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양정웅] 지난 <전국 야구장 직관 도장깨기 시리즈 1편>에선 수도권 구장을 돌아봤다. 그러나 사실 내 직관의 대부분은 지방 구장에서 이뤄졌다. 고향인 부산에 위치한 사직구장이 직관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학교와 가까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와 마산 야구장도 꽤 자주 가본 편이다.
하지만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와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었다. 그래서 2편으로 기획한 지방 구장 투어에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두 구장에 가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⑤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내 응원팀 롯데의 홈 구장은 고향인 부산에 있는 사직야구장이다. 하지만 대학 시절 학교와 가까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이하 이글스파크) 역시 나에게는 제2의 홈구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2018년 내 첫 번째 직관은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하기로 했다.
4월 3일 롯데-한화전. 경기장에 들어가자마자 6대0으로 지고 있는 걸 보는 팬의 심정이란… (사진=양정웅)
버스를 내려서 이글스파크로 이동하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이 바로 우승기념비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얼마나 우승을 못 했으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 응원팀인 롯데라고 다를 게 있는가. 그래서 우승기념비를 지날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처음 방문했던 2011년에 비해 커진 것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개축 공사 이후 이제 이글스파크의 그라운드가 작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직구장보다 실측 사이즈는 큰 구장인데도 관중석이 협소해서 그런지 전체적인 규모가 크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한화 팬들의 열정을 봐서라도 관중석이 많은 새 구장이 대전에 꼭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4월 11일 KIA-한화전. 언제나 열광적인 대전의 홈 팬들. (사진=양정웅)
개인적으로 올해 이글스파크에 방문했을 때 딱히 좋은 기억은 없다. 올해 대전 직관 첫 번째 경기였던 4월 3일에는 경기장에 들어가자마자 응원팀인 롯데가 6점 차로 지고 있었다. 한때 한 점차까지 추격을 했지만, 추격’만’하고 결국 처음대로 6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후 직관한 두 경기에서는 모두 지성준에게 홈런을 맞았다.
특히 6월 30일에는 이긴 줄 알고 가방까지 챙겨 나갈 준비를 하는 도중에 끝내기 홈런을 맞아 충격이 더했다. 그 덕분에(?) 주변에선 ‘명예 한화팬’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장점: 응원 문화가 재밌다. 티켓 값이 저렴하다. 전광판이 두 개다.
단점: 지하철과 멀다. 구장이 오래됐다.
⑥ 사직 야구장
지난해 10월 3일의 사직 야구장. (사진=양정웅)
사직 야구장은 내겐 너무나 익숙한 구장이다. 2017년까지 총 67번 방문했고, 심지어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 야구를 안 하는 날에도 야구장을 지나다녔다. 이제 친숙하다 못해 별 느낌도 안 들 정도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구장 세 곳을 먼저 들른 다음, 네 번째 직관 구장으로 사직구장을 방문했다.
매번 갈 때마다 느끼지만 사직 야구장은 딱히 좋은 구장은 아닌 것 같다. 우선 오래된 게 티가 난다. 그리고 구조 변경을 거치면서 관중석 입구를 찾으려면 위 아래로 왔다갔다 해야 한다. 원정팀 팬들에게는 다른 구단이 다 쓰는 ‘XX파크’나 ‘XX링크’ 대신 구단 자체 시스템으로 예매를 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응원 도중 부산팬들의 은근한 텃세는 덤이다.
이렇게 적으면 단점만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직을 와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호평을 하곤 한다. 경기장도 넓고 난간이나 기둥을 제외하면 시야를 방해할 요소도 없어서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내야 중앙 상단석은 숨겨진 좋은 자리다. 나는 2011년 이후 직관을 갈 때면 대부분 이 자리에서 경기를 본다. 시야가 넓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에 적합한데다가, 가격도 저렴해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생각을 한다.
8월 4일 삼성-롯데전. 내야 응원석이 파란색 우비로 도배된 광경. (사진=양정웅)
홈 구장에서도 직관 승리는 쉽지 않았다. 5월 30일 LG전에서는 15-5로 대패를 당했고, 이후 직관 경기에서도 롯데는 세 차례 더 패했다. 심지어 7월 26일 NC전에서는 상대팀을 응원하면 롯데가 이길거라고 생각해 원정 구역에서 응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다를 것이 없었다.
장점: 상가·대형마트가 가깝다, 교통이 편리하다, 경기장이 크다.
단점: 노후화된 구장, 원정팀에 대한 배려 부족
⑦ 마산 야구장
마산 야구장은 부산과 가까워서 적어도 1년에 한 번씩은 방문하는 곳이다. 특히 추석 연휴 시골에서 할 게 없으면 한 시간 거리인 마산으로 가 야구를 보고 오곤 했다. 올해는 빠르게 전국 야구장 투어를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방문 시기를 앞당겨 7월 하순에 마산을 찾았다.
7월 22일 넥센-NC전. 맑은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양정웅)
나는 사직 야구장 근처에 살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야구장에 갈 때 차를 몰고 가지 않는다. 또, 다른 구장들은 너무 멀어 차를 끌고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딱 한 번 차를 몰고 울산에 갔을 때는 주차에만 20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이번 마산 원정에 차를 타고 갔을 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기존 주차구역이 신 구장 건립으로 인해 폐쇄되면서 새로 생긴 주차타워에 주차를 하게 됐는데,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아니면 비교적 일찍 가서 였는 진 모르겠지만, 주차와 출차 과정에서 큰 시간 소요는 없었다.
마산 구장을 처음 찾으면 ‘정말 작다’는 느낌을 받는다. 관중석 크기는 이글스파크와 비슷해보이지만, 그라운드가 작고, 편의를 위해 좌석을 많이 넣지 않다보니 이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물론 그래도 있을 건 다 있고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경기 시작 전 전광판에 나온 구단의 사과문. (사진=양정웅)
7월 22일은 에릭 해커가 한국에 복귀한 이후 처음 마산에서 등판하는 경기였다. 해커는 6.1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박병호와 김규민의 홈런을 앞세운 넥센이 6대3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편, 이 날 NC 프런트는 팀 내 문제에 관한 사과문을 전광판에 표출했다.
장점: 버스·기차 이용편리, 대형마트가 인접, 관중석의 경사 때문에 관람하기 좋음
단점: 구장이 작다, 올해까지만 볼 수 있다, 경사로 인해 이동할 때 위험
⑧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대구도 마산만큼이나 내가 사는 부산과 가깝기 때문에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15년 롯데의 대구 시민야구장 마지막 원정경기를 귀찮아서 안 갔던 적도 있고, 이후에도 몇 번 갈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찼다. 그래서 이번에 방문하기 전까지 대구의 야구장은 한번도 입장해보질 못했다.
7월 28일 KIA-삼성전. 내야 상단에서 찍은 라이온즈파크의 풍경. (사진=양정웅)
7월 28일 수도권 두 개 구장을 다녀온 이후 집에 내려가는 길에 대구에 들러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이하 라이온즈 파크)를 방문했다. 토요일이라 주변 도로는 꽉 막혔고, 그 때문에 경기 시작 시간을 15분이나 넘기고서야 겨우 야구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도로의 차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야구장을 찾았다. 최근 삼성의 상승세를 느낄 수 있었다.
라이온즈 파크를 처음 방문하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야구장의 구조다. 보통 국내의 야구장은 외야 펜스 쪽이 곡선형으로 돼있다. 하지만 라이온즈 파크는 특이하게도 각진 형태의 외야 펜스 구조를 취하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곳이 종종 있다지만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라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해가 지는 라이온즈 파크의 외관. 삼성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외부 조명이 파란색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빨간색으로 점등된다. (사진=양정웅)
전날 연장 11회까지 경기했지만 극적인 역전승으로 분위기가 좋아서였을까. 삼성은 이날 상대 에이스인 양현종에게 3점을 냈고, 불펜진이 호투하며 3대2승리를 챙겼다. 접전이었지만 삼성이 이기고 있어서 나는 이날 경기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 여유도 느낄 수 있었다. 대구는 이날 터진 이원석의 홈런만큼이나 시원했다.
장점: 한국 유일의 팔각구장이라는 특이함, 많은 먹거리, 지하철역과 가까움
단점: 자가용 아니면 타지에서 오기 불편
⑨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이하 챔피언스 필드)는 글을 쓰는 현재 가장 마지막으로 찾은 구장이다. 광주는 개인적으로 친숙한 도시다. 나는 목포에서 군 생활을 했을 때, 한 달에 한 번은 무조건 광주를 가곤 했다. 그래서 였을까 전역하고 4년 반 만에 처음 챔피언스 필드를 찾았지만, 어제 방문했던 것마냥 친숙했다..
8월 1일 롯데-KIA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전경. (사진=양정웅)
경기 시작 시간인 6시 30분에도 35도가 넘는 고온에 터미널(유스퀘어)에서 야구장까지 걸어가며 땀이 줄줄 났지만, 직관에 대한 기대로 더운 줄도 몰랐다. 20여 분을 걸어 입장한 챔피언스 필드의 첫 느낌은 ‘둥근 라이온즈 파크’였다. 특히 내야 관중석을 포함한 내야 경기장 구조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2년 간격으로 지어진 야구장이기 때문에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 옆에 아직 남아있는 무등 야구장. (사진=양정웅)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나 수영장, 탁 트인 외야등도 신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챔피언스 필드 옆에 아직 남아 있는 무등 야구장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롯데의 홈 구장인 구덕 야구장은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철거의 운명을 맞이했는데, 무등 야구장이나 대구 시민야구장은 형태를 유지한 채 계속 남아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한편, 광주를 찾기 전 주에 직관 7연패를 끊은 탓에 방심했던 것일까. 나는 이날 경기가 패배할 것이라곤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패배의 아이콘을 벗어날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경기는 초반부터 KIA의 원 사이드 게임으로 흘러갔다. 롯데는 이렇다 할 추격을 하지 못했고,덕분에(?) 나는 경기장을 일찍 빠져나가 광주를 조금 더 구경할 수 있었다.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장점: 버스터미널과 가깝다, 탁 트인 경기장,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 저렴한 티켓.
단점: 2층 상단석의 경사가 심해 위험하다, 경기장 내 먹거리·주변 상업시설의 부재.
* 본문의 내용은 개인적 의견임을 밝힙니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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