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LA 다저스

팬그래프 시즌 전 예측: 93.4승 68.6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2016 시즌 성적: 91승 71패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프롤로그

[야구공작소 박민규] 2016 시즌 개막 직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LA 다저스가 아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 일례로, 4월 초 시행된 ESPN 전문가 31인의 서부지구 선두 예측에서 가장 많은 표를 확보한 팀은 20표를 얻은 자이언츠였으며, 2위를 차지한 팀은 겨울 동안 강력한 원투펀치를 영입해 온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였다(7표). 다저스는 전체 31명 가운데 4명의 표를 얻으면서 3위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내셔널리그 전체 2위의 성적을 올릴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은 팬그래프 같은 곳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리조나의 약진과 ‘짝수 해 자이언츠’의 재림이 지지를 얻고 있었다. 2010년대 들어 짝수 해(2010, 2012, 2014)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자이언츠는 2016 시즌을 앞두고도 다저스에게 있어 최강의 라이벌이었으며, 또한 최대의 걸림돌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다저스는 출발하기도 전부터 삐걱거렸다. 주요 전력들이 개막을 앞두고 속속들이 부상자 명단(이하 DL)에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60일짜리 DL에 이름을 올린 브랜든 맥카시(팔꿈치)와 류현진(어깨) 그리고 브렛 앤더슨(허리)은 장기적인 이탈이 확실시되었고, 지난해 부활에 성공했던 안드레 이디어마저 스프링캠프 도중 오른쪽 정강이가 골절되면서 자리를 이탈하고 말았다(2015 시즌 .294, 14 HR 53 RBI). 이렇게 이번 시즌도 또 한 번의 힘든 싸움이 예고되고 있었다.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은 시즌 중에도 이어졌다. 올 시즌 DL에 한 번 이상 이름을 올려본 다저스 선수들의 수는 28명에 이르렀는데, 이렇게 많은 선수가 DL에 등재된 것은 1987 시즌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선발투수진의 전력 누수가 특히 심했다. 부상 없이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킨 선발투수는 마에다 켄타(32경기)가 유일했으며, 반대로 한 차례 이상 DL에 등재되었던 선발투수의 수는 무려 8명에 달했다. 명단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름은 역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였다. 자신의 빛나는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도 가장 화려했던 전반기(11승 1.79 ERA 145탈삼진 fWAR 5.5)를 보낸 커쇼는, 그러나 허리디스크 증상으로 7월과 8월 두 달가량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면서 오히려 데뷔 시즌이었던 2008 시즌 이래 가장 적은 14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그렇게 다저스는 15명에 이르는 투수를 선발투수로 기용하면서 실로 정신 없는 시즌을 보냈다. 이번 시즌, 이보다 많은 선발투수를 기용한 팀은 68승 93패로 전체 26위에 그친 리빌딩 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뿐이었다(16명).

시즌 중반, 서부지구에서는 개막 전의 예측대로 자이언츠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부상으로 얼룩져 있던 다저스의 순위는 선두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2위에 불과했다. 허나, 승차가 8경기까지 벌어지고 있던 그 와중에도 다저스의 구성원들은 희망을 놓아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거짓말처럼 자이언츠와의 간격을 줄여 나가기 시작했다. 커쇼의 공백에도 투타의 조화를 바탕으로 쾌조의 진격을 거듭한 다저스는 8월 22일(이하 한국시간)자로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탈환했으며, 후반기 들어 30승 42패(.417)로 자멸해버린 자이언츠를 멀찍이 따돌리고 시즌 끝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다. 후반기에도 40승 31패(.563)의 호성적을 기록한 다저스의 2016 시즌 최종 성적은 91승 71패(전체 6위). 온전치 못했던 전력으로도 4년 연속 지구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자신들이 내셔널리그의 명실상부한 강자임을 다시금 증명해낸 시즌이었다.

성공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다저스의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동부지구 1위를 차지한 워싱턴 내셔널스였다. 1차전에서 커쇼를 앞세워 4-3으로 승리를 거둔 다저스는, 그러나 2차전과 3차전을 모두 워싱턴에게 내주면서 다시 한 번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할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하지만 다저스에게는 절실함이 있었고, 워싱턴에게는 ‘포스트시즌 잔혹사의 화신’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있었다. 불펜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4차전을 가져간 다저스는, 이어진 5차전에서도 불펜의 선전으로 2연승을 거두면서 워싱턴을 꺾고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다. 특히 이 날 9회말 1아웃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팀의 승리를 지켜낸 커쇼의 모습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난 시카고 컵스는 워싱턴과는 궤를 달리하는 압도적인 전력의 강팀이었다. 다저스는 6차전까지 진행된 시리즈에서 31점을 실점하면서 경기당 5.2점을 평균적으로 내주었고, 같은 기간 총 17점을 득점하면서 경기당 2.8점의 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렇게 다저스는 컵스가 써 내려간 대서사시의 조연으로서 2016 시즌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1989년 이후로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다저스는, 이번 탈락으로 최근 10년 사이에 챔피언십시리즈에서만 네 번째의 패배를 떠안게 되었다.

한편, 67년 동안 다저스의 중계를 맡았던 빈 스컬리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정든 중계석을 떠났다. 스컬리는 지금껏 다저스에서만 10637경기를 중계했으며, 9233번의 홈런 콜을 외쳤다. 그가 중계석을 지키는 사이에 다저스를 거쳐간 선수들의 숫자만 해도 975명에 이른다. 같은 기간 동안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625번의 승리를 거뒀으며, 3번의 퍼펙트게임을 포함한 23번의 노히트를 만들어냈고, 6번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스컬리는 다저스 역사의 산 증인이며, 살아있는 전설이다.

 

최고의 선수 – 코리 시거

시즌 성적: 157경기 .308/.365/.512/.877 26홈런 72타점 105득점 193안타 fWAR 7.5

2016 시즌의 다저스는 코리 시거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거는 올 시즌 다저스에서 활약한 야수들 가운데 가장 어렸지만, 동시에 팀내에서 가장 높은 7.5의 fWAR(메이저리그 전체 5위)을 기록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역대 21번째이자 프랜차이즈 역대 3번째의 만장일치 신인왕으로 추대된 시거는, 팀내 MVP를 석권한 것은 물론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도 3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 다저스의 역대 만장일치 신인왕

1993 마이크 피아자 (149 G .318/.370/.561/.932 35 HR 112 RBI)
1994 라울 몬데시 (112 G .306/.333/.516/.849 16 HR 56 RBI 11 SB)
2016 코리 시거 (1996 시즌 토드 홀랜스워스 이후 첫 다저스 소속 신인왕)

시거의 활약이 시즌 개막부터 특출했던 것은 아니었다. 시즌 초 슬라이더를 상대로 약점을 보였던 그는 4월 한 달 동안 2홈런, 타율 .250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슬라이더 상대 타율 .167). 그러나 특급 선수의 덕목 가운데 하나는 바로 자신의 약점을 빠르게 극복해낸다는 것이다. 시거는 삽시간에 슬라이더에 대한 대처를 개선해냈고, 결국 슬라이더를 상대로 .303의 타율을 기록하며 남은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4월 이후의 133경기에서 타율 .318, 24홈런의 압도적인 성적을 남기며 시즌 초반의 부진을 훌륭하게 만회해냈다. 시즌 중의 인터뷰에서, 시거는 “타석에서 좋은 스윙과 좋은 어프로치를 가져갈 수 있도록 투수의 공에 집중하고 있다.”며 성적 상승의 비결을 설명했던 바 있다.

 

▲ 코리 시거(우)가 타격 연습을 앞두고 다저스의 스페인어 캐스터 페페 이니게스(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 박민규

메이저리그의 최근 트렌드인 ‘젊은 유격수 전성시대’의 선두 주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시거는 다른 젊은 유격수들의 팬을 자처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훗날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만한 자질을 보여주기도 했다. 데릭 지터를 롤모델로 삼아 모든 이들에게 유격수로서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던 어린 메이저리거는 어느새 다저스의 확고부동한 중심으로 떠올랐다.

시거 외에도, 47세이브를 거두며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중 가장 높은 3.2의 fWAR을 기록한 켄리 잰슨(ERA 1.83)과 27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보내며 홈런 타자로 거듭난 저스틴 터너(fWAR 5.6) 역시 올 시즌 다저스 최고의 선수로 선정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최악의 선수 – 야시엘 푸이그

시즌 성적: 104경기 .263/.323/.416/.740 11홈런 45타점 45득점 fWAR 1.0

메이저리그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2013년 당시의 야시엘 푸이그는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필드 위의 한 마리 야생마를 연상시켰던 그는 신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319의 타율과 19개의 홈런, 11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미래의 다저스를 이끌어 나갈 재목으로 급부상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도 질주는 이어졌다. 푸이그는 148경기에 출장해 .296의 타율과 16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강한 2번 타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fWAR 5.4).

그러나 이 야생마의 질주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지난 시즌, 푸이그는 양쪽 햄스트링이 번갈아 문제를 일으키면서 두 차례나 DL에 오르게 되었다. 출장 경기 수는 79경기에 그쳤고, 성적 역시 .255의 타율에 11개의 홈런, 38타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왼쪽 햄스트링이 말썽을 일으키며 또 한 번 DL을 찾았다. 부상의 여파인지, 푸이그는 이번 시즌도 .263의 타율과 11홈런, 45타점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기는 데 그쳤다. 데뷔 첫 두 시즌 동안 4에서 5를 넘나들었던 fWAR은 어느새 1.0으로 폭락하고 말았다.

현재의 푸이그는 다저스에게도 ‘계륵’이나 다름없다. 2013년과 2014년의 그는 거친 언행과 경기장 내외의 말썽을 감수하고도 끌고 갈 만한 가치를 지닌 선수였지만, 지금의 그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최근에도 SNS상에서 논란을 일으키는 등 품행 면에서 뚜렷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 상태인 그에게 무수한 트레이드 루머가 따라다니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인터뷰에서 푸이그가 다저스의 2017 시즌 구상에 포함되어 있다고 인터뷰했지만 이것이 그의 잔류 여부를 100%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철저한 실용적 사고의 소유자인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푸이그를 보냄으로써 다저스에 이득이 될 만한 영입을 성사시킬 수 있다면 언제든 그를 떠나 보낼 수 있는 인물이다.

한편, 푸이그를 두 시즌째 고생시키고 있는 이 햄스트링은 부상의 재발이 몹시 잦은 편에 속한다. 햄스트링 자체가 피로에서 회복하기 위해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부위이기 때문이고, 또 하체 근육의 특성상 대부분의 육체활동에 필수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 선수의 햄스트링은 일반인들의 것에 비해 훨씬 많은 피로를 축적할 수밖에 없어서, 그만큼 더욱 심한 손상에 노출되기가 쉽다. 푸이그의 남은 선수 인생은 아마 그가 자신의 햄스트링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 타격 연습을 마친 야시엘 푸이그가 장비를 챙겨 덕아웃으로 돌아오고 있다. / 사진 = 박민규

 

키포인트 – 다저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올 시즌 다저스가 보여준 저력의 핵심은 ‘두터운 뎁스’라는 두 단어로 대변된다. 유난히 부상자가 많았던 다저스가 서부지구의 패권을 수성할 수 있었던 최대의 원동력은, 전력 누수를 최소화해준 베테랑 선수들과 유망주들의 ‘플랜 B’로서의 활약에 있었다.

다저스는 최근 들어 단기 계약으로 영입한 베테랑들을 이용해 로스터의 취약한 영역을 보강하는 전략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합류한 체이스 어틀리(1년 700만 달러)나 하위 켄드릭(2년 2000만 달러)과 재계약을 체결한 것이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의 움직임이었고, 불펜투수로 새롭게 부활한 조 블랜튼(1년 400만 달러)을 영입한 것도 비슷한 유형의 결정이었다. 필요할 때면 트레이드를 통해 단기간 활용할 수 있는 베테랑들을 영입하여 전력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올 시즌의 경우 리치 힐, 카를로스 루이스, 버드 노리스 등의 영입이 모두 그때그때의 필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었다. 예컨대 트레이드를 통한 힐의 영입은 다저스의 해설가인 오렐 허샤이저가 7월 무렵 팀의 과제로 지목했던 “커쇼가 건강히 돌아왔을 때 그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수준급 선발투수의 영입”을 최대한 적은 부담으로 실현시켜야 한다는 당시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 결단이었다.

실제로 어틀리와 켄드릭은 주요 전력들이 이탈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로스터를 지키면서 타선에 큰 힘이 되어주었고, 블랜튼은 팀에서 가장 많은 75경기에 출장하며 잰슨을 보좌하는 셋업맨으로서 다저스의 불펜이 평균자책점 전체 1위(3.35), fWAR 전체 공동 2위(6.5)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왼쪽 손가락의 물집 탓에 다저스에서의 첫 등판이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힐은 6경기에 나서서 34.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39개의 탈삼진과 1.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허사이져가 원했던 ‘수준급 선발투수’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첫 세 차례의 등판에서는 19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한 점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는 철벽 투구를 펼쳤고, 9월 11일에는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7회까지 퍼펙트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뻔하기도 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그의 부상을 우려해 일찍 교체를 지시하지 않았다면 대기록을 작성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적재적소마다 이어졌다. 주전으로 나선 첫해부터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한 시거는 물론이고, 올해로 만 19세에 불과한 다저스 최고의 투수 유망주 훌리오 유리아스마저 3.39의 평균자책점으로 77이닝을 소화하면서 선발로테이션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꿔주었다. 초반의 기세를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첫 47경기에서 .928의 OPS와 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홈런 갈증을 잠시나마 덜어주었던 트레이스 톰슨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톰슨이 하락세에 이은 부상으로 모습을 감추자, 이번에는 앤드류 톨스가 후반기의 46경기에서 .316/.370/.510 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깜짝 활약’을 펼쳤다. 시즌 내내 준수한 모습으로 로테이션을 지켜준 일본산 신인 마에다도 팀의 최대 공로자 중 하나였고, 로스 스트리플링 또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위기의 마운드를 지탱해주었다.

어찌 보면 중구난방식의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버티는 기용이 이루어진 시즌이었으나, 결과는 의외로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현재 허샤이저와 함께 다저스의 중계를 맡고 있는 노마 가르시아파라는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선수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그것을 극복해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 노마 가르시아파라(좌)와 오렐 허샤이저(우). 둘은 현재 다저스의 해설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 사진 = 박민규

 

총평

다저스의 현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도 연봉 총액을 줄이는 것이다. 프리드먼과 파르한 자이디를 사장과 단장으로 영입해 온 것도 모두 이 때문이었다. 지난 오프시즌에는 FA 자격을 얻은 잭 그레인키와도 미련 없이 결별을 선택했고, 그 외에도 특급 선수들 대신 어틀리나 마에다 같은 준척급의 선수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지출을 억제하고 유망주들의 유출을 막았다. 그 결과, 2015 시즌 2억 6500만 달러였던 다저스의 연봉 총액은 2016 시즌 2억 3100만 달러로 줄어들었고, 지금까지 보장된 내년 시즌의 연봉 총액 역시 2억 2000만 달러로 꾸준하게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액 연봉자들과의 계약이 대거 종료되는 2017년 이후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눈에 띄는 감액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이번 오프시즌 FA 자격을 얻었던 리치 힐(3년 4800만 달러)과 켄리 잰슨(5년 8000만 달러), 그리고 저스틴 터너(4년 6400만 달러)와는 모두 재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팀의 핵심 전력이고, 대체가 쉽지 않으며, 계약의 가격 대 성능비가 그리 나쁘지 않은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힐은 내년이면 37세가 되고 부상이 잦았지만, 건강할 때의 기량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잰슨은 불펜 투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최근 흐름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이며, 정상급 3루수로 발돋움한 터너 또한 다저스의 타선과 내야에서 대체할 수 없는 비중을 지닌 선수이다.

한편, 다저스는 여전히 2루수 자리에서는 뚜렷한 대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1년 계약을 맺고 활약해준 어틀리는 다시 시장으로 나섰고, 켄드릭은 트레이드를 통해 필라델피아로 떠나갔다. 이를 메꿔줄 재목으로 다저스가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거포 2루수 브라이언 도저다. 그러나 FA 취득까지 2년 동안 1500만 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계약되어 있는 도저는, 상당한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영입을 성사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저스의 수뇌부가 앞으로 풀어내야 할 재정적 난관은 그리 녹록지 않다. 포브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73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다저스의 빚은 현재 총 4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다저스의 독점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타임 워너 케이블이 다른 케이블 업체들에게 중계권을 재판매하려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 탓에 난항을 겪으면서 중계 대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다저스로서는 이 타임 워너 케이블의 중계권 문제를 순탄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여러모로 급선무이다.

그럼에도 다저스의 미래는 점차 밝아지고 있다. 구단의 구성과 운영 계획은 재무 구조를 개편하기 이전보다 크게 개선되었고, 수뇌부는 지속적으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팀의 체질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변화시키는 과정에 돌입했으면서도 구단 최초의 4년 연속 지구 우승을 달성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업적이다.

더욱이, 새로 협의된 메이저리그의 CBA(노사협약)로 인해 사치세의 기준선이 한층 상승하면서 이에 대한 부담도 이전에 비해 덜어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극단적인 사치세를 적용 받는 팀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부과되는 페널티 역시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는 아직 한 시즌의 여유가 있다. 2017 시즌의 종료와 함께 이디어, 알렉스 게레로 등의 대형 계약과 작별하게 되는 다저스로서는 그때에 맞추어 연봉 총액을 재정비하는 일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인 체질개선에 대한 전망은 이처럼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가장 지고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다저스는 또 한 번의 우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푸른 피가 흐르는 서쪽의 강호는 오늘도 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기록 참조: Baseball Reference, Baseball Savant, Fangraphs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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