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24시즌 리뷰] SSG 랜더스 – 인천 야구에 저무는 해

<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

야구공작소는 연말을 맞이하여 KBO 팀별 24시즌 리뷰를 발행합니다. 12월 31일까지 매일 한 팀씩 업로드됩니다.

시즌 성적 = 72승 70패 2무(최종 6위)

 

준플레이오프에서 0승 3패로 탈락한 SSG 랜더스의 겨울은 혹독했다. 팀의 체질 개선을 명목으로 8명을 제외한 코치진 전원을 교체했다.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직전 재계약을 맺은 김원형 감독은 1년 만에 경질됐다.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2차 드래프트였다. 23년간 팀에 헌신한 레전드 김강민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링크). 팬들의 불만은 폭발했고, 김성용 단장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단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김성용 단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김재현 단장은 빠르게 팀 내부 상황을 정비했다. 2023년 좋은 활약을 보여준 기예르모 에레디아,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재계약을 맺었고 새로 영입한 로버트 더거까지 포함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무리했다. 또한 내부 FA였던 김민식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가운데, 이지영을 재빠르게 사인 앤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포수 자원을 보강했다. 이를 통해 김민식과도 기존 조건보다 훨씬 저렴한 2년 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베테랑 내야수 김성현에게도 3년 6억 원의 다년계약을 안기며 스토브리그를 마무리했다. 잡음이 많았지만, 마무리는 깔끔했던 랜더스의 겨울이었다.

 

시즌 전 예상

시즌이 시작되기 전, 야구 게임 회사 컴투스는 흥미로운 방식의 순위 예측을 시도했다. 자회사의 유명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인 OOTP(OUT OF THE PARK BASEBALL)을 활용해 2024년 프로야구 우승 팀을 예측한 것이다. 게임 환경에서 2024시즌을 1,000회 시뮬레이션했고, 우승 확률 1위를 차지한 구단은 LG 트윈스였다. 그리고 SSG 랜더스는 57%인 LG의 뒤를 이어 20%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5명의 해설위원은 OOTP와 상반된 결과를 예상했다. 5명의 해설위원 중 SSG를 5강 후보에 포함한 위원은 없었다. 의견이 갈린 가운데, SSG는 시범경기를 3승 7패(9위)로 마무리했다. 시범경기 결과는 희망보다는 불안을 주었다. 특히 투수진의 문제가 도드라졌다. 10경기 동안 43개의 볼넷을 내주며 심각한 제구 난조를 보였고,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더거는 2경기에서 6.1이닝 12피안타 6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자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전반기 : 팀을 떠받치는 베테랑

< 랜더스 선발진 전반기 성적 >

더거는 6경기에서 22.2이닝을 던지는 동안 ERA 12.71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짐을 쌌다. 다른 선발 투수들 또한 흔들렸다. 전반기 팀에서 가장 낮은 ERA를 기록한 선발투수는 4.15를 기록한 오원석이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였던 엘리아스는 부진하던 와중(ERA 4.82) 왼쪽 내복사근 부상을 당하며 팀에서 이탈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시라카와 케이쇼가 1.1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6월 7일 롯데전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선발진에 무게감을 더해주지는 못했다. 토종 에이스 김광현의 부진 또한 뼈아팠다. 지난해에는 떨어진 포심 평균 구속을 스플리터와 슬라이더로 극복했다. 하지만 올해는 스플리터가 말을 듣지 않으며(피OPS 0.895) 전반기 내내 들쑥날쑥한 피칭을 선보였다(ERA 4.67).

무너져가던 랜더스를 지탱한 건 불펜진, 베테랑 야수진, 그리고 뉴페이스들이었다. 타선의 중심이었던 최정과 에레디아가 전반기 각각 OPS 0.971과 0.903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최정은 5월을 제외한 전반기 내내 월간 OPS 1 이상을 기록했다. 한유섬, 추신수, 최지훈, 그리고 박성한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형님들보다 훨씬 시선을 끈 건 올해 갓 데뷔한 만 19살의 박지환이었다.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32경기 121타석). 하지만 적은 기회 속에서도 OPS 0.920을 기록하며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올스타전 출장까지 이뤄냈다.

야수진에 최정과 박지환이 있었다면, 불펜에는 노경은과 조병현이 있었다. 한국 나이로 41세에 접어든 노경은은 전반기에만 44경기에서 48이닝을 던지며 마당쇠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팀이 필요로 할 때 노경은은 항상 준비돼 있었고, 투수진(30이닝 이상 투구)에서 유일하게 2점대 ERA(2.44)를 기록하며 팀의 믿음에 보답했다.

상무에서 갓 전역한 조병현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첫 등판부터 위력적인 패스트볼로 주목을 받았고, 전반기 리그 불펜투수 중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냈다(44.2이닝 55탈삼진). 특히 6월 26일 KT위즈전부터 7월 1일 두산 베어스전까지는 10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1998년 이대진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후반기 : 추락과 반등의 연속

하지만 소수의 활약으로 시즌 전체를 끌고 갈 수는 없는 법이다. 8월 시작부터 4연패를 기록했고, 결국 8승 17패로 월간 성적 9위를 기록하며 추락했다. 9월 월간 성적 13승 1무 5패로 KT와의 공동 5위까지는 이뤄냈으나, 전반기 약진을 고려하면 아쉬운 반등이었다.

전반기 내내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이 여실히 드러난 후반기였다. 김광현과 오원석 등 토종 선발 투수는 후반기 반등에 실패했다. 특히 오원석은 후반기 단 한 번의 QS도 기록하지 못했는(ERA 7.20) 불안한 피칭을 매 경기 선보이며 시즌 막판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또한 후반기 상무에서 복귀해 팀에 힘을 더해줄 것으로 예상됐던 김택형과 장지훈은 오히려 커리어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박시후, 백승건 등 어린 선수들을 1군 엔트리에 올려보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전반기 아쉬운 퍼포먼스를 선보인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 좋았다. 부상에서 복귀한 엘리아스는 후반기 ERA 3.62를 기록했고, 더거 대신 한국 땅을 밟은 드류 앤더슨이 대단한 탈삼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팀 선발진을 이끌었다(후반기 ERA 3.65). 야수진에서는 오태곤과 정준재의 활약이 돋보였다. 오태곤은 OPS 0.916(후반기 리그 19위)을 기록했다. 특히 하이 레버리지(LI>1.6) 상황에서는 OPS 1.474(리그 1위)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신예 정준재 또한 인상적이었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서 안정적인 수비력, 빠른 발, 그리고 기대 이상의 공격력(후반기 OPS 0.808)을 보여주며 팀 야수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9월의 약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러한 깜짝 스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타이 브레이커, 그리고 처참한 성적표

9월의 반등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랜더스는 10월 1일 KT와 타이 브레이커 경기를 치렀다. 8회 초까지 3-1로 앞섰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으며 패배했다. 공 하나로 좌절된 가을야구, 그리고 그 공의 주인공이 에이스 김광현이었다는 점에서 패배의 아픔은 더욱 컸다. 결국 최종 성적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고, 어두워진 경기장에는 이숭용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육성과 성적, 무엇을 잡았는가

이숭용 감독은 취임 당시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시즌’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링크). 성적은 확실히 실패했다. 육성 또한 실망스러웠다. 새 얼굴을 많이 건져낸 시즌임은 분명하다. 상무에서 갓 복귀한 조병현은 팀 불펜진의 간판으로 등극했으며, 야수진 중에서도 박지환과 정준재가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을 ‘성공적인 육성의 결과물’이라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조병헌은 상무에서부터 수준급의 구위로 기대를 모았고, 박지환과 정준재는 올해 입단한 신인이었다. 오히려 랜더스가 그동안 공을 들였던 유망주들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성적이 퇴보하기도 했다. 2년 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여준 전의산은 올해 타율이 1할도 채 되지 않았다. 대형 포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은 조형우 또한 공수 양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시즌 중반부터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표적인 투수 유망주로 지난해부터 기회를 집중적으로 받은 송영진과 이로운 또한 부진에 시달렸다. 특히 지난해 145.3km를 기록한 송영진은 이번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141.3km까지 떨어졌다.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으로 유학을 다녀온 백승건, 정동윤, 신헌민 중에서도 1군에서 바로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없었다.

< 랜더스 주요 유망주 2024년 성적 >

스토브리그는 말끔하게 진행 중이다. 팀의 주축인 노경은과 최정을 잡았고, 핵심 외국인 선수였던 기예르모 에레디아와도 재계약을 맺었다. 또한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빅리그에서 선발 경험이 있는 미치 화이트를 영입했고, 오원석을 즉시 전력감 불펜투수인 김민과 트레이드하며 불펜진 보강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보강 덕에 문승원을 다시 선발투수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며 투수진 교통 정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 김광현-드류 앤더슨-미치 화이트-문승원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이 확정됐고, 남은 선발 한 자리를 두고 송영진, 박종훈과 같은 기존 선발 자원과 정동윤, 박시후 등의 신예들이 경쟁할 예정이다.

야수진에서는 올해 가능성을 보여준 박지환과 정준재가 더욱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는 이지영과 김민식의 공백을 대비해,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포수 최대어 이율예를 지명하며 조형우와 함께 또 다른 특급 포수 유망주를 확보했다. 별다른 전력 유출이 없고, 몇몇 부분에 대해서는 보강이 이루어진 만큼, 계속해서 가을야구 도전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랜더스의 미래는 어둡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가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당장 팀 중심타선의 최정-한유섬만 하더라도 각각 만 37세, 만 35세로 언제 부진이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다. 현재로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다. 박성한과 최지훈이라는 새로운 핵심 선수들이 있지만, 최정과 한유섬의 타격 생산성과 이들을 비교하면 확실히 아쉽다.

결국 랜더스의 명운은 다음 시즌에 걸려있다. 현재 기대를 받는 전의산, 조형우 등의 유망주들이 성장해 현 주전 선수들을 대체할 만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번 시즌이 마무리되고, 랜더스는 다시 한번 코칭스태프를 대규모로 교체했다. 과연 육성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랜더스의 바람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참고 = STATIZ

야구공작소 원정현 칼럼니스트

에디터 = 야구공작소 민경훈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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