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시즌 성적 – 87승 56패 1무 (1위, 한국시리즈 우승)
[야구공작소 이승찬] 8년 만에 이룬 11번째 우승, KIA 타이거즈가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017시즌이 마무리됐다. 지난 2년간 착실한 리빌딩과 과감한 투자,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한 김기태 감독의 기아는 통합우승을 이뤄내며 대권을 석권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행’을 내세우며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았던 김기태 감독은 부임 3년 차에 우승을 일궈내며 팬들과도 ‘동행’도 했음을 증명했고, 3년 20억의 역대 최고급의 대우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11번째 우승과 함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타이거즈의 2017시즌, 그들이 동행했던 시간을 되돌아 보고자 한다.
환골탈태, 핵 타선으로 변모한 KIA 타선
지난 시즌, 5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낸 기아였지만 그 성과는 타선의 덕은 아니었다. 2016시즌 기아의 팀 타율은 9위에 머물렀으며 팀 wRC+ (조정득점생산력) 또한 7위였다. 2016시즌 기아의 주전 야수들 중 ‘A급 타자’의 성적을 기록한 야수는 김주찬, 이범호, 나지완 3명에 불과했다. 특히 김호령, 강한울, 이홍구로 이루어진 센터라인의 공격력은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위치했다.
하지만 2017시즌 기아의 타선은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김주찬, 이범호, 나지완 3명을 제외한 모든 주전 야수들이 바뀐 것이다. 최형우, 이명기, 김민식, 버나디나가 각각 FA와 트레이드,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합류했다. 김선빈과 안치홍 또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기아는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타선으로 변모했다.
<2016-2017시즌 KIA타이거즈 주요 타격 기록>
환골탈태한 기아 타선은 연일 맹타를 이어나갔다. 최형우는 그의 이름값과 몸값을 증명해내며 4번 타자의 해결사 능력을 보여줬다. 외인 타자 버나디나는 기대했던 리드오프의 모습을 넘어 27홈런, 32도루를 기록, 3번 타자로서 KBO 맞춤형 5툴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안치홍과 김선빈 키스톤 콤비의 활약도 공수양면에서 눈부셨다. 안치홍은 21홈런 93타점을 기록했고 김선빈 또한 0.370의 고타율로 유격수로서는 23년 만에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명기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김민식만이 0.222의 타율로 공격력이 아쉬웠지만 높은 득점권 타율(0.340)로 2009년의 김상훈이 연상되는 활약을 해줬다.
6명의 선수가 새롭게 주전 라인업에 합류하며 공격력이 극대화되자 지난 시즌까지 주전을 맡았던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백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지난 시즌 넥센에서 무상트레이드로 영입돼 2루수 주전 자리를 맡았던 서동욱은 안치홍의 복귀로 내야 멀티 백업의 역할을 맡았다. 서동욱은 1루, 2루, 3루의 백업자원으로 124G에 출전,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제 몫을 다했다.
내야 백업에 서동욱이 있었다면 외야엔 김호령이 있었다. 리그 최상급의 중견수 수비능력을 가진 김호령은 주로 경기 후반 대수비로 출전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타격은 여전히 아쉬웠지만 수비력 하나만으로 한국시리즈 3차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수비에서 제 몫을 다했다. 슈퍼 루키 최원준 또한 2루수,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 출전하며 백업으로서 쏠쏠하게 활약했다. 최원준은 타율 0.308, OPS 0.812로 타격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이 기아의 미래임을 증명했다.
주전과 백업이 모두 단단해진 기아의 타선은 각종 신기록을 쏟아냈다. 8경기 연속 두 자리 수 득점, 역대 최다 점수차 역전, 11타자 연속 안타, 12타자 연속 득점까지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7명의 타자가 규정타석 3할을 기록하며 종전 기록 (2014시즌 삼성, 2016시즌 두산 6명)을 넘어섰고, 팀 타율 또한 0.302로 역대 1위에 올랐다. 이렇듯 1년 만에 놀라운 모습으로 변한 타선은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제 역할을 다하며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강력한 선발, 하지만 9시가 되면은~
2017시즌 기아의 선발진은 4명을 축으로 이뤄졌다. 팀에 잔류한 양현종과 헥터, 지크 스프루일을 대신해 영입한 팻 딘,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깜작 스타 임기영까지.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한 4명의 선발투수는 시즌 초부터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언론에서는 지난 시즌 두산의 우승을 이끈 ‘판타스틱4’와 비교해 ‘좋아부러4’ ‘fabulous4’ 등의 별칭을 쏟아냈다.
5선발 자리에서는 기대를 모았던 김진우가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정용운과 이민우 등 새 얼굴들이 쏠쏠한 활약을 해줬다. 헥터와 임기영의 후반기 부진, 팻 딘의 시즌 중반 부진 등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4명의 선발은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제 몫을 다해냈다.
<2017시즌 KIA타이거즈 1-4선발 주요 기록>
헥터와 양현종은 동반 20승을 기록하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들은 소화 이닝에서 나란히 리그 1, 2위를 기록하며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임을 입증했다. 팻 딘은 후반기 방어율 3.18로 헥터와 임기영이 흔들릴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임기영도 두 번의 완봉승을 포함,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팀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4명이 지킨 기아의 선발진은 WAR 15.36을 기록하며 리그 선발 WAR 1위에 올랐다.
이들의 진가는 한국시리즈에서 더욱 돋보였다. 한국시리즈 2차전 양현종의 완봉승을 시작으로 4명 모두 선발승을 따내며 막강한 두산 타선을 상대로 우승을 이뤄내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강한 선발진 덕분에 우승을 이뤄낸 타이거즈지만, 구원진은 1위 팀에 걸맞은 위용을 갖추지 못했다. ‘기아의 진짜 야구는 9시 이후로 시작된다.’ 라는 농담이 있었을 정도로 구원진의 모습은 불안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두번째 경기에서 보여줬던 7점차 블론 세이브를 시작으로 구원진의 악몽은 시작됐다.
프리미어 12의 여파인지 마무리 임창용은 연일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시범경기부터 157km/h의 구속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인 한승혁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전부였다. 홍건희와 심동섭도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난 2년간 쏠쏠한 활약을 펼쳐준 김광수도 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유일하게 좋은 구위를 보여준 김윤동이 급하게 마무리로 투입됐지만 첫 풀타임을 치르는 어린 선수에겐 버거운 자리였다. 폭발력 있는 타선과 긴 이닝을 소화해준 선발진 덕분에 전반기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만 기아의 구원진은 홀로 6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각종 세부지표에서 최하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대권 도전을 위해 구원 투수 강화의 필요성을 느낀 기아는 후반기에 돌입하기에 앞서 시즌 두 번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유망주 이승호와 손동욱을 내주고 넥센 히어로즈로부터 전년도 구원왕 김세현을 영입한 것이다. 그리고 이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김세현의 영입 이후 기아의 구원투수진은 점차 안정됐다. 임창용과 김윤동이 김세현에 앞서 필승조로 활약했고, 심동섭과 홍건희도 점차 구위를 회복했다. 리그 정상급은 아닐지라도 각종 세부지표에서 중위권에 위치하며 전반기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으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기아의 가장 큰 약점으로 구원진이 지목됐다. 하지만 정규시즌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기아의 구원진은 두산의 강한 타선을 상대로 4경기에서 11.1이닝 동안 단 2점의 자책점만을 허용했다. 정규시즌에선 불안했던 구원진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모습은 당당히 우승반지를 끼기에 충분했다.
위기의 순간 – 고척 대참사
<시즌 전 큰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 그의 등판은 고척 대참사의 시발점이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압도적인 전반기(승률 0.651)를 보낸 기아이지만 위기의 순간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후반기 부진과 후반기 1위 두산의 맹추격으로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우승을 확정하지 못했다. 후반기 불안했던 모습은 9월 3일 고척 돔에서 열린 넥센 전에서 집약돼 표출됐다.
7:1로 앞서가던 9회 말, 6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한승혁을 시작으로 4명의 투수가 이닝을 마무리 짓기 위해 나섰지만 끝내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4명의 투수는 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주지 못했고 9회 투입된 백업 야수들은 어렵지 않은 타구를 처리해주지 못했다. 결과는 9회 최다 점수차 역전패 신기록이었다. 승리를 지키지 못하는 구원진과 백업 야수진의 수비 문제, 후반기 기아 타이거즈의 약점이 모두 드러난 경기였다.
악몽 같은 역전패에 악재가 더해졌다. 공격 첨병 이명기가 9회 말 수비 도중 발목을 접질러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명기가 말소된 9월4일부터 돌아온 9월 26일까지 기아의 팀 타율은 0.293, 팀 OPS는 0.814로 시즌 평균을 밑돌았고 팀은 7승 10패로 5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했다. 최원준이 1번 타자로 나서며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했으나 이명기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9월 3일 고척 돔에서의 패배 이후 기아는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승리와 패배가 반복되는 부진에 빠졌고, 9월 25일 한화전 패배로 두산에 공동 1위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날 이후 복귀한 이명기와 함께 팀은 마지막 힘을 냈고, kt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을 해피엔딩으로 끝내지 못했다면, 고척 돔에서의 대참사는 구단 역사에 두고두고 남았을 패배였다.
결정적 순간 – Win Now, 두번의 트레이드
<처음에는 어색했던 KIA 유니폼, 이젠 그들이 없는 KIA는 상상되지 않는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한국 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는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10개 구단으로 이루어진 단일 리그에 자원이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주전 선수를 내어줄 경우 돌아올 부메랑 효과가 두렵고, 유망주 자원의 수가 적기에 쉽게 내어줄 수도 없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KBO리그에서는 소위 ‘긁어 볼만큼 긁어본’, 내줘도 아쉬울 것 없는 선수들간의 트레이드가 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올 시즌 기아가 단행한 트레이드는 달랐다. 눈앞의 우승을 위하여 미래 자원들을 내놨다. SK와의 4:4 트레이드에선 외야 유망주 노수광과 거포 포수 유망주 이홍구를 내줬다. 넥센과의 트레이드에선 지난 시즌 2차 1라운드로 지명한 좌완 이승호를 보냈다. 그러면서 포수 김민식, 외야수 이명기, 마무리투수 김세현을 얻어왔다. 두 번의 트레이드에서 기아가 내준 핵심 자원 3명의 평균 나이는 24.3세. 받아온 핵심 자원의 평균 나이는 29.3세였다. 유망주 출혈을 감수하고 팀의 약점을 보강한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번의 트레이드는 기아의 약점으로 지목되었던 부분들을 성공적으로 메워줬다.
이명기는 이용규의 FA 이적 이후 매년 문제가 되었던 리드오프 고민을 해결해줬다. 장점이던 컨택 능력을 살려 0.332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9개의 홈런을 쳐내며 장타력 문제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외야 수비는 좌익수에서 우익수로 자리를 옮기자 훨씬 나아졌다. 트레이드 초반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코칭스태프가 보낸 신뢰에 보답하듯 정규시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공격의 선봉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다.
공격에서 이명기가 활약했다면 김민식은 수비에서 제 몫을 다했다. 지난 시즌까지 이홍구와 이성우가 주전을 맡은 기아 안방의 도루 저지율은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주자 억제력을 가진 포수가 필요했고, 김민식은 도루 저지율 리그 1위(43%)를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김민식의 존재 덕분에, 올 시즌 기아를 상대하는 팀들의 도루 시도는 크게 감소했다. (도루 시도율 2016시즌 8.5% → 2017시즌 5.4%) 첫 풀타임을 치르며 12개의 포일로 포구에 문제를 보이기도 했지만,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기에 부족한 모습은 아니었다. 결국 김민식은 한국시리즈 마지막 순간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이적 첫 해 우승팀의 포수로 거듭났다.
후반기 직전 영입된 김세현은 시즌 내내 문제가 된 뒷문을 든든하게 잠가줬다. 전반기 지난 시즌 구원왕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던 김세현은 이적 후 8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로 활약했고, 덕분에 임창용, 김윤동 등 필승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김세현의 진가는 한국시리즈에서 더욱 빛났다. 김세현은 양현종이 완봉승을 거둔 2차전을 제외한 4경기 모두 등판해 4.1이닝 동안 자책점 0점, 1홀드 2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진을 이끌었다.
두 번의 트레이드가 없었다면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간의 트레이드와는 다른 양상의 트레이드를 통해 우승을 이뤄낸 기아의 사례는 앞으로 KBO 트레이드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선수 – 양현종
<한국시리즈 마무리까지, 2017년은 양현종의 해였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2016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양현종은 해외진출이 유력시됐다. 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왔고, 일본 요코하마 DeNA로부터 계약을 제시받았다는 소식도 들렸다. 평소 강력한 해외진출의지를 보였던 양현종이기에 해외진출은 확정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양현종은 예상을 깨고 기아에 잔류했다. 계약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구단과 1년 계약에 합의하며 기아에 잔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기아 타이거즈에 잔류한 양현종의 2017시즌은 ‘성공’ 그 자체였다. 시즌 내내 단 한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그는 마지막까지 승승장구했다. 5월 3일 넥센전에서 통산 93승을 달성하며 타이거즈 좌완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 김정수, 92승) 지난 시즌 200이닝을 돌파했지만 10승에 그쳤던 불운을 보상받는 듯 타선의 지원을 받으며 22년 만에 토종 투수 선발 20승을 달성했다. (종전 기록 1995년 이상훈, 20승)
2009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선 한국시리즈 무대. 8년 전엔 어린 유망주의 위치에 있었지만 이번엔 에이스로서 팀을 이끌었다. 두산과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완봉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최초의 1:0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 경기에서 그는 단순히 ‘좋은 투구’만을 보여주는 에이스를 넘어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 마지막 타자 양의지와 정면승부를 피하지 않는 전투력 등을 보여주며 시리즈의 흐름을 기아 쪽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 7:6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5차전 9회에는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그가 가져온 흐름을 마무리지었다. 두 번의 등판에서 1승 1세이브, 결정적인 완봉승과 세이브를 거둔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시즌 종류 후 양현종은 토종 20승과 팀을 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정규시즌 MVP에까지 올랐다. 정규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수상한 것은 KBO 리그 최초의 기록이며 투수 부분 골든 글러브 또한 수상이 유력하다.
양현종과 기아의 1년 계약은 최고의 결과를 내며 끝났다. 이번 오프시즌 양현종의 행보는 아직 미지수다. 그토록 염원하던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도 있고, 희박하지만 타 구단으로 이적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가 타이거즈의 3번째 영구결번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해외진출, 영구결번 모두 잡고 싶은 목표임을 밝힌바 있는 양현종, 그의 오프시즌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아쉬운 선수 – 김주형
<한국시리즈 종료 후 위로 받는 김주형. 결과가 나빴다면 한국에서 살지 못할 뻔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지난 시즌 김주형은 오랜 기다림 끝에 팀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고 올 시즌은 더 좋은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에서 그쳤다. 준수한 1, 3루 수비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타격은 절망적이었다. 유격수로도 출장했지만 거듭된 실책만 기록했다. 시즌 전 기대치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그의 모습에 기아 내야의 과부하는 심화됐다. 3루 백업은 불안한 수비에도 불구하고 최원준이 맡게 됐다. 퓨처스에서는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1군에서는 100타석 이상의 선수 중 wRC+ 최하위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김주형은 정규시즌 중 5번이라는, 가장 많은 2군행을 통보 받은 선수가 됐다.
<2016시즌-2017시즌 김주형 주요 타격 지표>
정규시즌 부진한 모습에도 김주형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다. 기아 타선의 유일한 약점인 포수 타석에서 장원준, 유희관, 함덕주를 상대할 우타 대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한다면 정규시즌의 아쉬운 모습은 지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김주형에게 한국시리즈는 더 큰 악몽이 됐다. 우승을 눈앞에 둔 5차전 9회말 수비 중 조수행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에 악송구를 저지르며 팀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간 것이다. 양현종이 간신히 경기를 마무리하며 우승을 차지했지만, 김주형은 모두가 기뻐 우는 경기장에서 홀로 조금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다시 떠올리기 싫을 시즌을 보낸 김주형이지만 아직 그에겐 기회가 남아있다. 올 시즌 기아의 1루, 3루를 맡아준 김주찬과 이범호는 내년 시즌 37세에 접어든다. 특히 주전 3루수 이범호는 올 시즌부터 수비 범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유망주 최원준과 황대인이 아직은 미완인 상황에서 기아 3루 자리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주형은 그 연결고리가 돼 줘야 한다.
2003년 ‘제2의 김동주’를 꿈꾸며 기아에 입단했던 유망주 김주형의 나이는 어느덧 32살이다. 이젠 ‘유망주’라는 단어조차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된 김주형, 다음 시즌 주어질 마지막 기회마저 놓친다면 더 이상 기아에서 그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마치며 – 이젠,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11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을 차지한 기아 타이거즈. 2017시즌 그들은 도전자의 입장에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내년 시즌은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해태 시절에는 연이은 우승으로 타이거즈의 강함을 증명했지만 2009년 우승 후엔 가을 야구 진출조차 실패하며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기아는 다시 한번 그 기로에 서있다.
21세기 현대 왕조와 SK 왕조, 삼성 왕조와는 다르게 KIA가 왕조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올 시즌 타선의 주축을 이룬 최형우, 나지완, 이범호, 김주찬 등 주요 선수들이 30대 중, 후반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년 시즌 최원준, 오준혁 등 야수 유망주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 시즌 백업을 맡아준 고장혁과 김호령이 군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백업 찾기 또한 중요한 과제다. 역대급 공격력을 보여준 타선이지만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마운드는 올해보다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양현종과 헥터의 거취가 관건이지만 큰 무대를 경험한 임기영, 김윤동 등 젊은 투수들이 한 단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제대 후 돌아온 박정수, 문경찬, 이종석 등의 자원들도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 마무리 김세현이 시즌 시작부터 맡을 뒷문도 올 시즌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2년간의 공백 끝에 윤석민도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8년 만에 이뤄낸 11번째 우승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이 감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도 가지게 했다. 빼앗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기에, 내년 시즌엔 이 감동을 이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7시즌 챔피언에 오른 그들의 모습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2017시즌 그들의 야구를 지켜보는 팬들은 행복했고, 간절한 플레이에 감격했다. 다음 시즌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는 알 수 없지만 2017년 타이거즈가 동행한 시간은 오랫동안 팬들의 가슴 속에서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기록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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