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지만 리빌딩은 아닙니다

얀헤어비스 솔라르테(사진=Wikimedia Commons CC BY 2.0)

 

[야구공작소 이해인] 올겨울, 메이저리그의 FA 시장은 유례 없는 한파를 맞이하고 있다. 대신 트레이드 시장은 평년 이상의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시즌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유명 선수들이 연이어 소속을 옮겼고, 이 과정에서 유망주들을 잘 모아 두었던 우승후보 팀들이 전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 와중에 2건의 트레이드를 조용하게 성사시킨 팀이 있다. 부진한 2017시즌을 보냈던 유격수 알레드미스 디아즈와 유틸리티 내야수 얀헤어비스 솔라르테를 영입해 온 토론토 블루제이스다.

트레이드의 표면적인 이유는 내야 뎁스 보강이었다. 토론토의 주전 키스톤 콤비인 트로이 툴로위츠키와 데본 트래비스는 지난 2시즌 동안 각각 197경기와 15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던 인저리 프론들이고, 지난 시즌에는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했던 3루수 조시 도날드슨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오랜 기간을 결장하고 말았다. 실제로 로스 앳킨스 단장이 이번 오프시즌의 우선과제로 지목했던 부분 역시 내야 뎁스 강화였다.

하지만 단순한 백업 보강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행보였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는 내야 백업에만 600만 달러의 연봉을 투자하는 사치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게다가 새롭게 합류한 두 선수는 모두 이전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이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솔라르테의 영입 직후에는 도날드슨을 매물로 내놓기 위한 준비 수순이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후로도 토론토는 이렇다 할 판매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리빌딩이라 보기도 어렵고 우승을 위한 전력 보강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이들의 행보. 대체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토론토에게 불리한 트레이드 시장

2017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 당시, 토론토는 지구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부상과 부진이 줄을 이었던 로스터 사정이 고스란히 반영된 성적이었다. 하지만 토론토가 이 시기에 성사시킨 트레이드는 단 두 건, 그것도 팀의 핵심 전력과는 거리가 있는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와 조 스미스의 트레이드가 고작이었다. 여기에는 2018시즌부터 당장 지구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마이애미 말린스의 ‘파이어 세일’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뉴욕 양키스의 지안카를로 스탠튼 영입 때문이었다. 시즌이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실현된다고 해도 지구 우승권과의 격차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이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던 토론토 팬들은 공황에 빠졌고, ‘지금이야말로 도날드슨을 보낼 적기’라며 리빌딩을 외치기 시작했다.

반면 토론토 수뇌부의 대응은 차분한 편이었다. 양키스와는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토론토의 올 시즌 전력은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수준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팬그래프에서 예측한 2018시즌 순위표에서도 토론토는 83승 79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방향으로만 트레이드를 진행하겠다”던 앳킨스 단장의 최근 발언에는 이러한 판단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트레이드 시장의 최근 경향에 비춰 보면 이는 합리적인 판단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토론토처럼 와일드카드권에 근접한 전력의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만기가 임박한 고액연봉자를 팔아넘기는 것은 리빌딩을 염두에 둔 팀이라면 반드시 고려해봐야 하는 옵션이다. 만약 토론토가 리빌딩에 돌입하게 된다면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도날드슨(2300만 달러)을 필두로 J.A. 햅(1300만 달러)과 마르코 에스트라다(1300만 달러)가 가장 먼저 트레이드 매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근래의 트레이드 시장에는 이들 같은 단기 고액연봉자들에게 대단한 대가를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최근의 바이어들은 구단 친화적 계약으로 묶인 선수들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예컨대,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크리스 세일, 아담 이튼, 호세 퀸타나는 모두 팀을 대표하는 특급 유망주들을 대가로 소속을 옮겼다. 반면 잔여 계약 기간은 짧으면서 연봉은 높은 축에 속했던 웨이드 데이비스, J.D. 마르티네스, 제이 브루스, 앤드류 맥커친이 받아 든 시장의 평가는 가혹했다. 이들의 트레이드 대가는 세간의 평가보다 훨씬 낮은 선에서 형성되었다. 토론토의 매물들은 전부 후자 쪽에 속하는 선수들이다.

이 3명 모두가 부상 혹은 부진으로 한창때에 비해 가치가 다소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는 것도 고려해봐야 하는 요소다. 오히려 반등을 기다렸다가 판매에 나서는 쪽이 훨씬 높은 대가를 받아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3루수 매니 마차도에 대한 트레이드 제의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고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보다 젊고 저렴한 마차도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이상, 도날드슨의 시장 내 입지는 한층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와 선수 가치가 모두 저점을 그리고 있는 현시점에서 리빌딩을 선언하는 것은 시기상조의 실착이 될 공산이 크다. 시간이 흐르면서 시세가 반등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한 데다가, 설령 별다른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즌 도중에 받아낼 수 있는 유망주 패키지와 현재 받아낼 수 있는 유망주 패키지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빌딩을 선택하기에는 이른 상황에서 디아즈와 솔라르테를 영입해 온 토론토의 이번 행보는 그저 플레이오프를 위한 포석일 뿐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토론토의 이번 트레이드는 그 이상의 장기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디아즈와 솔라르테의 의미

디아즈와 솔라르테의 영입은 분명 어느 정도는 당장의 내야 뎁스 강화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행보다. 솔라르테까지 팀에 가세하면서 토론토는 디아즈를 제5, 제6의 내야수로 기용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도날드슨 – 툴로위츠키 – 트래비스의 삼각편대가 모두 건강한 상태로 개막을 맞이할 경우, 디아즈를 마이너리그로 보내 차근히 반등을 준비하게 한다는 선택지까지 고려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둘의 영입은 팀의 장기적인 구상에서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디아즈는 토론토의 차기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합할 수 있는 자원이다. 현 주전인 툴로위츠키는 잦은 부상으로 빠르게 노쇠하고 있으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 리차드 우레나의 성장세는 완벽히 멈춰버렸다. 팀내 2위 유망주인 보 비솃이 마이너리그를 폭격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셋 역시 장기적으로는 2루수로 보직을 이동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문부호가 계속 따라다니는 선수다. 만약 디아즈가 지난 시즌의 부진을 극복해낼 수 있다면, 미래의 유격수 자리는 그의 차지가 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솔라르테의 장기적인 가치는 도날드슨과의 결별 가능성에 근거하고 있다. 도날드슨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만 33세의 나이로 FA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팀의 상징적인 존재인 그에게 대형 장기계약을 안겨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팬들도 적지 않지만, 이는 거대한 위험을 스스로 짊어지려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마침 마이너리그에서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라는 팀내 최고의 유망주가 3루 자리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솔라르테의 계약은 올 시즌 이후로도 550만 달러의 팀 옵션(2019시즌), 800만 달러의 팀 옵션(2020시즌)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옵션 위주의 계약 형태는 토론토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준다. 게레로는 아직 싱글A까지밖에 경험해 보지 못한 어린 유망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선수다. 솔라르테의 팀 옵션은 토론토가 그동안 게레로의 성장세에 맞춰 유연하게 솔라르테와의 동행 기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설령 도날드슨과의 동행을 선택한다고 해도, 올해처럼 값비싼 유틸리티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바이아웃을 통해 FA 시장으로 내보낼 것인지를 시즌 단위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구단에게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마치며

오프시즌이 절반가량 지난 현재까지, 토론토는 아직 굵직한 이름을 영입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연봉조정 대상자가 9명에 이르렀던 탓에 페이롤을 구체적으로 가늠하기가 어려웠던 오프시즌 초반의 사정이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팀의 목표가 올해도 ‘달리는’ 쪽에 맞춰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가적인 영입을 기대해볼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다수의 토론토 팬들은 너무나도 강력해진 양키스로 인해 올 시즌의 도전에는 여전히 회의감을 표하고 있다. 대신, 미래에 대해서는 많은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게레로, 비솃, 앤소니 알포드로 이어지는 야수 유망주들이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으며, 근래에는 라이언 보러키, T.J. 조이크 등의 투수 유망주들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홈 플레이트에서는 안경을 착용한 대니 젠슨이 타격에 눈을 뜬 모습을 과시했다.

솔라르테와 디아즈의 역할이 이들이 등장하기까지의 단순한 교량 선에서 그칠지, 아니면 이들과 나란히 필드 위를 누비는 데에 이르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있는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출처: Fangraphs, Spotr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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