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박주현)
시즌 성적 : 10위(58승 1무 85패)
[야구공작소 박주현] 3위, 2위, 2위, 4위. 몇 년간 NC 다이노스는 지금까지 전형적인 ‘우승만 하지 못하는 강팀’이었다. 포스트시즌에는 어렵지 않게 진출했고 야구팬들 역시 NC를 ‘우승은 못 하지만 하위권으로 떨어지지도 않을 팀’ 정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NC가 받아든 최종 성적표는 10위였다. 2018 신흥 강자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하던 NC에게 올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되짚어 본다.
2017시즌이 끝나고 NC 선수단에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창단 초기부터 선발진을 든든히 지켰던 에릭 해커가 팀을 떠났고 팀의 구심점이었던 이호준이 은퇴했다. 그리고 엔트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김태군, 임정호, 김준완이 군 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우게 됐다. 다른 팀이 해외 리턴파 선수를 영입하고, 대형 FA 계약을 하는 동안 NC는 조용히 빈자리를 채우는 데만 급급했다.
갈 곳 없던 최준석을 불러들이고, 팀 내 FA 대상자였던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과 계약했다. 그리고 로건 베렛과 왕웨이중이라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도 계약했다. 김태군의 빈자리는 시즌 직전 한화에서 정범모를 트레이드로 영입해 조금이라도 채우고자 했다. 플러스는 없었지만 마이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눈물겨운 노력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8승 2패로 1위를 기록하며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리그 최강 불펜의 몰락
(표1) <2018 시즌 NC 구원 투수 기록>
NC의 올 시즌 부진의 원인을 이야기할 때 불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NC 불펜진의 몰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처음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2014년 이후로 NC는 불펜의 힘으로 버텨왔다. 그 기간 주축으로 활약한 투수들의 이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기간 불펜의 핵이었던 김진성, 원종현, 임창민, 이민호에게 과부하가 걸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표2) <2014~2017 시즌 불펜 투수 이닝 순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리그 불펜 투수들의 이닝 순위에 NC 필승조는 10위 안에 3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표2 참조) 11위에는 원종현도 위치했다. 특히 이민호의 경우 선발 등판한 기록까지 포함하면 4년간 403.1이닝이나 던졌다. 원종현도 대장암 투병 기간이 포함돼 사실상 3시즌 동안의 기록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일부 선수에게 얼마나 많은 이닝 부담이 가해졌는지 알 수 있다.
팬들은 1년 내내 실망과 걱정을 반복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그리고 2018시즌, 필승조는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다. 우선 임창민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로 일찍이 시즌아웃됐다. 이후 마무리 투수 역할을 물려받은 이민호는 임창민에 비해 불안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안정감을 선물하지 못했다(14세이브/7블론세이브). 원종현과 김진성 또한 더 이상 ‘필승조’라고 부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불펜 몰락의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김경문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2018년 6월 3일
NC 시절 김경문 감독에 대한 평가는 ‘신생팀을 안정적인 상위권으로 올려놓은 감독’과 ‘일부 투수들을 혹사하는 감독’으로 나뉜다. 하지만 올 시즌, 팀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 두 개의 평가 중 전자가 무너졌다. 이는 곧 감독 교체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게다가 혹사 논란에 시달렸던 불펜 투수들이 부진하자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5월 20일, 구원 등판한 김진성이 2이닝 11실점을 하는 동안 사실상 방치되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김진성에 대한 벌투 논란으로 번졌고 팬들은 폭발했다.
약 2주 후인 6월 3일 밤, NC는 기습적으로 김경문 감독의 퇴진을 발표하며 많은 야구 팬들을 당황하게 했다. 감독 교체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던 데다가 새로 부임한 유영준 감독 대행이 경기 운영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자 김경문 감독에게 향하던 화살이 NC 프런트로 방향을 바꿨다. NC 팬들은 대표이사, 운영팀장, 단장 대행 등 프런트 실세들을 이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마산 야구장과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시위하는 등 적극적으로 프런트에 항의했다.
전광판 사과문도 팬들의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사진=야구공작소 박주현 제공)
결국 NC는 7월 22일 경기 중 마산 야구장의 전광판에 사과 메시지를 띄웠다. 그것으로 큰 불은 잡은 듯했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팬들이 가진 프런트에 대한 반감이라는 잔불을 끄지는 못했다.
김태군의 빈자리
지난 겨울, 빈자리 차지 경쟁에 나선 NC 포수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강민호의 삼성 이적은 리그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로 인해 롯데는 순식간에 포수 자리가 비어버린 팀이 됐다. 롯데만큼의 출혈은 아니더라도 NC 역시 안방마님의 빈자리에 대해 고민해야만 했다. 2013년부터 5년간 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김태군이 경찰 야구단으로 입대했기 때문이다.
(표 3) <2018 시즌 NC 포수 기록>
지난 몇 년간 NC는 김태군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신인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포수를 지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즉시 전력감 포수를 수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고 김태군의 공백을 채울 수는 없었다. (표3 참조) 멘도사 라인이라도 바라야 할 정도 타율과 출전할수록 낮아지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얼마나 NC의 포수 문제가 심각했는지를 보여준다.
2018시즌이 끝난 지금, 리그 최고 포수로 불리는 양의지와 이재원이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NC 이외에도 많은 팀에서 주전 포수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NC가 FA 시장에 발을 들인다 해도 두 선수를 영입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FA 영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김태군이 다시 팀으로 복귀할 때까지 어떤 선수가 기회를 잡고 주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까.
부상과 부진
시즌 전 예상한 NC 타선의 중심은 나성범-재비어 스크럭스-박석민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였다. 박석민이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일어난다면 어느 팀에게도 밀리지 않을 구성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돌아보면 나성범을 제외하고는 기대와 너무 다른 모습이다.
(표4) <2018 시즌 나성범, 스크럭스, 박석민 타격 기록>
2017시즌의 스크럭스는 팀과 잘 융화되는 성격, 좋은 팬서비스에 성적까지 좋았던 효자 외국인 선수였다. 재계약은 당연했고 팬들은 올해도 비슷한 활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시즌 시작 직후 무너졌다. 팀이 끝없는 하락세를 기록하는 동안 스크럭스의 성적도 팀과 동행했다. 더욱 답답한 것은 눈에 띄는 부진의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원인 모를 부진에 선수도 팀도 지쳐만 갔다. 이후 극심한 슬럼프는 벗어났으나 이미 팀의 성적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 후였다. 스크럭스의 올해 성적은(표4 참조) 타고투저가 더욱 심해진 최근 KBO 리그에서는, 4번 타자이자 외국인 타자로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이었다.
박석민은 2018시즌을 앞두고 NC 타선에서 가장 우려되는, 하지만 살아날 것이라 기대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지난해 발목과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박석민은 올해 팔꿈치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에만 3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를 반복했다.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데다가(표4 참조) 41경기를 결장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 중 하나였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지명타자 출장이 늘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시즌 종료 직전의 옆구리 근육 파열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웠다. 어느덧 NC와의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둔 박석민은 올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박석민이 어떤 이미지로 계약을 마무리할 것인지는 부상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
스크럭스와 박석민 이외에도 모창민, 권희동, 노진혁, 김성욱 등이 시즌 초부터 부상으로 번갈아 자리를 비웠다. 모두 NC 타선에서 주전으로 활약해야 할 선수들이다. 이런 잔 부상들이 모여 NC 라인업이 성한 모습으로 유지된 기간이 거의 없다는 것은 올 시즌 NC의 성적이 10위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강제 유망주 기용
올해 KBO 리그에는 눈에 띄는 신인 선수들이 많았다. 신인왕이 유력한 강백호는 물론이고 박치국, 양창섭, 한동희 등이 각 팀에서 많은 기회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NC는 다른 이유로 어린 선수들을 기용했다. 바로 주전 선수들의 부상 때문이다. 투수, 타자 어느 한 곳도 성한 부분이 없었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1995년 이후 출생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어린 투수(최성영)와 어린 포수(김형준)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투수 쪽에서는 최성영이 5월 이후 꾸준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얼굴을 비췄다. 최성영은 올해 28경기에서 64.1이닝을 소화하며 구멍난 NC 투수진에 적지 않은 힘이 됐다.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은 많지만 4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를 통해 선발로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야수 중에서는 김찬형이 좋은 활약을 보였다. NC 내야진은 시즌 내내 성치 않았다. 손시헌이 헤드샷 여파로 시즌 초부터 자리를 비웠고 박석민, 모창민 등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김찬형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6월부터 백업 내야수로 이름을 올렸다. 1군 콜업 초기에는 실책을 연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응한 이후로 때로는 백업 야수로, 때로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적지 않은 기회를 받았다. 비록 타격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이 외에도 군 복무를 마친 김태진이 적은 타석이지만 1군에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위의 선수들이 다른 팀의 신인들에 비해 특출난 성적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 유망주들이 NC 선수단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대단한 선수 유입이 없는 이상 어린 선수들이 내년에 얼마나 발전하는지 보는 것도 팬들에게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다시 내실을 다져갈 때
지난 10월 17일, NC는 이동욱 수비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신임 감독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지만 정답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 있었다.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기량을 잘 파악하고 있고 신망이 두터웠다는 것을 선임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선진 야구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동시에 내년부터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팀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치진에도 변화가 생겼다. 창단 직후 NC 투수진의 기틀을 닦은 최일언 코치가 팀을 떠나고 선수단의 기둥이었던 이호준, 손민한, 이종욱이 코치로 합류했다. 팬들은 이들이 앞으로 팀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하고 있다. 특히 손민한은 지금까지의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으로 투수들을 이끌 것을 밝혔다. 이런 변화가 내년 팀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내년 시즌의 관전 포인트다.
더 이상 이곳에서 1군 경기를 볼 수 없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그리고 NC는 새로운 야구장에서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래의 마산야구장보다 규모도 커지고 훨씬 좋은 시설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고양시에 있었던 NC 다이노스 2군 팀이 기존의 마산 야구장을 사용하게 됐다. 이것이 선수 육성에, 선수단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NC는 다시 출발 지점에 섰다. 새로운 감독, 새로운 코칭스태프, 새로운 야구장과 함께 다시 내실을 다져야 한다. 긍정적인 점은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 다시 차근차근 쌓아 올라갈 일만 남았다. 시스템의 변화로 앞장서 가는 팀이 될까, 아니면 결국 올라서지 못하고 하위권을 전전하게 될까. 2019시즌의 NC를 기대한다.
기록=STATIZ
에디터=야구공작소 양정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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