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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야구유감(有感)] 어째서 광팬이 팬이 되어 버리는가

By 오연우
2017년 6월 22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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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공작소 오연우] 프로 스포츠 팬, 그 중에서도 특정한 팀의 팬이라는 존재는 특별하다.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고, 어떠한 물질적 보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또는 자신이 직접 그 팀과 그 스포츠를 할 수 있지도 않고, 실제로 보기가 쉽냐고 하면 1년에 몇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존재가 프로 스포츠 팀인데, 그러한 존재에 열정을 바치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손해 보는 일이 없다.

내 기준에서 팬은 두 부류로 나뉜다. 팬, 그리고 광팬.

팬과 광팬은 어떻게 다른가. 팬은 그 팀을 좋아하는,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다.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그 팀에 관심이 많고, 팀이 잘 되면 기분이 좋고 잘 안 되면 기분이 상하는 사람을 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광팬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팀이 곧 자신이고, 팀에 미쳐 있다. 백인천식 표현을 쓰자면 ‘팀 중독자’다.
팬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팀에 대한 심정적인 몰입의 정도이다. 이들은 마치 그 팀의 승리에 전 재산을 베팅하기라도 한 것처럼 경기를 본다. 전 재산을 걸었으니 경기를 놓치고 보지 않을 리가 없고, 경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이기면 행복함으로 충만하고 지면 죽을 것만 같다. 때때로 팬이 팀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장된 언행을 통해 광팬인 척 위장하기도 하지만 겉에서 보면 쉽게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둘은 팀에 대한 몰입도가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광팬의 상태는 대체로 수 년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광팬이 되었다가 다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팬으로 돌아온다.
이 변화는 비가역적이다. 하나의 노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광팬으로 있는다는 것은 어릴 때만 들리는 모스키토음과 같아서 한번 광팬에서 팬으로 ‘내려온’ 사람은 두 번 다시 광팬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노화가 발생하는가. 어째서 광팬이 팬이 되어 버리는가.

 

첫째는 광팬이 야구를 점점 더 알게 되면서 점차 경기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광팬이 광팬으로 있기 위해서는 경기의 매 순간마다 즐거움의 비명을 지르거나 안타까움의 탄식을 뱉을 수 있어야 한다. 공 하나에 울고 공 하나에 울어야 한다. 그러나 야구를 많이 알게 될수록, 특히 통계적 접근에 익숙해질수록 이것이 어려워진다.

통계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기본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경우이다. 시즌 타율보다 월간 타율, 월간 타율보다 주간 타율, 주간 타율보다 일일 타율, 일일 타율보다 어떤 한 타석에서 안타를 칠지 못 칠지를 예측하는 게 더 어렵다. 통계적 시각에 익숙해질수록 아무래도 큰 그림을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멀리서 숲의 경치에 감탄하고 있으면 나무 한 그루의 소중함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당장 우리 타자가 안타를 치지 못해도 그리 아쉽지 않다. 1년 600타석 중에 고작 하나 아닌가. 타석 하나가 아니라 경기 단위로, 시즌 단위로 보면 한두 번쯤 못 쳐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오히려 타석 하나하나에 화내는 사람들이 아직 야구 잘 모르는 사람들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젠체하고 있으면 어느새 팀과 선수에 전만큼 동화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심정적으로 온전히 선수 입장에 설 수 있다면 10-0으로 이기고 있는 경기라도 안타를 치지 못하면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작은 일에는 감동하지 못하는 나쁜 버릇이 들어 버리면 그럴 수 없다. 감동의 역치가 올라가고 역치를 넘어도 감동의 크기가 전만 못하다.

그리고 이것을 자각하게 되었다면 이미 그 사람은 광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는 야구를 큰 시각에서, 메타적 시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응원 팀을 팬 개인의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야구’계’, 스포츠’계’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팀에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려면 (부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아무래도 좀 배타적이고 좁은 시각으로 내 팀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프로야구 산업이나 야구 발전 같은 큰 시각에서 야구를 바라보기 시작하면 팬으로서의 마음은 흐트러지기 쉽다.

전체를 조망하려면 멀리서 팀을 바라봐야 하고, 멀리서 팀을 바라보면 말 그대로 팀이 마음에서 멀어진다. 광팬의 가장 본질적인 속성은 팀과의 동화(同化)다. 메타적으로 바라보면 그 나름대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지만 바라보는 대상에서 점차 이화(異化)된다. 사실 메타적 시각의 본질이 그것이 아니던가. 메타적으로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팀이 나 자신이 아니라 객체로 느껴지게 된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지금껏 만나 본 기자, 언론 관계자, 구단 직원, 기록원, 심판, 야구 관계 회사 직원 등 여러 야구 관계 업종 종사자 가운데 그 누구도 광팬은 없었다. 과거 광팬이었지만 점차 팬으로 바뀌고, 더 지나서는 팬이었던 기억만 남은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 무의식중에 응원팀과 자신을 분리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광팬이 팬이 되는 세 번째 이유이자 야구 업종 종사자들이 팬이 되지 못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해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것은 응원하는 팀이 잘 되는 것과 못 되는 것을 동시에 바라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토토에서 내 응원팀의 패배에 베팅을 한 경우가 될 것이다. 금액이 잃으면 아까운 정도가 되면 응원팀이 이겨도 마음이 온전히 기쁘지 않고 져도 온전히 슬프지 않다.

비더레전드도 마찬가지다. 응원팀의 상대 타자를 골랐는데 이 타자가 안타가 없는 상태에서 9회, 동점, 만루에 타석에 들어섰다면 응원팀을 100% 응원할 수 있을까? 응원팀 선수를 골라도 마찬가지다.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태에서 8회까지 안타가 없는데 9회 말이 오면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면, 9회 초에 우리팀 투수가 블론세이브를 기록해 동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혀 없을 수 있을까.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광팬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팀의 패배를 긍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으면서 어떻게 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는가.

야구 업계 종사자가 광팬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5년 전에 스포츠투아이에서 경기 평 작성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경기가 끝나야 글을 완성할 수 있으므로 일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경기가 일찍 끝나는 게 최고였다.

그러나 그러다 보니 롯데가 9회에 지고 있어도 안타를 치지 않기를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연장에 가면 경기가 길어지고, 혹여 역전승이라도 하면 그때까지 써 놓은 것들을 전부 엎어야 되기 때문이었다. 롯데에 대한 이 ‘배신’의 감정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정말로 큰 자괴감이 들었다. 일했던 2012 시즌 내내 ‘고작 퇴근 십 분 이십 분 늦어지는 것 때문에 롯데를 배신할 정도로 나의 팬심은 약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이 때 처음으로 야구 관련 직업을 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낱 아르바이트조차 이럴진대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일하면 팬심이라는 것은 남아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만나 본 업계 관계자 대다수가 일관되게 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 승패 관계 없이 빨리 끝나는 경기가 최고라는 것이었다. 퇴근 시간 앞에 팬은 없었다.

그리고 꼭 시간 문제가 아니더라도 내가 A 팀 팬이었는데 B팀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A팀과 B팀이 경기할 때 온전히 A팀을 응원할 수 있겠는가. 현실과 놀이가 부딪치면 놀이는 밀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의 팬심이 모두 풍화된 것은 슬프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이유들, 그리고 단순히 처음의 열정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평생 광팬으로 있을 수는 없다. 남은 것은 그 마음을 얼마나 길게 가져갈 수 있느냐지만 막상 광팬일 때는 그 시기의 소중함을 알기 어렵다. 젊을 때는 젊음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듯.

그렇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광팬의 상태가 되어 보는 것은 이후의 인생 전체에 걸쳐서 그 팀의 팬이 되게 해 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짧은 광팬 시절의 추억을 동력으로 평생 ‘팬질’을 계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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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꼴빠 댓글:
    2017년 6월 25일, 4:16 오후

    좋은 글입니다… 다만, 광팬을 (가능한 오래도록) 광팬으로 붙잡아두지 못하는, 또는 팬을 광팬으로 되돌리지 못하는 구단의 역량? (무능력 or 무성의)도 지적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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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이 버텨주지 못해 생긴 과부하가 고스란히 불펜의 부담으로 번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 과연 SSG는 이 무너진 마운드를 재건하고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제작: 야구공작소 안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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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에 돌입하는 KBO 리그, 김재윤은 자신의 홈 성적과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 모두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2026. 07. 09. 기준

제작 : 야구공작소 홍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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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야구공작소 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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