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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다저스의 신성, 바비 밀러

By 박영웅
2024년 4월 14일 5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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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승희 >

매년 강팀으로 손꼽히는 LA다저스의 지난해 약점은 선발진이었다.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되며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웠다. 워커 뷸러는 일찌감치 시즌 아웃이 확정됐고 토니 곤솔린과 더스틴 메이 또한 부상으로 이탈했다. 영입생 노아 신더가드마저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시즌 도중 트레이드됐다. 설상가상으로 훌리오 유리아스는 가정 폭력 이슈로 9월 이후 마운드에서 볼 수 없었다. 이탈자가 대거 속출한 다저스는 시즌 내내 선발 구상에 골머리를 앓았다.

앞선 우려와 달리 다저스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페넌트레이스 100승을 달성하며 또 한 번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문제점은 포스트시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디비전시리즈에서 3명의 선발 투수가 4.2이닝 13실점으로 처참히 무너졌다. 단 한 명의 선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시리즈는 끝이 났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수확은 있었다. 바로 루키 바비 밀러다. 선발진의 공백으로 마이클 그로브, 개빈 스톤, 에밋 시한 등 팀 내 유망주들이 자연스럽게 기회를 부여받았다. 밀러는 그중 단연 돋보였다. 데뷔 첫해 11승을 따내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밀러는 2016년 마에다 켄타에 이어 7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다저스 신인 투수가 됐다.

 

슈퍼루키의 등장

< 2020년 BA 스카우팅 리포트 20-80 스케일 >

밀러는 루이빌 주립 대학을 졸업하고 2020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다저스에 입단했다. 유망주 평가 기관 BA(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밀러가 리그 최상위권의 패스트볼과 평균 이상의 변화구를 구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커맨드의 일관성이 부족해 종종 제구력을 잃는 모습이 나온다는 우려도 있었다.

드래프트 당시 선발보다는 구원을 맡게 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밀러는 대학 시절 선발로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그로 인해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또한 당시 밀러의 투구 메커니즘은 투박하고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닝을 소화할수록 어깨에 가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밀러는 마이너리그에서 우려를 씻어냈다.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줬고 공의 위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커맨드 역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선발로서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평균 99마일 패스트볼. 밀러가 가진 주 무기다. 수준급 브레이킹 볼이 상대적으로 위력이 떨어져 보일 정도다. 밀러는 마이너리그 통산 3점대 후반의 다소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183이닝 동안 22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마침내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밀러는 첫 등판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상대 5이닝 1실점으로 데뷔전부터 승리를 거뒀다. 첫 네 경기에서 연이은 호투로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4경기 3승 0패 ERA 0.78). 이후 등판에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팀이 어려울 때마다 제 역할을 다 해냈다.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무너지며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는 신인다운 모습도 보여줬다.

밀러는 충분히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특히 압도적인 스터프가 무색할 만큼 위력적인 모습이 부족했다.

< 2023년 MLB 데뷔 시즌 성적 >

 

강력한 구위와 그렇지 않은 삼진율

< MiLB, MLB(2023) 통산 삼진율 >

밀러는 마이너리그에서 삼진을 곧잘 잡았다. 183이닝 동안 22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이는 9이닝당 11.2개로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90마일의 브레이킹 볼을 던지는 밀러에겐 그리 놀랍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예상보다 삼진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23.6%. 지난해 밀러의 삼진율이다. 상위 49%에 해당하는 리그 평균 수준이다. 밀러의 스터프를 고려한다면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대개 탈삼진은 강력한 구위에 자연스레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강력한 구위는 패스트볼에서부터 시작된다. 2023년 밀러는 리그 선발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뿌렸다. 그러나 삼진율은 10명 중 9위에 머물렀다. 아래 랭크된 선수들은 대부분 리그 상위권 삼진율을 보였다. 밀러가 예상보다 낮은 삼진율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2023년 선발투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 Top101 >

그 이유는 구위에 비해 밋밋한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다(평균 대비 수직 무브먼트 +0.7 인치/ 수평 무브먼트 +0.4인치). 공은 빠르지만 무브먼트가 뛰어나지 않다. 정직하게 날아오는 공은 타자들 눈에 쉽게 익는다. 그렇기에 타자들은 함부로 배트를 내지 않는다. 삼진율에 이어 헛스윙률 또한 하위권을 기록했다. 밀러의 Whiff%(스윙 중 헛스윙 비율)는 26.7%로 평범한 수준이다. 실제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있었다. 플러스-플러스 패스트볼을 지녔지만 무브먼트가 적어 좀처럼 헛스윙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링크).

또 다른 이유는 커맨드다. 밀러의 불안정한 커맨드는 커리어 내내 불안 요소였다. 지난해 BB%는 상위 20%로 볼넷이 많은 유형은 아니다. 다만 커맨드가 무너지며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현상이 잦았다. 패스트볼 구사율이 48.1%로 단순한 피칭 시퀀스를 지닌 밀러에겐 더 치명적이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밀러의 투구 순서는 예측하기 쉽다는 평이 있었다(링크). 빅리그에서 몰리는 공은 여지없이 배트에 맞아 나간다.

< 2023년 패스트볼 탄착군 >

보통 투수들은 타순이 돌수록 공략당하기 쉬워진다. 타자들 눈에 공이 적응되기 때문이다. 밀러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차이가 너무 크다. 첫 번째 상대 1.91의 방어율이었지만 세 번째 상대에서 7.52까지 방어율이 치솟았다. 구속에 비해 적은 무브먼트와 불안정한 커맨드 영향이 크다. 결론적으로 타자들은 밀러의 빠른 공을 그리 위력적으로 느끼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 맞상대별 ERA >

 

우타자에게 약한 우투수

< 2023년 좌/우 스플릿 성적 >

밀러는 리버스 스플릿 성향을 보인다. 우완이지만 좌타자에게 강하고 우타자에게 약하다. 우타자 상대 싱커(24.7%)와 슬라이더(27.5%)를 주로 구사한다. 우타자에게 높은 피안타율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싱커(0.317)와 슬라이더(0.277)가 맞아 나갔기 때문이다. 싱커는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잦았다. 슬라이더는 바깥쪽으로 잘 형성됐지만 밀러가 원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 지난해 슬라이더가 가장 큰 문제였다. 던질 때마다 다른 형태를 보여 일관성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 우타자 상대 싱커, 슬라이더 탄착군 >

좌타자 상대로는 포심(33.7%)과 체인지업(21.9%)을 가장 많이 구사했다. 특히 낮게 형성되는 체인지업은 좌우 가리지 않고 좋은 무브먼트와 낮은 피안타율을 보여줬다(우 0.158 / 좌 0.125). 하지만 우타자에게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9%). 우타자 상대 높은 피안타율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볼 배합이 필요해 보인다.

< 좌/우타자 상대 체인지업 탄착군 >

 

다저스의 축이 될 수 있을까

밀러는 등장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슈퍼루키의 등장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그가 가진 스터프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허나 구위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좀 더 정교한 커맨드와 볼 배합의 변화가 필요하다.

밀러는 4월 14일 기준 이번 시즌 세 차례 모습을 보였다.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 11K를 기록하며 모두가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패스트볼의 커맨드가 낮게 잘 형성됐다. 또한 지난해 좋았던 체인지업의 비율을 높인 것이 유효했다.

그러나 두 번째 등판에서 1.2이닝 4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커맨드가 불안정했다. 전반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이 많았다. 그로 인해 패스트볼 구사율(60.3%)이 높아졌다. 가운데로 몰린 패스트볼은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했다. 또한 최근 경기에서도 좋지 않은 스트라이크(29개)/볼(44개) 비율을 보여주며 고전했다.

일관성 있는 경기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지난 시즌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시즌 선발 한자리를 꿰차며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잡았다. 빅리그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밀러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참조 = Baseball Savant, Fangraphs, MLB.com,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야구공작소 박영웅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김승희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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