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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MLB

[심.궁.해] 중요한 것은 커지지 않는 홈 플레이트

By 이금강
2024년 3월 28일 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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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

“심판이 궁금해, 심궁해”는 현역 야구 심판이 심판에 대한 억울함을 스스로 해소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서는 칼럼 시리즈입니다.

야구 심판과 규칙에 대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전달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평소에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세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야구류 운동에는 야구, 소프트볼, 베이스볼5 세 가지가 있다. 세 운동은 확실하게 구분되는 운동이지만, 공격이 네 개의 베이스를 반시계 방향으로 순서대로 밟아야 점수가 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공유한다. 

세 운동에서 점수를 내기 위해 밟아야 하는 베이스의 크기와 사용 방식은 제각각이다. 야구의 경우 MLB와 KBO가 베이스 크기를 늘리면서 한 변의 길이가 18in(45.73cm)인 베이스가 등장했지만, 기본적으로는 15in(38.1cm) 베이스를 사용한다. 소프트볼은 15in 베이스를 쓰되 1루에 보조 베이스를 둬 선수 간의 충돌을 방지한다. 베이스볼5는 한 변이 60cm로 된 정사각형을 바닥에 표시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세 운동 중 가장 큰 크기의 베이스를 자랑한다. 

그러나 세 운동의 홈베이스 크기는 똑같다. 가장 긴 변이 17in(43.2cm)고 8.5in(21.6cm) 2개 변 및 12in(30.5cm) 2개 변으로 이뤄진 5각형이다. 소프트볼과 베이스볼5 모두 야구에 기원을 두고 있지만, 경기장 크기가 제각각이다. 사실 홈 플레이트의 크기가 똑같을 필요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대체 저 5각형에 어떤 매력이 있어서 세 운동이 같은 홈 플레이트를 사용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조금 더 생각을 뻗어 ‘야구의 홈 플레이트는 왜 5각형 모양이 되었는가’라는 질문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필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이번 편은 따라서 독자들이 심판에 대해 궁금할 것을 설명하기보단, 심판이 혼자 궁금해서 공부한 내용을 공유한다. 

 

영어로 홈 플레이트를 표현하는 단어 중 ‘Dish’가 있는 이유

< 그림 1 = Currier & Ives, The American National Game of Base Ball: Grand Match for the Championship at the Elysian Fields, Hoboken, N. J., 1866. >

영어로 홈 플레이트를 표현하는 여러 단어 중 접시를 뜻하는 ‘dish’가 있다. 사실 현대 야구의 5각형 홈 플레이트를 생각하면 접시를 연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초의 야구에서는 홈 플레이트가 5각형이 아니었다. 1845년 니커보커 야구단(Knickerbocker Base Ball Club)이 시작한 야구에서 홈 플레이트는 12in 지름의 백색으로 칠해진 철제 원형 그릇(a circular iron plate painted or enameled white)이었다. 1865년 야구를 그려낸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9세기 중반 야구에서 홈 플레이트는 하얗고 둥글다. 홈 플레이트 대용품으로 정말 ‘접시’를 홈 플레이트로 쓴 적도 있다. 따라서 Dish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기원한다. 

그런데 홈 플레이트의 지름이 왜 12in였을까?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하진 못했지만, 발 하나의 길이를 뜻하는 1ft를 기준점으로 삼았다고 추측한다. (1ft = 12in) 한편 초기 니커보커 규칙에는 지금과 같은 정사각형 모양의 베이스가 규정되지 않았다. 베이스의 크기와 형태가 처음으로 성문화된 것은 1857년이다. 이해 열린 최초의 야구 협의회(First Base Ball Convention)에서 ‘정사각형 모양의 야구장을 구성하는 세 꼭짓점 위 1제곱 피트 공간에 모래나 톱밥으로 채워진 캔버스 백으로 덮여야 한다’는 규칙이 탄생했다. 

 

우연히 만들어진 신소재, 야구를 바꾸다

원형의 홈 플레이트가 다른 베이스처럼 정사각형의 모양으로 바뀐 것은 1868년이다. MLB의 전신인 미국 프로 야구 선수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Professional Base Ball Players)는 1869년 시즌부터 한 변의 길이가 12in인 정사각형의 석재 판을 홈 플레이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홈 플레이트는 한 꼭짓점이 투수를, 한 꼭짓점이 포수를 향하도록 놓였다. 

이후 3년 동안 홈 플레이트는 지면 위에 남아있었지만, 1872년부터는 지금처럼 홈 플레이트가 땅속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야구의 시작부터 양쪽 파울선의 교점 위에 중심점을 뒀던 홈 플레이트는 1875년 위쪽 꼭짓점을 파울선의 교점에 맞추게 되면서 전체가 파울 영역으로 나갔다. 그리고 2년 후인 1877년 현재의 규칙처럼 아래쪽 꼭짓점을 파울선의 교점에 맞추면서 홈 플레이트는 온전히 페어 지역으로 들어오게 됐다. 

< 그림 2 = John B. Sage, Biddefords vs. Portlands Granite St. grounds, Biddeford, Saturday, May 16th, 1885. >

1887년 홈 플레이트는 또다시 큰 변화를 겪는다. 1886년 내셔널 리그(National League)와 미국 야구단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Base Ball Clubs)는 1887년부터 홈 플레이트를 현재 야구와 동일한 흰색 고무판을 사용한다고 규칙을 변경한다. 19세기 중반 우연한 계기로 천연고무와 유황을 결합하면서 고무의 실용화에 성공한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 덕분에 미국에서 고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탄성 있으면서도 쉽게 해지지 않는 고무는 각종 부상을 유발하는 석재 대신 홈 플레이트 재료로 쓰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홈 플레이트의 유일한 표준물질이 되었다. 

 

최약의 투수가 고안했다고 주장하는 5각형 홈 플레이트

홈 플레이트를 지금의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공인받은 사람은 바로 앞에서 소개한 고무 홈 플레이트를 발명한 로버트 키팅(Robert Keating)이다. 1900년 스팔딩(Spalding)이 발행한 공식 야구 가이드(Spalding’s Official Base Ball Guide for 1900)에 따르면 기존의 정사각형 홈 플레이트는 가장자리 투구를 던지거나 판정하는 데 있어서 어려웠다. 따라서 파울선을 끼고 있는 두 변은 그대로 남긴 채 정사각형의 대각선을 위로 끌어올려서 투수와 심판에게 시각적 도움을 주는 방식이 채택됐다. 이런 이유로 정사각형의 좌측 상단, 그리고 우측 상단에 8.5in의 직각이등변삼각형이 추가되면서 현재의 5각형 모양이 되었다. 

한편 5각형 홈 플레이트를 자신이 고안했다고 말한 선수가 있었다. ‘돌아이 슈미트’라고 불린 프레더릭 슈미트(Frederick Schmit)는 더 스포팅 뉴스(The Sporting News)에 편지를 보내 자기가 1898년 당시 야구 규칙 위원회(Baseball Rules Committee)의 수장인 제임스 하트(James Hart)에 5각형 홈 플레이트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1899년 클리블랜드 스파이더스(Cleveland Spiders)에서 기록한 2승 17패 ERA 5.86의 처참한 성적이 정사각형의 홈 플레이트 때문이라고 자신을 변호한 슈미트는 정작 1900년에는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1901년 4경기 출전에 그친 슈미트는 통산 성적 54경기 7승 36패라는 성적만 남긴 채 더 이상 프로야구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홈 플레이트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형태?

슈미트의 말을 믿거나 말거나 1900년에 제정된 홈 플레이트는 124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홈 플레이트가 사실 수학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 그림 3 = 홈 플레이트에 대한 수학적 분석 >

여러 수학자가 홈 플레이트를 분석하면 지금과 같은 모양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식야구규칙 2.02에 따르면 현대 홈 플레이트의 시작은 한 변이 12in인 정사각형이 아니라 17in인 정사각형에서 시작한다. 한 변을 골라 그 변과 직각을 이룬 양쪽 변에 중간 지점인 8.5in 지점을 정한 후, 거기서 밑변의 중심점까지 연결하는 12in의 변을 만들면 홈 플레이트가 완성된다. 

지금까지 설명을 보면 홈 플레이트의 하반부를 구성하는 이등변삼각형이 직각이등변삼각형이어야 한다는 설명은 없다. 그러나 2.02 후반부는 홈 플레이트의 12in 두 변이 만나는 꼭짓점을 1루선과 3루선의 교점과 일치시킨 후, 17in변이 투구판과 평행한 상태에서 12in짜리 두 변이 1루선과 3루선에 일치시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1루선과 3루선은 직각을 이루므로, 따라서 12in 두 변이 만드는 각도 직각이어야만 한다. 

이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사용해 보자.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의 길이 제곱은 나머지 두 변의 길이를 제곱한 뒤 더한 것과 같아야 한다. 그러나 빗변의 길이가 17, 나머지 두 변의 길이가 12인 직각이등변삼각형은 성립할 수가 없다. 17의 제곱은 289, 12의 제곱은 144. 즉, 289와 288이란 결과가 나오기에 좌변과 우변이 같지 않다. 

수학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0.02in(0.51mm)는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매우 미세한 길이다. MLB는 ‘홈 플레이트의 치수가 야구 규칙에 부합한다’고 말하면서 사소한 수학적 오류를 고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스트라이크 존은 넓어졌지만

2024년 KBO 리그가 겪는 가장 큰 변화는 ABS의 도입과 그로 인한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이다. KBO는 아래 <그림 4>처럼 2024년 시즌의 스트라이크 판정 좌우 기준이 홈 플레이트 양쪽 2cm씩 확대된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변화 속에 ABS에 연착륙하기 위해서, 그리고 MLB도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시행할 때 양쪽을 1in씩 확대 운영한 점을 고려한 조치이다. 이에 따라 공식야구규칙이 설명하는 스트라이크 존과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는 스트라이크 존이 달라졌다.

< 그림 4 = KBO가 발표한 ABS 판정 기준 >

이런 상황에서 실제와 규칙의 간극을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공식야구규칙 2.02에 나온 홈 플레이트의 크기를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에 맞춰서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정의를 고치는 것이다. 좀 더 쉬운 쪽은 후자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야구, 소프트볼, 베이스볼5 홈 플레이트를 바꾸기보단 스트라이크 존을 설명한 항목에 ABS를 적용할 때 어떻게 스트라이크 존이 확대될 수 있는지 설명을 추가하는 것이 당연히 비용이 적게 든다.

홈 플레이트의 모양이 바뀌게 된 계기를 고려해 봐도 100년 이상 전통을 이어가는 지금의 홈 플레이트가 미래에 달라질 것 같진 않다. 과거 홈 플레이트는 인간에게 시각적 도움을 주기 위해 정사각형에서 5각형이 되었다. 그러나 기계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할 때 공학자들이 설계한 특정한 공간만 인지할 뿐 지상에 설치된 홈 플레이트를 의식할 것 같진 않다. 따라서 야구하는 사람에게 마음과 같은 홈 플레이트는 ABS가 도입되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참고 = WBSC,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MLB, 19c Baseball, Medium, Library of Congress, Wikipedia, SABR, Baseball Reference, MindYourDecisions, New York Post

야구공작소 이금강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전언수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소혜린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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