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5시즌 리뷰] KT 위즈 – 6년 만의 가을야구 실패, 위안은 수원에 출몰한 고릴라뿐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5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71승 68패 5무 (최종 6위)

 

지난해 KT 위즈는 마법의 팀이었다. 사상 최초의 5위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서 SSG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고,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도 최초의 업셋을 만들어내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020시즌부터 이어진 5시즌 연속 가을야구 진출, 프랜차이즈의 전성기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올해 마법 군단의 기적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극적인 무승부로 5위의 가능성을 살려놓았지만, NC에게 단 3리 차로 승률이 밀리며 6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야수진 

시즌 전 스토브리그에서 FA로 허경민을 4년 40억 규모로 영입했을 때부터 야수 로스터의 노쇠화 문제는 피할 수 없었다. 이미 기존의 주축 야수인 장성우, 황재균, 김상수는 에이징커브상 황혼기에 접어들었고, 직전 시즌 만개한 문상철조차도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었다. 또한 타격은 아쉬울지언정 좋은 수비로 유격수 자리를 지킨 29세 심우준마저 한화로 이적하며 차기 시즌에 대한 불안감을 노출했다.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시즌이 진행될수록 기존 자원들의 부진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장성우, 문상철, 김민혁, 배정대 등 2023-24시즌 동안 타선을 이끈 주전 야수들이 단체로 부진하여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강백호는 5월 말 슬럼프를 벗어나려는 타이밍에 주루 도중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8주간 결장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 2024, 2025시즌 주전 야수 타격 성적 변화 >

시즌 도중 이정훈을 롯데로부터 트레이드했고 극심한 부진에 빠진 외국인 야수 멜 로하스 주니어를 앤드류 스티븐슨으로 교체하며 타선의 반등을 노렸지만, 반전은 없었다. 후술할 안현민이라는 초대형 스타가 탄생했음에도 타율, OPS, 홈런, wRC+ 등 팀 스탯이 전반적으로 하위권에 처졌다.

더 심각한 부분은 주루 부문이었다. 팀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48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2000년 이후 팀 최저 도루 4위로, 리그 도루 1위인 박해민(49개)보다도 적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주전 포수 장성우의 기량 하락이 겹쳐 KT 포수진은 리그 최다 130개(장성우, 104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저지율(10.3%), 상대 팀의 도루 시도율(8.0%) 모두 리그에서 압도적인 꼴찌다.

KT는 지난 몇 년간 김상수, 허경민과 같은 FA 영입생과 황재균, 장성우 등과는 연장 계약을 맺어 로스터를 구축했다. 이런 고연봉 나이 많은 야수들로 인해 어린 야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아니었다.

또한 이강철 감독의 주전 라인업을 최대한 기용하는 스타일상 어린 야수들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기엔 어려움이 존재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라인업의 노쇠화가 꾸준히 진행되었고, 올해 극단적으로 경직된 야수 로스터의 단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 2025시즌 KT 위즈 팀 타격 지표 >

 

수원 고릴라 안현민

올 시즌 KT 타선의 볼거리는 사실상 안현민뿐이라 말해도 무방했다. 1군에서 꾸준한 타격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던 안현민은 5월 1일, 김택연 상대 동점 홈런을 때린 것을 기점으로 리그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안현민의 홈런 타구들이 범상치 않은 타구 속도와 비거리를 기록하자 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스타가 되었고 전반기 60경기 동안 18개의 홈런, OPS 1.113이라는 믿기 힘든 스탯을 기록했다. 그 결과 생애 첫 월간 MVP 수상(7월)올스타에도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후반기부터는 투수들의 심한 견제로 인한 타격감 하락과 8월 수비 도중 잔부상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9월부터 다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시즌 OPS 1.0을 사수하고 시즌을 마무리, KBO 신인 역사상 가장 임팩트 있는 시즌을 만들어냈다.

5월부터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누적 스탯이 특출나진 않지만 3-4-5의 슬래시라인, 출루율 리그 1위, 보살 1위, 그리고 리그 최고의 하드힛 생산성과 홈런 비거리는 안현민이라는 존재를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충분했다. 그 결과 88%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강백호, 소형준 이후 구단 3번째이자 2018년 이후 최초의 야수 신인왕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 2025시즌 안현민 주요 기록 >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토종 선발 

타선에서 안현민이 고군분투했다면 마운드에서는 국내 선발진이 희망을 던졌다. 오프시즌동안 팀의 셋업맨 김민과 SSG 랜더스의 오원석을 트레이드했다. 엄상백이 FA로 이적했지만, 토미존 수술 복귀 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소형준이 있었기에 토종 선발진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시즌이 시작하자 트레이드와 소형준의 로테이션 복귀 효과는 대단했다. 소형준은 토미존 복귀 시즌이었던 작년보다 구속 향상성이 안정되었고, 커터의 구사율을 이전보다 크게 끌어올려(10.3%->28.1%) 재미를 봤다. 또한 커브와 체인지업의 활용도 크게 좋아지며 많은 헛스윙을 유도했다. 6월까지는 이닝당 삼진을 1개꼴로 잡아내 기존 본인의 강점이었던 땅볼 유도뿐만 아니라 삼진까지 잡을 줄 아는 투수로 성장했다. 

오원석은 트레이드 이후 투구폼을 더욱 간결하게 수정, 일관된 릴리스 포인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올해 커리어 최초로 체인지업 구사율이 20%를 넘겼고, 제구 등 안정성이 높아지며 우타 상대로도 좋은 결과를 냈다(우타자 상대 피OPS 0.702). 그 결과 전반기 era 2.78과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0승을 올리며 단숨에 프랜차이즈 최고의 좌완으로 우뚝 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년 5년 107억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고영표의 부활이었다. ABS 도입 직후 상하 존이 크게 바뀌어 적응에 애를 먹어 2024시즌 부진했지만 올시즌은 달랐다. 투심 구사율을 끌어올리고(18.2%->33.5%) 존에 투구하는 비율을 낮췄다(47.6%->40.9%). 그 결과 땅볼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고, 헛스윙률과 삼진도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팀은 전반기 선발 ERA 3위(3.65), 이닝 1위(500.0), 승리 1위(35승), QS 1위(50회)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부진에도 각종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비록 후반기에 소형준과 오원석의 페이스가 떨어지며 1위에서 밀려난 지표도 많지만, QS만큼은 1위(74회)를 유지하며 탄탄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불펜지옥

이강철 감독이 KT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많은 필승조 자원이 과한 이닝을 투구해 주된 비판 요소가 되었다. 불펜의 많은 이닝 소화를 온전히 감독 탓으로 돌리긴 어렵지만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작은 좋았다. 시즌 초 원상현 – 손동현 – 박영현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의 대활약에 힘입어 전반기 불펜 era 3위(3.64)를 기록해 뒷문을 안정적으로 막았다.

특히 손동현은 5월 말 어깨 부상 이전 포심의 구속이 평균 146.0km/h로 상승했고 포크볼 구사율(18.7%->40.5%)을 크게 끌어올리며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 그 결과 전반기 era 0.89, 10홀드의 대활약을 할 수 있었다.

2024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픽인 원상현도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는 불펜에서 시작해 인상적이었다. 특히 6월까지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37경기에 등판에 era 3.00과 10홀드를 기록, 박영현과 손동현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시즌 초반 체인지업의 구사를 크게 늘리며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은 커브와 함께 타자들의 많은 헛스윙을 유도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하지만 타이트한 순위 싸움 속 필승조 세 명에게 너무 큰 부담이 간 탓일까, 후반기 KT의 불펜진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막판 새롭게 필승조에 합류한 이상동을 제외하고는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 믿고 맡길 투수가 없는 수준의 심각한 집단 부진이었다. 전반기에 필승조를 맡았던 박영현 – 손동현 – 원상현 모두 집단 슬럼프에 빠진 결과 팀은 후반기 불펜 era 10위(5.63)를 기록하며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 KT 위즈 필승조 2025시즌 전ㆍ후반기 스플릿 >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의 시대를 맞이하며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고 가장 충격적인 이적 소식이 KBO 판을 강타했다. KT 위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강백호가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것이다. 데뷔 이래 팀을 상징하는 선수와도 같았던 강백호를 떠나보낸 KT는 김현수(3년 50억), 최원준(4년 48억), 한승택(4년 10억)을 다소 과한 금액으로 영입하며 급하게 보강을 마쳤다.

특히 최원준은 A등급이었기 때문에 보상선수로 군필 내야수 윤준혁을 내주며 출혈이 더욱 컸다. 이강철 감독의 임기가 1년이 남은 시점에 어떻게든 ‘윈나우’를 하기 위해 이루어진 영입이었다. 그 결과, 안 그래도 평균 연령이 높은 야수진은 더욱 늙어버렸다. 

차기 시즌 새로운 슈퍼스타 안현민에 대한 타선의 의존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의 성공이 절실해진 KT이다.

 

참조 = KBO, STATIZ, TVING

야구공작소 전희재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야구공작소. 출처 표기 없는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상업적 사용은 별도 문의 바랍니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