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 86승 57패 1무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
[야구공작소 이창우] 위기 뒤에 기회가 온다. 이 유명한 격언은 2019 시즌 키움 히어로즈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2018 시즌을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마무리한 키움의 가장 큰 이슈는 메인 스폰서 교체였다. 하지만 키움은 한국시리즈가 끝나기도 전에 키움 증권과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 체결을 알린 뒤 빠르게 재정비에 들어갔다.
키움은 시장에 나온 내부 FA 선수 중 이보근과는 빠르게 재계약을 맺었다. 전년도 리그 최악이었던 불펜 사정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반면 야수진은 상대적으로 풍족했기에 오랜 시간 함께한 김민성은 LG 트윈스로 떠나 보냈다.
고종욱을 SK 와이번스에 내주고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이지영을 받아온 KBO 최초의 삼각 트레이드도 호평을 받았다. 외야 자원이 넘치는 가운데 지난 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한 고종욱을 보내면서도 이지영-박동원이라는 리그 최고의 포수 플래툰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 – 외국인 3인방
올 시즌 키움의 외국인 3인방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다. 이번 시즌 키움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 총합은 190만 달러로 1위 두산 베어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두산의 외인들이 고비용-고성능이었다면 키움의 외인들은 저비용-고성능 이었다.
요키시와 브리검 듀오는 효자 외국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드는 브리검은 해마다 ERA를 1점씩 내리며 내년에는 1점대 ERA를(?) 기대하게 하는 활약을 펼쳤다. 요키시는 시즌 초반 80구가 넘어가면 스태미나가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를 노출했으나, 점차 투구수를 늘려나가며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최원태, 이승호 등 토종 선발 투수들이 까다로운 관리를 요했기에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가 필요했고 외인 투수들은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2018 시즌 초이스의 대체 외국인으로 들어온 샌즈가 시즌 말미에 엄청난 활약을 보였지만 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초이스도 2017 시즌 말 선전해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이듬해에는 부진을 거듭하다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샌즈의 수비력은 다소 아쉬웠지만 압도적인 공격력은 그 아쉬움을 메우고도 남았다. 외국인 타자 중 WAR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총 루타수에서는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한 박병호가 시즌 중반에 잠시 빠졌을 때도 김하성, 이정후와 묵묵히 팀의 중심을 지킨 이가 샌즈였다. 무릎 부상 탓에 포스트시즌에선 다소 고전했으나, 샌즈가 없었다면 키움의 포스트시즌도 없을 뻔했다.
발전한 선수 – 최원태
한때 키움의 토종 선발진은 그야말로 전멸이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14시즌에도 외국인 선발 2명을 포함한 3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했을 정도였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불펜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허약한 선발진은 키움의 오랜 약점이었다.
이에 드래프트, 트레이드 등을 통해 선발 유망주를 수집하던 키움의 첫 성공작이 최원태였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최원태는 2016 시즌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7년 1군에 자리 잡은 최원태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매년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이탈해 ‘유리몸’이라는 오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의 최원태는 컨디션 조절을 위한 단 한 번의 로테이션 휴식 외에는 건강하게 풀 시즌을 소화했다. ERA를 비롯한 각종 지표면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퀄리티스타트(QS) 성공률은 66.7%로 팀 내 최고였을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6위에 올랐다.
매년 조금씩이나마 발전하는 최원태의 모습은 내년의 그를 기대하게 한다. 데뷔 후 처음으로 치른 포스트시즌에서의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군필’ 24세 선발투수의 내년 시즌은 여전히 희망적이다.
아쉬웠던 선수 – 임병욱, 안우진
작년의 활약은 신기루였을까? 입대까지 미루고 야심차게 맞이한 임병욱의 2019시즌은 씁쓸하기만 했다. 시즌 중반까지 압도적인 삼진 페이스를 보이며 역대 최초 ‘무홈런 삼진왕’이라는 타이틀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결국 무릎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임병욱은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안우진은 키움 팬들에게 또 다른 신기루였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안우진의 활약에 고무된 구단이 5선발을 맡겼지만 롤러코스터마냥 호투와 부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깨 부상까지 겹쳐 안우진은 시즌 절반가량을 날리고 말았다. 젊은 선발 투수들에 대한 구단의 철저한 관리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 아쉬웠던 마지막
2018 시즌 키움은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명승부를 펼쳤지만 한국시리즈로 가는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승팀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전력에 알뜰한 전력 보강이 더해져 2019 시즌 전망은 밝았다. 실제로 키움은 86승 57패로 창단 최다승을 기록했고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였다. 상위권 팀을 상대로도 최소 5할 승률을 기록했으나 9위 한화 이글스 상대 승률이 정확히 5할인 점이 옥의 티였다. 시즌 막판에도 키움은 한화에 1승을 내주며 순위 싸움에서 밀려나야 했다.
정규시즌 막판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맞이한 포스트시즌에서 팬들의 기대감은 갈수록 커졌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은 뒤 지난해 포스트시즌 패배를 안겨준 SK에 스윕으로 승리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올랐다.
하지만 기세 좋던 키움은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플레이오프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공격력에 가려 보이지 않던 수비 불안이 결정적인 화를 초래했다. 4차전을 제외한 매 경기 실책이 쏟아진 것이다. 특히 1차전 김하성의 결정적인 포구 실책은 5년 전 강정호의 실책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시리즈 내내 전염병처럼 퍼진 키움 내야진의 수비 불안은 위기 때마다 팀을 구원했던 두산 내야진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그럼에도 젊음은 항상 옳다
그럼에도 내년이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는 키움이 뼛속까지 젊은 팀이기 때문이다. 키움 선수진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평균 연령 최소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평균 연령은 지난해 26.7세에서 25.5세로 더 젊어졌다. 소속 선수의 평균 연차 7년 또한 리그 최소다.
불펜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만 해도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믿을 만한 불펜 투수가 없어 패배한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리그 꼴찌였던 불펜진은 올 시즌 리그 ERA 1위(3.41)로 환골탈태했다. 이영준, 윤영삼, 김성민은 추격조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불펜진을 든든하게 받쳐줬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이탈한 조상우의 공백은 불펜 최고참 오주원이 메워줬고, 역시 고참인 김상수는 KBO 최초 40홀드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이 이들의 경험치가 됐을 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년 시즌 역시 희망적이다.
취임 3년 만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장정석 전 감독의 재계약 불발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3년 18억 원이라는 합리적인 계약으로 이지영을 붙잡을 만큼 내년 대권 도전에도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프랜차이즈인 오주원의 재계약 또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경영 논란 등으로 키움은 어수선한 오프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어지간한 역경이란 역경은 다 겪어본 젊은 영웅들은 내년에도 그들의 야구를 다 할 것이다.
에디터= 곽찬현, 박효정
기록 출처= 스탯티즈, KB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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