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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김재환은 공인구라는 벽을 뚫어낼 수 있을까?

By 순재준
2020년 1월 22일 5 Min Read
4

[야구공작소 순재준] 김광현과 린드블럼의 메이저리그 진출부터 김하성의 포스팅 예고까지. 이번 스토브리그는 KBO리그 선수들의 미국 진출 관련 소식으로 성황을 이뤘다.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선수까지 포스팅을 선언하면서 주목을 모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18시즌 KBO리그 정규시즌 MVP 수상자 김재환이다.


안타깝게도 김재환의 미국 진출은 지난 6일 포스팅 협상 기한 종료와 함께 무산되고 말았다. 상황 자체가 마땅치 않았다. MVP 시즌의 그는 분명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볼 만한 타자였지만, 지난 시즌의 그는 풀타임 주전으로 올라선 이래 가장 부진한 성적을 남기는 데 그쳤다. 갑작스러운 포스팅 신청이었던 탓에 미국 현지에도 별다른 홍보가 이뤄져 있지 않았다. 자연히 그의 진출 선언 시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국내에서도 주를 이뤘다.


지난해 KBO리그에서는 공인구 교체로 인한 홈런 감소 현상이 리그를 휩쓸었다. 김재환은 그중에서도 한동민, 안치홍과 함께 공인구 교체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 선수였다. 꾸준히 35개 이상을 기록했던 홈런 개수는 15개로 곤두박질쳤고, 0.600을 넘나들던 장타율은 0.435까지 내려앉았다. 김재환은 원래 수비와 주루에 약점이 있음에도 빼어난 장타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선수다. 그 장타력을 잃어버린 이상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재환은 어쩌다가 그 장타력을 잃어버리고 만 것일까.


사실 대다수의 KBO리그 타자들은 지난해 확연한 장타력 감소를 경험했다. 2014년 이래 항상 0.430 이상을 유지해온 리그 장타율이 지난해 0.385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김재환은 그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성적이 급락한 사례였다. 그의 부진이 공인구 때문만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김재환에게서는 또 하나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바로 타격 폼 변경이다. 김재환은 원래 빨랫줄 같은 라인 드라이브 타구로 담장을 넘겼던 타자다. 그렇다고 레벨 스윙을 구사하는 타자인 것은 아니었다. 김재환이 2018년까지 선보인 스윙은 어디까지나 어퍼 스윙에 가까웠다. 다음은 각각 2018·2019시즌 홈런을 때려낸 타석에서 김재환이 선보인 타격 폼이다.

2018년 김재환의 홈런 타석 타격 폼
2019년 김재환의 홈런 타석 타격 폼

위는 2018시즌 브리검의 몸쪽 패스트볼을 받아 쳐 홈런을 만들어냈을 때의 스윙이다. 아래는 2019시즌 윌랜드의 체인지업을 홈런으로 만들어냈을 때의 스윙이다. 두 타격 폼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바로 스윙 궤적이다. 왼쪽의 스윙은 우리가 알고 있던 김재환의 전형적인 어퍼 스윙이다. 반면 지난해의 스윙에서는 어퍼 스윙보다는 레벨 스윙에 가까워진 궤적을 관찰할 수 있다.


김재환의 스윙 변화는 테이크 백 이후의 달라진 손 동작에서도 드러난다. 2018시즌의 김재환은 테이크 백 이후 손의 위치를 낮춰 어퍼 스윙의 궤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19시즌의 김재환에게서는 테이크 백 이후 두 손을 낮추지 않고 그대로 휘두르는 레벨 스윙의 모습이 관찰된다.


변화의 원인을 추측하자면 이렇다. 예전이었으면 담장을 넘어갔을 타구가 그 앞에서 잡히기 시작하자, 김재환은 전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타구를 날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타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배트 스피드를 더 끌어올려야 했다. 김재환은 배트가 더 간결하게 나오도록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에 수정을 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 변신은 김재환에게 공인구 교체 못지않은 ‘독’으로 작용했던 것처럼 보인다.


다음은 김재환이 풀타임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한 2016시즌 이래 기록한 타구 방향을 정리한 표다.

김재환의 시즌별 타구 방향 분포(리그 평균)
김재환의 시즌별 홈런 방향 분포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설 때면 흔히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1루 쪽에 치우친 시프트를 시도하는 상대 내야진의 모습이다. 실제로 과거의 김재환은 밀어 치는 타격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은 타자였다. 풀타임 주전으로 나선 첫 2시즌 동안 그가 기록한 밀어 친 타구의 비율은 평균 내지 평균보다 조금 낮은 정도에 불과했다.


그랬던 김재환이 2018년에는 밀어서 타구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좌측 방면 타구의 비율이 높아졌고, 거기에 밀어서 만든 장타의 비중까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본래 우측 방면에 편중돼 있던 홈런 분포도 이 해에는 좌측이 16개, 우측이 19개로 거의 완전하게 균형을 이뤘다. 이렇게 밀어 치기로 재미를 보기 시작한 2018시즌, 김재환은 44개의 홈런과 0.657의 장타율로 장타 부문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2018시즌의 김재환은 또 다른 영역에서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바로 하이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다. 김재환은 이전에도 하이 패스트볼 대처에 애를 먹는 타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이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공략하는 타자였던 것도 아니다. 다음은 김재환의 시즌별 하이 패스트볼 상대 타격을 정리한 표다.

2016~2019시즌 김재환의 하이 패스트볼 상대 성적

김재환은 2018시즌 전에도 0.300 안팎의 타율과 0.500 안팎의 장타율로 하이 패스트볼을 준수하게 공략해냈다. 하지만 2018시즌의 김재환은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하이 패스트볼 대처 능력을 뽐냈다. 쉽게 말해, 2018시즌의 그는 밀어서 만든 장타와 하이 패스트볼 대처 개선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손에 넣은 ‘완전체’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해의 김재환은 2018시즌의 진전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밀어 친 타구의 비율은 이전보다도 더 낮아졌고, 하이 패스트볼 대처 능력은 고스란히 과거로 회귀했다. 그렇다면 스윙 메커니즘의 변화가 정말 김재환의 하이 패스트볼 상대 성적을 저하시킨 주범이었을까. 이 또한 공인구 교체의 영향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답은 그의 포심 패스트볼 상대 Contact%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2016(좌), 2017(우) 시즌 김재환의 포심 패스트볼 Contact%
2018(좌), 2019(우) 시즌 김재환의 포심 패스트볼 Contact%

2016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김재환은 하이 패스트볼을 상대로도 준수한 콘택트 능력을 선보였다. 2018시즌에는 Contact%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전보다 타석에서 더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낙폭이었다(Swing%: 2017시즌 44.8% → 2018시즌 50.0%).


하지만 스윙 메커니즘에 변화를 준 지난해, 김재환의 포심 패스트볼 상대 Contact%는 급격한 하락세를 그렸다. 2018시즌까지 70% 선을 유지했던 하이 패스트볼 상대 Contact% 역시 60%대로 곤두박질쳤다. 전처럼 타석에서의 적극성을 이유로 들기도 어려웠다. 지난해 김재환의 스윙 비율은 오히려 직전 시즌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Swing%: 2018시즌 50.0% → 2019시즌 48.4%).


물론 김재환을 부진에 빠뜨린 주범은 ‘바뀐 공인구’다. 하지만 콘택트 능력의 하락은 단순히 공인구 교체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공인구가 달라지면서 넘어가야 할 타구가 잡히게 됐을 수는 있다. 타구가 느려지면서 전반적인 타격 성적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콘택트 능력의 등락은 타자가 지닌 본연의 역량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김재환의 하이 패스트볼 대응력 저하가 타격 폼 수정 때문이라는 이 글의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예전처럼 타구가 뻗지 않자, 김재환은 더 빠른 배트 스피드로 더 강한 타구를 보내고자 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밀어치는 타격을 지양하고, 손의 높이를 올려 레벨 스윙을 구사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타구 질 개선이 아닌 하이 패스트볼 대처 능력 상실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전반적인 타격 성적도 한층 더 나빠졌음은 물론이다.


결국 상기한 대로 김재환의 포스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김재환과 그의 에이전트는 이번 포스팅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올 시즌을 마치고 다시 미국 진출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나 바뀐 공인구에 대한 타개책을 찾지 못한다면, 하이 패스트볼을 상대로 계속해서 약점을 노출한다면 빅리그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KBO리그로 돌아오고 말 가능성이 크다.


이번 포스팅 기간 동안 김재환에게 붙었던 여러 가지 물음표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로 장타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과연 김재환은 2018시즌의 그 장타력을 재현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그의 스윙에 달려 있을 듯하다.

기록 출처: statiz.co.kr


에디터=야구공작소 이도삼, 이의재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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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시바 댓글:
    2020년 1월 26일, 8:56 오후

    맞는말이네요 하지만
    심리적인문제도있지않을까요??

    가져오는 중...
    응답
    1. 익명 댓글:
      2020년 1월 28일, 5:05 오후

      물론 김재환 선수의 부진에는 멘탈적인 문제 외에도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메커니즘에 집중해서 설명하다보니 다른 요인들에 대해선 언급을 못한것 같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져오는 중...
      응답
  2. 위성원 댓글:
    2020년 1월 27일, 3:31 오후

    오류가 있습니다. “2019년 팻딘의 체인지업을~” 이라 되어 있는데 팻딘 선수는 2019년에 kbo에서 뛰지 않았습니다.

    가져오는 중...
    응답
    1. 익명 댓글:
      2020년 1월 28일, 4:59 오후

      말씀해주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팻딘 선수가 아닌 윌랜드 선수였는데 작성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습니다. 오류 지적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실수가 없도록 거듭 확인하겠습니다!

      가져오는 중...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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