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드래프트, 구단은 어떤 선수를 선호할까?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신인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전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나온 수많은 원석이 각 구단의 유니폼을 입는다.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지명하기를 바라며 드래프트 현장을 지켜본다. 동시에 선수들은 가족,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어린 시절 꿈이 이뤄지는 순간을 축하한다.

구단들에게도 드래프트는 매우 중요한 일정이다. 성공적인 드래프트는 구단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수 있다. 지명한 선수 중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나올 수도 있고, 팀을 이끌 프랜차이즈 스타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구단들은 오랜 기간 선수들을 관찰하며 팀 상황에 맞는 다양한 전략을 세운다. 수많은 선수 가운데 구단들은 어떤 선수를 지명하는 것을 선호할까?

 

현재 드래프트 추세는?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크게 고교 선수와 대학 선수로 나눌 수 있다. 고교 선수들은 신체가 아직 완벽히 자리 잡지 않았고, 검증된 상대를 많이 만나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또한 미디어와 다수의 관중을 상대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의 인성과 압박감 대처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만큼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며, 구단의 육성 시스템에 따라 잠재력을 끌어내거나 구단이 원하는 방향으로 육성시킬 수도 있다.

반면 대학 선수들은 각 대학교의 훈련 시스템을 거치고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어느 정도 실력이 정립되어 간다. 또한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트랙맨, 키나트랙스 등 각종 첨단 장비로 측정하기에 선수에 대한 더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 즉 대학 선수를 지명하는 것은 더 안정적이고 저점이 높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적으며 대학교에서의 모습과 메이저리그에서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고교 선수, 대학 선수 모두 각자 장단점이 있다. 구단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전략적인 선택을 가져가면 된다. 현재 구단이 우승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면 대학 선수를 지명하여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정착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반면 구단이 리빌딩 중이거나 당장 로스터에 자리가 없을 때는 고교 선수를 뽑아 시간을 두고 성장시킬 수도 있다.

< MLB 연도별 드래프트 TOP 30 분포 >

최근의 추세는 어떨까? 지난 5년 동안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고교 타자, 대학 타자, 고교 투수, 대학 투수가 각각 몇 명 지명됐는지 살펴보았다. 경쟁균형픽, 각종 보상픽은 제외하고 상위 30명까지로 인원은 제한했다.

그 결과 지명된 고교 선수는 총 64명, 대학 선수는 총 86명으로 구단들이 대학 선수를 더 선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라운드에서는 구단이 판단했을 때 확실하게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를 지명해야 한다. 여기에 가장 많은 계약금을 투자하는 만큼 구단들이 저점이 높고 안정적인 대학 선수를 더 선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더 두드러진 특징은 포지션별 차이에서 나타난다. 최근 5년 동안 드래프트 전체 30번 이내에 지명된 타자는 105명, 투수는 45명으로 구단들이 타자를 선택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심지어 최근 3년 동안 지명된 투수는 20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투수의 낮은 지명률은 고교 투수로 한정했을 때 더 낮아진다. 같은 기간 지명된 45명의 투수 중 고교 선수는 단 14명에 불과했다. 2023년에는 상위 30명의 선수 중 단 한 명만이 고교 투수이기도 했다. 이렇게 투수, 그중에서도 고교 투수의 지명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교 투수’가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투수는 타자보다 부상의 위험성이 더 크다. 이제 토미 존 수술은 모든 투수가 한 번씩 거쳐 가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여기에 부상으로 인한 피해 역시 투수가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서로 앞다투며 점점 구속을 끌어올리는 시대에 부상으로 인한 구속 저하는 투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 역대 드래프트에서 고교 투수가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한 비율은 22.3%에 불과하다. 여기에 타자는 투수보다 더 많은 경기를 뛰고 부상 위험도 적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전성기 구간의 선수들이 포진된 2015~2019년 드래프트 1라운드를 보면, 알렉스 브레그먼, 카일 터커, 바비 위트 주니어, 코빈 캐롤 등 많은 메이저리그 간판타자가 배출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투수는 워커 뷸러, 헌터 그린, 로건 길버트, 조지 커비 등을 제외하고는 메이저리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투수가 지명되는 비율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고졸이라는 불안 요소까지 더해진 고교 투수의 지명률은 바닥을 찍고 있다. 모든 투수가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고등학교에서 프로까지의 성장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상위 라운드에서 고교 투수를 지명하는 것은 구단의 입장에서 ‘가장 리스크가 큰’ 선택이 된다.

실제로 1965년 MLB 드래프트가 정착된 이후 고교 우완 투수가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경우는 없다. 고교 좌완 투수가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사례는 3번 있다. 좌완 투수가 우완 투수보다 더 희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 명 중 메이저리그에 도달한 선수는 1973년 텍사스가 지명한 데이비드 클라이드뿐이며, 그도 부상으로 짧은 커리어를 보냈다 (통산 416.1이닝, 평균자책점 4.63).

결국 구단들은 투수보다는 타자를, 고교 선수보다는 대학 선수를 지명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위 라운드에서 이러한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 2024 MLB 드래프트 현장 >

 

마치며

드래프트에서 구단의 선택에는 팀 안팎의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남아있는 선수 중 최고의 선수를 지명하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어느 정도 경향성이 숨겨져 있다. 특히 상위 라운드에서는 저점이 높은 대학 선수와 타자가 선호되고, 반대로 위험성이 큰 고교 선수와 투수는 지명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대학 선수가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고교 선수가 무조건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 선수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마크 어펠은 메이저리그에서 10.1이닝만을 던지고 은퇴했다. 반대로 고등학생 나이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브라이스 하퍼와 카를로스 코레아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무조건 투수보다 타자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2023년도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파이러츠는 당시 대학 최고의 타자였던 딜런 크루스, 와이엇 랭포드 등을 제치고 폴 스킨스를 지명했다. 바로 다음 해 데뷔한 스킨스는 그해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예측 불가한 드래프트에서 구단들은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스카우트를 보내 선수들을 분석한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드래프트 전략 역시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방법 중 하나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구단들은 드래프트가 실패하지 않을 확률을 높이고 있다.

2025년 드래프트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은 뚜렷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MLB 파이프라인이 예상한 전체 1, 2순위는 케이드 앤더슨과 리암 도일로 모두 대학 좌완 투수였다. 하지만 드래프트 당일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선수는 결국 고교 ‘타자’인 일라이 윌리츠였다. 여기에 전체 3순위로 예상된 세스 에르난데스 역시 ‘고교 우완 투수’라는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6순위까지 순서가 밀렸다. 앞으로의 드래프트도 이러한 경향성을 참고한다면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The Athletic, MLB.com, Fangraphs, LastWordOnSports

야구공작소 김태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도상현, 이금강, 장호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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