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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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년제 대학 진학
타자와 규칙이 폐지된 후 아직 고등학교 졸업까지 여유가 있던 선수들은 단번에 미국 4년제에 진학하는 방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4년제 진학을 꾀한 선수들은 주로 고등학교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들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재능을 보인 선수들은 D1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상위권 학교로 진출했다.

< 하와이 소속으로 이도류에 도전했던 타케모토 이츠키. 출처: Hawaii Tribune Herald >
2023년 하와이대에 입학해 2025년 MLB 드래프트에서 19라운드 전체 560번으로 애슬레틱스의 부름을 받은 타케모토 이츠키가 이 부분에서는 선두 주자였다. 타케모토는 2021년 치벤 와카야마가 여름 고시엔을 우승할 때 일원이었으며 제2의 오타니로 불리며 투타 양쪽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선수였다.
당연히 NPB 구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빠르게 진출하기 위해 미국 4년제 D1 대학을 선택했다. 2024년 여름 미국 여름 대학리그 중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케이프 코드 리그에서 25.1이닝 ERA 0.71을 기록하며 최우수 투수상을 받은 타케모토는 2025년 투구에만 집중했지만, 기대한 만큼 성적을 기록하진 못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단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 1학년부터 스탠퍼드 1루수 자리를 차지한 사사키 린타로. 출처: The Athletic >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 고교야구에서 3년간 140홈런을 치며 일본 고교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사사키 린타로도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 대학행을 선택했다. 오타니와 기쿠치 유세이가 나온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를 나온 린타로는 어릴 때부터 MLB에서 맹활약한 두 선배를 보며 미국 진출의 꿈을 키웠다. 하나마키 히가시 고교 야구부 감독인 아버지 또한 사사키의 미국 진출을 장려했다.
사사키는 일본 내 최고 거포 유망주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타케모토와 달리 사사키가 2023년 NPB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소식은 일본 야구계의 큰 충격을 안겨다 줬다. 당해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확실했다는 평이 다수였기 때문이었다.
사사키가 미국 대학행을 결정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야구선수 외 다른 미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와 미래 설계를 이어가는 것, 둘째, 다른 야구 문화에서 자신의 경쟁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셋째, 2026년 MLB 드래프트에 참여해 빠르게 미국 프로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2023년 말, 사사키를 데려오기 위해 미국 굴지의 야구 명문 간의 경쟁이 붙었다. 2014년과 2019년에 미국 대학야구 정상에 오른 밴더빌트, 재키 로빈슨의 모교이자 전통적인 강호 UCLA 등 야구와 학업 양쪽에서 최정상에 있는 여러 학교가 사사키에게 구애했다. 그리고 그의 최종 선택은 1987년과 1988년 2연패를 달성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탠퍼드였다.
사사키는 2024년 4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에 건너가 타지 생활에 적응했다. 2024년 여름 애팔리치안 리그에서 OPS 1.508을 기록하며 자신의 파괴력을 미국에 널리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2025 시즌 시작 전 전미 프리시즌 1루수 랭킹 1위에 오르며 사사키는 대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스탠퍼드 첫 시즌은 52경기 OPS .790 7홈런 41타점에 그치며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사사키가 2025 NPB 드래프트에 전격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일본 야구계에 또 한 번 파장이 일어났다. 2025년 여름 NPB가 해외 대학 재학 중인 선수가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한 덕에 사사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일본 야구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한 번 NPB를 버리고 미국으로 떠난 선수를 구단들이 과연 품을 것인지, 지명 후에도 미국 무대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사사키의 잠재력을 기대해 그를 선택하는 팀이 나올 것인지 의견이 갈렸다.
그리고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요코하마 데나 베이스타스가 그의 이름을 1차 지명자로 써냈다. 한 구단도 아니고 두 구단이 사사키를 과감하게 1차 지명에 투자했고, 추첨 결과 포스팅을 통한 미국 진출에 가장 호의적이지 않다고 알려진 소프트뱅크가 사사키에 대한 권리를 따냈다.
NPB 드래프트 규정에 따르면 1차 지명이 된 선수가 그 구단의 입단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고 해서 해당 팀은 보상 선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는 사사키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적었다고 밝혔다.
사사키의 사례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일본 야구계에 가능성을 열어줬다. 첫째, 1차 지명 가능성이 있는 일본 당해 최고 고교 유망주가 NPB 드래프트를 거르고 미국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것, 둘째, 그런 선수가 다시 NPB 드래프트에 등장하더라도 구단의 부름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셋째, MLB 드래프트 지명 결과를 보고 선수가 NPB와 MLB 두 가지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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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 중 편입
마지막으로는 일본에서 4년제 대학에 다니다가 미국 대학으로 편입해 MLB 드래프트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편입을 통해 MLB 드래프트에 나서려면 고교 성적 외에도 대학 성적까지 갖춰져야 한다.
앞서 소개한 세 가지 방법보다 야구 외적으로 더 큰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잘 갖춰진 일본 대학 야구 인프라에서 성장한 뒤 MLB 드래프트 직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지명을 노릴 수도 있다.

< 일본 유망주 진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사토 겐에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입학을 결정했다. 출처: 사토 겐에이 인스타그램 >
2025시즌이 종료된 시점, 2026년 NPB 드래프트 1라운더로 예상된 한 대학 선수가 돌연 미국 대학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센다이대 3학년 우완투수 사토 겐에이는 2026년 일본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지 않고 가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학업과 야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월부터 6월까지 봄에만 야구하는 미국 대학야구 정규시즌의 특성상 사토가 지금 미국대학으로 학적을 옮긴다 하더라도 2026년 봄에는 대학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더 나아가 미국 4년제 재학생은 3학년을 마치고 드래프트에 이름을 올리는 만큼, 사토는 결과적으로 2027년 여름 두 살 어린 선수들과 같이 드래프트에 나서야만 한다.
그런 2년의 세월을 투자하더라도 사토는 NPB를 거치지 않고 MLB에 도전하기로 했다. 물론 사토 또한 사사키의 전례를 따라 NPB와 MLB 드래프트 지명을 동시에 받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2023년부터 3년 동안 센다이대에서 170.1이닝 ERA 2.22를 기록한 사토는 최고 99마일에 달하는 속구와 90마일 초반대 스플리터,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우완 정통파 투수이다.
그의 이름이 미국에 알려진 계기는 2025년 7월에 일본에서 열린 미일 대학 대표팀 올스타전이었다. 일본 대표팀 소속이었던 사토는 MLB 공인 2026년 드래프트 유망주 랭킹 1위 UCLA 소속 유격수 로크 촐로우스키와 랭킹 5위 조지아텍 소속 외야수 드류 버레스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사토에 대한 질문을 받은 촐로우스키는 사토 상대로 첫 타석에서는 빠른 공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맞췄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몸쪽 빠른 공에 제대로 당했다면서 사토의 구위는 진짜라고 말했다.
사라진 규정 하나가 불러온 나비효과
202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을 우승했으며 2018년 12월 이래 WBC 랭킹 1위를 놓치지 않는 일본은 자국 최상위 유망주의 유출을 예상하면서도 그들이 일본보다 더 큰 무대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물론 이러한 자신감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유소년부터 사회인 야구까지 촘촘하게 연결된 일본 야구의 저변, 그리고 매년 수많은 유망주가 쏟아지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타자와 규칙의 폐지는 단순히 어린 선수가 하루라도 더 빨리 해외 진출의 문을 연 것이 아니다. 선수 개인이 다양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일본의 유망주들은 NPB, NCAA, MLB라는 세 갈래 길을 동시에 저울질할 수 있게 됐고, 그 선택의 결과는 더 이상 제도에 의해 강요되지 않는다.
규정 하나의 폐지가 불러온 이 나비효과는, 일본 야구가 더 이상 선수를 붙잡는 리그가 아니라 선수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 = Yahoo Sports, Forbes, MLB, World Baseball Network, D1Baseall, Full-Count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장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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