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최근 트렌드는 ‘불펜’의 강조다.
역사적으로 불펜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 왔다. 1960년 세이브 기록이 고안됐고, 1970년대 이후 전문 마무리 투수라는 개념이 정착됐다. 그리고 1988년 토니 라 루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감독은 셋업맨과 마무리에게 1이닝씩을 맡기는 혁신적인 불펜 운용법을 고안했다. 세이브 숫자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선 오히려 ‘세이브는 과대평가되는 기록’이라는 의문이 나왔다. 이 의문은 최근 들어 마무리뿐 아니라 셋업맨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와 올해 월드시리즈에서는 불펜 운용이 감독 전술의 핵심이었다. 불펜 투수들의 몸값도 폭등하는 추세다.
따라서 불펜 투수의 퍼포먼스를 제대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전통적인 세이브나 홀드는 불완전하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스코어가 박빙일 때 등판은 반대 상황과 다르다. 단순히 강판 뒤 결과만으로는 평가가 어렵다. 평균자책점이나 피안타율, 출루허용률(WHIP) 등은 이닝 수가 적은 불펜 투수 평가에 적절치 않다. 한 경기에서 대부진하면 시즌 전체 수치가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미국에선 ‘셧다운(Shutdown·SD)’과 ‘멜트다운(Meltdown·MD)’이라는 지표가 사용되고 있다. WPA(Wins Probability Added·추가한 승리 확률)에 기반을 둔다. 가령 8회말 동점 1사 1·3루에서 원정팀의 승리 확률은 0.229다. 구원투수가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면 승리 확률은 0.479로 높아진다. 그 차이인 0.250이 구원투수의 WPA다.
SD는 WPA +0.06이상, MD는 -0.06 이하다. SD/MD의 비율이 높을수록 훌륭한 구원투수다.
구원투수는 휴식일이 보장된 선발과 달리 감독이 정하는 등판 횟수와 간격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선수의 활약뿐 아니라 감독이 얼마나 적절하게 불펜을 활용했는지 어느 정도 알려 주는 지표다. 올해 KBO 리그에서 가장 많은 76경기에 등판한 한화 박정진은 SD 12개, MD 22개를 기록했다. 이렇게 많이 등판시켜선 안 될 투수였다. 같은 팀의 권혁(SD 24·MD 16)과 정우람(SD 27·MD 14)도 기량에 비해선 비율이 나빴다.
올해 KBO 리그 불펜 투수들을 SD와 MD로 분석하기에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났던 구원투수들을 먼저 살펴본다.
▶ 1위 잭 브리튼(볼티모어 오리올스): SD 42개, MD 1개
2016년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 평균자책점 0.54에 47세이브를 기록했다. 블론 세이브는 하나도 없었다. SD와 MD에서도 압도적이었다. 셧다운은 쥬리스 파밀리아(43개)에 이어 2위였지만, 파밀리아의 멜트다운은 8개였다. 브리튼의 멜트다운은 1회다. 총 69회 등판에서 팀의 승리 확률을 눈에 띄게 하락시킨 경기가 단 한 번뿐이었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올해 브리튼에 근접하는 투수는 SD 43회, MD 2회인 2012년 페르난도 로드니뿐이다. 브리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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