르며 반전을 끌어냈다.

자이디 단장은 생각했을 것이다. 팀 방향성은 리빌딩으로 잡았는데 성적은 갑자기 잘 나오기 시작했고, 마음 같아서는 초심대로 팔 수 있는 선수는 웬만하면 다 팔고 싶은데, 현재의 흐름과 두터운 팬층, 구단주를 생각하면 쉽게 그러지도 못하고. 그렇게 7월 31일은 다가왔다.


그들의 고민과 트레이드 데드라인

다저스는 불펜이 제일 시급했다. 2012년부터 팀의 마지막을 책임져준 켄리 잰슨이 있었지만 구속 하락과 함께 최근 겪었던 심장 문제까지 겹쳐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팬들도 불펜, 특히 클로저 급의 강력한 불펜을 원하고 있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펠리페 바스케즈는 매일 입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팬들의 바람과 달리 다저스 프런트에서는 미온적인 태도만 보이다 데드라인이 닥치자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애덤 콜라렉만 영입하고 미드시즌을 끝마쳤다. 당시에는 이 선택이 포스트시즌에서 원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올 줄 상상이나 했을까? 불펜 문제는 포스트시즌이 끝날 때까지 다저스를 괴롭혔다.

5개 팀 중 가장 바빴던 것은 역시 샌프란시스코였다. 방향성과 반등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의 프런트는 결국 두 가지 모두 추구하는 노선을 택했다. 먼저 중복되거나 팀에 없어도 될 고비용 불펜을 처리했다. 그렇게 홀랜드가 컵스로 떠났고, 계륵이었던 마크 멜란슨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샘 다이슨이 미네소타 트윈스로 떠났다. 레이 블랙과 포머란츠를 밀워키로 보내며 유격수 유망주였던 마우리시오 듀본을 데려왔다.

타자 뎁스는 보강했다. 볼티모어에서 조이 리카드를 데려왔고 신시내티로부터 스쿠터 제넷을 트레이드해 왔다. 특히 제넷의 경우 2017~2018시즌에 매우 뛰어난 성적을 냈지만 2019시즌 전 부상을 당하면서 당해 제대로 된 활약을 못 보이던 터였다. 샌프란시스코의 2루수였던 조 패닉이 매우 부진했던지라 프런트에선 더욱 기대를 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범가너와 윌 스미스 등 인기 있는 자원을 지키며 전략적으로 미드 시즌을 보낸 셈이었다.

애리조나 역시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팀이었다. 5할을 넘나드는 승률과 리빌딩으로 설정한 팀의 방향성이 갈리던 시점. 애리조나는 샌프란시스코와 달라 보이지만 비슷한 노선을 택한다. 사실 사람들이 보기에 완전히 리빌딩으로 돌아선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바로 잭 그레인키 트레이드 때문이다. 원래 애리조나는 그레인키를 지난 오프시즌에 팔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하고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되어서야 그를 트레이드할 수 있었다. 그레인키를 연봉 보조와 함께 휴스턴으로 보내면서 유망주 네 명을 받아왔는데, 휴스턴의 탑급 유망주였던 카일 터커나 포레스트 위틀리를 데려오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준척급 선수(세스 비어, J.B. 부카스카스, 코빈 마틴, 조쉬 로하스)를 데려오면서 팜을 불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하게 그레인키의 빈 자리를 보강했다. 마이애미에 꼬꼬마 유격수 유망주 재즈 치좀을 주고 루키로 꽤 이름값을 날리던 잭 갈렌을 데려왔으며,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마이크 리크를 트레이드해 와 그 자리를 메꿨다.

샌디에이고의 경우 미드시즌 중에 가장 회자될 만한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신시내티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개입된 삼각 트레이드였는데, 샌디에이고는 신시내티로부터 테일러 트라멜이라는 걸출한 유망주를 데려왔다. 대신 클리블랜드에 거포형 타자 프랜밀 레예스와 투수 유망주 로건 앨런, 그리고 20살의 창창한 타자 유망주 빅터 노바를 보냈다. 시즌을 거의 포기한 시점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프런트 입장에서는 그 나름대로 중요한 트레이드를 한 셈이었다. 애매한 중복자원인 레예스와 앨런, 어리지만 중간급 포텐셜의 유망주 노바를 얹어 리그 탑급의 유망주 트라멜을 얻었다. 미래를 본 트레이드였지만 팬들의 평은 상당히 갈렸다.

콜로라도는 여름을 매우 조용히 지냈다. 5월의 상승세와 다르게 팀이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더군다나 그 속도도 빨랐다. 프런트도 메이저리그 하위권의 팜을 들고 뭘 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겨우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서 방출되었던 욘더 알론소를 잡고 오승환과 마크 레이놀즈를 방출하는 데 그쳤다.


예상대로 진행된 남은 시즌, 8~9월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는 트레이드 마감 이후 성적이 극명하게 갈렸다. 애리조나는 7월 31일 이후 31승 22패로 여유 있게 5할 승률을 달성하며 지구 2위에 올랐다. 마르테는 9월 중순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기 전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한때 MVP 후보에도 올랐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22승 32패로 기세가 꺾이며 지구 3위로 만족해야 했다. 패닉을 방출하면서까지 믿었던 제넷이 부진했고, 범가너까지 시즌 막판에 흔들리면서 좋은 결말을 거두지 못했다.

콜로라도와 샌디에이고는 사이좋게 동반 추락하며 지구 4,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콜로라도의 경우 아레나도와 스토리가 분투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투수들로 인해 상승세를 꿈꿀 수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이 시즌 끝까지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었고, 시즌 초반에 기세가 좋았던 패덕도 막판에 무너졌다. 무엇보다도 이 두 팀은 7월에 무너진 분위기를 붙잡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컸다.

다저스의 경우 당연하게도 지구 1위를 끝까지 지켰다. 벨린저가 주춤할 때 노장 저스틴 터너와 신인 윌 스미스가 뒤를 받쳤고, 류현진이 흔들릴 때는 워커 뷸러가 에이스의 임무를 이어받아 활약했다. 여기에 또다른 루키들인 저스틴 메이와 토니 곤솔린이 힘을 더했다. 최고의 선수가 부진할 때 그를 뒷받침하는 선수가 나타나 그들을 대신하는, 전형적인 강팀의 모습이었다. 4월부터 시작된 좋은 분위기는 시즌 끝까지 이어졌고, 결국 시즌 끝을 약 20경기 정도 남긴 9월 11일에 무난하게 지구 우승을 확정 짓는다.

다만 8~9월에도 켄리 잰슨의 부진은 여전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33세이브를 거두긴 했지만 지난 시즌 대비 부진한 것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이 두 달 동안의 약한 모습은 그것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다.

켄리 잰슨의 통산 대비 2019년 8~9월 기록 (출처=Baseball-Reference)


‘그’ 방심, 10월 포스트시즌

잰슨이 부진했던 것은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크게 작용했다. 잰슨은 경기가 기울어져 있던 상황(2차전 9회 말 6점차, 5차전 10회 초 4점차)에서밖에 쓰이지 못했고, 그 자리를 메꾼 불펜들은 매우 부진했다. 특히나 마지막 5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의 백투백 피홈런과 조 켈리의 결승 만루홈런 허용은 팬들에게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게 다저스는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감해야 했으며, 모 매체가 시즌 중 보여줬던 “미리보는 월드시리즈”는 비웃음으로 회자되고 말았다.


2019시즌 정리, 그리고 그들의 미래

다저스는 시즌 전부터 매우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시즌 중에도 그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포스트시즌에서의 참상은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강하다.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패권을 장악할지 가늠도 할 수 없는 팀이 지금의 다저스다. 영리한 프런트진, 어리고 창창한 선수들, 그리고 돈 많은 구단. 모든 워너비를 갖춘 팀이기에 다저스의 강세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팬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실망했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수 있으니 오래 낙담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이번 시즌을 복기해볼 만한 팀은 바로 애리조나다. 시즌 전부터 리빌딩을 천명했으며 시즌 끝까지 그 노선을 지켰음에도 5할 승률에서 +4를 더한 팀이 됐다. 작년까지 투타의 코어였던 골드슈미트와 그레인키는 이제 없지만, 새로이 나타난 마르테와 에스코바, 위버와 갈렌이 빈 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거기에 뎁스 채우기 용으로 영입한 존스, 워커, 켈리 등이 제 역할을 해주며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애리조나의 미래는 매우 밝다. 마이너리그 팜 유망주 모두 순조롭게 성장 중이고 비어, 달튼 바르쇼 등등 적지 않은 선수의 메이저리그 데뷔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이 기대만큼 커 준다면 애리조나가 다시 컨텐딩을 노선으로 잡고 달릴 날이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는 결국 예상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7월의 선전이 있었지만 한낱 불꽃으로 끝났다. 5년 동안 세 번의 우승을 거두던 시절의 선수들은 없고 선수들의 장기 계약만 남았다. 버스터 포지는 내구성에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고, 브랜든 크로포드는 수비마저 처지기 시작했다. 브랜든 벨트나 자니 쿠에토, 사마자 등 여전히 많은 계약이 남은 선수도 즐비하다. 그럼에도 줍다시피 데려온 야스트렘스키나 디커슨, 밀워키에서 데려온 듀본 등 생각지도 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생각해 볼 만하다. 애리조나와 함께 리빌딩의 입장에 있는 팀. 지난 시즌도 그랬지만 이번 오프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작년은 자이디의 첫 시즌으로 팀의 방향성을 잡는 데 초점을 뒀지만, 올해는 팀의 10년을 이끈 범가너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근소한 차이지만 지구 2위로 점쳐지던 콜로라도의 추락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결과였다. 찰리 블랙몬-스토리-아레나도로 대표되는 라인업은 여전히 리그를 대표할 만큼 강력했지만, 투수진은 리그 최하위 기록을 대부분 차지하는 등 투타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했다. 웨이드 데이비스와 이안 데스몬드로 대표되는 악성 계약이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몇 년 전까지 최고의 팜으로 평가받았던 마이너리그 뎁스 또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에 있는 선수들은 대체로 어린 편이다. 아직까진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팀이 상승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면 구단주와 프런트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는 론 파울러 구단주가 이번 시즌의 성적에 크게 낙담할 정도로 좋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앤디 그린 감독을 경질한 것은 구단주가 얼마나 실망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 팀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9년이 남은 마차도와 함께 호스머를 6년 더 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젊고 어린 데다 마이너리그 팜은 마를 줄 모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유망주 탑 100 리스트에 있던 선수 중 몇몇이 빅 리그에 데뷔했거나 다른 팀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여전히 6명이 그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이다. 따지고 보면 샌디에이고는 이제 시작인 팀이고, 그 때문에 위의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와는 다른 의미로 중요한 오프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극강의 팀을 제외하면 빈약한 지구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그 팀들을 지켜보는 팬들의 열정만은 메이저리그 1위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지구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5개의 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오프시즌에 많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지구들보다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출처=Baseball-Reference, Fangraphs

에디터=야구공작소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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